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식 없이 ‘다케시마의 날’ 일본과 공동훈련

속도 붙는 한·미·일 군사협력…‘수직 구조화’ 우려

미군 ‘동해 표기’ 오락가락…결국 ‘일본해’로 낙착

 

 앞쪽부터 한국 이지스구축함 세종대왕함(DDG·7천600t급), 미 해군 알레이버크급 이지스구축함 배리함(DDG 52·6천900t급), 일본 해상자위대 아타고급 이지스구축함 아타고함(DDG 177·7천700t급). 2023.2.22 [합참 제공]  연합뉴스
 앞쪽부터 한국 이지스구축함 세종대왕함(DDG·7천600t급), 미 해군 알레이버크급 이지스구축함 배리함(DDG 52·6천900t급), 일본 해상자위대 아타고급 이지스구축함 아타고함(DDG 177·7천700t급). 2023.2.22 [합참 제공]  연합뉴스

한·미·일 3국이 군사협력의 속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한·미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는 22일 독도 인근 동해상에서 미사일 방어훈련을 실시했다. 지난 18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발사와 20일 단거리미사일(SRBM) 발사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이뤄졌다.

합동참모본부와 미국 인도태평양사령부에 따르면 한국 이지스구축함 세종대왕함(DDG·70600t급), 미국 해군 알레이버크급 이지스구축함 배리함(DDG 52·6900t급), 일본 해상자위대 아타고급 이지스구축함 아타고함(DDG 177·7700t급)이 각각 참가했다. 이번 훈련은 탄도미사일 표적 정보를 3국이 공유하고 탐지·추적·요격 절차를 익히는 데 중점을 두고 진행됐다.

 

한미일 북한 미사일 방어훈련 실시. 2023 02 22. 연합뉴스
한미일 북한 미사일 방어훈련 실시. 2023 02 22. 연합뉴스

미 인태사 “3국 군대들, 상호작전능력 위력 과시”

한·미·일 3국 해상전력이 참가한 가운데 진행된 미사일 방어훈련은 작년 10월 6일에 이어 두 번째다. 합참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훈련은 독도에서 약 185㎞, 일본 본토에서 약 120㎞ 떨어진 공해상에서 진행됐는데, 이번 훈련도 비슷한 해역에서 실시됐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미 인도태평양사령부는 홈페이지에 게재한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과 일본, 한국 군대들의 3자 관계와 상호작전능력의 위력을 과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의 이런 평가가 무색할 정도로 그냥 지나치기 힘든 문제들이 불거졌다.

하나는 지난해 9월 대잠수함전 훈련과 10월 미사일 방어훈련에 이어, 이번에도 독도 인근 해상에서 3국 훈련을 반복해 진행함으로써 윤석열 정부가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일본 해상전력의 독도 쪽 진출을 ‘반복적으로 용인’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이 작년 12월 외교·안보 기본지침서인 ‘국가안전보장전략’에서 독도(다케시마·일본 주장)를 “우리나라(일본) 고유영토”라고 최초로 명시하면서 독도를 반드시 자국 영토에 편입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던 사실을 고려하면 윤 정부 화를 자초한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대한민국 고유 영토 '독도' [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자료사진]
대한민국 고유 영토 '독도' [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자료사진]

일본 정부, 독도 “한국, 강경수단으로 불법 점거”

다음은 훈련 날짜 문제다. 일본을 포함해 한·미·일 군사훈련을 한 날이 바로 일본이 독도를 자기 땅이라고 억지 주장을 펴는 ‘다케시마의 날’이었다는 점이다.

독도 인근으로 일본 자위대를 툭하면 불러들여 공동훈련을 한 것도 문제지만, ‘다케시마의 날’을 훈련 날짜로 정하는데 아무런 숙고 없이 동의한 것도 문제다.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23일 정례브리핑에서 "한·미·일이 이번 훈련을 계획하면서 훈련의 방식과 내용, 목표, 참가 전력 등을 협의해서 훈련 목적을 달성했다는 데 그 중점이 있다"고 말했지만 택일 과정 설명은 없었다. 윤 정부 외교·안보팀의 역사의식 부재와 무능을 단적으로 드러낸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시마네현 주최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 제2차 아베 신조 내각 발족 직후인 2013년부터 올해까지 11년 연속 이 행사에 정무관을 파견했다. 교도통신 보도에 따르면,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 참석한 나카노 정무관은 "한국이 강경한 수단으로 개시한 다케시마 점거는 아무런 근거가 없는 불법 점거"라고 주장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도 정례 기자회견에서 "다케시마는 역사적 사실에 비춰도, 국제법상으로도 명백한 일본 고유의 영토"라며 "계속해서 일본의 영토, 영해, 영공을 지켜낸다는 결의 아래 의연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윤 정부는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행사의 즉각 폐지를 촉구하고, 주한일본총괄공사를 불러 항의했으나, 이날 한국 해군이 일본 해상자위대와 독도 인근에서 공동훈련을 벌이는 바람에 공허한 메아리가 됐다. 외교 부처와 안보 부처 간에 전혀 조율이 없었다는 방증이다.

 

한미일 훈련 장소를 '일본해'로 표기한 미 인태사 누리집.  인도태평양사령부 누리집 갈무리]. 연합뉴스
한미일 훈련 장소를 '일본해'로 표기한 미 인태사 누리집.  인도태평양사령부 누리집 갈무리]. 연합뉴스

정부 ‘일본해 표기’ 반발 여론에 뒤늦게 수정 요구

이날 훈련 장소인 ‘동해’(East Sea) 표기 문제도 반발을 불렀다. 미 인도태평양사령부가 보도자료에서 ‘일본해’(Sea of Japan)이라고 못 박았기 때문이다. 최근 몇 달 동안 미군의 동해 관련 표기는 오락가락했다. 작년 9월 26일 한미 해군의 연합작전 때는 ‘동해’로 표기했다가 ‘한반도 동쪽 수역’ ‘한국 주변 수역’으로 바꿨다. 일본의 항의가 있었음은 물론이다.

사흘 후인 9월 30일 로널드 레이건 항모강습단(CSG)의 참여 속에 진행된 3국 대잠전 훈련의 장소에 대해선 ‘한반도 동쪽 수역’과 ‘한국과 일본 인근 해역’으로 표기했다. 그러나 10월 6일 3국 미사일 방어훈련 장소는 처음에 ‘일본해’로 표기했다가 ‘한국과 일본 사이 수역’으로 고쳤다. 그러다가 4개월여 후인 이번 미사일 방어훈련 장소는 다시 ‘일본해’로 표기한 것이다.

‘동해’에서 시작해 일본의 항의로 △ ‘한반도 동쪽 수역’ △ ‘한국 주변 수역’ △‘한국과 일본 인근 해역’ △ ‘한국과 일본 사이 수역’ 등의 표기를 사용하다가, 결국은 ‘일본해’로 되돌아 온 것이다. 한국 내 반발 여론이 거세지자, 뒤늦게 윤 정부는 외교채널을 통해 미 인태사령부에 ‘일본해’ 표기 수정을 요구했다고 한다. 미군이 어떻게 조치할지 두고 볼 일이다.

 

열병식 때 등장한 고체연료 추정 ICBM. [북한 외국문출판사 사진첩 캡처] 연합뉴스
열병식 때 등장한 고체연료 추정 ICBM. [북한 외국문출판사 사진첩 캡처] 연합뉴스

국방백서 “한·미·일 안보협력, 국민 공감대 충분 고려”

한편 이날 한‧미‧일은 일본 요코스카 미 해군 7함대사령부에서 김명수 해군작전사령관, 칼 토머스 미 7함대사령관, 사이토 아키라 일본 자위함대사령관이 참가하는 해상 지휘관 회의를 열어 3국 군사협력 가속화 방안을 협의했다.

그러나 독도 인근 해역을 반복해서 3국 훈련 장소로 삼고, 훈련 날짜를 ‘다케시마의 날’로 정하는 한편,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한 것에서 보듯, 윤 정부가 역사와 국익에 대한 심사숙고 없이 미‧일의 결정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미국이 중심이고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이 양 날개를 이루면서 한일 양국이 대등하게 협력하는 삼각형 모양의 구조가 아니라, 가속화되는 한·미·일 군사협력 과정에서 미일동맹이 중심이고 한국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거나 미국-일본-한국으로 이어지는 수직 구조에 갇히는 게 아니냐는 얘기다. 미·일의 국익과 우리의 국익이 언제나 일치하지는 않는다. 이제라도 윤 정부에게 독자적 관점과 자세를 요청하는 것도 그래서다.

국방부는 지난 16일 발간한 <2022 국방백서>를 통해 “한·미·일 안보협력은 한·일 관계의 진전 추이와 함께 우리 국민의 공감대를 충분히 고려해서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가 말에 그치지 않고 이 같은 약속을 실제로 지켜나갈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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