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칼럼은 강기석 에디터의 육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강기석 민들레 상임고문
강기석 민들레 상임고문

나는 최소한 윤석열 대통령보다는 영어를 잘한다고 생각하지만 위믹스니 에어드랍이니 FIU니 하는 소리들을 들으면 머리가 하얘진다. 영어가 아니라 무슨 암호 같다. 이번 ‘김남국 의원 사태’(틀림없이 언론은 그렇게 명명할 것이다)를 보면서 처음 접한 단어들인데, 설명을 들으면 알 것 같다가도 금방 또 잊어버린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런 단어들이 사용되는 코인머니 세계에 깜깜하기 때문이다.

코인머니가 다른 말로 가상화폐인가? 몇 년 전 가상화폐에 대해 설명을 들어 본 적은 있다.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에 대한 설명과 함께였다. 하지만 내가 그 원리를 이해하기란 근원적으로 불가능했고 그저 이 세계가 돈 놓고 돈 먹는 도박판 비슷한 것이고 일종의 다단계 같다는 인상만 남았다. 하지만 심하게 부정적인 생각은 갖지 않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버는 기회는 제한적이지만 누구나 뛰어들 수 있고, 따는 사람이 있으면 잃는 사람이 있으며, 따거나 잃거나 각자가 책임을 질 것이기 때문이다.

가상화폐 세계는 불법 여부가 문제의 핵심 아닌가

점잖은 사람이 할 건 아니라는 생각도 있었지만 2030 세대가 이 세계의 주역이라는 소리를 듣고 그 생각을 버렸다. 점잖음 여부가 아니라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모험심과 진취성이 시장 참여를 가름할 결정적 요인이라고 할 수도 있지 않겠나. 솔직히 나는 주식시장에서의 단기거래에 대해서도 약간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데 가상화폐 거래는 그보다 위험부담이 클지언정 그 원리가 크게 다를 건 없다고 생각한다. 정보가 정확하고 판단력이 빠른 사람은 따고, 정보는 없는데 팔랑귀에 욕심만 많은 사람은 잃는 것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문제는 불법 여부다. 잘못된 정보를 유통시키거나, 도이치 모터스 사건처럼 여럿이 거래를 조작해 사람들을 속이거나, 뇌물이나 불법자금을 주고받는 통로로 이용하면서 시장을 혼탁하게 만드는 경우다. 아무 가치도 없는 가상화폐-근본적으로 가상화폐 자체에 ‘가치’라는 것이 있는지 나는 아직도 도무지 이해 못 하겠다만-를 만들어 사람들을 현혹시킨 뒤 끌어모은 돈을 들고 해외 도주한 사기꾼들의 이야기도 들었다.

김남국 의원의 사연을 들어보니 아직까지 그의 가상화폐 거래에서 불법성이 드러난 것은 전혀 없는 모양이다. 그저 의혹뿐이다. 검찰이 이미 1년 전 수사에 착수했고 지난해 10월과 11월 이 혐의 관련 법원에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했는데 기각됐다는 것이 결정적이다. ‘영장 자판기’라는 비아냥을 살 정도로, 검찰이 건 범죄혐의에 늘 맞장구를 치는 법원이 오죽했으면 영장 청구를 기각했겠나. 당초 FIU에서 검찰에 신고한 것도 ‘이상거래’가 잡혀서가 아니라 일상적인 것이었다는 해명, 김 의원의 자산이 대선자금으로 흘러갔다는 의혹에 대해 그 기간 인출액이 고작 4백 몇십만 원이라는 해명, 가상화폐 소득에 대한 과세 유예법안 발의가 이해충돌이라는 주장에 대해 “주 투자계층인 2030세대를 위한 공약의 일환으로, 규정과 방법 등이 명확치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과세할 게 아니라 준비기간을 마련하자는 뜻이었다”는 해명도 크게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수사 없이 의혹만 부풀리는 검-언-국힘 3각동맹

또한 자신의 가상화폐 초기 투자금은 보유하고 있던 주식 매각대금 9억 8574만 원이었고, 한때 60억 원에 이르렀던 가상화폐 가치는 현재 9억 1000만원 수준이라는 것 등등 뇌물, 이해충돌, 불법로비, 불법 대선자금 등 그에게 쏟아지고 있는 모든 의혹에 대해서도 성실한 해명을 내놓았다. 그러자 김 의원이 상임위 회의 도중 가상화폐 거래를 했다는 국회의원 윤리와 품위 문제까지 제기됐다. 김 의원에 대해 제기된 모든 비난과 의혹들은 그것들이 아무리 터무니없고, 본 회의장에서 나체사진을 보거나(윤리) 셀프 세금 절감 법안 대표발의, 강남 재건축 특혜 3법, 가족회사에 대한 피감기관 공사 몰아주기 등등(이해충돌)에 비해 하찮은 것일지라도, 김 의원을 죽이고 (성공할 지는 모르겠지만) 민주당을 혼수상태로 만들 때까지 가열차게 진행될 것이다. 검찰-언론-국힘당의 막강한 3각동맹을 통해서다.

과연 김남국 의원이 나가 떨어졌다. 그가 나중 자신에게 들씌워진 혐의가 깨끗하게 해소될 경우 다시 복당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그 가능성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생명이 경각에 달린 것이다. 그는 누구보다도 개혁적이고 진보적이고 유능한 젊은 정치인인데도(혹은 그렇기 때문에) 이런 처지에 내몰렸다. 이어 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대한민국이 여러 측면서 위기이고 우리 국민들 삶이 매우 어려운 지경에 처한 것에 대해~” 민주당이 그 책임을 져야 하고 “하루 24시간 불철주야로 국민들 삶을 챙겼어야 할 선출직 공직자로서 (김남국 의원이) 책무를 충실히 다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무엇을 잘못한 것인지, 누가 더 잘못한 것인지를 따지기도 전에 ‘무조건 사과’인 것이다. 어디서 많이 봐 온 광경 아닌가.

그렇다. 한명숙 전 총리에서부터 출발해 안희정(도지사)-김경수(도지사)-조국(법무장관)-송영길 등 대선주자급 야당 정치인으로 이어지는, 한 전 총리 앞에 또 한 명의 도지사 이광재, 또 노회찬 곽노현 손혜원 윤미향으로 연결되는 민주진보진영 유력 정치인들이 겪은 검찰 잔혹사의 희생자 리스트인 것이다. 검찰이 표적 혹은 별건수사로 긁어모은 정보를 캐비닛에 보관하고 있다가 적절한 시점에 특정 언론에 풀어 전 언론을 취재 광풍으로 몰아넣고, 이 국면에서 이른바 진보언론까지 덩달아 뛰고, 이를 국힘당이 정치쟁점화해 다시 지속적으로 정쟁의 제물로 삼고, 드디어 민주당 내 비주류 의원들이 자당의 희생자를 내부 공격하는 패턴의 반복인 것이다.

검찰공화국 탄생 비사는 야당 정치인들 ‘검찰 잔혹사’

진보정권이냐 보수정권이냐 여부와 상관없이 검찰은 오랜 세월 이렇게 하나하나씩 ‘될 성 부른’, 혹은 상징성 있는 민주진보진영 정치인들을 제거해 왔다. 내가 검찰공화국 혹은 검사독재정권이 검사 직업을 가진 윤석열이란 한 자연인으로 인해 느닷없이 튀어나온 것이 아니라 아주 오래 전, 최소한 검찰 개혁을 기치로 내건 노무현 정권 들어서부터 그 기획이 시작됐다고 믿는 이유다. 민주진보정권을 방관하다간 조만간 검찰 기득권이 와해되겠다는 두려움이 그 배경이라고 보는 것이다. 지금까지 유일하게 살아남은 정치인이 이재명 대표와 추미애 전 법무장관 정도이며, 김남국 의원은 이 대표를 무너뜨리기 위한 또 하나의 장치로 선택된 것이다.

그러므로 김남국 의원의 경우는 척결해야 할 범죄나 비리도 아니고 비난받아 마땅한 부도덕도 아니다. 정치검찰과 수구언론이 합작한 정치공작으로 과도하게 부풀려졌을 뿐이라는 게 최소한 지금까지의 내 판단이다. 문제라고 한다면 그것은 오히려 보수의 부패에 눈 감는 지금의 검찰의 문제, 보수의 부패 열 개를 하나만 보도하거나 아예 보도하지 않으면서 진보의 부패(도 아닌 의혹이나 혐의) 하나를 열로 부풀려 보도하는 지금의 언론의 문제인 것이다. 보수는 유능해야 하고 진보는 무조건 깨끗해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명제의 또 다른 희생양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자본주의 원칙은 불법으로 벌어선 안 된다는 것이지 능력과 기회만 있으면 얼마든지 벌어도 좋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그 원칙에 충실했다가 덫에 걸려 부당한 공격을 받고 있을 뿐이다.

이 대목에서 문득 “정치란 총을 들지 않은 전쟁”이란 말이 생각나면서, 아주 오랜 옛날 초등학교 언저리 동무들과 어울려 뜻도 모르고 씩씩하게 부르던 군가 한 소절이 떠오른다. 검언정 수구 3각동맹의 정치공작에 속절없이 스러져간 야당 유력 정치인들의 얼굴과 함께다.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앞으로 ~ 앞으로~”

어렸을 때에야 적탄에 쓰러진 전우의 시체를 밟고 나아가서라도 승리를 쟁취하는 것이야말로 값지고 멋진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 그럭저럭 사리판단을 하게 된 이제는 그렇지 않다. 빼앗긴 고지를 탈환하기 위한 전투에서 일방적으로 화력이 우세한 적들이 쏘아대는 총탄에 희생자가 속출하는 것이야 어쩔 도리가 없다. 그때 무턱대고 전진하기보다는 우선 쓰러진 전우를 들쳐업고 안전한 곳으로 옮기는 것이야말로 최후의 승리를 담보할 수 있는 강한 군대의 모습 아닐까? 하물며 동지의 등 뒤에 대고 총을 쏘는 행위를 이기는 군대를 위한 혁신이라 치장할 수 있을까? 한두 번도 아니고 수십 번을 당하면서도 당할 때마다 늘 그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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