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정부 탈원전 비용 47조?…"매우 비현실적 가정"

정책포럼 사의재 "또 폄훼·왜곡, 전 정부 탓 시도"

"신규 원전 부지 확보, 주민 동의 얻는 게 가능한가"

센터장 심형진 교수, 과거부터 탈원전 반대 앞장

최근엔 "후쿠시마 저장수 방류, 우려할 수준 아냐"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독일의 원전 가동 중단을 앞둔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환경보건시민센터 관계자들이 탈핵을 촉구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독일은 15일 자정(한국시간 16일 오전 7시)을 기해 원자력법에 따라 엠스란트, 네카베스트하임2, 이자르2 등 마지막 남은 원전 3곳의 가동을 중단한다. 2023.4.15. 연합뉴스
독일의 원전 가동 중단을 앞둔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환경보건시민센터 관계자들이 탈핵을 촉구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독일은 15일 자정(한국시간 16일 오전 7시)을 기해 원자력법에 따라 엠스란트, 네카베스트하임2, 이자르2 등 마지막 남은 원전 3곳의 가동을 중단한다. 2023.4.15.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2017년부터 2030년까지 총 47조 4000억 원의 비용이 발생한다고 추산한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센터장 심형진 교수) 발표에 대해 문 정부 출신 인사들이 "매우 비현실적인 가정"이라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정책포럼 사의재(四宜齋)는 23일 <서울대 원자력센터의 "문재인 정부 탈원전 비용 47.4조" 주장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대한 폄훼·왜곡과 전기요금 인상 논란에 대한 전(前) 정부 탓 시도"에 관한 입장을 밝혔다.

사의재는 우선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은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폭발, 2017년 11월 포항 지진 등 국민들의 원전 안전에 대한 불안이 크게 확대된 상황에서 국민 생명과 재산의 안전을 지키고 환경을 보호하는 한편, 수소·재생에너지 분야의 성장동력을 선점해 우리 경제와 민생을 지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미래지향적인 국가발전 비전이었다고 전제했다.

원전 비중 축소와 관련해서는 기존 원전을 최대한 활용하고 수명주기를 인정하되, 수명을 다한 원전의 재가동을 불허하고, 신규 원전 건설 대신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에너지원으로 대체하는 점진적 감축 계획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서울대 원자력센터의 발표를 지목해 "원전 확대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비교 대상으로 가상의 공급량을 추산해 비용을 계산했다고 하는데, 이는 매우 비현실적인 가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지난 2015년 7월 박근혜 정부가 확정, 공고한 것으로 2015년부터 2029년까지 15년간의 전력수요 전망과 이에 따른 발전설비계획 등을 담았으며, 신규 원자력발전소 2기 건설 등을 골자로 했다.

사의재는 "7차 계획상의 원전 추가 부지 확보를 위해 지역 주민의 동의를 얻어내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묻고 싶다"면서 "이미 부지가 확보돼 있던 신한울 3·4호기를 제외하고, 윤석열 정부 출범 1년이 넘도록 신규 원전을 어느 곳에 추가로 세울지 말도 못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유일하게 가시화된 신규 원전인 신한울 3·4호기 또한 문재인 정부 때 공식적인 폐지 절차를 밟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공사 재개가 가능하게 되었다는 점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문재인 정부 에너지 전환 정책의 요체는 수명을 다한 원전의 재가동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인데, 문재인 정부 시절 수명이 다한 원전으로 '폐로 결정'이 내려진 것은 월성1호기 단 한 곳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고리1호기의 경우 폐로 결정이 내려진 시기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6월이고, 앞에 언급한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포함된 바 있다. 사의재는 "안전 문제에도 불구하고 원전 수명을 연장하고자 한다면, 현 정부가 법적 절차를 밟으면 그뿐"이라면서 "월성1호기의 경우 폐로 이전부터 안전 문제로 가동이 중단돼 있었고, 폐로 결정 이후에도 추가적인 안전 문제가 발생해 사실상 전력공급에 기여할 수 없었다는 점도 지적한다"고 했다.

 

2017년 10월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신고리 원전 건설' 공론화 결과를 발표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김지형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장. 공론화위는 '원전을 축소하는 쪽으로 에너지 정책결정을 권고하되 신고리 5·6호기에 대한 건설은 재개하라'는 결론을 냈다. 2017.10.20 연합뉴스
2017년 10월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신고리 원전 건설' 공론화 결과를 발표한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김지형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장. 공론화위는 '원전을 축소하는 쪽으로 에너지 정책결정을 권고하되 신고리 5·6호기에 대한 건설은 재개하라'는 결론을 냈다. 2017.10.20 연합뉴스

사의재는 "여타 원전들의 가동정지 기간이 길어졌던 것은 모두 원전 운영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독립규제기관의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며 "이를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과 직결시키는 것이 맞는 것인지, 또한 국민 생명을 담보로 하는 원전 안전을 타협하자는 주장인지 묻고 싶다"고 전했다. 나아가 "문재인 정부는 원전의 점진적 감축을 위해 석탄발전소 등 저가 화석에너지의 활용에 대해서도 상당한 탄력성을 부여했다"면서 "원전 발전량의 축소분을 전부 값비싼 천연가스 발전으로 대체한다는 가정이 과연 공정하고 객관적인 분석인가?"라고 따졌다.

특히 서울대 원자력센터가 47조 4000억 원의 비용을 추산하는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한 부분을 반영했다고 한 대목을 들어 "천연가스 가격 급등 사태는 윤석열 정부에서 발생했는데, 왜 전 정부 탓으로 돌리는 것이냐?"며 "책임을 돌리는 데 급급하기보다는 눈앞에 닥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국정을 책임지는 이가 가져야 할 올바른 자세"라고 반박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2022년 2월 25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직접 주재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현안점검 회의'에서 원전을 충분히 활용해 공급망 위기를 타개할 것을 지시했다. 사의재는 "원전에 대한 정치적 입장이 어떠했든 국정의 책임자는 국가와 민족의 생존과 번영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 일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그러한 책임에서 손을 놓고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전기요금과 관련해서도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고 한전, 가스공사 등의 재무구조가 본격적으로 악화됐다. 당연히 이번 정부의 도전 과제이고 이번 정부가 현명하게 해결해야 할 숙제"라며 "전기요금을 미리부터 올려서 국민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었어야 한다는 주장은 이제 그만하기를 바란다"고 충고했다.

사의재는 문재인 대통령 시절 장관이나 청와대 고위 참모 등을 지낸 인사들이 주축이 돼 정책을 연구하는 포럼이다. 박능후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상임대표, 정현백 전 여성가족부 장관과 조대엽 전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이 공동대표, 방정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문재인 정부 정책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과 왜곡을 바로잡는 한편 국정운영의 경험과 교훈을 바탕으로 정책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취지에서 꾸준히 활동 중이다.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센터장 심형진 교수)가 21일 낸 '탈원전 정책의 비용 평가' 보도자료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센터장 심형진 교수)가 21일 낸 '탈원전 정책의 비용 평가' 보도자료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센터장 심형진 교수)가 21일 낸 '탈원전 정책의 비용 평가' 보도자료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센터장 심형진 교수)가 21일 낸 '탈원전 정책의 비용 평가' 보도자료

앞서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는 21일 '탈원전 정책의 비용 평가' 보고서를 공개하고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른 2017∼2030년 비용으로 총 47조 4000억 원을 추산했다. ▲용량 감소에 의한 발생 비용 ▲전력수급기본계획의 목표치 대비 이용률 하락 ▲계속운전 절차 지연에 따른 원전의 운영 기간 감소 등 세 요인을 바탕으로 비용을 산출했다는 것이다.

센터는 탈원전 정책 전인 7차 전력기본계획에 따른 계획 발전량보다 줄어든 원전 발전량이 전부 가스 발전량으로 대체된다는 방식으로 시뮬레이션 계산을 한 결과, 2017∼2022년 22조 9000억 원의 비용이 발생했다고 추산했다. 연구소는 올해부터 2030년까지는 24조 5000억 원의 비용이 더 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원전 용량 감소에 따른 비용이 19조 2000억 원, 계속운전 지연으로 인한 비용이 5조 3000억 원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센터는 스스로도 이 같은 비용 추산 방법의 명확한 한계를 인정했다. 센터는 "원전 발전량 증가가 전량 가스 발전으로 대체된다는 것은 강력한 가정으로서 본 검토의 가장 큰 한계점"이라며 "원전 이용률의 구간별 차등 적용은 근거가 없는 것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정확한 계산 결과와 해석을 유발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따라서 본 검토의 결과는 탈원전 비용의 개략적 수준을 평가한 것으로 활용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센터장인 심형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의 동아일보 기고문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의 이번 연구 결과가 편향이나 예단 없이 객관적으로 이뤄진 것인지는 의문스럽다. 센터장인 심형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각종 토론회와 언론 인터뷰, 기고문 등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앞장서 반대해왔던 대표적 인물 중 하나다.

일례로 심 교수는 지난해 3월 12일 동아일보에 기고한 <새 정부, 원자력 정책부터 바로잡으라>라는 제목의 '동아시론'에서 "원자력계에는 참으로 가혹한 5년이었다"며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출범 한 달 후 우리나라 최초 원전인 고리 1호기의 퇴역식에서 원자력 종사자들을 앞에 두고 탈원전을 선포하는 비정함을 보이며 독선의 서막을 올렸다"고 표현했다.

이어 "이 정부 임기 말 현실성 없는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원칙 없는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의 발표로 미래 에너지 정책에까지 탈원전이란 대못을 박았다"면서 "지난 5년간 진영의 논리가 상식과 과학의 합리성을 짓눌렀던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윤석열 정부에 촉구했다. 그러면서 "원전 운용 과정에 정치가 개입하니,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에 의한 조기 폐쇄 파문과 같은 사달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했다.

심 교수는 최근에는 후쿠시마 제1 원전의 오염수가 방류돼도 인체에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고 안전하다는 취지의 주장도 펼치고 있다. 그는 지난 18일 중앙일보에 기고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철저한 검증이 우선>이라는 제목의 '시론'에서 "후쿠시마 저장수에서 연간 바다로 방류되는 삼중수소의 방사능은 한국의 빗물 속 삼중수소의 5분의 1 정도 수준"이라며 "비에 의한 방사선 피폭을 걱정하는 것은 과학자의 눈으로 보면 기우"라고 강조했다.

심 교수는 "일본 도쿄전력이 발표한 계획만 철저히 지킨다면 과학적 관점에서 볼 때 후쿠시마 저장수 방류는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라면서 "후쿠시마 저장수 방류 문제는 안전 문제라기보다 윤리적 문제에 가까워 보인다. 과학적 사실과는 거리가 먼 과도한 불안감에 애꿎은 우리 어민들만 피해를 볼까 우려된다"고 했다.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센터장인 심형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의 중앙일보 기고문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센터장인 심형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의 중앙일보 기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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