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의혹의 대전제, “대규모 수익 보장된 사업”

초기 예상 수익 4000억~8000억 원, 실제와 비슷

2021년의 시각으로 2015년을 바라보는 오류

2019년 부동산 폭락, 대장동 아파트 미분양 속출

대장동 사업지구 전경(연합뉴스 자료사진)
대장동 사업지구 전경(연합뉴스 자료사진)

대장동 의혹의 대전제, “대규모 수익 보장된 사업”

1년 가까이 진행되고 있는 대장동 재판은 물론이고, 대선 판도를 완전히 뒤흔든 ‘대장동 의혹’의 대전제는 대장동 개발사업이 ‘성공’ 자체는 물론 ‘고수익’까지 보장되는 “땅짚고 헤엄치기” 사업이라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대장동 의혹이 불거진 후 거의 모든 언론은 대장동 사업에 대해 “땅짚고 헤엄치기”라는 표현을 앞세웠고, 심지어 2022년 1월 10일 대장동 재판 1차 공판에서 검찰은 모두진술을 통해 이 사업이 “땅짚고 헤엄치기 사업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경선 후보 시절 대장동 사업에 대해 “땅짚고 헤엄치기”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는 했다. 의혹이 최초로 제기된 무렵인 2021년 9월 14일 기자회견을 갖고 대장동 개발 사업에 대해 설명하면서 아래와 같이 말했다.

“결국 2010년 6월 LH는 공영개발을 포기했고, 이에 따라 민간개발업들이 민영개발을 통해 땅집고 헤엄치기 식으로 엄청난 이권을 차지하는 길이 열렸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모든 수익을 민간사업자가 가져가는 민영개발일 경우에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나 개발수익 중에서 상당 부분을 공공이 확정 이익으로 먼저 가져가는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이었던 2021년 10월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경기도 미분양 물량 변화 관련 자료를 들고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1.10.20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이었던 2021년 10월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경기도 미분양 물량 변화 관련 자료를 들고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1.10.20 (연합뉴스 자료사진)

초기 예상 수익 4000억~8000억 원, 실제와 비슷

2009년 이강길 씨세븐 대표 등이 대장동 민영개발을 추진하던 당시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과 함께 이 대표의 ‘자문단’으로 일한 적이 있는 감정평가사 민 모씨는 지난 11월 11일 51차 공판에 출석해 “초기 개발 당시 리스크는 예상하지 않았다”고 증언하면서도 “2010년 당시 대장동 개발사업 수익 규모를 정영학 회계사, 남욱 변호사와 함께 4000억~8000억 원 상당으로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순수하게 민간사업으로 개발할 때의 예상수익이 그렇다는 것이다.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성남시가 환수한 금액은 5503억원이다. 이 중에서 서판교터널 비용 등으로 환수한 1120억을 제외한 초기 확정수익이 4383억원이었다.

개발원가에서 여러 변수가 있지만 단순하게 민 씨 등이 예상했던 예상수익을 놓고 본다면 이 중 최저치인 4000억원의 수익을 올렸을 경우 성남시의 확정이익 4383억원을 지급하고 나면 민간사업자는 383억원의 손해를 보게 된다.

 

대장동 개발사업은 부동산 폭등기였던 2021년 9월 당시의 시각으로 보면 "땅짚고 헤엄치기"로 보일 수 있지만, 사업이 입안되고 추진되던 시기는 경기도 아파트 매매 상승률이 0%대에서 등락을 거듭하던 침체기였다.
대장동 개발사업은 부동산 폭등기였던 2021년 9월 당시의 시각으로 보면 "땅짚고 헤엄치기"로 보일 수 있지만, 사업이 입안되고 추진되던 시기는 경기도 아파트 매매 상승률이 0%대에서 등락을 거듭하던 침체기였다.

2021년의 시각으로 2015년을 바라보는 오류

1월 10일 1차 공판에서 검찰의 “땅짚고 헤엄치기” 주장에 대해 김만배 씨의 변호인은 “검찰 주장은 오늘을 기준으로 보면 결과적으로 (민간이) 더 큰 이익을 얻지 않았냐는 것인데 이것은 전형적인 사후 확증편향”이라며 “우리는 모두 지나간 일의 전문가다. (예를 들어) 어제 봤던 주식을 오늘 보면 ‘그럴 줄 알았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는 의혹이 불거지던 2021년 9월 당시 폭등의 절정을 달리던 부동산 시장을 기준으로 대장동 개발사업이 입안되던 2013년에서 분양이 본격화되던 2019~20년 시기의 시장 상황을 판단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대장동 민간사업자를 공모하던 2015년을 전후했던 시기는 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수년 간에 걸쳐 각종 규제를 해제하고 부동산 장려책을 펴며 “빚내서 집사라”고 했던 시기다.

그만큼 부동산 시장이 어려웠던 시기다. 의혹이 제기되던 시점에서 본다면 대규모 수익이 보장되는 사업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 당시는 손해를 보지는 않더라도 지금 얘기되는 ‘대규모 수익’을 장담할 수 없는 시기였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경기도지사였던 2021년 10월 20일 경기도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대장동사업이 계획되던 2013~2015년 당시 ‘경기도 미분양(공영+민영) 물량 변화’라는 제목을 패널을 제시하며 “당시는 전국적으로 미분양이 적체되고 있던 시기라서 리스크가 있었던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2019년 당시 대장판교 지구 미분양과 최근 분양 저조 사실을 보도한 기사들.
2019년 당시 대장판교 지구 미분양과 최근 분양 저조 사실을 보도한 기사들.

2019년 부동산 폭락, 대장동 아파트 미분양 속출

많은 사람들이 문재인 정부 기간 내내 부동산이 폭등했다고 생각하겠지만, 심각한 양상으로 폭등한 것은 코로나 발발로 기준금리를 0%대로 떨어뜨려 초저금리 시기를 열었던 2020년 이후이고, 그 직전이었던 2019년은 부동산 폭락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었다. 대장동의 아파트 분양이 시작된 것이 2018년 12월이었고 이 당시 미분양이 속출했었다. 박영수 특검의 딸이 특혜분양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아파트도 이 당시 발생했던 미분양 아파트 중 하나였다.

2019년 1월 분양을 시작한 ‘힐스테이트 판교 엘포레’는 무순위 청약까지 받아 ‘완판’에 이르는 데 꼬박 6개월이 걸렸다. 또한 부동산 침체기에 접어든 최근(11월)에 분양한 성남판교대장 A10블록 신혼희망타운 공공분양은 749가구 모집에 2667명이 신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평균 경쟁률은 3.6대 1에 머물렀다. 최근 전반적인 청약 경쟁률이 하락한 점을 고려하면 양호한 편이지만 그간의 공공분양 열기에 비하면 매우 저조한 성적이었다.

하나은행 콘소시움의 택지분양 수익은 4400억원으로 성남시가 환수한 5503억원에 못 미치는 것이었고, 화천대유가 아파트 분양 시행으로 대규모 수익을 올린 것은 부동산이 다시 폭등세를 타기 시작한 2020년 이후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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