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수호의 날' 기념사, 대통령실 브리핑과 달라

당초 언급하기로 돼 있었는데 실수로 빠트린 듯

대통령실 천안함 홍보 '머쓱'…언론사들 기사수정 소동

윤석열 대통령 서해 수호의 날 기념사. 2023.3.24. 출처 KTV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해 수호의 날'을 맞아 "천안함은 북한 소행"이라고 밝힐 예정이었으나, 정작 '천안함 피격'을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립 대전현충원에서 거행된 '제8회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 기념사에서 "우리의 서해와 서북도서는 전 세계에서 군사적 긴장이 가장 높은 지역"이라며 "우리 해군과 해병대 장병들은 연평해전, 대청해전, 연평도 포격전 등 수많은 북한의 무력 도발로부터 NLL과 우리의 영토를 피로써 지켜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누리집에 공개한 브리핑 자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당초 "우리 해군과 해병대 장병들은 연평해전, 대청해전,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전 등 수많은 북한의 무력 도발로부터 NLL과 우리의 영토를 피로써 지켜냈다"고 할 강조할 예정이었지만, 실제 연설에서는 '천안함 피격'이 제외된 것이다.

윤 대통령이 '천안함 피격'만 언급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확인되지 않지만,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에도 "천안함 사건은 피격 사건이고, 우리 장병들이 북한의 도발에 의해 희생된 것"이라고 말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 실수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대통령실이 누리집에 올린 서해수호의 날 행사 공식 브리핑 자료. 2023.3.24. 대통령실 누리집 갈무리
대통령실이 누리집에 올린 서해수호의 날 행사 공식 브리핑 자료. 2023.3.24. 대통령실 누리집 갈무리

대통령실은 특히 전임 문재인 대통령과 차별점을 두기 위해 이번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을 준비하면서 '천안함 피격 사건'에 역점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 언론들도 이에 맞춰 서해 수호의 날을 앞두고 윤 대통령 띄우기에 들어갔다.

<중앙일보>는 22일자 단독 보도에서 여권 소식통을 인용해 "윤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 맞는 '서해 수호의 날'을 계기로 천안함 폭침은 북한 소행이며, 천안함 순국 장병들은 국가를 위해 헌신한 분들이라고 분명히 밝혀 천안함에 대한 논란을 종식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TV조선>은 23일자 단독 보도를 통해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 때와 달리 천안함 피격이 북한의 무력도발임을 분명히 하는 메시지를 낼 것으로 보이고, 관련해서 정부도 이 사건을 교과서에 포함시키도록 집필 기준을 바꾼 것으로 취재결과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대통령실도 행사에서 천안함을 강조한 모습이 엿보였다. 대통령실 브리핑 자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이날 묘소 참배에는 민평기 상사(천안함 피격) 모친 윤청자 씨, 정종률 상사(천안함 피격) 아들 정주한 씨, 한주호 준위 배우자 김말순 씨,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 등이 동행했다.

특히 천안함 유족인 윤청자 씨는 2020년 '제5회 서해 수호의 날'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게(천안함 폭침) 북한의 소행인지, 누구의 소행인지 말씀 좀 해달라"고 기습 질문을 했었다. 당시 문 대통령은 "북한 소행이라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며 "정부의 공식 입장에 조금도 변함이 없다"고 답했다.

이 밖에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서해수호 용사 5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부르는 '롤콜'(roll-call) 행사도 마련했다. 대통령실은 브리핑 자료를 통해 기념식에서 현직 대통령의 '롤콜'은 처음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윤 대통령은 '롤콜'을 하기 전 잠시 울먹이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4일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제8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앞서 천안함 46용사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2023.3.24.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4일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제8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앞서 천안함 46용사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2023.3.24. 연합뉴스

하지만 정작 이날 행사 하이라이트인 '기념사'에서 대통령 본인이 '천안함 피격'을 육성으로 읽지도 않고 넘어가면서 의미가 일부 퇴색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통령실의 천안함 홍보도 민망해진 모습이다.

윤 대통령이 갑자기 '천안함'을 언급하지 않으면서 기사들도 중구난방인 모습이다. 통상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은 엠바고(보도유예)를 걸고 미리 대통령의 원고를 받아 기사를 쓴 뒤, 현장에서 발언이 실제 이뤄지면 기사를 내보낸다.

일부 기자들은 당초 배포된 원고에 따라 "윤석열, 천안함 피격 북한 소행" 등의 제목으로 기사를 내보냈으나, 현장 발언이 달라진 것을 알고 급하게 기사를 수정하기도 했다. 일부는 여전히 "천안함 피격 북한 소행"이 적힌 기사를 네이버, 다음 등 포털에 올려놓고 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지난 3월 10일 경남 진해에서 열린 제77기 해군사관학교 졸업 및 임관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면서 "부대 열중쉬어"를 또다시 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에서도 "부대 열중쉬어"를 하지 않아 논란이 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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