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 인상률 2.89%, 물가상승률 못 미쳐

윤석열 정부가 임명한 1/3 공익위원들 작품

노동현실 변했는데 40년 묵은 법은 거의 그대로

최저임금 결정 과정은 일종의 ‘전국민 임금교섭’

최저임금위원회 위원 임명 과정 대대적 개혁 필요

손정순 시화노동정책연구소 연구위원
손정순 시화노동정책연구소 연구위원

시화공단 노동자의 임금을 물어보면 가장 많이 듣는 대답이 “딱 최저 시급이오”다. 특히 사내하청·소사장 노동자, 일용파견 노동자, 이주노동자와 인터뷰할 때 임금을 물으면 백이면 백 모두 같은 대답이다. 임금은 노동조건에서 핵심이다. 고용관계란 일정 시간 동안 사용자의 노동력 처분권과 임금을 맞교환하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시화공단 노동자 전부는 아니지만 시화공단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최저임금이 곧 최고임금이다. 비단 시화공단 노동자뿐만 아니라 중장년 여성 노동자가 주로 취업하는 청소·미화직종 노동자, 고령의 남성 노동자가 취업하는 경비노동자, 그리고 편의점, 커피점, 피자점 등 프랜차이즈 사업체에서 판매, 서비스 노동을 하는 대부분의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은 최고임금이다. 최저임금이 올라야 월급이 오른다. 필자가 2024년 하반기(10월) 지역별 고용조사 자료에 기반해, 앞에서 얘기한 노동자 규모를 추정해 보면 최소 400여만 명에 이른다. 통계자료로 확인할 수 없는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까지 포함하면 이보다 더 많을 것이다.

2001년 이후 여섯 번째로 낮은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 2.89%

지난 7월 10일 심야에 2026년에 적용될 최저임금이 결정됐다. 1만 320원, 2025년도 최저임금액 1만 30원보다 2.89%, 290원이 올랐다. 최소 400만 명에 이르는 노동자의 시급액이 2.89% 오른 것이다. 주 40시간 근무한다고 치면 월급여로는 215만 6880원이다. 2025년 최저임금이 2024년보다 1.7%, 170원 오른 것에 비하면 인상률이 높아지고 금액이 더 커졌다는 점에 만족해야 할까? 2026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은 2001년 이후 여섯 번째로 낮은 인상률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32조에서 “국가는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제정된 최저임금법은 최저임금제의 목적을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여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법 1조)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금의 최저임금이 노동자의 생활안정을 보장한다면 인상률이 낮다고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시내 식당에서 김치찌개 한 그릇이 1만 원을 훌쩍 넘는 것에서 드러나듯이 물가가 최저임금보다 더 큰 폭으로 오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저임금이 노동자의 생활안정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코로나19 여파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2021년부터 2025년까지의 물가와 경제성장률, 최저임금 인상률을 보면 지난 5년여간 최저임금 인상률은 물가+경제성장률을 밑돌고 있다. 특히 2021년, 2022년과 2024년, 2025년은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물가를 감안하면 한국의 최저임금은 사실상 삭감되어 왔을 뿐만 아니라 경제성장, 즉 더 커진 부가가치 몫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10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인근에서 양대노총 관계자들이 최저임금 심의촉진구간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8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공익위원들이 '심의 촉진구간'으로 1만210원(1.8% 인상)∼1만440원(4.1% 인상) 사이를 제시했으며 내년도 최저임금은 10일 열리는 전원회의에서 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2025.7.10 연합뉴스
10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인근에서 양대노총 관계자들이 최저임금 심의촉진구간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8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공익위원들이 '심의 촉진구간'으로 1만210원(1.8% 인상)∼1만440원(4.1% 인상) 사이를 제시했으며 내년도 최저임금은 10일 열리는 전원회의에서 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2025.7.10 연합뉴스

노동자위원, 사용자위원 1/3씩, 나머지 1/3 공익위원은 윤석열 정부 임명

왜 그럴까? 최저임금법은 최저임금 결정을 위해 최저임금위원회를 구성하도록 되어 있다. 위원회 구성은 노동자를 대표하는 노동자위원 9인, 사용자를 대표하는 사용자위원 9인, 그리고 공익을 대표하는 공익위원 9인 등 총 27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최저임금액은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의 투표로 결정된다. 1997년과 2008년 경제위기, 코로나19 시기처럼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최저임금 결정도 임금 결정이기에 사용자위원은 동결을, 노동자위원은 인상을 요구한다. 노-사 간 의견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궁극적으로는 공익위원이 최저임금을 결정하게 된다. 문제는 공익위원의 성향이다. 현 최저임금위원회의 공익위원 모두 반노동 정책을 모토로 삼아 온 윤석열 정부가 임명한 위원이라는 점이다.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은 고용노동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기에 윤석열 정부의 반노동 정책 기조를 일정 정도 반영하는 공익위원이 임명될 수밖에 없었다. 실제 공익위원에는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려 했던 주 69시간 근로시간제도 개편안을 만든 ‘미래 노동시장 연구회’ 출신 교수가 다수 포진하고 있다. 공익위원 모두가 정부 편을 드는 것은 아니겠지만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 방향을 내면화한 공익위원 성향이 은연 중에 최저임금 결정에 반영된 것이다.

한국 최저임금제의 문제점은 또 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진행하는 실태조사에는 생계비, 임금실태와 더불어 최저임금 적용효과에 관한 실태조사가 있다. 최저임금 적용효과를 나타내는 지표가 바로 영향률과 미만률이다. 최저임금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노동자 비율이 영향률이며,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통계자료를 이용해 산출한 시급액이 최저임금 미만인 노동자 비율이 미만율이다. 최저임금위원회가 공개한 최저임금 영향률은 2019년 19.3%에서 2025년 2.8%로서 불과 6년 만에 무려 16.5%p나 감소했다. 최저임금 미만율의 경우도 2016년 7.3%에서 2023년 4.2%로 떨어졌다. 지표상으로만 보면 긍정적이다. 최저임금 영향률이 떨어졌다는 것은 최저임금에 영향을 받는 노동자 규모가 감소했음을, 즉 최저임금에 영향을 받지 않을 만큼 임금이 높아진 노동자가 많아졌다고 볼 수 있다. 미만율이 감소한 것도 수치 그대로 해석하자면 최저임금조차도 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감소했기에 나타난 결과로 볼 수 있다.

노동자 보호도 받지 못하는 수백 만 가짜 3.3 노동자들

하지만 이것이 전부일까? 최저임금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즉 노동자에게만 적용된다. 노동자가 아니라면 당연히 적용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세금을 3.3%(사업소득세)만 공제하는 가짜 3.3 노동자, 위장 자영업자는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기에 최저임금 적용 대상이 아니다.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겠지만 최저임금 영향률, 미만율 산출의 분모와 분자인 임금노동자 수에 산입되지 않는다. 2024년 5월 8일 자 경향신문 보도에 의하면 2022년 기준 국세청이 공개한 인적용역 사업소득세(3.3%) 원천징수 대상자 규모가 무려 847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모두 위장 자영업자는 아니겠지만 상당수는 노동자임에도 개인사업자로 위장된 노동자인 것은 분명하다. 필자가 있는 연구소가 경기도와 시흥시의 지원으로 2024년에 진행한 시흥시 프랜차이즈 단시간 노동자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조사 참여 단시간 노동자 1158명 중 무려 44.7%(518명)가 근로소득세를 공제하는 노동자가 아닌 가짜 3.3 노동자인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낮아지는 최저임금 영향률과 미만율은 노동자를 보호하지 못하는 노동법 사각지대가 광범위하게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오히려 더 정확한 해석일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을 얘기할 때마다 전가의 보도처럼 언급되는 주장이 있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최저임금에 영향을 받는 주변부·취약계층 노동자의 고용이 오히려 감소한다는 주장이다. 노동자를 위해 최저임금을 올렸는데 오히려 해고, 즉 고용이 구축(驅逐)된다는 주장이다.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감소한다’는 주류 경제학의 수요-공급 이론을 노동시장에 적용해 앵무새처럼 되풀이·강조하는 것이다. 소규모 사업주는 이에 기반해 최저임금 인상에 항상 반대해 왔다. 실제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을 감소시킨다는 실증 조사·연구 결과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즉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을 감소시키지 않는다는 실증 조사·연구 결과도 많다.

노동력은 상품도 아니고 기계도 아니다

무엇보다 주류 노동경제학 이론이 의도적으로 간과하는 게 있다. 노동시장은 다른 상품시장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점이다. 칼 폴라니(Polanyi, K.)는『거대한 전환』에서 ‘사탄의 맷돌’인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대표적인 허구적 상품(fictitious commodity)으로 노동력을 꼽았다. 상품이 될 수 없는 것임에도 일반적인 상품시장처럼 노동시장을 허구적으로 구성해 노동력, 즉 인간을 상품처럼 취급하고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노동력은 TV, 자동차, 핸드폰처럼 공급이 부족하다고 24시간 공장을 풀 가동해 생산할 수 있는 상품이 아니다. 그렇기에 이주노동을 도입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마찬가지로 노동력은 TV, 자동차, 핸드폰 수요가 폭증했다고 로봇처럼 24시간 가동할 수 있는 기계도 아니다. 근로기준법 등 노동법이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으며 대한민국 헌법이 최저임금제를 통해 적정임금을 보장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이유이다. 한마디로 노동시장은 겉보기에는 ‘시장’이지만 주류 경제학 이론이 상정하는 가격, 즉 임금 변동에 따른 수요-공급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금이 상승하면 노동력 수요는 감소하고 공급은 증가한다. 이후 시간이 지나면 공급이 감소해 균형(equilibrium)을 찾아가는 노동시장 행태는 노동력 공급 총량이 증감해 나타나는 결과가 아니라 노동력 이동에 따른 결과이다. 일자리를 찾아 다른 업종·직종, 지역으로 노동력이 이동하기에 나타나는 결과이다. 최저임금을 지역·업종별 차등 적용해야 한다는 사용자의 주장이 어불성설인 이유이다. 예를 들어 최저임금을 지역별로 차등 적용한다고 하자. 수도권은 지방보다 높은 최저임금을 설정할 것이다. 그렇다면 최저임금 영향률 범위에 있는 지방 노동자 중 일부는 수도권으로 이동할 것이다. ‘지방 소멸’이 사회적 이슈가 된 지금, 지역별 최저임금 차등제 도입은 지방 소멸을 넘어서 ‘지방 살해’ 수준의 결과를 낳을 것이다.

플랫폼 노동자 등 가짜 3.3 노동자에게도 최저임금 적용을

지금의 최저임금법은 1986년 12월에 제정되어 일부 조항의 수정을 제외하고는 큰 틀에서 변화 없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대대적인 손질이 불가피하다. 무엇보다 최저임금 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행 최저임금위원회 위원 임명을 국회의 동의를 얻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저임금 결정 과정은 광의의 임금교섭이다. 단순 개별 사업장이나 업종 차원의 임금교섭이 아닌, 2300만 전체 노동자의 임금 하한선을 규정하는, 일종의 ‘전국민 임금교섭’이다. 그만큼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에 국회의 동의를 얻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제도 개선이 힘들다면 최소한 누가 고용노동부 장관의 제청을 받았는지 제청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 현재는 대통령이 임명한 뒤에야 누가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이 되었는지 언론을 통해 알 수 있을 뿐이다. 이도저도 힘들다면 공익을 대표한다지만 사실상 정부를 대리하는 공익위원은 폐지하고 양대노총과 경총이 협의해 결정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정상(peak)조직 간 준(準)임금교섭을 하는 것이다.

가짜 3.3 노동자 문제 해결의 연장선상에서 도급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도 필요하다. 대부분의 도급노동자는 개수임금제(piece rate)로 일하는 3.3 노동자가 대부분이다. 최저임금법 5조는 “임금이 통상적으로 도급제나 그 밖에 이와 비슷한 형태로 정해져 있는 경우로서 제1항에 따라 최저임금액을 정하는 것이 적당하지 아니하다고 인정되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최저임금액을 따로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1986년 제정 당시부터 있던 조항이지만 40여 년 가까이 사문화된 조항이다. 지금이라도 도급제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함으로써 가짜 3.3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도록 해야 한다. 이는 변형된 가짜 3.3 노동자인 플랫폼 노동자에게도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기반으로 역할할 수 있다. 유럽연합(EU)은 2024년 3월 플랫폼 노동지침(Platform Work Directive)을 공표하면서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자 여부를 노동자가 아닌, 사용자가 증명하도록 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노동 공약에도 나온 ‘노동자 간주’ 제도와 동일한 형태로서 원칙적으로 플랫폼 노동자를 노동자로 간주하되 플랫폼 사업체가 노동자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도록 한 것이다. 그리고 노동자성이 인정된 플랫폼 노동자에게 2년 내에 최저임금제를 포함한 노동기준법을 적용하도록 회원국에게 권고하기도 했다.

 

10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인근에서 양대노총 관계자들이 최저임금 심의촉진구간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8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공익위원들이 '심의 촉진구간'으로 1만210원(1.8% 인상)∼1만440원(4.1% 인상) 사이를 제시했으며 내년도 최저임금은 10일 열리는 전원회의에서 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2025.7.10 연합뉴스
10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인근에서 양대노총 관계자들이 최저임금 심의촉진구간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8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공익위원들이 '심의 촉진구간'으로 1만210원(1.8% 인상)∼1만440원(4.1% 인상) 사이를 제시했으며 내년도 최저임금은 10일 열리는 전원회의에서 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2025.7.10 연합뉴스

한 시간 일하면 김치찌개 한 그릇은 먹을 수 있어야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제헌절이었던 지난 7월 17일, 87년 6월 시민항쟁의 결과로 탄생한 지금의 헌법을 개정할 필요성이 있음을 역설한 바 있다. 변화한 사회 현실을 반영함과 아울러 다시는 12.3 내란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그리고 시민의 기본적 사회권 확대를 위해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금의 헌법보다 1년 전에 제정된 최저임금법 또한 동일한 운명에 처해 있다. 변화한 노동현실과 노동기본권의 미래를 위해 몸에 맞지 않는 최저임금법을 대폭 수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 시간 일해도 김치찌개 한 그릇을 사 먹을 수 없는 최저임금 수준은 벗어나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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