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포럼(WEF)이 주관한 1월 다보스포럼의 주제는 '파편화된 세계에서의 협력'(The Cooperation in Fragmented World)이었습니다. 그러나 실천에는 아무런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텅 빈 구호만 외치고 막을 내렸습니다.
문제는 세계를 파편화시킨 주역이 바로 전후의 국제질서를 설정하고 주도해 온 패권국가 자신이라는 사실입니다. 미합중국은 자신의 이익과 지위를 강화하고자 정치·군사적 동맹의 강화, 안보를 빙자한 경제동맹의 구축, 내전에 가까운 국내 상황에도 민주주의와 인권을 내세운 가치동맹 결속 등을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이렇듯 미국은 온갖 이름의 동맹을 동원하여 국제사회를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면서, 세계 각처에서 파열음과 대립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주목할 지역은 중동입니다. 서구 제국주의 강국들이 토후국 중심으로 종교 갈등을 겪던 중동 지역을 교과서적으로 분할통치를 해온 근세사 이래, 미국의 우방으로 영원할 듯했던 걸프연안국가(GCC)들은 그동안 안주해 왔던 화석에너지 자원의 시대가 지나가고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 문명이라는 미지의 세계가 앞에 펼쳐지자 이제 서방에 우방으로서의 시효가 다했음을 직감한 듯합니다. 세 번 연임에 성공한 시진핑의 중국을 미래 파트너로 덥석 잡은 것도 그래서일 것입니다.
중동의 미래 파트너로 부상한 시진핑의 중국
중국과 GCC 간에 나눈 내밀한 내용을 제대로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원유 수급의 지불수단을 달러에서 위안화 등 자국 통화로 바꿀 경우, 이는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위상에 타격을 줄 것입니다. 더구나 전통적 친미 국가였던 사우디아라비아가 BRICS 가입을 공식화했습니다. 이제 기구의 표기도 BRICSS'(또는 BRIC2S)로 바뀔 전망입니다.
더욱이 재등장한 극우 성향의 이스라엘 네타냐후가 친나치 집단의 마이단 쿠데타로 집권하여 미국의 허수아비로 변질된 우크라이나 현 정권을 거부하고 친러의 행보를 보이는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서방과 핵의 재협상에 실패한 이란은 이제 상하이협력기구(SCO)의 정식 회원국이 되었고 조만간 상임이사국의 지위를 획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동아시아 지역 역시 기존의 친미라는 일방적 흐름에 커다란 변화가 일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인도의 외교정책입니다. 자국의 이익만이 존재한다고나 할까요? 쿼드(QUAD)에 가입해 안보에선 미국과 협력하고, 중국과는 상하이협력기구를 통해 통상과 경제의 이익을 추구합니다. 다른 한편으론 우크라이나 상황을 역이용하여 러시아로부터 값싼 에너지를 수입하면서 7%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시현하고 있습니다. 이에 미국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간접적으로 싱크탱크들을 동원하여 모디 총리의 인도를 민주주의 위기의 국가라는 비난을 퍼붓고 있습니다.
아세안의 대표적 외교 전략가인 마부바니(K. Mahbubani)가 자신의 저작 '중국은 이겼는가'(Has China won)에서 예고하였듯, 21세기의 주역으로 등장하는 아세안 국가들은 팽창하는 중국의 굴기가 지역에 미치는 영향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과는 안보협력을 유지하고 강화하면서도, 번영과 발전을 담보하는 중국과의 경제협력 및 무역·통상은 양보할 수 없는 필수불가결한 조건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더구나 미국의 전직 하원의장이었던 펠로시가 누구에게도 이득이 없는 대만 공식방문을 강행하여 평지풍파를 일으키자, 아세안 국가들은 이제 지역 안보 불안의 요인이 중국의 팽창보다는 오히려 미국의 오기에서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불신을 지니고 있습니다.
아세안 국가들, 안보는 미국이고 경제는 중국
이들에겐 중국과 미국 간 양자택일을 강제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으로, 만약 미국 패권이 이를 강요한다면 중국으로 기울 것으로 전망됩니다. 또한 미국이 그토록 비난하였던 남중국해의 도서 영유권 문제와 이를 둘러싼 베트남 그리고 필리핀 간의 갈등도 최근에는 어업과 항해에 대한 행동지침(COC)에 합의하고 서명을 준비하는 등 공동수역의 자원을 함께 개발하는 데 동의하면서 급격히 화해와 협력의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더구나 보수당 시절 모리슨 총리가 일방적으로 코로나의 발원지가 우한 연구소라고 근거도 없는 발언을 외교무대에서 마구 떠벌리면서 중국과 통상을 중심으로 격한 대립을 보여왔던 호주도, 노동당이 새로이 집권하면서 그런 발언을 비공식적으로 사과하고 미·중 간에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면서 물밑작업을 통해 중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하고 있습니다.
좌파가 주도하는 중남미 지역의 핑크 물결은 마침내 룰라가 브라질 대통령으로 재차 당선되면서 일단 정점을 찍었습니다. 물론 패권의 뒷마당으로서 미국의 영향력은 여전하며 국가별로 내용이 매우 달라 섣부르게 전망하기에는 이른 듯합니다. 예컨대 전설적인 볼리바르 장군의 정신을 바탕으로 반제·반미 투쟁의 선봉에 굳건히 서 있는 볼리비아와 쿠바, 베네수엘라 같은 국가군이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미국의 자본력이 주류사회를 지배하면서 기득권과 우익세력이 여전히 국회를 장악하여 좌파 성향의 대통령을 견제하는 브라질과 칠레, 특히 최근 정쟁에 휘말린 페루 등이 존재합니다. 이들 가운데 중도좌파적 성격을 지니며 미국과 전통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천연자원과 축산물의 거대 시장인 중국과 통상과 경제협력을 꾸준히 모색하는 아르헨티나 등 다양한 성향들이 혼재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미국이 소집한 미주회의에 멕시코를 위시한 몇 개 주력 국가의 지도자들이 의도적으로 불참하면서 미국이 좌지우지하던 아메리카 시대의 종말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기축통화인 달러의 변덕과 횡포로 1980년대 이후 줄곧 고통을 받아왔던 중남미 국가들은 이제 중국과 교역에서 결제 수단으로 위안화 사용을 원칙적으로 합의하고 남미 지역국가 간의 거래에서 달러가 아닌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통화의 사용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중남미와 유럽에서도 탈미국 움직임 뚜렷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 패권에 볼모로 잡혀 있는 유럽연합(EU)의 강국들도 비슷한 사정입니다. EU의 양대 축인 프랑스와 독일은 오래전부터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라는 동맹체제에 회의를 느끼고 미국의 일방적 압력에 저항하면서 전략적인 독자성(strategic autonomy)이라는 기치를 내세워, 유럽독자(신속)군의 창설과 달러 패권에 대응하는 유로화 중심의 금융체계를 시도해 왔습니다. 물론 우크라이나의 전면적인 '내전'(혹은 대리전)으로 당장은 어쩔 수 없이 나토 중심의 강고한 안보 체제를 다시 구축하고 이에 협력을 다 하는 모양새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다시 유럽의 독자성을 회복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비록 외교상 비즈니스 방문이라는 형식을 취한 독일 슐츠 수상의 전격적 방중은 중국 굴기를 좌절시키고자 온갖 국력을 투입하는 바이든 행정부에 일대 타격을 가한 사건입니다. 실제로 전통적 산업에 강한 독일의 간판 기업들 중심으로 중국에 대한 투자가 더욱 확대되고 있으며, 중국 내 시장적 지위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포린어페어즈에 실린 슐츠의 칼럼 '글로벌 시대전환'(The Global Zeitenwende )은 "새로이 전개되는 다자·다극적인 상황에서 신냉전은 피해야 한다"는 저간의 고민을 잘 담고 있습니다.
이에 더해 바이든은 집권 이후 프랑스의 대통령 마크롱을 첫 번째 국빈으로 백악관에 초대하여 대서양 양안의 유대를 과시하려 했으나, 오히려 마크롱은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를 비난하며 인플레감축법(IRA)을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등 국제관례에 맞춰 개정하지 않으면, EU 역시 상응한 보호조치를 취하겠다고 공언하였으며 이에 따라 실제로 기후 문제를 내세우며 EU의 독자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마크롱의 방미 당시 프랑스 외교단의 공식 입장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미국의 주장처럼 세계는 '민주주의와 독재'로 나누어지지 않습니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접근 방식은 위험할 정도로 대결적입니다. 우크라이나 분쟁의 해결은 러시아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는 것이며, 일방적 제재는 정당하지 않습니다. 미국은 유럽에 무역전쟁을 일으키고 있으며, 나토는 유럽의 독자적 안보 전략에 반대하는 것을 중단해야 합니다".
서방의 주류 언론들이 지나치게 조작하여 보도하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결말이 어떻게 나타나던지, 혹은 미국이 중국의 굴기를 좌초 내지 지연시키며 자신의 패권적 위상을 당분간 유지하는데 성공하더라도, 이에 상관없이 이제 국제질서는 마치 겨울 가면 봄 오듯이, 패권적 단극체제에서 다자적 혹은 다자적 다극 체제로 전환되는 자연스러운 역사의 과정에 진입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전환의 과정은 순탄보다는 격랑과 혼돈, 어쩌면 우발적인 전쟁조차 예고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한편 이는 한반도에도 심각한 위기 상황을 초래할 수 있고, 역으로 민족 자주의 주도적 역량을 발휘할 새로운 기회로 다가올 수도 있는 가변적 역동의 조건입니다.
검찰집단이 격랑의 세계를 헤쳐 나갈 수 있나
국제질서의 흐름이 이럴 진데 과연 현재의 한반도는 어디를 향해 가고 있으며 무지하고도 무도한 검찰 집단인 윤석열 정권은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3.1절을 즈음하여 군국주의 부활을 꿈꾸는 일본을 향해 참으로 입에 담기도 민망한 수준의 굴욕적인 '계묘늑약'을 선언한 이들은 과연 누구를 위한 집단인가요?
위에서도 언급하였듯이 동맹은 동전의 양면처럼 패권 유지의 구실일 뿐이며 이는 미국의 자국 이익을 위한 수단일 따름입니다. 현재 대한민국 국민이면 모두가 일상으로 목격하듯이 무역적자가 눈덩이처럼 커져가고 조만간 밀어닥칠 거센 불황의 배경에는 한국의 주요 수출시장인 중국과 단절을 강요하는데 있습니다. 또한 국제적 관례와 WTO의 합의사항을 깡그리 무시하고 소위 인플레감축법과 반도체법(Chip & Science Act)을 도입하면서 한국에게 편입을 강제하는 미 패권의 압력이 작동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개방경제와 자유통상에 뿌리박은 한국의 산업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형국입니다. IMF 시기를 능가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입니다.
우크라이나 국가는 소멸의 위기에 처해 있는데 무기를 계속 대주며 전쟁의 지속과 국민의 희생을 강요하면서 젤렌스키를 미국 연방의회 연단에 불러 세워 준비된 각본에 따라 마치 처칠과 같은 전쟁영웅으로 둔갑시키는 기법이 바로 미 패권과 미국 주류사회의 무서운 꼼수입니다.
이제 4월 중순이면 윤석열 대통령을 백악관으로 초대하면서 과연 젤렌스키처럼 연방의회의 연단에 세울지는 미정이지만, 만일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청맹과니 윤 대통령은 미리 적어준 시나리오를 그대로 읽어 내리며 대한민국의 국가이익을 통째로 미국에 헌납하고, '미국이 세계의 구원자'라고 확신하는 *몽유병 환자 바이든에게 민족의 장래를 맡길 것으로 예상됩니다. (*몽유병 환자는 미국 내 반전평화 인사들이 자주 사용하는 표현입니다)
참담합니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반민주 반민족적인 검찰 파시즘을 격파하고 미 패권의 동맹이라는 함정과 굴레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당당한 주권국가로서 자신의 이해와 판단의 전망에 따라 국제적 상호주의에 입각해 행동하되 긴 호흡으로 민족 역사의 복원이라는 과제를 착실하게 실현해 나가는 것입니다. 비상한 시국입니다. 이에 3.1절을 맞이하여 비상시국회의 추진위원회가 주관하여 탑골공원 앞에서 낭독 선언한 대한민국 주권의 7가지 내용을 요약하여 글 마무리로 되풀이합니다.
1. 동북아의 몰아치는 전쟁위기에 대응하는 민족 평화의 주권,.
1. 무도한 법비 집단으로부터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국민 주권,.
1. 주류 언론들의 지록위마식 권언유착을 응징하는 언론 주권,
1. 통상과 금융의 위기 속에서 자기결정권을 강화하는 경제 주권,
1. 악질적인 윤석열 정권의 의도적인 탄압에 맞서 싸우는 노동 주권,
1. 고금리와 세계적 불황 및 일상의 불안에서 생업을 보호하는 민생 주권,
1. 생태의 파괴와 기후의 변화를 극복하는 지속과 회복을 향한 생명 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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