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현민 “문재인 정부 때는 상상도 못할 일”

대통령 공식 유튜브 채널, 실수 부분 편집 공개

빨간아재 “두 나라 국가 연주 영상 6부분 삭제”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아부다비 대통령궁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국기에 대해 경례하고 있다. 2023.1.15. 연합뉴스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아부다비 대통령궁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서 국기에 대해 경례하고 있다. 2023.1.15.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외교 결례'와 '의전 실수’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의 표정 하나, 손짓 하나마저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치열한 국제외교 무대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실책이 반복되는 것이다.

청와대는 윤 대통령의 공식 유튜브 채널에 ‘대한민국의 국격을 보여주는 15분! UAE 공식 환영식 풀영상’을 공개하면서 대통령 부부의 실수 부분을 삭제-편집해 국민 앞에 내놓기도 했다.

이런 행태에 대해 비판의 소리가 연일 끊이지 않고 나온다. 방송인 김어준 씨는 19일 유튜브 방송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의 ‘김어준 생각’ 코너에서 “(의전 매뉴얼 등을) 사실은 다 까먹은 거다, 멍 때린 거다”라고 꼬집었다.

김 씨는 “UAE 국빈 방문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UAE 국가가 연주되는 동안 혼자 손을 가슴에 얹는 장면이 있었다”며 “이 장면에 해외순방만 가면 반복되는 사고의 원인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그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상대국에 대한 존중’이었다고 설명”하니 ‘웃기는 소리’라는 것이다.

김 씨는 이날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도 초청, 대통령 부부의 의전 실패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탁 씨는 “외교와 의전에는 시나리오가 있다. 상대국과 의전에 대해 사전 협의한다. ‘손을 올린다, 내린다’ 등에 대해서도 사전 합의가 이뤄진다”고 자신의 경험담을 얘기했다. 그는 (대통령 의전 담당이 사전 보고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말이 안 되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는 말도 했다.

 

유튜브 빨간아재는 윤 대통령의 공식 유튜브 채널이 공개한 ‘UAE 공식 환영식 풀영상’에서 ‘애국가와 UAE 국가 연주 장면에서 6부분 삭제한 부분’을 찾아내 공개했다. 빨간아재 화면 갈무리
유튜브 빨간아재는 윤 대통령의 공식 유튜브 채널이 공개한 ‘UAE 공식 환영식 풀영상’에서 ‘애국가와 UAE 국가 연주 장면에서 6부분 삭제한 부분’을 찾아내 공개했다. 빨간아재 화면 갈무리

먼저 UAE 방문 중에 벌어진 대통령 부부의 경례 실수를 보자. 윤 대통령의 유튜브 채널이 공개한 영상과 원본 영상을 비교해보면 대통령 부부의 황당한 실수가 어느 정도였는지 확인할 수 있다. 

한-UAE 양국 국가가 연주되는 장면 영상을 보면 두 나라 정상 뒤로 김건희 씨가 따라 들어오고, 이어 애국가가 연주된다. 근데 세 부분이 어색하다. 순간적으로 영상과 오디오가 좀 튄다. 애국가가 끝나면 뒤이어 UAE 국가가 연주된다. 이때도 세 부분에서 영상과 오디오가 튄다.

단순한 편집상의 실수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대통령 부부의 실수를 감추기 위한 의도적 편집이다.

다시 애국가 연주 장면을 보자. 애국가가 울려 퍼지면서 윤 대통령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한다. 그런데 원본을 보면 김건희 씨는 경례를 하지 않고 잠시 ‘차례 자세’로 서 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실수를 깨닫고 손을 가슴에 얹어 경례를 한다. 편집본에서는 이 장면이 삭제됐다.

이번엔 UAE 국가 연주 장면이다. 애국가 연주가 끝나고 뒤이어 UAE 국가 연주가 시작된다. 윤 대통령 부부는 UAE 국가 연주가 들리자 ‘UAE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한다. 이번에도 김건희 씨가 자신의 실수를 알아채곤 손을 내리는 장면이 나온다. 결국 윤 대통령 혼자 ‘남의 나라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말았다. 이것도 원본 영상에만 나오는 장면이다. 물론 이 장면도 편집본에서는 사라졌다. 유튜브 빨간아재가 UAE 현지 방송국의 원본 영상을 입수, 비교해 밝혀낸 사실이다.

비슷한 ‘경례 참사’는 이전에도 있었다. 지난해 5월 윤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만찬 자리에서 미국 국가가 연주될 때 가슴에 손을 올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 사진을 자신의 SNS에 올리기까지 했다. 그때 같은 테이블에 배정된 박병석 국회의장은 차렷 자세로 성조기를 향해 서 있기만 하고 가슴에 손을 올리지는 않았다.

같은 해 9월 캐나다 방문 중에도 윤 대통령 부부는 캐나다 국가가 연주될 때 가슴에 손을 올리는 의전상의 실수를 저질렀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외교 관례는 어떨까. 다른 나라의 국가·국기에 대해서는 경례를 하지 않고 반듯하게 서 있는 것으로 경의를 표한다.

이런 실수에 대해 대통령실은 “상대국가에 대한 존중의 의미일 뿐 외교결례나 실수가 아니”라고 해명한 바 있다. 김어준 씨의 말대로 ‘웃기는 소리’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베트남 응우옌 쑤언 푹 국가주석이 국빈 방문했을 때 환영식 자리에서는 베트남 국가에 경례를 하지 않았다. 베트남은 존중하지 않아도 되는 나라인가.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씨가 14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왕실공항에 도착,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2023.1.15.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씨가 14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왕실공항에 도착,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2023.1.15. 연합뉴스

윤 대통령 부부의 ‘의전 실패’는 이뿐 아니다. 김건희 씨는 공항 도착 영접행사에서 중앙에 선 채 걸어갔다. 공식 행사에서 대통령은 중앙에, 부인은 그 뒤를 따르거나 옆에 서는 것이 외교적 관행이다. 공항 도착 영접행사도 국가 수반들의 공식 의전 행사이므로 부인이 대통령보다 중앙에 위치한 것은 당연히 ‘의전 실수’다.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도 <시민언론 민들레>와의 통화에서 “대통령 부인이 공식행사에서 가운데 선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그는 “의전장이 영접을 하기 때문에 대통령이 가운데 서서 영접을 받고 부인은 한 걸음 뒤나 대통령을 중앙에 두고 좌우 측에 서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통령 부부의 거듭되는 의전 실패는 윤 대통령 본인의 잘못이라는 지적이 많다. 대통령 의전을 담당하는 외교안보실 의전비서관 등 직원들이 ‘매뉴얼’을 사전에 보고 안 했을 리 없는데, 대통령이 그걸 무시하거나 잊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도 지난 16일 KBC광주방송에 출연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은 의전”이라며 “의전 비서관이 보고해도 대통령이 읽어 보셨는지, 의전비서관이 보고를 안 했는지, 하지만 의전비서관은 대통령께 모든 것을 보고했을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지키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한편 트위터 등 SNS에서는 한동안 ‘외교참사’ 등이 검색어 순위에 오르기도 했다. ‘창피한 건 둘째치고, 나라가 어떻게 될지 걱정’ ‘차라리 김건희가 대통령 하고 윤석열은 수행비서나 하라’ ‘공부좀 하고 외국에 가라’ ‘이번에도 대통령은 처음이라 핑계 대려나’ 등의 비판과 조롱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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