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전용기 탑승 불허에, 특정매체 기자들만 따로 불러

한미, 한일, 한미일 정상회담 취재 제한…보도자료 배포만

김건희 여사, 남몰래 독자 행동…‘빈곤 포르노’ 파문 키워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1일 한·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캄보디아 프놈펜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2022.11.11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1일 한·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캄보디아 프놈펜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2022.11.11 연합뉴스

순방외교 과정에서 드러난 윤석열 대통령의 언론 무시 행태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윤 대통령은 지난 11일 출국해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 ··, ·일 정상회담을 가졌다. 14엔 인도네시아 발리로 이동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한·중 정상회담도 했다그러나, 남은 G20 일정은 박진 외교부 장관에게 맡기고 폐막에 앞서 16일 귀국했다.

출국하기도 전에 문제가 터졌다. 대통령실은 출국을 이틀 앞둔  9일 MBC 기자들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불허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이다. 대통령실은 전용기 탑승은 외교, 안보 이슈와 관련해 취재 편의를 제공해 오던 것으로 최근 MBC의 외교 관련 왜곡, 편파 보도가 반복되어 온 점을 고려해 취재 편의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9월 뉴욕 순방 때 있었던 MBC의 비속어 발언 보도에 대한 윤 대통령의 보복으로 여겨졌다.

이에 MBC는 군사독재 시대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전대미문의 일이라며 반발했다. MBC언론 자유라는 헌법적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며 헌법소원을 내겠다고 했다파문은 확산됐다. 대통령실 출입기자단 대부분이 찬반투표를 거쳐 연대를 결의했다기자협회와 방송기자연합회, 한국영상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  5단체도 긴급 성명을 내고 헌법이 규정한 언론자유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라고 규탄하고,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은혜 홍보수석의 파면을 요구하고  14일엔 경찰에 고발까지 했다

각계에서는 대통령이 국민의 세금이 쓰인 공적 재산인 대통령 전용기를 사적 재산으로 착각하는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왜곡된 의식에 대한 비판이 잇따랐다. 국제기자연맹(IFJ)도 15일 홈페이지를 통해 비판적 보도를 이유로 언론을 배제한 것을 규탄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MBC에 대한 지속적 공세는 위험한 선례를 남겼다고 가세했다.

 

MBC 취재진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불허한 것과 관련해 대통령실 김대기 비서실장과 김은혜 홍보수석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 2022.11.14 [전국언론노동조합 제공, 연합뉴스
MBC 취재진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불허한 것과 관련해 대통령실 김대기 비서실장과 김은혜 홍보수석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 2022.11.14 [전국언론노동조합 제공, 연합뉴스

 한겨레와 경향도 MBC연대 차원에서 전용기 탑승을 자발적으로 거부하고 민항기를 타고 순방 취재에 나섰지만 제대로 취재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한겨레 배재현 기자는 "민항기로 대통령 동선을 따라잡을 수 없었고 공식연설과 브리핑을 속절없이 놓쳤다"고 전했다.

‘ MBC전용기 탑승 배제사건으로 여론은 악화됐다. 17일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 11월 3주차 조사 결과에 따르면, ‘취재 기회를 박탈하는 부적절한 조치였다는 응답이 65%였고, ‘왜곡·편파 보도 방지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응답은 28%에 그쳤다. 윤 대통령의 부정평가 62%보다는 높고, 긍정평가 29%보다 1%가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지율 30%가 다시 무너지는데 MBC전용기 탑승 배제 건이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더 문제는 이 정도로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은 프놈펜으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특정 언론사 기자들만 따로 불러 대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모든 언론매체를 동등하게 대우해야 할 대통령이 개인적인연이 있는 기자들에게 특혜를 베푼 셈이다. 백미는 한·, ··, ·일 정상회담, 그리고 한·중 정상회담과 관련해 보도 제한을 한 대목이다. 통상 풀(공동)취재단이 다른 나라 취재기자들과 함께 회담 모두 부분을 취재하는데, 이번엔 대통령실이 전속 취재를 하며 풀취재단의 회담장 접근을 막는 비정상적 행태까지 보였다

한반도 정세가 전쟁 전야를 방불케 하고, 격화되는 미·중 패권 경쟁과 진영 대립, 우크라이나 전쟁과 위기에 직면한 세계경제, 한일 과거사 문제 등 굵직굵직한 현안이 산적해 있는 상황이었던 만큼, 이들 회담에 대한 언론의 관심은 뜨거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아예 풀 기자단의 현장 접근을 불허하고, 회담 후에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도 없이 대통령실 전속 직원이 찍은 사진과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것으로 그쳤다.

대한민국의 국익과 한반도의 앞날을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한 회담들이었는데도, 상세한 설명 없이 사실상 대통령실이 필요한 만큼만 공개한 것을 두고 국민을 소외시키는 비밀외교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언론사마다 상당한 비용과 시간을 들이고 나선 대통령 순방 동행취재가 무의미해진 순간이었다.

 

선천성 심장질환 환아 찾은 김건희 여사[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선천성 심장질환 환아 찾은 김건희 여사[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순방에 동행했던 김건희 여사의 남모르는 독자 행동을 놓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첫 방문국인 캄보디아 정부가 마련한 정상 배우자 프로그램들에 모두 불참했다. 일례로, 다른 정상 배우자들은 프로그램에 따라 세계적 명소인 앙코르와트 사원을 방문했으나, 김 여사는 가지 않았다.

그 대신, 11일 프놈펜 소재 헤브론의료원을 찾아가 심장질환이 있는 소년의 치료방안을 의료원 관계자들과 논의했고, 12일에는 그 소년의 집을 찾아갔다. 보통 취재기자들이 현장 취재를 하는 것과는 달리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했고, 나중에 대통령실이 심장질환 앓는 아이를 안고 있는김 여사의 사진을 배포했다. 이 사진은 빈곤 포르노논란으로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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