일본문화원 창구, "대답할 수 있는 내용 아니다"
주한 일본대사관 영사과 문의했으나 대답 못 들어
이미 日 주요 일간지와 방송 등 실명으로 상세 보도
"일본에선 다 공개됐는데 日대사관 항의, 납득 안 돼"
시민언론 민들레가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공개한 뒤 주한 일본대사관이 자국민 희생자의 실명 공개에 대해 한국 정부에 항의했다고 외교부가 밝힌 것과 관련해, 민들레가 주한 일본대사관 영사과와 일본문화원 쪽에 문의했으나 창구쪽 관계자로부터 “대답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는 답변을 들었다.
민들레는 21일 일본대사관(외무성 재외공관)과 일본문화원에 전화를 걸어 한국 외교부가 밝힌 내용이 사실인지 여부를 물었으나, 전화를 받은 문화원 관계자는 자신이 “대답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라면서 다른 사람을 연결시켜 전화하도록 해 주겠다며 취재기자의 전화번호를 알려 달라고 했으나 이후 연락이 없었다.
앞서 지난 15일 외교부는 민들레 측에 전화를 걸어, 주한 일본대사관이 자국민 희생자 명단이 공개된 것에 대해 항의의 뜻을 알려 왔다고 통보했다. <조선일보> 등 한국의 일부 매체들이 외교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를 보도했고, 일본의 <산케이스포츠> <TV 아사히> 등도 이를 받아 사실 확인 없이 주한 일본대사관이 한국정부에 “항의했다고 한다”고만 보도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외교부 관계자는 15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이 공개된 것에 대해 일부 주한 대사관으로부터 항의가 있었고, 해당 매체에 그런 항의와 시정 요구를 곧바로 전달했다”고 한다. 이 신문은 외교부 관계자가 “사망자 26명 중 1명을 제외한 거의 모든 유가족이 이름 공개를 원치 않았다”며 “국적까지는 공개할 수 있다고 했는데 그 중 8명은 이름뿐만 아니라 모든 신상에 대해 철저히 비공개를 원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아사히신문> <마이니치신문> <니혼게이자이신문(일본경제신문)> 등 일본 주요 일간지들과 방송, <야후 재팬> 등 온라인 매체들은 이미 도미카와 메이(26), 고츠지 안(18) 등 일본인 희생자 2명에 대해 그들의 이름과 사진, 가족 등 주변사정들까지 실명으로 자세히 보도하며 철저한 원인규명을 촉구한 바 있다.
홋카이도 네무로 출신으로 서강대 어학원에서 올해 6월부터 어학연수 중에 변을 당한 도미카와 메이(26)씨의 부친 도미카와 아유무(60)씨는 지난 7일 장례식이 끝난 뒤 일본 기자단에게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 달라”고 감정을 최대한 억누르며 말했다고 <아사히신문>이 이날 전했다.
그는 “정말 사랑스런 딸이었다. 메이의 노트에는 자신이 일해서 번 돈으로 가족을 데리고 함께 여행을 가고 싶다고 써 놓았다”며 "딸이 정말 좋아했던 한국에 언젠가 가 보고 싶다", “가서 딸이 좋아했던 장소, 딸이 가 본 곳들을 보고 올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도쿄 인근 사이타마현 가와구치시 출신인 고즈치 안씨는 도쿄 세이토쿠대 학생으로 8월 말에 한국에 와서 건국대 언어교육원에서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었다. 온라인 <뉴스 리플> 등에 따르면, 고즈치 안씨가 한국 유학을 떠날 때까지 함께 살았던 그의 조부는 “너무 갑작스런 일이라 할 말을 잃었다. 그저 슬플 뿐이다. 당연히 사랑스런 아이였기에”라며 비통해했다.
조부는 손녀가 “스시(일본 초밥)가 먹고 싶다”는 말을 했다며, 한국이 좋다고 했으나 일본음식이 그립다고 했는데 유학 중에 스시를 사 먹을 여유는 없었을 것이라며 애석해했다. 고즈치 안씨와 같은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가와구치 고교 3학년생은 “이제 만날 수 없다고 생각하면 슬프다”며 울었다.
이번 사태를 집중 보도해 온 일본의 시사 유튜브 채널 <주간 한국 뉴스> 운영자 니시다 다카시씨는 21일 일본 매체들의 이런 보도 사실을 지적하면서, “일본에서 이미 그들의 실명 등이 다 드러나 있던 상태에서 주한 일본대사관이 한국 매체의 실명 공개에 항의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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