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인질로 부모에 유죄 인정 강요한 '사법인질극'

유죄 인정 없자 4년 만에 결국 기소, '공소권남용'

온가족 조리돌림, 무도하고 파렴치한 패륜적 기소

판결 전날엔 경찰이 보름이나 지난 별건 보도자료

지난 22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의 딸 조민에게 1심 판결이 내려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 재판부(이경선 판사)는 조민 씨에게 벌금 1000만원의 유죄를 선고했다.

그에게 적용된 혐의들은 명목상 여러가지였지만, 핵심은 모두 허위 혹은 과장된 서류들을 학교 등에 단순 제출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어머니 정경심 교수의 관련 혐의들이 모두 유죄로 확정되었기 때문에, 이 재판에서 표창장 등의 허위 여부나 제출 사실 자체는 주요 쟁점이 아니었다.

이 재판의 쟁점은 사실상 하나뿐이었다. 검찰이 기소 여부를 가지고 조민 씨를 포함한 가족들을 장기간 괴롭혔다는, ‘공소권 남용’의 적용 여부였다. 검찰은 2019년 가을 정경심 교수를 기소한 이후에도 딸 조민 씨의 기소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지 않고 질질 끌면서 장기간 가족을 괴롭혔다.

 

입시 비리 혐의로 기소된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의 딸 조민 씨가 22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4.3.22. 연합뉴스.
입시 비리 혐의로 기소된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의 딸 조민 씨가 22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4.3.22. 연합뉴스.

조민 씨에 대한 기소는 지난해 8월에 이루어졌는데, ‘조국 사태’가 발발한 후로 무려 4년만이다. 정경심 교수에 대한 기소 시점으로부터 따져도 3년 11개월이다. 그 4년의 시간 동안 검찰은 이 한 가족의 구성원들을 손 안의 공깃돌처럼 요리조리 굴려 대며 농락하다가 기어이 부모에 이어 딸까지 기소한 것이다. 심지어 2022년 1월 정 교수의 유죄 확정 시점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1년 7개월이나 지난 후의 기소였다.

심지어 검찰은 지난해 7월, 조민 씨에 대한 기소 전 “기소 여부 결정에 조민 씨 입장뿐 아니라 공범인 조 전 장관, 정경심 전 교수의 공소사실에 대한 입장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라면서, 조국 부부에게 유죄를 인정하라는 공개적으로 압박까지 벌였다. 이는 연관된 혐의로 항소심이 진행중이었던 조국 전 장관에게 공개적으로 유죄 인정을 하라는 압박이었다. ☞ 검사 집단의 잔악성 또 드러낸 '조민 인질극'

이런 행위는 조금도 변명할 여지 없이, 검찰이 딸의 기소 여부를 두고 아버지를 위협해 자백을 얻어내려던 것이었다. 이 나라 사법 역사상 전례도 없고 앞으로도 다시 있어서는 안될 무도하고 파렴치한 행위로서, 한 마디로 검찰의 ‘기소 인질극’이라고 할 일이다. 특히 그런 인질극을 혈육관계인 딸의 사법적 안전을 두고 부모에게 법정 다툼을 포기하게 하려는 것이었던 만큼 반인륜적이기까지 했다. 윤석열 검찰의 잔악무도함을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런 검찰의 공개 협박에 조국 전 장관 부부는 지난해 7월 23일 공개 입장문을 내어 검찰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했다. 이 입장문에서 조국 부부는 “이례적이지만 검찰의 요구를 존중한다”면서 “부모인 저희의 불찰과 잘못이 있었음을 자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조민 씨를 포함한 자식들이 ‘입시비리’ 혐의로 기소된 모든 학위와 자격을 포기 및 반납했고 다투는 소송까지 취하했음을 밝혔다.

그런데 검찰은 이렇게 굴종을 강요하고 또 조국 부부가 검찰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했음에도, 조국 부부가 입장문에서 소극적으로나마 법정에서 사실관계를 소명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지난해 8월 기어이 조민 씨를 기소했다.

몇 년이나 지났지만 어쨌든 부모의 반성이 없으니 기소를 해야겠다는 검찰의 주장이 그야말로 어처구니가 없다. 도대체 법리상으로든 사회상규상으로든, 부모의 반성과 자식에 대한 기소가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가? 이런 식의 기소권 행사는 이 일가족에 대한 사법 유린이자, 사법체계 자체에 대한 유린이기까지 하다.

이런 결과를 돌아보면, 검찰은 단지 조 전 장관에게 모욕을 주는 정도에 그치지 않고 공개적인 유죄 인정과 재판 포기를 요구했던 셈이다. 국가기관인 검찰의 처분으로서 이보다 더 천인공노할 행위가 있을까.

또 법리상으로는 아버지와 어머니, 딸에게 적용된 혐의들이 다 따로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이어진 하나의 행위다. 조국 부부가 허위, 과장된 증명서 등을 제출하는 데에 제출 당사자인 조민 씨도 공범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종류의 혐의로 온 가족을 다 순차 기소한 전례도 없다. 그것도 4년이나 되는 시간을 두고 말이다. 전례만이 아니라 후례도 물론 아직 없고, 다시는 있어서는 안될 일이기도 하다. 국가 공권력이 법을 얼마만큼이나 잔인무도하게 휘두를 수 있는지 그 새로운 한계선을 기록한 사례라고 할 수밖에 없다.

 

조국 전 장관 딸 조민이 2013년 4월 11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쿠무다 콘서트홀에서 열린 '조국의 법고전 산책 저자와의 대화'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4.11. 연합뉴스.
조국 전 장관 딸 조민이 2013년 4월 11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쿠무다 콘서트홀에서 열린 '조국의 법고전 산책 저자와의 대화'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4.11. 연합뉴스.

또 검찰은 어머니 정경심 교수에 대한 기소 당시에는 조민 씨가 ‘동양대 표창장 위조’의 공범이라고 적시해 주장했지만, 정작 조민 씨를 기소할 때는 그 혐의를 슬쩍 빼버리고 그 관련으로 어떤 공지도 하지 않았다. 재판 진행 중에도 검찰은 단 한번도 딸이 위조의 공범이라고 주장한 바도 없다. 애초에 딸이 공범이라고 주장할 근거가 티끌 하나만큼도 없었음에도 멋대로 정경심 공소장에 딸도 공범이라는 주장을 써넣었던 것이다. ☞ '표창장 위조 공범'? 정작 조민 기소 땐 슬쩍 뺀 검찰

더 있다. 이 조민 씨 기소의 사안들은 2013년, 2014년의 일들을 문제 삼은 것이므로, 통상적인 관점에서 공소시효 7년이 지났다. 그런데도 공범이라는 부모의 재판으로 인해 형소법 단서조항으로 재판 기간 동안 공소시효가 정지됐고, 검찰은 그런 단서 조항을 이용해 기소를 한 것이다. ‘재판 중 공소시효 정지’ 조항의 취지는 이렇게 검찰이 한 가족을 수년에 걸쳐 조리돌림하며 조롱하라는 것이 아니다.

이처럼 어처구니 없는 전후 상황들을 돌아볼 때, 조민 씨 변호인의 주장처럼 이런 기소 행위는 그야말로 ‘공소권 남용’이 반드시 적용되어 마땅한 일이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변호인의 공소권 남용 주장을 선고에서 일체 인정하지 않았다.

더욱이 재판부는 확인서 발급 과정이나 표창장 위조에 관여하지도 않았고 허위 내용 사실을 모르는 상태에서 서류를 제출했다고 인정했고, 체험활동을 일부 실제 하기도 했다고도 인정했다. 즉 실질적 문제는 체험활동 확인서 등의 ‘과장’의 수준이라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이런 확인서의 과장 문제는 사회 일반에서 너무도 비일비재한 일이라 이를 문제로 삼아 판결을 내리는 것이 민망할 정도다. 그런데도 이를 무죄 사유로 삼는 대신 유죄 인정 후 양형에서 감해주는 요소로만 매우 소극적으로 인정했다.

이런 상황이니, 검찰이 구형한 징역 1년, 집행유예 3년보다는 낮은 벌금형이라고 해도 이 판결을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다.

한편 조민 측이 이 1심 판결에 항소할지 여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법리상으로 보면 항소해서 다시 다툴 여지는 충분해 보인다.

선고 전날 유튜브 광고 검찰 송치 

한편, 이 판결 하루 전날인 3월 21일에는 경찰이 조민 씨를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는 보도들이 일제히 터져나왔다. 지난해 12월 한 시민단체가 조민 씨를 경찰에 고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시민단체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조민 씨는 지난해 5월에 처음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후 9월에 첫 유료광고 컨텐츠로 홍삼 제품을 홍보한 바 있다. 당시 해당 영상을 본 누군가가 ‘허위 과장광고’라며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접수했고, 며칠만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영상 차단 처분을 내렸다.

 

조민 유튜브에 유료광고를 냈다가 자신들의 책임이라며 사과 입장을 밝힌 대한고려홍삼측의 입장문. 대한고려홍삼 홈페이지.
조민 유튜브에 유료광고를 냈다가 자신들의 책임이라며 사과 입장을 밝힌 대한고려홍삼측의 입장문. 대한고려홍삼 홈페이지.

이에 해당 광고를 의뢰했던 ‘대한고려홍삼’ 측에서는 해당 광고에 대한 법률적 검토는 ‘자사의 업무’였으며 면밀히 살피지 못한 채로 광고를 진행한 것은 자사 책임이라고 명시적으로 밝혔다.

이후 이 회사는 일회성 광고를 넘어 조민 씨를 공식 광고모델로 선정하여 자사 홈페이지에도 조민 씨의 사진으로 홍보하고 있고 조민 씨의 유튜브에서도 해당 법률을 준수한 광고 영상들을 추가로 진행하고 있다.

주무부처인 식약처는 민원을 접수받고도 영상 차단 외에 별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데, 한참이나 뒤늦게 한 시민단체의 별도 고발로 경찰 수사가 진행된 것이다. 고발을 한 시민단체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으나 몇몇 언론에서는 보수성향 시민단체라고 보도했다. 고발 자체가 정치적 목적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법을 잘 몰랐던 초보 유튜버가 법을 어겼을 수 있다. 광고 의뢰 업체가 자신들의 책임이라고 구체적으로 밝혔어도 조민 씨도 결과적으로 법을 어긴 것이 사실라면, 또 고발까지 접수됐다면 수사를 할 수 있다. 문제는 시기다.

이번 검찰 송치 관련 소식은 3월 21일에 일제히 언론사들에 알려졌다. 연합뉴스 등 언론은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지난 6일 조씨를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1일 밝혔다"고 보도했다.

 

식약처의 영상 차단 조치 이후 정식 심의를 받고 사과 입장과 함께 다시 재업로드한 해당 홍삼제품 광고 영상. 쪼민 유튜브.
식약처의 영상 차단 조치 이후 정식 심의를 받고 사과 입장과 함께 다시 재업로드한 해당 홍삼제품 광고 영상. 쪼민 유튜브.

즉 3월 6일에 검찰에 송치했는데 그로부터 보름이나 지난 3월 21일에 동대문경찰서가 보도자료를 돌린 것이다. 보름이나 지나서 보도자료를 돌리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보름 사이에 동대문경찰서에는 뭔가 대단한 행사라도 있어서 업무를 못봤던 것인가.

21일 바로 다음날이 조민 씨의 1심 선고일이었다. 선고 하루 전날이므로 선고 결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없었다. 하지만 하루 전날부터 미리 눈총을 받게 해놓고 다음날 판결이 나오면 다시 한번 부정적 시각이 집중된다.

특히 조민 씨는 최근 몇주간 이어진 지지율 급등세로 4.10 총선의 최대 관심사가 된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의 딸이다. 윤석열 정권이 딸의 ‘범죄행위’를 이틀 연속 언론보도를 타게 함으로써 조국혁신당의 돌풍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의심하기에 충분한 정황이다.

조민 씨가 자신의 홍보영상에서 한 발언 중 경찰이 문제 삼은 것은 “약 1개월간 꾸준히 먹어봤는데 확실히 면역력이 좋아지는 것 같다”라는 발언이었다. 관련 사례를 찾아보면 이렇게 확정적 발언이 아닌 추정적 발언은 허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유튜버나 블로거가 유료 광고를 하면서 결과적으로 과장된 광고를 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심지어 언론들도 유사한 광고성 기사들을 마구잡이로 싣고 있다. 하지만 이런 수많은 광고들 중 고발로까지 이어지는 사례는 극소수다. 조민 씨는 그 극소수에 들어갔고, 경찰 수사 결과 검찰에 송치됐으며, 송치 후 보름이나 지나 다른 사건의 선고일 바로 전날에 대대적으로 보도자료가 뿌려졌다.

이 가족의 수난사는 도대체 얼마만큼의 긴 시간이 지나야 끝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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