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칼럼은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여의도 순복음교회 담임목사이자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 직함을 가진 이영훈 목사가 지난 5월 16일 전광훈 목사의 자유통일당 중앙당 개소식에 참석하여 충격적인 발언을 했다. 그 내용이 해괴하여 그대로 옮긴다.
“이 땅에 주사파가 들끓고 공산주의로 빨갛게 물들어가고 있는 이때에 이 자유통일당이 특별히 주사파를 타파하기 위해서, 공산주의를 뿌리 뽑기 위해서 사명을 갖고 세움 받은 것을 감사드린다. 선봉장으로 전(광훈) 목사님 세우셨는데 하나님께서 지키시고 함께해 주셔서 하나님의 귀한 뜻을 이루게 할 줄로 믿는다.”
목사가 정당 만들고 다른 목사가 축사하는 해괴한 장면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이자 수십만 신자를 두고 있는 세계 최대 교회인 여의도 순복음교회 목사의 발언이라고는 믿기 어렵다. 녹화 영상을 보니 이 목사가 일호의 망설임도 없이 단상에 나와 술술 토로한 내용이다. 그의 발언은 ‘그가 대표성을 가진 집단’에서 너무나 쉽게 유통되고 있는 정치의식의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여도 무방한 것이었다.
한국교회가 전광훈을 공인하고 그의 정치적 행보를 지지하는 것을 넘어 십자군 대열에 나서라는 소리였다. 과연 전광훈 측은 이 목사의 발언을 전광훈 지지선언인 것처럼 선전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비판의 소리가 나왔다. 이 목사의 발언은, 그가 속했던 교단에서 전광훈이 목사직을 박탈당했고, 일부 개신교에서는 그의 신성모독적인 발언을 이유로 이단적인 인물로 간주하고 있으며, 그의 극우적인 정치행보가 한국 교회에 대한 신뢰를 급격히 추락시켜왔다는 문제를 모른 척한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발언에 대한 비판이 크게 일자, 이번에는 구차하게 변명하기에 급급했다. 그는 “적절치 못했다” “부주의했다” “정치적 오해가 없길 바란다”라고 하면서 공인으로서 공적 석상에서 자신이 했던 발언에 대하여 책임을 지려 하기보다, 회피하고 변명하기에 급급했다. 그러나 아무리 부인하고 변명해도 그의 발언에 담긴 심각성까지 사라지지 않는다. 이 목사가 한국 사회를 바라보는 편향된 정치의식의 역기능이다. 그는 대한민국의 현재를 “이 땅에 주사파가 들끓고, 공산주의로 빨갛게 물들어가는 때”라고 진단하였다. 그리고 “주사파를 때려잡고 공산주의를 뿌리 뽑기 위한 사명”이 기독교 신자들에게 있으니 “공산당 마귀를 때려잡고 하늘의 역사를 이루어서 복음 통일을 이루자”라며 마치 십자군 동원령을 내리듯이 처방을 내놓았다.
이게 무슨 망발인가? 그의 횡설수설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거듭 “여러분, 지금 대한민국이 정신적으로 굉장히 좌파 주사파 사상에 의해서 많이 물들어 있고 좌경화되고 있습니다. 공산주의 주사파를 때려잡고 진정한 자유 통일을 이룰 수 있도록 영적 전쟁에 나서야” 한다는 선동을 더했다.
그가 사과하고 오해가 없기를 바란 것은 기독교의 기괴한 변종 전광훈을 지지했다는 사실에 대한 세간의 비난을 피하려는 의도로 읽히지만, 일단 내뱉은 발언으로 그의 현실인식은 전광훈 무리와 하등 다를 바가 없는 수준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 목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그의 발언은 일부 개신교 목사와 장로들이 가지고 있는, 뒤틀리고 왜곡된 정치의식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본다. 이들의 정신세계를 살펴보면 남한 사회에 대한 북한 공산주의 세력의 영향력을 과대평가하는 것을 지나쳐서 거의 공포 수준에 이르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동시에 우리 국민의 민주적 역량을 극도로 폄하하는 왜곡된 시각도 담겨 있다. 단순히 표현하자면, 북한 정권이 남한 사회를 향해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서 남한 사회 구성원들이 자유민주주의를 버리고 속수무책 공산주의 사상에 붉게 물들어가고 있다고 오늘의 대한민국을 진단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판단의 근거가 무엇일까?
그는 또한 대한민국 국민이 어리석기 짝이 없어서 북한과 같은 악성 세습 독재정권을 흠모하여 대거 추종하고 있다고 믿으면서, 기독교 신자들이 나서서 이 세력과 대척하여 내전(內戰)을 벌이는 십자군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 싸움의 선봉장이 전 씨이니 그를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현실 인식이나, 상황 분석이나, 도덕적 판단 능력의 수준이 조야하고 유치하기 짝이 없다. 도대체 그는 어떤 눈을 가졌기에 그의 눈에는 주사파가 보이고, 우리 사회가 공산주의로 발갛게 물들어가고 있는 것이 보인다는 말인가?
세계 최대 교회 목사의 조야한 인식 수준 ”때려잡자, 공산당!“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과연 북한은 그가 주장하듯 남한 사회에 강력한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그럴 능력이 있는가? 그리고 남한 사회는 그의 주장대로 적화되어 가고 있는가? 이 목사의 상황 판단은 도무지 상식적이지 않다. 몇 가지 사실만 합리적으로 생각해 보아도 그의 주장은 허황된 주장, 곧 허구라는 것이 드러난다.
첫째, 북한은 일당 독재 국가인데다 3대에 걸쳐 정권이 세습되고 있는 전대미문의 폐쇄 사회다. 반면 남한 사회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독재와 싸우며 피흘려온 사회다. 남한 사회는 부자간 목사직 세습조차 허락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하는 사회다. 민주사회 국민이 악성 독재 사회를 더 좋은 사회라고 여기고 있기 때문에 나라가 공산주의 사상으로 붉게 물들어가고 있다는 그의 주장은 진실한 판단이 아니다.
둘째, 북한은 세계에서 최극빈 사회 중의 하나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남북한 경제지표에 따르면 2021년 북한의 수출입 무역 총액은 7.1억 달러였다. 남한은 무려 1조 2594.9억 달러에 이르렀다. 경제력에 있어서 남한은 북한의 1774배에 이른다. 2022년 북한의 1인당 국민 소득은 142만 원, 남한은 4777만 원이다. 세계 나라들과 경쟁하여 이룬 세계 10위권 경제력을 가진 남한 사회 구성원들이 무슨 이유로 최극빈 북한 사회를 흠모하여 남한 사회를 공산주의로 물들이고 있다는 말인가? 해괴한 주장이 아닐 수 없다.
셋째, 2023년 세계 군사력 보고서에 의하면 준 군사비를 제외하고 남한은 군사비 440억 달러를 사용하는 나라로 군사력 세계 6위다. 반면, 북한은 군사비 발표도 제대로 내지 못하는 나라로서 국방력 세계 35위로 평가되고 있다. 세습독재, 극빈국, 국방 능력에 있어서도 상대가 안 되는 북한이 국방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개발한 것이 핵무기다. 핵무기를 가졌다고 북한 주민들이 잘살고, 자유를 얻고, 안전한가? 아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는 순간부터 북한 수뇌부는 우리 동맹의 잠정적인 핵 타격 대상이 되었다.
세계 최대의 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이 목사가 가진 분석 자료나 데이터는 도대체 어디서, 누구로부터 얻은 것일까? 존재하지도 않는 기괴한 종이호랑이 북한을 그려 놓고 신자들에게 공포와 더불어 살기 넘치는 증오와 전의(戰意)를 품게 만드는 이가 과연 이 시대의 진실한 목사인가? 이 목사의 주장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허구다. 그의 허구적 주장에 "아멘" 하며 화답하는 이들은 우민(愚民)이거나,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우리 사회의 혼란을 조장하려는 악의를 가진 무리라 할 수밖에 없다.
민주시민 음해하려는 마녀사냥의 그림자
윤석열 정권의 무능, 반민족, 반민주적 행태에 대하여 저항하고 비판하는 촛불시민, 노조, 대학의 지식인, 종교인을 망라한 민주시민들의 시국선언이 이어지는 이 시점에서 혹시 그가 언급하고 있는 주사파, 공산주의 세력이 바로 이 민주시민들을 지칭하여 그들을 공산주의자로 몰아 음해하기 위한 술수가 아닌가 하는 의혹이 든다. 생각만 해도, 중세의 성직자들이 무고한 여성들을 마녀로 몰아 장작더미 위에서 산 채로 불태워 죽였던 짓이 연상되어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만의 하나 사실이 그렇다면, 이 목사가 속한 기독교는 어느 틈에 이 땅의 민주세력을 음해하려는 반민주 집단으로 변종 퇴화한 것인가? 이런 의혹이 사실이라면 이 목사를 추종하는 기독교 집단이야말로 공산주의자들보다 더 무서운, 민주사회를 파괴하며 분열시키고 핍박하려는 악성 사교(邪敎)집단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의혹을 불러일으킨 이 목사와 그가 속한 순복음교회, 한국교회총연합회 측의 진지하고 정직한 해명이 있기를 바란다. 만일 우리 사회에 공산주의자가 있다면 금방 그 정체가 드러날 것이며 결코 지도자로 행세할 수도 없다. 하지만, 민주사회 그늘에서 독버섯처럼 퍼지는 사교 집단은 우리가 쉽게 판별해 내기 어렵다. 허구적인 주장을 일삼는 이영훈 목사는 대형교회 목사직도, 교단의 총회장, 더군다나 한국 교회 일각을 대표하는 대표회장이라는 거창한 종교 지도자 직함을 가질 자격이 없다. 이 땅의 민주주의와 동고동락 해 온 한국 교회는 이 목사의 허구적 주장에 휩쓸려 경거망동할 정도로 가볍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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