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태의 재구성] 3. 사모펀드 관련 아닌 ‘사모펀드 관련’ 혐의들

업무상횡령 혐의, 전면 무죄…조범동만 일부 유죄

‘미공개중요정보이용’ , 동생 정 씨 거래 대부분 무죄

‘미공개중요정보이용’ 혐의, 구 모씨 계좌 거래 유죄

‘사모펀드 전면 무죄 아니다’? 한동훈 후안무치 말장난

앞서 ‘사모펀드 관련’으로 기소된 혐의는 오직 ‘거짓변경보고’ 하나 뿐이고 이 혐의조차 무죄 확정되었으며, 정작 검찰이 목표했던 핵심인 ‘권력형 비리’ 등은 공소장에 전혀 써넣지 못하고 덮었다는 점을 정리했다. 한 마디로 사모펀드 관련 혐의는 전면 무죄였다.

그런데, 객관적으로 사모펀드 관련 혐의로 볼 수 없음에도 검찰이 공소장에서 자의적으로 “사모펀드 관련 범행”으로 분류해 써넣은 혐의들은 더 있다. ‘업무상횡령’, ‘미공개중요정보이용’, ‘범죄수익은닉’, ‘금융실명법위반’이다. 이 중 후자 두 가지는 대체로 전자 혐의들의 행위에 대해 추가한 법률 적용에 불과하므로, 여기서는 주로 ‘업무상횡령’과 ‘미공개중요정보이용’ 혐의의 결과에 대해 살펴보겠다.

업무상횡령 혐의, 무죄

‘업무상횡령’ 혐의는 정 교수가 코링크로부터 ‘경영컨설팅비’ 명목으로 받았던 돈이 정 교수가 조범동과 공모하여 코링크 자금을 횡령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 같은 검찰의 주장은 판결에서 전혀 인정되지 않았다.

판결에서는 검찰이 횡령 액수라고 주장한 총 1억여 원 중 일부만 조범동의 단독 횡령이라는 판단이 나왔다. 조범동의 횡령의 내용은, 조범동이 정 교수와 동생에게서 개인 명의로 빌린 돈을 컨설팅 비용으로 위장하여 코링크 법인의 자금으로 이자를 지급한 것이다. 반면 범죄로 인정되지 않은 부분도 있는데, 허위 명목임과 무관하게 회사가 원래 지급할 비용을 지급한 것이라는 취지다.

이렇게 판단이 나뉜 이유는, 조범동이 코링크 설립 직전에 개인 명의로 10억원을 빌려 회사 설립 후 회사 비용으로 이자를 지급했고, 1년여 후 정 교수에게 갚았다가 다시 빌리면서 코링크 법인 명의로 제대로 정리했기 때문이다. 즉 검찰은 대여금 이자를 ‘컨설팅비’라는 허위 명목으로 지급한 것 자체가 범죄라며 기소했지만, 법원은 명목이 허위라는 것은 범죄로 보지 않았고, 다만 조범동 개인이 빌린 돈을 회사가 이자를 낸 부분만 범죄로 판단한 것이다.

그런데 이 혐의에서, 조범동에 대한 일부 유죄 판단과 무관하게 정경심 교수는 전면 무죄였다. 조범동이 정 교수에게 지급한 돈이 회사 자금을 횡령한 것이라고 해서, 정당한 권리가 있어 돈을 받은 사람이 ‘불법영득의 의사’로 횡령한 혐의의 공범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당연한 판단이다.

자, 과연 이런 내용의 혐의가 검찰이 분류한 것처럼 “사모펀드 관련” 혐의일 수 있는가. 이 혐의는 어떤 기업이 외부에서 대여한 돈의 이자를 지급한 방식의 절차적 문제인데, 해당 기업이 사모펀드를 취급하는 회사라는 이유로 “사모펀드 관련” 혐의가 될 수 있을까. 그런 주장이 성립된다면, 치킨 집에 빌려준 돈의 이자 문제는 ‘치킨 관련 혐의’가 되고, 군용 무기 제조사와 거래하면서 생긴 분쟁의 경우에는 ‘무기 관련 혐의’가 된다.

감이 오시는가. 이 혐의를 “사모펀드 관련” 혐의로 분류한 것은 검찰의 말장난에 불과하다.

‘미공개중요정보이용’ 혐의, 동생 정 씨 거래 대부분 무죄

사모펀드와 관련이 없는데도 검찰이 사모펀드 혐의로 분류해 기소한 또 다른 혐의는 ‘미공개중요정보이용’으로, 정 교수가 조범동에게서 들은 미공개 정보를 토대로 총 5회에 걸쳐 부당이익을 취득했다는 혐의다. 그런데 이 혐의도 사모펀드의 운용이나 펀드로 투자된 돈의 문제도 아니며, 단지 개인 조범동으로부터 주가에 영향을 줄 정보를 얻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당연히 이 혐의 역시 “사모펀드 관련 범행”이라고 분류한 것은 억지 분류법에 불과하다.

이 혐의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살펴보면 항소심에서 개별 사안에 따라 3건은 유죄, 2건은 무죄로 갈렸다. 이 5건 중 가장 덩치가 컸던 것은 검찰이 언론에 흘려 떠들썩했던 ‘동생 자택에서 발견된 WFM 현물 주식 12만 주’ 건이다. 이 12만 주는 10만 주와 2만 주 거래로 나뉘어지는데, 1심에서는 2만 주 무죄, 10만 주 유죄로 판단되었다가 2심에서 둘 다 무죄로 뒤집어졌다.

즉 검찰이 기소한 거래 5건들 중 거래량과 액수에서 혐의 5건 전체의 대부분(83%)에 해당하는 2건이 무죄였다. 이렇게 가장 덩치가 가장 큰 10만 주 혐의가 2심에서 무죄로 뒤집히면서, 벌금과 추징금의 액수도 각각 5억과 1억3800만원에서 5천만원과 1천만원으로, 1/10 이하로 대폭 낮춰졌다.

조금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자면, 5건 중 앞선 3건(유죄 1건, 무죄 2건)은 정 교수의 명의가 아닌 동생 정 모씨 명의 거래다. 이 혐의에 대한 정 교수의 일관된 주장은 자신의 주식이 아니라 동생의 주식이라는 것이다.

이 사건 재판에서 금전 관련의 쟁점 거의 모두에서 드러난 것처럼, 정 교수와 동생 정 씨의 관계는 특별히 각별하다. 코링크에 대한 자금 대여, 블루펀드 투자 등 정 교수는 자신이 투자를 할 때마다 매번 동생도 함께 투자하도록 했다. 즉 재산 투자 면에서 정 교수가 동생을 각별히 챙겨온 것은 객관적 사실이다.

 

2017년 조국 전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이 된 후 정 교수가 자신이 투자하던 자금을 모두 정리해 공직자윤리법에 저촉되지 않는 사모펀드에 넣었다. 같은 취지에서 이 3건의 거래도 동생의 주식 거래에 자신이 개입해 도와준 것이 전부라는 것이다. 실제 정 교수는 이렇게 매입한 주식을 나눠 갖지도 않았다. 동생 자택에서 발견된 현물 주식 12만 주가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남매 관계의 특수성은 수사와 기소, 재판 과정에서 제대로 인정되지 않았다. 검찰은 구체적인 근거 없이 거래에 정 교수가 개입했다는 사실만으로 동생 정 씨의 투자에 정 교수의 투자도 포함되어 있다고 주장했고, 그 결과 동생 명의 거래 3건 중1건이 유죄로 판단된 것이다.

‘미공개중요정보이용’ 혐의, 구 모씨 계좌 거래 유죄

동생 명의의 거래 3건 외에 추가 2건 역시 정 교수가 아닌 지인인 헤어디자이너 구 모씨의 계좌다. 이 거래들에 대해 여러 쟁점들이 있었지만, 필자로서는 법원의 최종 판단에 두 가지 아쉬운 부분이 있다. 첫번째로, 정 교수와 구 모씨 사이의 인간관계 문제다.

2018년 2월의 첫번째 거래는 구 모씨 본인이 본인의 계좌로 매입한 것이고, 11월의 두번째 거래는 정 교수가 자금을 빌려주고 계좌를 넘겨받아 정 교수가 매입했다. 정 교수는 1차 투자인 2월의 거래에서 구 모씨에게 큰 손해가 생긴 것에 대한 미안함으로 11월엔 자신의 돈까지 빌려주며 구 모씨의 계좌로 대리 매매해준 것이라는 주장이다.

구 모씨는 정 교수와 자식들의 단골 헤어디자이너로서 매달 수 차례씩 만나온 상당히 가까운 지인이라는 점에서 이런 주장이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 앞서의 거래로 취득했던 WFM 주식의 주가는 매입 직후에도 하락했지만 구 모씨가 매도하지 않고 계속 보유하고 있는 동안 주가가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져 있었다. 이런 이유로 정 교수가 느낀 미안함의 정도가 더욱 커졌을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앞서 동생의 사례처럼, 법정에서 이런 무형의 ‘인간관계’는 명시적인 ‘이익관계’에 비해 잘 인정이 되지 않는다. 판결에선 정 교수의 돈이 들어간 계좌를 정 교수가 매매했다는 이유로 유죄 판단이 내려졌다.

이 부분에서 더욱 안타까운 것은, 정 교수의 오랜 지인이기도 했던 구 모씨가 검찰 수사가 시작된 후로 검찰 조사에서 매우 소극적으로 임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이다. ‘누구의 거래냐’에 대해 양 측 모두 입증할 물증은 없는 상태에서 구 씨의 진술 자세가 중요한 변수였을 수밖에 없는데, 구 씨의 소극적 진술로 인해 유죄 심증에 유의미하게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언론보도의 대홍수와 대규모 수사가 정 교수를 유죄로 몰아가는 중이었으니, 구 씨가 검찰 조사에서 본인의 관련성에 대해 방어적으로 임할 수밖에 없는 점은 인간적으로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다. 이 두 거래에 구 씨 자신도 함께 기소될 수 있다는 위협을 느낄 여지가 컸고, 검찰이 이런 공포감을 적극 이용했을 개연성이 충분하다.

더욱 아쉬운 부분은, 이 혐의 관련으로 재판에서 ‘정보의 진실성’ 문제가 제대로 부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검찰이 주장한 2018년 2월의 ‘미공개정보’란 “WFM의 배터리 소재를 사용한 배터리를 자동차부품연구원에서 시험한다”라는 내용이었고, 2018년 11월의 미공개정보는 “WFM이 배터리 소재를 테슬라에 공급하는 구매의향서를 체결한다”라는 내용이다. 여기서 문제는, 이 두 정보 모두 허위 정보였다는 점이다.

먼저 2월의 ‘자동차부품연구원 시험 의뢰’ 건의 경우, 검찰이 주장한 ‘미공개정보’의 내용에서는 ‘기존 배터리 대비 20% 향상’을 장담했고, 그로부터 3개월 후인 5월에는 언론들에 “시험 결과 기존 배터리보다 2배의 용량이 확인됐다”라고까지 홍보 기사를 냈으나, 둘 다 완전한 허위였다. 조국 사태 당시인 2019년 9월 20일에 TV조선의 단독 보도에 따르면, 해당 연구원은 WFM 관련으로 시험 의뢰됐던 배터리는 기존 배터리와 성능에서 별 차이가 없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11월의 ‘테슬라에 배터리 소재 공급’ 건은, 다들 아는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가 아닌 체코의 ‘테슬라배터리즈’라는 회사였다. 이름만 들어서는 미국 테슬라 사와 연관이 있을 것 같지만, 이 회사는 가정용 배터리를 생산하는 회사로서 미국 테슬라 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이 역시 조국 사태 당시인 2019년 8월 30일에 채널A가 단독 보도로 허위 정보라는 사실을 공개했다.

 

그런데, 이런 사실을 보도한 위 언론사들은 이를 토대로 조국, 정경심 교수가 허위정보를 퍼뜨린 코링크 일당의 공범으로 보는 근거로 활용했다. 그렇다면 그런 의심은 과연 타당한 것이었을까?

그에 대한 간단한 답이 있다. 구 모씨의 주식 계좌는 줄곧 매수만 했을 뿐 단 한 번의 매도도 없었다는 것이다. 허위 정보인 줄 알았다면 당연히 하락 전에 매각해서 차익을 얻고 발을 빼야 했는데, 구 씨 계좌는 단 한 번도 매도를 하지 않았고 그 상태에서 해당 주가가 줄기차게 떨어짐으로써 큰 손해를 봤다. 따라서 두 종편 언론사가 보도한 취지와 정반대로, 정 교수와 구 씨는 공범이 아닌 피해자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당시 언론들의 지독한 확증편향 탓에, 새로운 사실이 나올 때마다 피해자일 가능성 대신 공범인 근거로만 보인 것이다. 이런 확증편향이 2019년 조국 사태 당시부터 지금까지도 내내 이어지고 있고, 그것이 다수 대중들에게 조국 부부를 일방적으로 비난하도록 만들었다.

요컨대, 검찰이 주장하는 정보는 ‘미공개중요정보’가 아닌 ‘미공개허위정보’였고, 정 교수나 구 모씨는 그 정보가 허위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면, 이렇게 허위 정보인 경우에도 ‘미공개중요정보이용’ 혐의를 적용하는 것이 과연 타당할 것인가. 살펴보니, 이 문제에 대한 일관된 판례들의 경향이 있었다.

일례로 비교적 최근인 2022년 9월 선고된 “2022도3522“ 판례에서 대법원은, “미공개중요정보로서 요구되는 정도의 정확성을 갖추었다거나 증권거래에 관한 의사결정에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할 정도로 구체화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 미공개중요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물론 같은 취지의 판례들은 더 많이 있다.

이런 판례의 경향성은 2020년 한국증권법학회에서 발행한 논문에서도 명시되어 있다.

그럼에도 기존 학설과 판례는 “동 정보가 반드시 객관적으로 명확하고 확실할 것까지 요구하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정확성은 인정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허위’정보를 이용한 경우에는 「자본시장법」 제174조의 적용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 「자본시장법」 제174조에서 정보의 ‘중요성’ 의미 - ‘중요성’과 관련된 ‘정확성(진실성)’ 문제

2020.10.23, 신상훈, 한국증권법학회

그런데 정경심 교수의 판결문들을 살펴봤을 때 이런 ‘정보의 진실성’ 문제는 1, 2, 3심 공히 재판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여, 아쉬움이 크다. 재판에서 이 문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심리가 진행되었더라면 재판부의 유무죄 판단이 달라졌을 가능성이 상당했을 것으로 보인다.

‘사모펀드 전면 무죄 아니다’?

정경심 교수의 2심 판결이 나온 지난해 8월 11일, 추미애 전 법무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래와 같은 글을 올렸다. 앞서 글과 이번 글에서 설명했다시피, “애초에 혐의를 단정했던 사모펀드 건은 모두 무죄”라는 추 전 장관의 해석은 정확했다.

 

그런데 조국 수사를 총괄 지휘했었고 당시 시점에 사법연수원 부원장이었던 한동훈 검사장은, 바로 다음날 다음과 같이 ‘사모펀드 전면 무죄’가 아니라는 입장문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손톱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후안무치한 말장난이었다.

“항소심 판결문과 설명자료에는 유죄 판결이 난 미공개정보이용, 금융실명법위반, 범죄수익은닉 범죄 등에 대해 '코링크 사모펀드 관련'이라고 명시돼 있다. 도대체 뭘 보고 다 무죄라고 계속 거짓말하는지 모르겠다”

이 논쟁의 진실은 간단히 확인 가능하다. 공소장과 판결문을 비교해보는 것이다. 검찰은 아래에 보듯 공소장에 ‘거짓변경보고’ 혐의 외에 ‘업무상횡령’, ‘미공개정보이용’ 등의 혐의들을 묶어 “사모펀드 관련 범행”이라고 대분류를 써넣었다.

 

 정경심 교수 검찰 공소장 중 "사모펀드 관련"
 정경심 교수 검찰 공소장 중 "사모펀드 관련"

하지만 1,심 및 2심의 판결문과 설명자료를 보면, 대체로 공소장의 혐의 이름과 분류를 따라 판결문을 쓰면서도 유독 이 부분만은 공소장과 달리 “코링크PE 관련 범행”이라고 바꿔 놓았다. 이는 판결문에서 공소장의 다른 혐의 대분류인 “의전원 부정지원” 등의 표현은 판결문에 거의 그대로 옮겨 쓴 것과 대조된다.

즉 1, 2심 재판부가 공통적으로 공소장의 해당 부분만 콕 찍어서 정정해 놓은 것을 볼 때, “미공개정보이용”과 “업무상횡령” 등의 혐의는 공소장에 쓰인 것처럼 “사모펀드 관련”은 아니라는 두 재판부의 판단이 나타난 것이다.

 

정경심 교수 2심 판결문과 설명자료 중 "코링크PE 관련"
정경심 교수 2심 판결문과 설명자료 중 "코링크PE 관련"

나아가서, 이러한 법원의 판단은 혐의 분류 명칭을 넘어 판결문의 서술에서도 확인된다. 판결문에는 이들 혐의 관련으로 단지 사건의 배경으로서 ‘코링크’라는 회사 이름이 언급될 뿐 ‘사모펀드 관련’으로 쓰거나 그렇게 해석, 유추 가능하도록 쓰인 부분이 없다. 이건 검찰의 공소장 역시도 마찬가지다. 혐의 분류를 “사모펀드 관련”이라 썼을 뿐, 정작 검찰이 제기하는 혐의의 실체인 공소사실에서도 사모펀드 관련성을 주장하지 못했다.

여기서 한 전 부원장의 ‘워딩’을 다시 살펴보면, 실제 판결문에는 “코링크PE 관련 범행”이라고 되어 있는 것에 자신이 멋대로 “사모펀드”를 끼워 넣고는 판결문의 내용이 원래 “코링크 사모펀드 관련”인 것처럼 주장한 사실이 확인된다. 검찰이 공소장에 쓴 표현과 실제 판결문의 정정된 표현을 짜깁기해 가공의 판결문 표현을 만들어낸 셈으로, 실수가 아닌 고의로 볼 수밖에 없다.

다른 한편으로, 한 전 부원장이 수사 지휘를 했던 검사로서 언론과 여론을 상대로 이런 후안무치한 말장난을 퍼뜨릴 수 있었던 데에는, “판사는 판결로 말한다”라는 금언에 묶인 판사들은 자신과 달리 직접 입장문으로 사실관계를 밝히지는 못할 것이라는 계산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판사가 판결로만 말하는 동안 왜 검사는 공소장을 넘어 기자들에게 피의사실을 유포하고 심지어 허위 주장까지 하는가.

언론의 문제는 더 심각하다. 이 문제는 한 전 부원장이 근거라고 주장한 판결문이나 훨씬 짧은 설명자료만 봐도 간단히 확인되는 문제였음에도, 모든 법조기자들이 사실 확인 없이 그대로 기사화 했다. 지금 당시의 기사들을 찾아봐도 한 전 부원장의 허위 주장을 확인 없이 그대로 옮긴 기사가 수십 개나 쏟아진다.

검찰의 일방적 주장에 불과한 공소장과 달리 재판부가 판결문에 쓴 내용은 기분 나는 대로 허투루 써넣은 것이 아니라 사법부의 엄중한 판단이다. 그런데도 그런 엄중한 판결문을 검사가 멋대로 왜곡하고 법조기자들이 그대로 받아씀으로써 국민들을 기만했다. 그 결과 다수 국민들은 실제 판결 그대로가 아닌 왜곡된 사실을 진실인 양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박지훈 IT 전문가
박지훈 IT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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