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핑의 대가에게는 역 블러핑으로 맞서야 한다

백일 전 울산과학대 교수·경제학
백일 전 울산과학대 교수·경제학

7월 8일 트럼프 3차 관세 유예가 8월로 또 연기되었다. 세계가 트럼프 장난질에 놀아나는 셈이다. 협상이 생각만큼 안 되니, 동시다발적이고 일방적인 통보로 전략을 바꾼단다. 힘 있는 자의 특권이다. 그 첫 번째 통보 대상이 한국과 일본인 이유는 대 미국 흑자가 많고, 동북아시아에서 중국 북한 러시아에 대한 군사적 한 축으로서의 동맹국, 간단히 말해 가장 만만한 호구로 보기 때문일 것이다. 그 관세가 보편관세 10%이고, 자동차 상호관세 25%이며, 철강 품목별 상호관세 50%다. 한국이든 일본이든 이걸 부담한 자동차 가전 반도체 철강재의 미국수출이 가능할 리가 없다.

노련한 장사꾼 트럼프의 속내 알아내기

복잡할 것 없다. 미국은 자동차 등 주요 산업에서 경쟁국들을 줄 세우고, 고관세율을 획득하고 현지생산으로 돌린다는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트럼프 장난질의 속셈을 모르는 나라는 없다. 그래서 협상을 먼저 타결한 국가도 없다. 그럼 중국 영국 베트남 등 먼저 협상 타결한 3국은 뭘까. 중국은 미국에 자동차를 수출하지 않으며, 영국은 10만대까지 관세 10% 적용, 딱 합의 수준인 연 10만대가 대미 수출 한계인 미미한 수준, 베트남은 기술부족으로 (전기)자동차 판매가 실패한 경력, 즉 주요 자동차 제조수출국이 아니라는 공통점이다. 중국은 미국 의존도를 줄이고 딴 살림(BRICs)을 차릴 정도로 성장하였으며 베트남은 미국 대비 10배의 임금경쟁력으로 20% 관세를 지불하고도 가격경쟁력 있는 소비재 산업을 구축하여 이 수준을 감당할 여력이 있다.

들리는 통상 소식에 따르면 한국의 대미 협상카드는 특별한 전략은 없고 원하는 몇 가지를 내주는 대신 관대한 처분을 바라는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이런 소극적 처세술로는 대인관계에서 노련한 장사꾼인 트럼프의 덫에서 못 벗어날 가능성이 높다. 요점은 트럼프의 본질적인 속내를 알아내고 그를 압박하는 수단을 동원하는 일이다. 위대한 미국 재건(MAGA)이라는 명분 하에 전 세계를 대상으로 피해자 인양 위장하는 가면의 탈을 벗겨낼 전략적 관점의 큰 그림을 그리지 않으면 트럼프를 넘기 어렵다는 뜻이다.

한국은 대만처럼 알래스카 LNG 공사에 참여하고 관세를 깎아볼까 하는 요량을 내비치는 듯 하지만 이런 정도로 안 된다는 것을 단단히 전제해야 한다. 베트남이 소문과 달리 뒤통수를 맞고, 일본이 7차례 협상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더 높은 상호관세를 맞아 이시바 정권이 위태하다는 등, 트럼프 맘대로 협상이 진행 중인 판에 겁박 전문 트럼프를 뭘 믿고 그 비위맞추기에 매진한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미 백악관 대변인 캐롤라인 레빗이,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국의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낸, 상호관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의 보낸 편지를 들고 이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2025. 7. 7 AP 연합뉴스
미 백악관 대변인 캐롤라인 레빗이,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국의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낸, 상호관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의 보낸 편지를 들고 이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2025. 7. 7 AP 연합뉴스

한국은 임기 3년 반 남은 트럼프가 택한 첫 시범 케이스

상황을 객관해 보자면 트럼프가 아무리 으름짱을 놓아도 EU 캐나다 등 주요국들의 보복관세 상호관세 맞불은 불가피하다. 통상관례인 상호주의에 따른 맞대응 보복관세 없이 자동차, 철강의 25%, 50%가 만만하게 관철된다면 트럼프 이후 또 다른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를 부르짖는 누군가가 세계를 희롱할 소재가 잠재할 것이고, 급기야 피를 부르는 전면적 세계 무역전쟁이 촉발될 것이다. 브라질의 고군분투와 관계없이 나머지 각국의 각개격파 시나리오도 못 그릴 바는 아니지만 단언컨대 이 판은 너무 커서 전부 다 죽을 수가 없다. 트럼프 잔류 임기 이제 3년 반, 4번째 유예인데 5번째가 없으리란 법 없고 시간은 간다. 그 길목에서 트럼프는 만만한 호구의 시범 케이스로 한국과 일본을 첫 타자로 지목한 셈이다. 브라질이 아니고 한국이다. 여기가 본 게임의 시발점이다.

트럼프는 부동산재벌이고 장사꾼 출신이다. 그는 태생적으로 미국의 차세대 운명을 걸고 세계전을 치를 사명감으로 무장한 인물은 아니다. 관세폭탄 선언 후 유예가 벌써 네 번째고, 이란 폭격 다음 날 돌연 휴전한 사실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주가가 급등락하면 정보를 독점한 장사꾼에게는 한탕할 물 좋은 시장 여건이 조성된다. 그가 수백 억 달러를 벌어들였다는 소문을 지나가는 바람소리로 들어서는 안 된다. 이쯤 되면 미국 연준에 대한 금리인하 압박도 결국 미국증시에 대한 자극 소재의 발굴로 의심하게 된다. 만약 캐나다가 35% 관세폭탄을 힘없이 수용한다면 미국 증시는 당연히 폭등할 것이다. 그러나 이 관세를 수용하고 인상된 가격으로 미국에서 팔릴 캐나다산 자동차가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35% 50% 인상된 캐나다산 부품과 철강을 사용한 미국산 자동차가 캐나다에서 팔릴 이유도 없다. 양국은 장기적으로 비교열위로 서로 무너져 내릴 것은 꼭 전문가 아니라도 쉽게 그려지는 그림이다. 그때 즈음해서 임기가 만료된 트럼프가 두둑한 주머니를 두드리는 노회한 스크루지 영감처럼 사라진다면 그처럼 속쓰린 해프닝도 없을 것이다. 한 마디로 캐나다는 고민할지언정 물러서지 못한다.

 

미국에서 귀국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방미 결과에 관해 브리핑하고 있다. 2025.7.9 연합뉴스
미국에서 귀국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방미 결과에 관해 브리핑하고 있다. 2025.7.9 연합뉴스

물가 등 부작용 증거 차고 넘치는 트럼프의 관세 도발

트럼프는 자기 정책을 합리화하기 위해서 금리인하의 근거로 관세 폭탄에도 불구하고 물가지수의 안정화를 주장한다. 트럼프가 가상화폐 자산화를 지목하고 미국 연준에 대한 금리인하 압박, 관세유예를 반복하는 동안, 5년전 코로나 사태와 유사한 불황형 금융시장 활성화 현상(경기침체 금리인하 양적완화 금융호황)을 보는 듯한 증권시장 폭등이 재현된다. 그러나 세계를 상대로 한 트럼프 관세 꽃놀이 패는 오래가지 못할 운명이다. 실물경기가 형편없다. 그가 기대하던 낙관적 소식이 아니라 오히려 충격받는 조짐이 본격화되고 있다. 6월 달러 환율 10% 하락, 미국 GDP물가지수 3.8% 상승, 1분기 GDP성장율 –0.3% 등의 지표가 그것이다. 8년 전 트럼프 1기 때와 유사한 현상이다. 8월 이후 관세 폭탄이 실행되면 관세발 물가상승이 경기를 더 압박할 소지가 크다. 트럼프 관세 도발이 미국 증시를 일시적으로 달굴 수는 있어도 장기적으로 경기를 추락시킬 증거는 차고 넘친다.

트럼프가 이자율, 물가, 환율에 신경쓸 수 밖에 없는 한, 트럼프 공세는 말 그대로 블러핑(bluffing 엄포 허세)을 통한 시한부 장사속이 본질이라고 보아야 한다. 말이 좋아 블러핑이지 속패는 쭉정이를 든 콩닥콩닥 새가슴이다. 그러므로 트럼프가 왜 이런 행동을 반복하는지 눈치채고 다들 그냥 죽지 않는다는 강력한 신호로 분위기를 역전시키는 것이 요령이다. 3월의 USTR 무역장벽보고서(NTE)와 2017년 한미FTA 재협상시 주요 의제, 최근의 협상 테이블에서 흘러나오는 정보를 종합하면 한국에 대한 트럼프측 요구는 관세 부문 전품목 보편관세 10% + 자동차 등 품목별 상호관세 15% + 철강 등 특별품목 50%, 의약품 100%, 비관세 부문에서 알래스카 LNG 개발, 미국산 LNG 수입 증대, 방위비 분담(100억 달러 증액), GDP 대비 5% 방위비 증액 요구, 디지털 분야 플랫폼 차별 금지, 30개월 월령 쇠고기 수입 요구, 위생검역 락토파민 잔류물질해결(USMEF), 동물용 의약품 검출 수입제한 해제, 블루베리 사과 배 수입 허용 및 확대(NHC), 수입할당 TRQ 개선( 대두협회, 쌀협회), 감자 등 유전자조작 LMO MRL(농약잔류물질) 허용 절차 개선 등등 방대하게 구성된다.

트럼프 요구 다 들어주다가는 빈껍대기만 남는다

이걸 일일이 들어주다가는 광우병 쇠고기 파동 재현은 물론, 등골이 빠지고 허리가 휠 판이다. 솔직히 말해서 2025년 성장률이 1% 이하로 전망되고, 1/4분기 성장률이 –0.2%인 판에 그걸 허용할 여력이 없다. 5월 대미 자동차 수출은 전년 대비 27% 감소, 총수출 4.4% 감소이며, 8월 상호관세가 부과되면 원가 30% 인상 불가피, 출혈 수출로 버티거나, 급기야 대미 수출 2/3 감소까지 예상해야 한다. 국민적 실익이 트럼프 요구 동조로 실현될 거라고 믿기에는 상황이 정말 녹록치 않다. 트럼프는 조정할 생각도 없고, 나름 단호하다. 영국의 자동차 관세 10% 배당을 내심 생각한다면, 그들도 10만대 이상 자동차 수출 시 25%를 적용받으며, 연간 170만대를 수출하는 한국은 전혀 해당 사항 없다. 캐나다 EU 브라질 중국처럼 대항 상호관세를 준비하고 벼랑끝 전술이라도 각오하지 않으면, 협상에 임해봐야 별무소득, 결국 협상 결과와 상관없이 트럼프 통보대로 25%+α라는 성적표로 낙찰될 가능성이 크다.

울산의 현대차(전기차) 1공장이 가동 중지되고, 현대제철 당진, 포항공장이 폐쇄되었으며, 한국 제1 공업지대인 울산의 5월 부도율이 0.78, 전국 3위다. 미국 현지 자동차 공장 120만대로 증설되면 트럼프 관세를 회피했다고 좋아할 게 아니라 수출은 50만대, 1/3로 줄어들 것을 걱정해야 하며, 산업공동화가 심화될 것은 인지상정이다. 반도체 공장이 밀집된 평택 화성 이천도 삼성(텍사스 440억달러), SK(인디애나 38억 달러) 현지 투자 전환 여파를 피해갈 수 없으며, 철강 구리 50% 관세가 확장되면, 철강 연관 가전제품 또는 선박 원가 비중 30% 인상과 가격경쟁력 하락도 불가피하다.

 

2025년 7월 7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담 전경. 이날 회의는 트럼프가 브릭스 블록과 연대하는 국가들에게 10% 상호관세를 부과한다는 성명을 발표한 뒤 긴장이 높아지는 가운데 열렸다. epa 연합뉴스. 
2025년 7월 7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담 전경. 이날 회의는 트럼프가 브릭스 블록과 연대하는 국가들에게 10% 상호관세를 부과한다는 성명을 발표한 뒤 긴장이 높아지는 가운데 열렸다. epa 연합뉴스. 

상호주의가 원칙, 혼자 힘으로 안 되면 동병상련들끼리 뭉쳐야

처음부터 악의를 가진 장사꾼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협상할 필요는 없다. 상호이익의 거래 카드를 주고받지 않으면 협상은 진행되지 않는다. 도저히 받을 수 없다면 어르고 달래다가 때로는 판을 깨고 일어서는 것이 협상의 기본이다. 힘이 모자란다면 주변의 동병상련들과 협의하고 힘을 합치는 지혜가 필요하다. 통상의 기본 원칙은 상호주의다.

가능한 우선 협상카드는 한미FTA 폐기다. 트럼프가 한미FTA 상호주의 원칙을 먼저 폐기하였으므로 유명무실화된 한미FTA는 당연 폐기절차를 밟아야 할 것이다. 25% 운운하는 마당에 기껏 대미 자동차 관세 2.5% 깎겠다고 사서 그 고생을 했는지 의문이다. 미국의 대한 수출 자동차 관세 8%는 원상복귀, 상호주의에 의해 보편관세 10%+ β, 약 25% 정도 상호관세를 미국 측에 부과할 카드가 준비되어야 한다. 캐나다 35%, EU 30%의 보복관세, 멕시코 일본과 공동보조할 필요도 있다. 48%의 수입쇠고기 점유율인 미국산 쇠고기 관세 40% 원상 복귀, 대중국 수출 감소 대표 품목인 대두 및 사료 관세를 FTA 이전으로 복구하면, 트럼프는 당연히 미국 농축산계의 압박을 제법 심하게 받게 될 것이다.

트럼프의 최대 약점은 동맹국인 캐나다 일본 EU 등 NATO 혹은 G7을 무역 적대국으로 편성하여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는 것이다. 30-50% 관세 동병상련국들인 캐나다 멕시코 일본 EU 브라질 등에 관세 공동대응 의사를 타진할 특사라도 파견해서 의견을 수렴한다면, 트럼프는 중국 협상 때처럼 50% 100% 대응 관세 엄포를 취할지 모른다. 그러나 중국의 희토류만 트럼프의 목줄이 아니다. 이들 국가들은 미국에 자동차 철강 전자기기를 수출하지만 동시에 각종 중간재를 납품하는 미국의 주요 국제분업국들이다. 이 중간재 공급의 중단, 국제공급망으로부터 완전한 고립은 희토류 이상의 트럼프 목줄이다. 계기만 주어지면 그들은 협조할 가능성이 크다. 협상은 양자 간에서 다자 간으로 공동전선화하는 것이 최상이다.

공동전선 구축해 강경하게 기싸움 벌여야

상호주의에 따른 보복관세 수준을 미리 준비해서 보조를 맞출 수 있어야 한다. 동병상련 처지의 캐나다 EU 멕시코 브라질 일본과 협력하고자 의사타진할 수순 설계가 두렵다면 할 건 아무것도 없다. 무역전쟁도 전쟁이다. 때가 되면 돌파구가 필요하다. 트럼프 관세 대항 국제협력이란 국제교역의 기본 규칙, 상호 최혜국대우(MFN)의 질서 복구를 의미하기 때문에 대의명분이 충분하다. 트럼프와 회동부터가 아니라 동병상련국들의 의사타진과 공동보조 상황조성이 전략적으로 먼저 할 절차다. 길어봐야 3년 반이다. 블러핑은 기싸움 승부다. 엄포 대 엄포, 트럼프 엄포 전술에 대해서는 역 블러핑, 강경파 결집 소문만 돌아도 상황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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