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위헌 행위 꾸짖고 헌법원칙 설명

"중대한 법 위반해 윤석열 파면한 것" 명시

유려한 문장…중고교 학습교재로 쓸 정도

국민이 법관을 직접 통제 방법 고민할 때

조수진 변호사
조수진 변호사

“이에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합니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2025. 4. 4. 오전 11시 22분에 탄핵심판 선고 주문을 읽었습니다.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문은 법리적으로 탄탄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시민들의 저항과 대비하여 윤석열이 범한 위헌적 행위를 꾸짖으면서, 국회와 대통령의 관계는 어떠해야 하는지 헌법의 원칙들을 유려한 문장으로 쉽고 간명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중고등학교 학습교재로도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14쪽에 달하는 결정문을 요약해서 구석구석 톺아보려합니다.

결정문의 구조는 세 부분으로 나뉩니다. 첫 번째 부분은 탄핵심판이라는 재판을 열 수 있는가? 즉 본안 심사 없이 각하해야 하나 부분입니다. 두 번째는 위헌인가? 이 부분이 가장 깁니다. 그리고 세 번째는 중대한 위헌이라서 파면이라는 징계를 내려야 하나? 이 중 우선 각하하지 않는 이유 부분을 살펴보겠습니다.

극우 집회자들이 각하를 주장한 가장 큰 이유는 국회가 소추의결서에서는 ‘내란죄 등’이라고 썼었는데, 탄핵청구 이후에 내란죄를 빼고 ‘헌법위반 비상계엄선포’로 사유를 바꾸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국회본회의에서 204명의 국회의원이 찬성한 바로 그 소추사유가 아니기 때문에 본회의 통과 효력이 없어져서 각하해야 한다는 주장인데, 헌재는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기 때문에 적용법조문을 변경하는 정도로는 소추사유의 변경이 아니라고 못박았습니다.

 

4월 4일 공개된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파면 선고 결정문. 
4월 4일 공개된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파면 선고 결정문. 

두 번째 각하 주장, 계엄이 단시간에 해제되었고 이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아 아예 각하대상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해제가 되건 말건 간에 계엄으로 이 사건 탄핵사유는 이미 발생했기에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또 이 각하 부분에서, 왜 그동안 선고기일이 잡히지 않고 3월 한 달간을 더 끌었는지 짐작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시중 소문에 재판관들의 의견이 갈려 고착상태이기 때문에 다수인 5명이 위헌이라고 주장하지만 정작 인용에 필요한 6명은 안되다 보니, 위헌은 맞지만 탄핵은 안된다는 선고를 하는 꼴이 되어 헌재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는 설이 파다했는데 헛소문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정형식, 김복형, 조한창 재판관의 보충의견들이 등장합니다. 우선 국회 탄핵소추안이 2차례 발의된 것에 대해 정형식 재판관은 일사부재의 원칙위반일 수 있다는 보충의견을 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내부토론이 있었을 것이고 시간이 걸렸을 것입니다. 특히 김복형, 조한창 재판관은 전문법칙을 더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는 특이한 보충의견을 냈습니다.

전문법칙이란 법정에 직접 증인이 나오지 않고 그가 말한 것을 적은 서류만 내서 증거로 삼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한다는 형사재판의 원칙입니다. 만약 김복형, 조한창 재판관의 의견처럼 탄핵 심판에서 이 법칙을 더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이번 윤석열 재판에서 인정된 여러 가지 위헌사실을 인정하기 어려워졌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국회에 군인이 들어간 이유가 무엇이고, 누가 시켰는지에 대해 증인으로 나왔던 사람들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헌재는 수사기관에서 수집한 여러 증거들을 헌재 법정 증언에 더해서 사실을 인정했을 것인데, 수사기관의 증거는 전문증거라 못쓴다면 헌재 결정의 결론은 달라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미선, 김형두 재판관은 오히려 전문법칙 완화를 주장했다고 하니, 헌재 안에서는 그동안 곽종근 사령관의 “인원을 끌어내라”, 홍장원 차장의 “체포명단이 있었다”라는 내란의 증거를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해 치열한 내부 토론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웬만한 정도로 이런 중요 사건에 보충의견을 남기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4명이서 격한 토론을 했으니 이걸로 상당 시간을 썼을 것 같습니다. 극히 법 이론적인 추상적 다툼일 뿐입니다. 실물 세계에서는 무려 군대가 대한민국 국회에 들어가는 것을 생중계로 온 국민이 보았지요. 백가지 절차와 한가지의 진실 중 도대체 뭐가 중합니까? 대한민국 최고 재판관들이란 사람들이 이런 극세사 기술적인 논쟁을 하면서 국가 중대사에 시간을 끌었을 것이라 상상하니 진심으로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게다가 어느 순간부터 각하시키라는 주장이 극우 집회 전면에 등장했었는데 그걸 보면 헌재 내 평의 내용에 보안이 뚫렸었던 것으로 의심됩니다.

 

4일 오전 11부터 시작된 헌재의 윤석열 탄핵 결정문 발표 장면. MBC뉴스 유튜브 갈무리.
4일 오전 11부터 시작된 헌재의 윤석열 탄핵 결정문 발표 장면. MBC뉴스 유튜브 갈무리.

87년 헌법이 법관의 재판에는 아무도 관여할 수 없도록 구성된 것은 독재 군부정권이 법관의 팔을 비틀어 국민에 대한 사법살인, 누명판결을 저질러왔기 때문입니다. 2025년 지금은 선출되지 않은 법관이 국민의 뜻과 무관하게 정치를 좌지우지합니다. 이제 법관에 대해서도 국민의 직접 통제가 가능한 방법을 고민할 때가 되었습니다.

잠시 숨을 고르고 헌재 결정문의 두 번째 파트를 톺아보겠습니다. 본격적인 심사에 들어가서, 윤석열이 위헌적인 행위를 한 것이 사실인지 그래서 탄핵할 사유가 있는지 부분입니다.

국회의 소추 사유 다섯 가지는 ⓵ 12. 3. 계엄 선포가 헌법에 정한 전시사변에 준하는 상황에서 선포된 것인가와 절차적으로 국무회의 심의를 거친 것인가 ② 윤석열이 국회에 군경 투입을 지시한 것인가 ③ 포고령이 위헌인가 ④ 중앙선관위에 병력이 투입된 것이 위헌인가 ⑤ 체포명단 특히 법조인 위치 확인 시도한 부분이 사법권 독립 침해 등 위헌인가입니다. 다섯 가지 사유 모두에 대해 헌재는 그러한 행위를 윤석열이 지시한 것이 맞고, 그 지시는 위헌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윤석열이 주장한, 다수 야당이 이례적인 탄핵소추를 남발하고 일방적으로 입법권을 행사했으며 예산 삭감을 시도하는 전횡으로 국가 중대한 위기 상황이었다는 변명과 부정선거 의혹 제기에 대해 헌재는 이렇게 일갈합니다.

“피청구인이 주장하는 국회의 권한 행사로 인한 국정 마비 상태나 부정선거 의혹은 정치적, 제도적, 사법적 수단을 통하여 해결하여야 할 문제이지 병력을 동원하여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얼마나 듣고 싶었던 말인지, 이 상식적인 문장이 단비 같습니다. 속이 시원합니다.

결정문에는 앞으로 윤석열 내란죄 재판의 향방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피청구인은 국방부장관에게 국회에 군대를 투입할 것을 지시하였습니다”라는 부분과 “육군특수전사령관 등에게 의결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은 것 같으니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 등의 지시를 하였습니다”라는 부분입니다. 이 사실이 인정되면 내란죄 유죄를 피할 수가 없습니다. 헌법기관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것이 내란죄의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사실을 헌법재판소가 사실로 확인했으니, 앞으로 지귀연 판사의 재판부는 어떻게 판단할지 지켜보아야겠습니다.

국민들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을 인정한 부분도 있습니다. “피청구인은 이 사건 포고령을 통하여 국민의 정치적 기본권, 단체행동권, 직업의 자유 등을 침해했습니다”라고 명시했습니다.

 

헌재 재판관 8명의 모습. 헌법재판소 사진.
헌재 재판관 8명의 모습. 헌법재판소 사진.

이제 결정문의 후반부입니다. 윤석열의 헌법위반 행위가 파면할 정도로 중대한지를 살펴봅니다. 헌재는 “국회가 신속하게 비상계엄 해제요구 결의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시민들의 저항과 군경의 소극적인 임무 수행 덕분이었으므로 이는 피청구인의 법 위반에 대한 중대성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라고 합니다. 윤석열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던 말같잖은 변명을 꾸짖은 것입니다. 나아가 “피청구인과 국회 사이에 발생한 대립은 일방의 책임에 속한다고 보기 어렵고 민주주의 원리에 따라 해소되어야 할 정치의 문제입니다. 이에 관한 정치적 견해의 표명이나 공적 의사 결정은 헌법상 보장되는 민주주의와 조화될 수 있는 범위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라고 판단했습니다.

윤석열은 국회를 배제의 대상으로 삼았고, 국회에 대해 불만이 있었다면 지난번 22대 총선에서 이겨 여당이 국정 주도하게 해 달라고 국민들을 설득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고 헌법을 위반하여 계엄을 선포했기 때문에 국민 모두의 대통령으로서 사회 공동체를 통합시켜야 할 책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판시하였습니다. 결론은 윤석열은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반 행위를 하여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는 것으로 끝을 맺습니다.

파면의 효력은 즉시 발생합니다. 윤 대통령은 직위를 잃고 자연인이 되었습니다. 아니, 형사재판을 받고 있으니 피의자 신분이겠습니다. 이제 윤석열 씨의 운명은 내란죄 재판을 계속 받아야 할 뿐 아니라, 대통령의 직에 있었기 때문에 수사가 되지 않았던 채 상병 순직 사건에 대한 직권남용 행위, 명태균으로부터 여론조사를 뇌물로 받은 죄와 김영선 당내선거에 개입한 공직선거법위반 행위, 대선 때 김건희 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에 대해 모른다고 허위진술한 공직선거법위반 행위 등 여러 위법행위에 대해 수사를 받아 결정될 것입니다.

수사기관들이 앞다투어 체포영장을 청구할 수도 있겠습니다. 내란죄 관련 영장은 그 재판을 하는 지귀연 판사만이 발부할 수 있지만, 다른 혐의들은 수사기관 손에 사건이 있기 때문에 경찰, 검찰, 누구든 청구할 수 있고 다른 영장전담판사에게 배정될 것입니다. 곧 구속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진작에 이렇게 되었어야 합니다. 순리가 다시 돌아가고 있습니다. 윤석열이 12·3 비상계엄을 선포한 때로부터 122일 만입니다.

우리의 끊임없는 외침이 없었다면 결정문에 쓰인 이 모든 가치는 한낱 문자로 남았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이 역사적인 결정이 있기까지 광장에서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신 모든 시민들의 공로입니다. 깊은 감사와 경의를 표합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