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과 국가가 움직이는 순간, 명령과 책임은 따로 분리될 수 없다. 그러나 최근 특검 재판에 모습을 드러낸 여인형과 윤석열의 태도는 이 상식을 뒤집고 있다. 둘은 서로 위치는 다르지만, 책임을 피하는 방식은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여인형은 12월 3일 내란 당일, 부하들에게 출동명령을 내린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이후 작전지시는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출동을 명령해놓고 작전은 지시하지 않았다는 말은 곧 작전의 결과에 대한 책임을 부하들에게 돌리겠다는 선언이다. 내란 상황에서 출동은 단순한 이동 명령이 아니라 작전의 시작인데, 여인
수십만 팔로워 거느린 인플루언서 보쥐(Boji)는 이스탄불의 셀럽이다. 그와 마주친 사람들은 저마다 그의 매력에 사로잡혀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사진과 영상은 바람처럼 퍼져나갔고,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계정이 열리며 보쥐는 어느새 수십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인플루언서가 됐다. 국내는 물론이거니와 시엔엔, 로이터 등 국제 뉴스에 등장하고, 위키피디아에도 기록이 되었다. 결국 그의 이름은 튀르키예 최고 재벌인 코치(Koç Holding) 그룹의 둘째 아들 오메르 코치의 귀에까지 흘러 들어갔다. 그리고 2022년, 그가 보쥐를 입양했다는
‘공유부’(共有富, common wealth)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공유부’는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용어이지만 실은 이미 우리 가까이에 있다. 예를 들어, 전남 신안군은 2018년 10월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 공유 관련 조례를 제정했고, 2021년부터 자라도, 안좌도, 지도, 사옥도 등 태양광발전 시설이 설치된 섬 지역에서 나오는 수익을 주민 배당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배당금의 명칭은 ‘햇빛연금’이다.햇빛처럼 우리 모두의 것 그리고 거기서 나오는 수익이 바로 공유부이다. 즉 공유부란 특정 주체가 아니라 공동체에 주
최근 일부 정치권에서 미국이 한국의 원자력추진잠수함(SSN, 이하 핵잠) 건조를 승인한 것처럼 이야기하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으나, 이는 기술·외교·안보 현실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발언일 가능성이 크다. 핵잠은 단순한 전력 증강 수단이 아니라 국가 전략 구조, 핵기술 운용능력, 외교적 책임이 결합된 고위험 플랫폼이다. 충분한 준비 없이 보유만을 목표로 삼는 것은 오히려 전략적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핵잠은 고도의 핵기술과 군사기밀이 집적된 핵전투 플랫폼고대 그리스의 이카루스 신화를 교훈으로 삼을 수 있다. 아버지 다이달로스는 크레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미국 맥도널드 빅맥 가격이 2019년 대비 40%나 비싸졌다. 이젠 서민이 쉬이 찾을 수 있는 가격이 아니다. 실제로 가난한 서민들의 매장 방문이 두 자릿수 이상 감소했다. 그런데도 올해 2분기 맥도널드 매출도 전년 대비 5%나 증가했다. 서민 대신 고소득층 방문이 크게 증가했다는 것이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여전히 3%대 상승 중이다. 이 3%가 가난한 서민에겐 살인적인 숫자다. 바이러스가 지구를 덮쳤을 때 이미 물가가 미친 듯이 올랐다. 그 미친 물가에 3%가 더 얹어지는 것이다.
역사책에 없는 진짜 혁명가메리 번스(Mary Burns, 1821~1863). 이름 석 자 들어본 사람이 몇이나 될까? 칼 마르크스(Karl Marx, 1818~1883)는 알아도, 프리드리히 엥겔스(Friedrich Engels, 1820~1895)는 긴가민가 하는 판에, 그의 '동반자' 메리 번스를 알 턱이 있나. 하지만 이 여성이 없었다면 세계 역사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농담이 아니다.1842년 12월 스물두 살 엥겔스가 아버지 회사 일로 맨체스터에 도착했을 때, 그는 전형적인 부르주아 도련님이었다. 목에 힘주고, 노동자들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월 29일 제안한 20개 항의 '가자 분쟁 종식을 위한 포괄적 계획'(가자 평화안)의 2단계 돌입 방안을 논의하고자 24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회의를 열었다. 이 평화안은 지난 17일 상임이사국인 중국, 러시아가 기권한 가운데 안보리 결의(2803)로 채택됐다. 안보리, 트럼프 가자 평화안 '2단계' 논의한국 등 다수 이사국 "이스라엘 휴전 위반!"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합의한 트럼프 평화안의 1단계는 10월 13일부터 △ 휴전 △ 인질과 수감
미중 패권경쟁으로 반도체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자동차 필수부품인 반도체 공급부족으로 세계 주요 자동차생산업체들이 감산과 가격인상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와 폴크스바겐 등 독일 업체들과 다국적 회사 스텔란티스, 혼다 등 일본 업체들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고 현대자동차도 예외가 아니라는 보도들이 나오고 있다. 자동차용 반도체 부품 공급 부족에 따른 이런 사태에는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규제와 중국의 반발, 중국 반도체 생산업체들의 공급 중단이 배경에 자리잡고 있다. 지난 10월 30일 부산(김해)에서 열린 미중 정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법정 소란으로 감치 선고를 받고도 이진관 부장판사에 대해 노골적인 인신공격을 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변호인이 또다시 "진관이는 명백한 범죄자"라며 "최소 징역 3~5년 이상 살아야 한다"고 막말을 퍼부었다. 또 법관 모욕에 대해 강경 대응을 예고한 서울중앙지법을 향해선 "판사 나부랭이들"이라며 "한심하기 짝이 없다"라고 했다. 사법부에 대해서도 "일제시대 순사만도 못한 놈들"이라고 비하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김 전 장관의 변호인들에 대해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넘었다"며, 법정모욕·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지난 23일 전당대회를 통해 조국혁신당 사령탑으로 복귀한 조국 대표는 25일 "이재명 정부는 민주당 정부일 뿐만 아니라 조국혁신당 정부이기도 하다. 이재명 정부의 성공, 그리고 정권 재창출이야말로 우리나라 국민 전체를 위해 중요한 과제"라며 "조국혁신당은 이재명 정부의 성공과 민주진보 정부의 정권 재창출을 위해 민주당이 하지 못하는 일, 민주당이 조심스러워하는 일, 또 민주당이 반대하는 일도 과감하게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조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본관에서 당 대표 취임을 축하하기 위해
호치민시 중심부에 우뚝 솟은 사이공 노트르담 대성당. 붉은 벽돌로 지어진 이 성당은 1863년부터 1880년까지 17년에 걸쳐 완성되었다. 프랑스 제국주의자들이 베트남을 식민지배하면서 자신들의 신앙을 이 땅에 심으려 했던 결과물이다. 멀리서 보면 웅장하고 아름답지만, 그 아름다움 뒤에는 억압과 고통의 역사가 깊이 자리하고 있다.식민지 시대, 이 대성당은 프랑스인들의 종교적 요새였다. 베트남 신자들은 성당에 들어갈 수 없거나, 들어가도 후미진 구석에 앉아야 했다. 프랑스인의 신앙은 귀했지만, 베트남인의 기도는 천대받았다. 종교의 이름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시민단체가 지난 1월 내란 국면에서 윤석열의 체포를 막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또 국민의힘이 최근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를 두고 법무부 장관을 고발한 데 대해서도 장 대표를 무고 혐의로 고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장 대표와 국민의힘이 내란을 반성하지 않는다며 "위헌 정당 해산 심판 대상에 올려 헌법적 절차를 받겠다"고 했다."극우세력 모으는 장동혁, 법적 책임 물어야"민주당 김문수 의원(전남 순천시광양시곡성군구례군갑)과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
노래가 전하는 생명과 연대의 미학도시의 가장자리, 화려한 조명이 닿지 않는 차디찬 길모퉁이를 들여다본 적이 있는가. 이 노래는 그 누구도 눈길을 주지 않는 척박한 '틈'에서 시작된다. 작사가가 그려낸 민들레는 단순히 봄날의 정경을 노래하는 소재가 아니다. 그것은 시련 속에서도 기어이 피어나는 '진실'의 알레고리이며, 짓밟혀도 다시 일어서는 '민초(民草)'의 초상이다. 이 노래는 서정적인 은유로 시작해 거대한 역사의 물결로 이어지는, 이 시대에 전하는 진솔한 함성이다. 1. 고통을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역설의 미학노래의 도입부는 시각적
시민언론 〈민들레〉가 창간 세 돌을 맞아 해외 통신원 제도를 도입합니다.보다 생생하고 현장감 있는 국제 뉴스를 독자 여러분께 전해드리는 계기가 되리라 기대합니다. 그동안에도 해외 취재 인력이 아쉬운 일이 적지 않았지만, 아직 국내 취재 역량도 부족한 터라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해외에서 일이 발생하면 현지 동포들께 소식을 전해 주도록 요청하는 방법밖에 없었습니다.그런 참에 해외에 거주하는 시민기자들이 통신원을 제안하면서 기꺼이 자임해 주셨습니다. 해외에서 시민기자로 등록해 기사를 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보람이 있지만, 〈민들레〉의
다카이치 일본총리의 ‘대만유사=존립위기사태’ 발언으로 야기된 중·일 갈등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일본은 맞대응을 자제하면서도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2010년 9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이다오)를 둘러싼 충돌 때, 중국정부가 희토류 중단과 고위급 회담 취소, 문화교류 중단으로 압박하자 일본정부는 이에 굴복해 중국인 선장을 기소하지 않고 석방했다. 하지만 이 여파로 2012년 12월 총선에서 일본민주당은 극우 아베정권에게 정권을 내주게 되었다.이번 사태는 2016~17년 사드(THAAD) 사태 당시 우리가 겪었던 중국의 경제적
티 없이 맑고 파란 하늘도 좋지만, 가끔은 너무 넓어서 텅 비어 보일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하얀 솜을 조금 떼어 흩뿌려 놓은 듯, 또는 누군가 하늘에 띄워 보낸 작은 종이 조각 같은 구름이 둥실 떠가는 모습을 본 적 있으신가요?커다랗게 뭉친 구름이 주는 우람함과는 달리, 작고 아기자기한 멋을 주는 구름. 오늘 우리가 함께 나눌 토박이말은 하늘의 빈 곳을 아름답게 채워주는 '조각구름'입니다.'조각구름'은 그 이름만 들어도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는 참 쉬운 우리말입니다. '한 조각', '두 조각' 할 때의 그 '조각'들이 하늘에 떠
어물쩍하다 보니 어느새 일흔이 되었다. 젊은 날엔 서른도 멀게만 보였는데, 세월은 어느새 내 머리에 흰 서리를 얹어 놓았다. 돌이켜보면 삶은 늘 어딘가 불안정했고, 계획한 대로 흘러간 적이 많지 않았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그 불완전한 길 위에서 나는 나름의 평화를 배웠고, 실패의 여백에서 하느님의 손길을 느꼈다.나는 스무 살 무렵 대학시절, 진보적 세례를 받고 새로운 인생의 방향을 정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나는 스스로 '아웃사이더', 곧 비주류로 살아왔다. 권력과 타협하지 않았고, 교회 안에서도 세상의 질서에 고개 숙이지 않았다
이득신 작가가 고아시설 피해자들의 얘기를 연재한다. 작가는 고아와 미혼모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갖고 그들의 권익 보호를 위한 운동을 벌여왔다. 스스로 입양부모가 되어 그들의 실태를 누구보다 잘 알고 공감대를 형성해 왔다. 그는 이 연재물을 통해 고아시설 피해 문제를 국가 폭력과 탈시설의 관점에서 들여다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송준영 씨는 1970년 10월 5일생이다. 출생등록이 없는 고아원의 원생들은 고아원의 추정에 따라 생년월일이 정해지고 원장의 성을 따라 성이 부여된다. 송 씨 역시 그렇게 ‘고아호적’이 만들어졌다.그의 고아
신동훈 제주평화쉼터 대표는 2023년, 윤석열 정부의 이른바 '민주노총 간첩단' 사건에 연루되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수사 당국은 신 대표가 2017년 캄보디아에서 북한 공작원을 접촉해 지령과 공작금을 수수하고 국내에 비밀 결사 조직을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언론은 피의 사실을 공표하며 재판이 시작되기도 전에 그에게 '간첩' 낙인을 찍었고,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활동 이력과 엮어 '세월호 간첩'이라는 악명까지 붙였다.하지만 1심과 항소심에 이어 지난 9월 25일, 대법원은 그에게 최종 무죄를 확정했다. 이는 보수 언론이
대한민국은 매우 모순으로 가득 찬 사회라고 나는 생각한다. 광복 직후인 1946년 38선 이남 주민을 대상으로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약 70%가 사회주의를 지지했고, 약 7%가 공산주의를 지지했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합치면 3/4 이상의 국민이 사회주의적 사회를 희망한 셈이다. 매우 충격적인 수치다. 현대 우리 사회의 가치관에서는 이 조사 결과를 상상하기조차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이는 역사적 사실이다. 나는 일본에서 태어나 민족적 의식을 가진 부모 밑에서 자랐다. 일본에서 초등학교는 조선학교에 다녔고, 정치적인 사유로 중학생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