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 혐의 핵심 '초과이익 환수 배제'

실무자 “초과이익 환수, ‘이의 제기’ 아니었다”

“7시간 만에 사라진 초과이익 환수 조항”

“추가이익 환수는 협약에 들어갈 수 없는 내용”

대장판교지구(연합뉴스 자료사진)
대장판교지구(연합뉴스 자료사진)

대장동 재판에서 가장 큰 쟁점은 “성남도시개발공사(이후 ‘공사’)가 여러 특혜로 민간에게 수익을 몰아주어 공사에 손해를 끼치게 했다”는 ‘배임’ 혐의이고, 그 중에서도 핵심은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었다. “사업이 기대보다 잘 될 경우 공사의 몫도 커지도록 해야 한다”는 실무자의 의견이 무시된 채 ‘확정 수익’만 환수하는 조건으로 사업이 진행됐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해 집중적으로 혐의를 제기했고, 재판에서도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한 쟁점으로 다뤄져 이 업무와 관련된 다수의 공사 직원들이 증인으로 출석해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그러나 검찰의 주장대로 유동규 전 본부장이나 정민용 변호사, 혹은 그 윗선에서 어떤 압력이나 강압이 있었다는 사실을 증언한 직원은 없었다.

그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초과이익 환수 부분은 공모지침을 작성하고 실시협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내부 논의’ 혹은 ‘의견 제시’ 수준”이었다.

대장동 사업 진행에 있어서 ‘초과이익 환수’ 부분이 제기된 것은 두 번이었다. 한 번은 2015년 2월 13일 ‘대장동 사업 공모지침서 공고’ 과정이었고, 또 한 번은 하나은행 콘소시움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뒤 2015년 5월 구체적인 사업협약이 체결될 때였다.

 

대장동 사업의 공사 측 이익 배분을 1차 1공단 공원조성비와 2차 임대주택용지 제공으로 한정한 대장동 사업 공모지침서
대장동 사업의 공사 측 이익 배분을 1차 1공단 공원조성비와 2차 임대주택용지 제공으로 한정한 대장동 사업 공모지침서

실무자 “초과이익 환수, ‘이의 제기’ 아니었다”

당시 공모지침서 초안을 수립한 것은 정민용 변호사가 소속된 전략사업실이었고, 초안을 바탕으로 최종적으로 공모지침서를 작성해 공고하는 것은 개발사업1팀의 업무였다. 이 당시 공고 업무를 담당했던 개발사업1팀의 주 모씨는 지난 5월 20일 열린 31차 공판에 출석해 당시 상황을 자세하게 증언했다.

주 씨는 검찰 신문에서 “공모지침서 공고 하루 전인 2015년 2월 12일 정민용 변호사가 작성한 공모지침서를 전달받아 검토했고, 확정 이익 방안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이의를 제기했다”고 증언했다. 당시 정 변호사는 한국경제조사연구원의 사업 타당성 평가보고서를 근거로 “확정 이익으로 임대아파트 부지를 받아오는 것이 공사에 손해가 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설명했다고 한다.

주 씨는 다시 “사업 수익이 기대치를 훨씬 상회할 경우 공사의 수익도 개선될 수 있는 여지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내용을 담은 검토 의견서를 작성해 정 변호사에게 전달했다. 그러나 다음 날 공모지침서 공고는 그대로 진행됐다.

주 씨의 이러한 증언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작성된 신문조서를 검사가 읽어주고 동의 여부를 묻는 신문방식에서 나온 증언이었다. 그러나 유 전 본부장 변호인이 반대신문을 통해 “검사님들이 이의제기라는 용어를 쓰시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냐”고 묻자 “이의 제기라는 것에는 동의하지 못한다”고 답변했다.

주 씨는 “(지침서에)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효율적인 지침서를 위해 제안했던 것”이라며 “공모지침서가 잘못됐으니 ‘이렇게 고치자’는 건 아니었고, 순수하게 감사원 감사를 대비해서 수정, 보완해야 할 내용 위주로 얘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신문 2021년 10월 6일 보도
한겨레신문 2021년 10월 6일 보도

“7시간 만에 사라진 초과이익 환수 조항”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에 따르면 사업실시협약을 앞둔 2015년 5월 27일 오전 10시 29분경 개발사업1팀은 전략사업실과 경영지원팀에 ‘사업협약 수정안 검토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그런데 7시간 만인 같은 날 오후 5시 31분경 ‘사업협약 재수정안 검토 요청’ 공문을 다시 발송했다. 그 사이 수정안에 포함됐던 “민간사업자가 제시하는 분양가를 상회해 생기는 추가이익금은 지분율에 따라 별도 배당한다”는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재수정안에서 빠졌다.

이것이 “‘7시간 만에 사라진’ 대장동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라고 대대적으로 보도됐던 그 내용이었다. 이와 관련해 3월 7일 진행된 12차 공판에 공사 직원 이모 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씨는 재판에 출석한 공사 직원 중 ‘추가이익 환수’와 관련하여 검찰의 주장에 가장 가깝운 입장을 가진 증인이었다. 그러나 이 씨 역시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빠진 경위는 자세히 모른다”는 입장이었다.

이 씨는 “당시 개발사업1팀 실무자들은 평당 택지 분양가가 향후 상승할 경우를 대비해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모았고, 이 문건에 담긴 인식을 구체화해 수정안에 담았다”면서 “이후 정민용 변호사와 협의한 김문기 팀장의 지시로 재수정안을 작성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성남도시개발공사는 2015년 2월 사업공모지침을 공고한 이후 사업자들의 질의에 대한 응답을 정리한 '질의답변서'를 작성해 공고했다. 이 답변서에서 "공사의 이익은 1차, 2차 이익배분에 한정한다"고 명시했다. (사진=민간사업자 공모 서면 질의답변서 해당 부분 편집)
성남도시개발공사는 2015년 2월 사업공모지침을 공고한 이후 사업자들의 질의에 대한 응답을 정리한 '질의답변서'를 작성해 공고했다. 이 답변서에서 "공사의 이익은 1차, 2차 이익배분에 한정한다"고 명시했다. (사진=민간사업자 공모 서면 질의답변서 해당 부분 편집)

“추가이익 환수는 사업협약에 들어갈 수 없는 내용”

이에 대해 피고인 측은 “이 씨 등 개발사업1팀 직원들이 사업협약 수정안에 포함시킨 초과이익 환수 조항은 애초에 들어갈 수 없는 조항이었다”고 주장했다. 사업협약 이전인 2015년 2월 작성 및 공고된 ‘민간사업자 공모 서면 질의 답변서’에 “공사의 이익은 제시한 1·2차 이익 배분에 한정한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김만배 씨 변호인은 “사업협약서 수정안의 ‘민간사업자가 제시하는 분양가를 상회해 생기는 추가이익금은 지분율에 따라 별도 배당한다’(초과이익 환수 조항)는 이에 반하지 않느냐”고 물었고, 정민용 변호사 측도 “사업협약서 수정안과 재수정안 검토 요청 공문이 전략사업팀에 보내진 건 말 그대로 의견을 구하는 차원”이라며 “의견을 낸다고 해도 결정해야 할 권한과 책임이 있는 부서는 개발사업1팀이 아니냐”고 물었다.

이 씨는 피고인 측 변호인들의 질문에 모두 수긍하면서 “정 변호사가 결재권자는 아니었고, 최종적으로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빼기로 결정한 것은 개발사업1팀의 결정이며, 민간업체 측에 수정안을 제시하면서 전략사업실의 의견을 묻는 절차도 맞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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