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부 항의 미온적…대통령 영토보전 책무 소홀

초라하기만한 독도 훈련…일본 자극할까 전전긍긍

유사시 독도 향한 일본 ‘반격능력’ 행사 배제 못해

한국 운명도 국익도 일본의 선의에 맡기는 윤 정부

'일본 편애' 미국의 정치공학적 접근, 또다른 불씨

 

독도 전경 [연합뉴스 자료사진]
독도 전경 [연합뉴스 자료사진]

독도의 앞날에 불길한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원칙 없는 대일 저자세 외교 탓이다. 일본 정부가 본격적인 독도 영유권 공세에 나섰으나, 윤 정부는 단호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미적지근한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독도는 ‘일본 고유영토’ 첫 명시…일본 본격적 공세

기시다 후미오 일본 정부는 지난 16일 외교·안보 기본지침서인 국가안전보장전략을 개정하면서 독도(다케시마·일본 주장)를 “우리나라(일본) 고유영토”라고 처음으로 못 박았다. 2013년 판에는 없었던 내용이다. 독도 문제가 전혀 다른 차원에서 위태롭게 전개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독도 영유권 문제에 대해서 일본은 “국제법에 따라 평화적으로 분쟁을 해결한다는 방침”이라고 했던 2013년 판에서 몇 걸음 더 나아가 “우리나라의 일관된 입장에 기초해 의연하게 대응하면서”와 “끈질기게 외교 노력을 한다”는 부분을 추가했다.

분쟁을 국제법에 따라 평화적으로 해결한다고 했지만, 한국의 고유영토인 독도를 어떻게든 자국에 편입시키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힌 셈이다.

개정된 국가안전보장전략은 2013년 판과 같이 한국을 “지정학적이나 우리나라의 안전보장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이웃 나라”라고 평가했다. 나아가 북한 대응 차원에서 “일·한 및 일·미·한 전략적 연대”를 강화해 나가겠다며 한일 간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리고는 곧바로 ‘매우 중요한 이웃’인 한국의 고유영토를 빼앗겠다고 나서는 이율배반적 행태를 보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일본 연립여당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를 접견하고 있다. 2022.12.29 [대통령실 제공].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일본 연립여당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를 접견하고 있다. 2022.12.29 [대통령실 제공]. 연합뉴스

윤 정부 항의 ‘의례적’…대통령 영토보전 책무 소홀

사태가 벌어지자 윤 정부는 외교부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우리 고유의 영토인 독도에 대한 부당한 영유권 주장을 담은 데 대해 강력히 항의한다”며 즉각 삭제를 촉구했다. 또한 외교부 아시아태평양 국장과 국방부 국제정책관이 각각 주한일본대사관 총괄공사와 방위주재관을 불러 항의하고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우리의 영토를 위협하는 사안의 심각성에 비춰보면 윤 정부의 대응은 미온적이고 의례적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정부의 공식 입장 발표 주체를 외교부 대변인으로 낮췄을 뿐만 아니라, 그 형식도 성명이 아닌 논평으로 격하했다.

일본 대사관 관계자를 불러 항의한 주체도 외교부와 국방부의 장·차관이 아니라 국장급이었다. 국내의 ‘친일 비난’ 여론을 의식해 항의하는 척을 했지만, 실제로는 일본을 자극할까 봐 전전긍긍한 것으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돼 있듯이 독도 문제는 헌법 차원에서 다룰 중대한 사안이다. 특히 헌법 제66조 2항은 국가원수인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 영토의 보전,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의 헌법상 책무 중 하나가 ‘영토 보전’이란 얘기이다. 그렇다면 독도 영유권에 대한 일본의 부당한 침해에 맞서 윤 대통령 본인이나, 적어도 대통령실 차원에서라도 단호한 대응이 있었어야 마땅했다.

 

2019년 '독도방어훈련'.[해군 제공. 연합뉴스 자료사진] 
2019년 '독도방어훈련'.[해군 제공. 연합뉴스 자료사진] 

윤 정부 독도 훈련 ‘초라’…일본 자극할까 전전긍긍

독도 수호 훈련에서 보인 윤 정부의 모습은 더욱 초라하다. 일본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얼마나 노심초사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1986년 시작된 군과 해경 합동의 이 훈련은 2003년부터는 매년 상·하반기 나눠 정기적으로 실시해오고 있다. 윤 정부는 지난 7월 훈련에 이어, 이번에도 전투기 출동과 독도 상륙도 없이 소규모, 비공개로 진행했다.

전에는 전투기 출동과 해병대 상륙을 포함해 실전을 방불케 하는 훈련이 여러 차례 있었다. 일본 앞에만 서면 왠지 작아지는 윤 정부가 아닐 수 없다. 국익과 관련한 사안에선 일본과의 불편한 관계를 감수하면서 할 말을 하던 전임 문재인 정부와는 사뭇 대조적이다.

일본은 개정 국가안전보장전략에서 ‘반격 능력’이란 교묘한 말로 포장된 ‘선제공격 능력’을 갖추겠다고 선언했다. 75년간 지켜온 ‘전수방위’(공격받을 때만 반격) 원칙을 벗어 던지고 공격적인 군사 대국으로 나아가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 명분으로 북한과 중국의 위협 대응을 내세웠지만, 독도 문제와 관련해 한국에 던지는 위협적인 메시지도 담겨 있다.

이번에 일본은 처음으로 독도를 자국의 ‘고유 영토’라고 못 박았다. 그리곤 독도 영유권과 관련해 “분쟁을 국제법에 따라 평화적으로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한일 관계가 좋을 때는 별 문제가 없을 수 있다.

 

일본 육상자위대 12식 지대함 미사일, [교도 연합뉴스 자료사진]
일본 육상자위대 12식 지대함 미사일, [교도 연합뉴스 자료사진]

유사시 독도 향한 일본 반격능력 행사 배제 못해

그러나 양국 관계가 극단적 대결로 치닫거나 일본이 군사력에서 한국을 압도했다고 자신할 시점에 독도를 자국 영토로 편입하겠다고 나설 경우 무력 충돌의 우려가 크다. 지금은 우리의 군·경 합동 독도 수호 훈련에 외교 채널을 통해 항의를 표시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독도가 일본 영토라는 명분 아래 ‘반격 능력’ 행사에 나설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2027년 일본의 방위비는 우리의 두 배인 100조 원이 넘는다. 2030년까진 1000기에 달하는 장거리 미사일이 실전배치 된다. 사전에 치밀한 대비가 필요함은 물론이다.

지금까지 군대 위안부와 강제동원(징용) 등 일제의 불법적 전쟁범죄에 대해 사죄와 배상을 거부하는 나라가 일본이다. 국익이 충돌하면 양국 관계는 언제든지 다시 극단적 대결로 돌아갈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스페인 마드리드 이페마 컨벤션센터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2 06. 29.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스페인 마드리드 이페마 컨벤션센터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2 06. 29.연합뉴스

한국 운명도 국익도 일본의 선의에 맡기는 윤 정부

그런 만큼 모든 것을 ‘일본의 선의’에만 맡기는 윤 정부의 대일 외교 기조는 리스크가 크다. 지난 9월 30일 한·미·일 연합 대잠전 훈련을 독도 인근 동해상에서 진행하도록 허용한 것처럼 일본을 독도 주변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훗날 원치 않는 결과를 낳을 수 있어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오늘날 독도 영유권 분쟁의 단초는 미국이 제공했다. 1951년 미국을 위시한 연합국과 일본 간에 맺은 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에는 전후 동아시아의 영토 경계선을 획정하면서 독도를 배제했다. 1947년의 조약 초안에는 “일본이 한국에 독도를 반환해야 한다”고 했으나, 1949년 초안에선 돌연 일본의 영토로 바뀌었다가 공식 조약안에서는 아예 뺀 것이다.

그 후 반공 전선 구축을 위해 미국은 한일 국교 정상화를 밀어붙였고, 1965년 굴욕적인 한일기본조약 체결로 이어졌다.

당시 박정희 정권은 일본과 ‘독도 밀약’을 맺었으나 독도가 한국 영토임을 못 박지 못했다. ‘모두 자기 영토라고 주장하고 현재 한국이 점거한 현상은 유지한다’는 애매한 선에서 절충하는 데 그쳤다. 두고두고 문제가 될 불씨를 남긴 것이다.

 

 도쿄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 2022 05. 23 [교도 연합뉴스 자료사진.]
 도쿄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 2022 05. 23 [교도 연합뉴스 자료사진.]

'일본 편애' 미국 정치공학 접근 또다른 불씨 예고

2023 새해를 맞이하는 지금, 미국은 다시 중국을 포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을 뒷받침하고자 식민지 과거사 문제를 무시한 채 한국에 대일 관계 개선과 대일 군사협력 강화에 나서도록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무엇보다 문제는 미국의 말이라면 ‘맹종’하는 윤 정부의 자세이다.

미국은 일본을 ‘동아시아 대리자’로 내세우고 교전권을 보유한 군사 대국의 길을 열어주는 위험천만한 일을 벌이고 있다. 역사를 배제하고 한국민의 정서를 외면한 채 일본을 편애하는 미국의 정치공학적 접근은 60년 가까이 흐른 지금 되풀이되고 있다는 기시감이 든다. 미래에 되살아날 또다른 불씨를 예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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