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비판 게시물 멋대로 차단·삭제, '좋아요' 급감

이용자들 “표현의 자유 위축되면서, 스스로 검열”

페북 “혐오 표현 차단”이라지만 '혐오기준' 불투명

전문가들 “조직적으로 신고하는 일 가능해” 의심

페이스북 게시글이 삭제되고 좋아요가 급격히 줄어드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렇듯이 정보 관리에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는 페이스북의 운영사 메타는 지난달 아일랜드에서 벌금 1조7000억 원을 부과받았다. AP=연합뉴스.
페이스북 게시글이 삭제되고 좋아요가 급격히 줄어드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렇듯이 정보 관리에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는 페이스북의 운영사 메타는 지난달 아일랜드에서 벌금 1조7000억 원을 부과받았다. AP=연합뉴스.

“좋아요 수가 10분의 1로 줄었다. 10년 넘게 페이스북을 썼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세 번째 제재를 당했다. 페이스북이 마치 한국 검찰의 사촌 같다. 어제 갑자기, 그간 아무런 감시나 관리 따위의 처사나 징후가 없었던 2020년 포스팅에 제재를 해왔다.”

요즘 SNS 페이스북 사용자들이 본인의 계정에 올린 글이다. 특히 현 정권을 비판하는 글을 자주 올리는 페이스북 파워 이용자들의 게시물이 삭제되거나, 이런 게시물에 호감을 표시하는 ‘좋아요’ 수가 현저히 줄어든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용자들은 “정권이 바뀌고 이런 현상이 생겼다”며 표현의 자유 억압과 언론 통제가 이뤄지고 있다고 본다.

게시가 차단된 아트만두 작가의 그림. 작가 제공.
게시가 차단된 아트만두 작가의 그림. 작가 제공.

캐리커처 작가 아트만두(활동명) 씨는 14일 올린 게시물이 15일 새벽에 차단되는 일을 겪었다. 작가는 지난해 서울 인사동과 국회에서 풍자 캐리커처 전시회를 여는 등 사회비판적인 작품활동을 해왔다.

글과 그림이 담긴 아트만투 작가 게시물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를 풍자했다. 작가의 페이스북에는 ‘회원님의 게시물이 혐오 발언에 관한 커뮤니티 규정을 위반합니다. 아무도 회원님의 게시물을 볼 수 없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떴다.

이에 대해 박재동 화백 등 캐리커처 작가들의 모임인 칠대삼창작자집단은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작가들은 “정치인 풍자 캐리커처 작품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임의로 삭제한 일이 벌어졌고 이에 바로 작가가 이의 제기를 하였으나 메타 측은 명확한 설명 없이 작품 게시 글 복구를 거절했다”며 “모든 시민을 비롯한 예술가의 표현의 자유는 모든 곳에서 보호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작가들은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 후 예술가의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규제하고, 감시하고 억압하는 일이 비일비재해졌다”고 비판했다.

아트만두 작가의 페이스북. 작가 제공.
아트만두 작가의 페이스북. 작가 제공.

팔로워가 2만3000명 이상인 김상수 작가는 최근 6개월 이상 이상한 일을 겪고 있다. 글을 올리면 ‘좋아요’가 보통 400~500개에 이르렀지만, 최근에는 그 수가 10분의 1로 줄었다. 사회비판적인 글을 다수 올리는 김 작가는 “비정치적인 이야기는 좋아요가 많이 나오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기울어진 언론 지형에서 페이스북을 플랫폼으로 이용해 온 사람으로서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김 작가의 페이스북 친구들은 최근 그가 올린 글을 볼 수 없는 경우가 많아졌다.

촛불집회를 취재하는 사진 작가 이호 씨도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다. 집회 취재 내용을 올리면 ‘좋아요’가 500개 이상이었지만 최근 40개 가량으로 줄었다. 이 작가는 “일본 관련 글을 쓰면 바로 제한된다. 욱일기 사진을 편집해 올렸더니 30일 이용을 제한 당했다”고 말했다. ‘욱일기’ ‘쪽발이’ 등의 용어를 쓰면 게시가 바로 제한된다고 했다.

일간지에 자신이 연재 중인 칼럼을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이를 제한 당한 경우도 있다. 오세훈 씨알재단 운영위원은 올해 4월 제주 4.3사건 관련 기고를 올랐다가 제한되자 이에 대해 항의해 회복된 일을 겪었다. 이번 달에는 독도 관련 글을 썼는데 이 또한 제한됐다. 오 위원은 ‘좋아요’가 통상 200~400개였는데 60개쯤으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김상수 씨의 페이스북. 페이스북 갈무리.
김상수 작가의 페이스북. 페이스북 갈무리.

게시 글이 삭제되거나 유포가 제한되면서 SNS의 장점인 표현의 자유가 크게 위축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용자들도 스스로 움츠러들고 있다. 오 위원은 “(제한 조치를 당하다보니) 글을 쓰고 올릴 때 의식하게 됐다. 자기 검열을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의 비상식적인 현상에 대해 운영 주체인 메타 한국 지사(구 페이스북코리아) 측은 “특정 혐오 발언이 포스팅에 있으면 규정에 따라 차단된다. 하지만 정치적인 이유로 규제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메타 측은 특정 용어를 차단하는 알고리즘은 미국 본사에서 관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어떤 동기’를 의심하고 있다. 박지훈 IT전문가는 “누군가 조직적으로 (특정 글에 대해) 신고하는 일이 충분히 가능하다”며 “페이스북 측이 게시자 본인이 알 수 없게 조치하는 게 문제다. 영문을 모르고 피해를 당하고 항변의 기회조차 없다”고 말했다. 또한 특정 단어를 차단하는 등의 알고리즘은 미국 본사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국내 시스템이 있다고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메타 측은 국내 언론사 관계자들을 초대해 정치 콘텐츠의 노출을 줄이는 방향으로 알고리즘을 조정할 것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타의 정보 관리 관행은 이미 국제적으로 철퇴를 맞은 바 있다. 미국 메타 본사는 지난달 22일(현지 시각) 아일랜드 데이터보호위원회(DPC)로부터 벌금 12억 유로(약 1조7000억원)를 부과받았다. 아일랜드와 유럽의 사용자 정보를 미국으로 전송하는 것과 관련된 벌금이다. 이는 유럽연합이 관련 미국 기술기업에 부과한 역사상 가장 큰 벌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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