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불출석 할 경우 구인장까지 발부할 것”

바쁜 사람 불러놓고 공판 진행도 원만하지 못해

오후엔 유동규 코로나 증상 호소 5분 만에 파행

오전 내내 정진상→유동규 반대 신문만 주구장창

이재명 “검찰이 손발 묶어…정치하고 있다 생각”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성남FC 뇌물'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4.3.26.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성남FC 뇌물'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4.3.26. 연합뉴스

[기사보강 : 오후 9시 40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인천 계양을)가 4·10총선을 하루 앞둔 다음 달 9일까지 재판을 받게 됐다. 제1야당 대표가 선거 전날까지 재판에 불려다니는 초유의 일이 현실화했다. 26일 열린 재판도 이 대표에 대한 신문이 아닌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 쪽의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 대한 반대 신문만 있었고, 그마저도 유 전 본부장 쪽 요청으로 오후 공판은 5분 만에 끝났다. 중요 선거를 앞두고 증인신문도 없는 야당 대표를 법원 ‘포토 라인’에 세우는 게 타당한지 의문이다. 정치 중립뿐 아니라 형평성, 국민 참정권 침해 문제도 제기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는 이날 대장동·성남FC·백현동 사건 재판 기일을 오는 29일, 다음 달 2일, 9일로 지정했다. 공식선거 운동 기간은 오는 28일부터다. 13일간의 선거운동기간 중 3일(전체 기간의 23%)을 법원에 발목 잡히는 셈이다. 이에 이 대표 쪽은 재판부에 “국민의힘 나경원 후보(서울 동작을)도 선거 기간을 빼고 (공판)기일이 지정되는 것으로 안다”며 “그런데 지금 이재명 피고인은 본인의 후보자 지위뿐 아니라 당대표 지위에서 활동이 있는데 선거 직전까지 기일을 잡는 건 너무나 가혹하고 모양새도 좋지 않다”고 했다.

실제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실·여당 인사 관련 재판은 줄줄이 연기되고 있다. 이 대표 쪽이 언급한 나경원 후보는 지난 2020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당시 국회법 위반으로 기소돼 아직까지 재판을 받고 있지만, 국회의원이 아님에도 법원에서 일정을 조율해준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정진석 후보(충남 공주·부여·청양)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2심 재판을 받고 있지만, 재판부가 공판일을 총선 뒤인 5월 초순으로 미뤘다. 또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련 재판의 경우, 4월 하순으로 연기했다. 재판부 운영의 형평성에 의문에 제기되는 이유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이재명) 측은 충분히 그리 생각 가능하지만, 그렇게 생각 안 하는 분이 있어 재판부에서 피고인 측 정치일정을 고려해서 재판기일을 조정해주면 특혜라는 말 나올 것”이라며 “(일정을) 맞출지 안 맞출지 강요하는 것은 아니지만, 불출석할 경우 전에 말씀드린 대로 구인장까지 발부는 하겠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이에 함께 기소된 정진상 전 실장의 법률대리인인 조상호 변호사가 “선거운동 기간에 후보자를 불러 재판하는 것은 처음 본다”며 “정당하게 재판 지휘가 이뤄지는지 심각하게 의문을 표시하고 싶다. 이 부분을 조서에 기록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대표도 재판부에 출석 문제를 제기했다. 오전 10시 20분쯤 법원에 온 이 대표는 재판 시작 직후 “검찰 입장이 이해 안 된다. 저의 반대신문은 사실 끝났고, 정 전 실장의 반대신문만 있는데 제가 없더라도 재판 진행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 그런 점을 생각해달라”고 했다. 또 재판부가 코로나19에 감염된 유 전 본부장의 화상신문을 제안한 데 대해서도 “코로나 환자와 한 공간 안에 있지 않는 것도 시민의 권리인데 굳이 그렇게까지 (재판을) 해야 하는지 생각이 든다”며 “증인과 같은 자리에서 얼굴 보며 대면하는 것도 권리이지만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위례신도시 특혜 의혹 사건 첫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3.10.6.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위례신도시 특혜 의혹 사건 첫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3.10.6. 연합뉴스

재판장은 이 대표의 요청에 “절차는 제가 정해서 진행하고 있다. (이재명) 피고인에 대해 변론 분리를 왜 안 하는지는 (이미) 설명드렸다”고 말하며, 이 대표의 주장을 사실상 수용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계속 발생한다”며 “이재명 피고인이 안 나오면 증인(유동규)이 증언을 안한다고 하는 것도 이해가 잘 안 간다”고 지적했다.

이날 오전 10시 30분쯤부터 시작한 재판은 이 대표의 발언대로 정 전 실장 쪽의 유 전 본부장 반대 신문만 이뤄졌으며, 이전 공판에서 신문을 마친 이 대표는 재판 시작 직후 자신의 출석과 코로나19에 감염된 유 전 본부장의 화상신문 여부에 대해 의견을 제시했을 뿐 사실상 자리를 지키고 앉아있었다. 심지어 오후 공판은 유 전 본부장이 “열이 올라서, 이번 주 금요일도 (재판을) 해야 하니까 무리하면 안 좋을 거 같다”고 호소해 시작한 지 5분 만에 끝나는 파행을 빚었다. 이처럼 진행도 원만하지 않은 데 무리해서 총선 전날까지 공판을 강행하는 이유를 납득하긴 어려워 보인다.

법조계에선 보수 성향의 조희대 대법원장 영향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해 12월 취임 후 첫 일성으로 “국민들이 지금 법원에 절실하게 바라는 목소리를 헤아려 볼 때 재판 지연 문제를 해소해 분쟁이 신속하게 해결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한 바 있다. 특히 조 대법관 취임 이후 여권 인사의 재판 지연에 관대한 법원 운영이 이뤄지면서, 이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등 야권 인사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선거기간 재판 강행에 대해 조서 기록을 요청한 조상호 변호사는 통화에서 “선거 기간 중에 후보자를 소환해서 불러서 반드시 재판을 열어야겠다는 사례를 본 적이 없다”면서 “선거운동 기간인 13일 안에 선고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아직 재판이 많이 남아있는데, 법률상 굉장히 제한적으로 정해진 선거운동 기간 13일 중 3일을 양보해서 제1당의 당대표의 선거운동의 발목을 묶어둬야 할 만큼 중요한 일인가”라고 했다.

조 변호사는 “(재판 강행은) 피선거권자의 활동의 자유에만 한정되는 게 아니라, 13만여 명의 계양을 유권자, 더 나아가서 제1당 당 대표이기 때문에 254개 선거구(비례대표 포함 300개)에 영향을 미친다”며 “당 대표는 전국 유권자에게 앞으로 4년 동안의 의정 활동을 설명할 의무가 있고, 국민들은 그 설명을 듣고 각 당의 선거 캠페인을 비교하면서 선택을 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일반 국민의 투표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오전 재판이 열리기 전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과 인터뷰에서 재판 강행에 대해 “제가 없는데서 재판도 얼마든지 가능하고, 제가 없더라도 재판이 전혀 지연되는 게 아니”라며 “지금 다른 재판부들은 주가조작 사건 이런 건 다 연기하는데, 검찰이 절대 안 된다고 지금 그러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제 손발을 묶겠다는 검찰의 의도같다. 권투하는데 한 손 묶어놓고 하면 이기기 쉽지 않겠나. 발도 묶어놓고 때리면 더 재미있을 것”이라며 “검찰이 정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유 전 본부장은 오전 증인신문에서 조상호 변호사가 질문을 하자 “일단 공천을 축하드립니다”라고 엉뚱한 말을 해 재판부로부터 제지를 받았다. 조 변호사는 서울 금천에서 현역 최기상 의원과 경선을 했으나 탈락한 바 있다. 조 변호사가 유 전 본부장의 발언에 “공천을 안 받았다”고 답하자, 유 전 본부장은 재차 “조상호 아니냐”고 물었고, 조 변호사는 “맞는데 안 받았다”고 했다. 재판부는 유 전 본부장에게 “그런 얘기는 하지 말라”고 제지했다.

유 전 본부장은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자유통일당에 입당해 이 대표가 후보로 등록한 인천 계양을에 출마 선었했다가 총선 출마를 포기했다.

 

27일 오전 자유통일당 유동규 인천 계양을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유동규 후보와 전광훈 자유통일당 대표고문이 손을 들어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4.2.27. 연합뉴스
27일 오전 자유통일당 유동규 인천 계양을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유동규 후보와 전광훈 자유통일당 대표고문이 손을 들어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4.2.27.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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