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는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집이다. 먹을 것을 나눠 먹고, 비바람을 함께 피하고, 아프면 서로 돌봐주고, 그리고 혼자라는 외로움을 갖지 않게 해주는, 더불어 사는 공간이다. 그런데 오늘날 대한민국에 함께 살아가는 집은 없다. ‘사회’가 없어졌다는 말이다. 노후 파산과 고독사는 일상화되었고, 심지어 취업의 벽과 강요된 고립으로 매년 수백 명의 청년들도 고독사 대열에 합류한 지 오래되었다. 사회로부터 고립감을 느끼고, 연결망이 끊어지고 유대감이 없어진 사회를 진정한 사회라 할 수 있는가.사회가 존재하기 위한 경제적 조건을, 보수주의의
(본 칼럼은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미국 재무부가 11월 7일(현지시간) 2023년 하반기 환율보고서를 발표하자 정부는 보도자료를, 그리고 정부 홍보지와 다를 바가 없는 대다수 언론은 앞다퉈 ‘(환율)관찰대상국에서 제외’라는 기사를 쏟아냈다. 그리고 중국, 독일,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대만, 베트남 등 관찰대상국으로 분류한 6개국을 소개하는 것도 빠뜨리지 않았다. 마치 6개국보다 우리나라가 나은(?) 국가라는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그런 용어가 존재하는지 모르겠지만) ‘자학적 쾌감’이라는 말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아래에
“한국은 경제성장률이 국제통화기금(IMF) 기준 올해 1.4%에서 내년 2.2%로 0.8%포인트 더 오르는 것 아닙니까? 왜 이 숫자는 안 보려고 합니까?” “IMF가 한국의 전망치를 2.4%에서 2.2%로 낮췄지만, 웬만큼 규모 있는 국가에서 2%대 초반은 없다. 주요국 전망치를 보면 우리보다 잘 나가는 국가가 거의 없다.”97년 외환위기 당시 그 해 가을까지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은 아무 문제가 없다던 공직자의 기만을 떠올리게 한다. 사실 펀더멘털은 그때보다 더 좋지 않다. 그런데 어떻게 삶을 살았기에 한 나라 경제정책을 책임지는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윤석열 정권의 특성은 노골적으로 국가기구를 사유물이라고 생각하는 검찰공화국이라는 점이다. 검찰공화국은 (인사권을 가지고 간접적으로 공적 권한을 사유화한) 과거의 독재 권력과 달리 “짐이 곧 국가”라는 절대권력 사고에 기초한다. 이러한 사고는 검사 개인을 국가기구인 검찰조직과 동일시하며 검찰 권한을 사실상 사유물로 생각해온 연장선이다. 따라서 (자연인과 분리한) 법의 지배가 아니라 (자연인의 이익 실현을 위해 도구가 된) 법을 이용해 지배하는 검찰공화국은 필연적으로 국가의 근간을 파괴할 수밖
(본 칼럼은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이재명 대표가 목숨을 던지며 단식을 이어온 이유는 단순히 윤석열 정권의 검찰독재에 대한 저항과 위기의 민주주의를 구하려는 차원을 넘어 국민을 실망시키는 민주당 정치인들을 대신해 국민에게 사죄의 의미를 담고 있다. 다시 말해, 국민에게 사랑받는 민주당으로 다시 태어나달라고 민주당 정치인들에게 목숨을 던져 호소하고 경고한 것이다. 윤석열 정권과 정치검찰의 ‘심리적 2중대’ 역할을 해왔던 저들이 국민과 자당 대표의 등에 칼을 꽂은 ‘9.21 민주당 반란’으로 목적을 달성했다고 생각하는 민주당원은
(본 칼럼은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한국경제의 일본화 가능성은 오래전부터 우리 사회에 회자하는 담론이다. 경제지표와 사회구조 등을 보면 '일본화'는 상당히 설득력을 갖는다. 아니 이미 '일본화'가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먼저 대중이 기억할만한 세 가지 이야기로 시작하자.첫 번째 이야기. "일본 산업은 혁신을 하지 못했습니다. 일본 산업은 미래를 위한 새로운 먹거리를 창조하는 데 있어 10년을 잃었습니다. (…) 이제는 제조업이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아요. 새로운 산업이 중요한데요, 일본뿐 아니라 한국도 이런
"경제학 교수가 왜 정치 얘기를 하냐"는 소리를 늘 듣는다. 그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대한민국 교육이 얼마나 심각하게 잘못됐는지를 느끼고, 30년 이상 교육에 종사한 사람의 하나로서 큰 책임감을 느낀다. 그런데 일반인이나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경제 얘기를 하면 "왜 (자신의 전공도 아니면서) 경제 얘기하냐"는 말을 하지 않는다. 정치 얘기를 금기시하고, 혹은 정치 얘기는 순수하지(?) 않은 의도를 가진 것으로 여기는 풍조가 의외로 많이 퍼져 있다. 과거 칼럼에서 지적한 얘기를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 (대학 신입생들이 기본 교육이
"이 무식한 3류 바보들을 데려다가 정치를 해서 나라 경제 망쳐 놓고, 외교 안보 전부 망쳐 놓고… 제가 이런 사람하고, 국민 여러분 보는 데서 뭐 토론을 해야 되겠습니까. 어이가 없습니다. 정말 같잖습니다."2021년 12월 29일 대구·경북지역 유세에서 이재명 후보의 토론 요구에 대한 윤석열 후보의 답이었다. 또 윤석열 후보는 이 발언 약 한 달 전인 2021년 11월 22일 '제20대 대통령 후보 국가 미래 비전 발표회'에서 자신은 "최고 인재들에게 권한을 위임해 일을 맡기겠다"는 국정 운영 방침을 밝혔다. 윤석열 정권이 집권
(본 칼럼은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한국은행의 2분기 성장률(속보치)에서 우리 사회 특권층은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결과적으로) 자신들의 속살을 보여주었다. 성장률은 소비와 투자 그리고 (수출과 수입으로 구성하는) 무역의 세 부문으로 구성된다. 그리고 다시 소비와 투자는 민간 부문과 정부 부문으로 나누어진다. 윤석열 정권 1년 만의 경제 성적표는 한국은행이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지난 60년 넘는 기간 중 최악이었다. 올해 2분기는 소비와 투자와 무역, 그리고 이를 다시 민간과 정부 부문으로 살펴볼 때 모든 항목이 마이너
I. 사람들의 착각4.16 세월호 참사, 10.29 이태원 참사나 7.16 오송 참사 등을 겪을 때마다 사람들은 "정부는 존재하는가" "국가는 존재하는가"를 묻곤 한다. 최근의 오송 참사를 '관재'로 부르는 것도 '정부 부재'론의 연장선에 있는 용어에 불과하다. 참 순진한 얘기이다.II. 정부란, 국가란 무엇인가장황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사실을 모르는 분들을 위해 다시 한번 정리한다.1. 인간은 정부를 왜 만들었는가정부와 국가의 존재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명제에서 기원한다. 여러 번 말했듯이, 인간은 생존에 유리하기에 '사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기재부가 7월호를 발간했다. 참고로 7월호는 5월까지 재정 내용을 담고 있다. 주요 내용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5월까지 국세 수입 전년 대비 37조 원이 감소하였고. 이를 지출 축소로 대응한 결과 예산 지출 12.7조 원 축소를 포함 총지출을 55.1조 원이나 축소하였다. 55.1조 원은 올해 예정한 5개월 간 총지출의 약 21%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이 정도를 줄여도 될 지출이라면 예산 편성 자체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고. 억지로 줄였다면 그 피해는 누가 볼 것인가.문
‘사회 몫’ 독차지해 신분 세습사회 노리는 극우세력근대를 전근대와 구분하는 기준 중 하나가 사람이 수단이 아닌 목적 그 자체로 인정받은, 즉 인간 존엄(Menshenwürde; 칸트, 윤리형이상학정초)의 인정일 것이다. 이 가치를 인정한 정치질서가 민주주의이다. 그런데 민주주의는 인간 존엄과 더불어 자유와 평등 역시 추구할 주요 가치로 설정하고 있다. 힘만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지배자는 피지배자를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취급하였다. 경제외적 강제와 경제적 강제로 힘을 구분할 때 전통 시대는 전자가 후자를 결정하는 시대였다. 반면, 근대
대학의 한 학기가 사실상 끝나가고 있다. 내가 속한 대학은 학생들의 최대 관심사(?)인 학점 처리만 남겨두고 있다. 이번 학기는 코로나 팬더믹 이후 오랜만에 본격적인 대면수업을 완전히 복원한 학기였을 뿐 아니라 대학 선생 짓을 얼마 남겨놓지 않았기에 특별한 감정(?)을 갖고 시작하였다. 한 학기 동안 내 자신의 모습을 반추해본다.1. 인공지능 세대에게 꼰대로 보이는 인터넷 세대대학 선생 짓을 하는 나에게 학생은 존재 이유다. 그래서 학생들을 이해하고, 학생들에게 '좋은'(?) 선생이 되려고 나름 노력해왔다. 학생을 이해하는 작은 버
(본 칼럼은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요즘도 순수한(?) 깡패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예전 깡패들은 자신이 양아치로 불리는 것을 아주 불쾌해했다. 예전 깡패들은 힘을 이용해 약한 사람들을 괴롭히지 않는다는 자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은 의리를 목숨 이상으로 중요시했다. 그래서 일부 깡패들은 사람들로부터 협객이라 불리기도 했다. 반면 양아치는 힘 있는 존재에게 비굴하고 힘없는 사람을 갈취한다.이처럼 깡패와 양아치의 가장 중요한 차이는 인간의 본성 중 하나인 수오지심(羞惡之心)의 유무에 있다. 즉 전자는 그래도 사람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많은 국민이 너무 힘들어하고 있다. 민주주의 실종, 국가의 대외적 이미지 추락, 경제와 민생의 붕괴 … 지난 1년간 우리가 겪은 것을 나열하는 것 자체가 고문받는 느낌이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와 국가를 이렇게 만들어놓고 여전히 전 정권 타령하고, 비판에는 귀를 닫는다. 그래서 이 정권이 가장 중요시하는 성장률에 대한 국제 비교를 소개한다. 성장률만 보면 전 정권에서 1등을 했고, 현 정권에서는 꼴찌를 하고 있다. 특히 (특수한 상황이었던) 외환위기 당시를 제외하고 한 번도 뒤처진 적이 없던
대학선생 생활 30년 넘게 하는 동안 요즘처럼 수치감과 자괴감이 자주 든 때도 없었다. 두 가지만 소개한다. 첫 번째 수치심과 자괴감을 안겨준 것은 지난달 26일 윤석열-바이든 공동기자회견에서 미국 코트니 기자의 (백악관 홈페이지에 걸려 있는) 질문이었다. “바이든, 당신의 최우선 경제 과제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미국 국내 제조업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당신이 내세우는 규칙, 다시 말하면 중국에서 (반도체) 칩 제조를 확대하는 것에 대한 미국의 반대가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
(본 칼럼은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자신은 다른 국가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는 대신 자신은 주변국에 영향을 행사할 수 있는 나라를 강대국이라 한다. 강대국은 자신의 주변국 정보, 특히 주변국 경제와 안보의 치명적 약점을 파악하고 있다. 주지하듯이 한반도와 한국은 이른바 경제와 군사에서 근육질을 자랑하는 이른바 강대국에 둘러싸여 있다. 미・중・러・일은 한국의 급소를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 특권층이 미국(이나 일본)에 대해 갖는 사대주의 세계관을 현실주의로 포장하는 이유도 그들이 우리의 급소를 공격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시작한 3월 은행 위기가 외형상으론 해결된 듯 보이는데 금융 전문가, 특히 월가의 베테랑들은 “실리콘밸리은행의 실패는 은행 위기의 끝이 아니라 시작에 불과하다. 은행 위기는 결코 끝난 것이 아니라 파장이 향후 수년 간 계속될 것이다. 은행 위기가 우려스러운 것은 미국 은행산업의 불확실성, 즉 미국 은행시스템의 위기이기 때문”이라는 경고를 계속하고 있다. 미국 주요 은행들의 주가가 계속 하락하는 이유이다. 3월 3일부터 4월 6일까지 골드만삭스 9.7%, JP모건 11.3%, 시티 12.4%, 모건 스
윤석열 대통령의 대일 외교 참상은 다음 한 문장으로 압축된다. 피해자는 가해자의 마음을 열었다는데, 가해자는 여전히 피해자에게 (다케시마 불법 점거부터 위안부나 징용공 문제까지 다수의 문제에 대해) 사죄하란다. 이런 결과에 대해 많은 국민이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 특권층의 성격을 이해하면 윤석열 외교가 그런 결과를 빚은 것이 쉽게 이해된다.어느 시대,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정도의 차이가 존재하지만) 힘과 돈을 ‘숭배’하는 사람이 존재한다. 이러한 성향의 가장 밑바닥에는 생존 욕구가 존재한다. 생존에 대
나라가 가난해지고 백성(의 삶)이 고달파지는 현상은 아주 오랜 옛날부터 시대 말기의 공통 현상이다. 시대 말기의 이런 현상은 경제력 집중과 공적 자원의 사유화, 그리고 신분 세습의 공고화 등과 맞물려 있었다. 최근 시중에 흘러다니는, 주요 공직에 진출한 검찰 출신 명단을 보면 돈과 정보와 인사 등을 검찰 출신이 장악하였음이 쉽게 확인된다. 마지막 남은 영역이 국회일 것이다. 용산이 당권의 향배를 좌우할 여당 전당대회에 불법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노골적으로 개입한 이유이다. 인간 백정을 자처하며 미친 칼질을 하는 검찰, 그리고 썩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