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
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

2022년 5월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8개월 내내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는데 그중 하나가 탈원전정책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6월 창원의 한 업체를 방문한 자리에서 “탈원전은 미친 짓”이라는 살벌한 표현을 구사한 바 있다. 탈원전정책으로 중소기업 일자리가 없어지고 지역 경제와 나라 경제가 어렵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원전 수출로 국부를 창출하여야 하는데 탈원전으로 멀쩡한 원전은 세우고 신규 건설은 중단하고 수출은 안 하면서 원전 생태계가 무너지고 경제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지난달 14일 신한울 1호기 준공식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에너지 위기 시대에 수습 불가능한 상황까지 몰고 갔던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수출지원을 확대하여 세계 최고 원전이 세계로 뻗어나가게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를 위해 2022년에는 1조 원을, 2023년에는 2조 원으로 확대 지원하며, 특별법을 제정하여 고준위 핵폐기물을 책임지고 관리하겠다고 했다. 계속운전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원전 운영, 건설에서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하였다.

원전 사업자에 편향된 정치논리

이는 산업계 요구를 최대한 수용한 것이다. 세계적인 원전 불황이 우리의 탈원전정책 탓인 것으로 호도하고 탈원전정책을 폐기하면 원전산업계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정치논리에 따른 결과다. 이제 정권을 잡았으니 다 이룬 것일까? 이렇게 원전산업을 지원하면 원전산업계가 정말 다시 활발하게 성장할 수 있을까? 차라리 내년에 두 배로 확대한다는 정부지원금이 목적이 아닐까? 일국 지도자가 전체를 보지 못하고 원전 사업자의 편향된 원전 중심 정치논리에만 빠진다면 사태는 심각해질 수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원전 전기 판매량은 2017년 27.1%에서 2021년 28.0%로 비중이 오히려 늘었다. 같은 기간 신재생에너지 비중도 4.3%에서 4.8%로 미미하게 증가했다. 등락을 크게 좌우한 것은 줄어든 석탄(-8.8%)과 확대된 LNG 가스(7.8%)였다. 탈원전정책은 2023년 고리2호기를 필두로 신고리 5,6호기의 60년 수명이 종료되는 2080년대까지 원전 비중을 점진 축소하여 산업계 충격을 최소화하는 정책이었다. 탄소중립을 위한 친환경 에너지산업을 육성하여 매년 1400조 원 투자로 급성장하는 세계 재생에너지 시장을 주목한 합리적인 정책이었던 것이다.

윤 정부 들어 의욕적으로 원전 수명연장을 추진하며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했지만 처음 추진하는 고리2호기 방사선 환경영향평가서를 보면 말로만이다. 원자력안전법 시행령 38조 2항에 따라 최신 기술기준을 적용해야 함에도 규제기관에 제출하여 검토 중인 고리2호기 방사선 환경영향평가보고서는 1979년 기술기준인 NUREG-0555에 따라 작성된 것이며, 최신 기술기준(NUREG-1555 2018년 개정5판)을 적용하지 않았다. 이로써 지난 40년 동안 필요하다고 인정된 안전 강화를 위한 대책은 거의 필요 없다는 결과를 가져왔다. 규제기관은 이 같은 부실한 보고서를 접수하여 심사 중이다. 주민공청회는 수명연장을 위한 법적 요건을 맞추기 위한 형식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22일 부산시청에서 있었던 고리2호기 계속운전 공청회는 부실한 방사선 환경영향평가보고서에 대한 내용 토론은 없이 찬반 논리로 몰고 가더니 마지막에 결국 대절 버스를 타고 온 주민들의 소란으로 끝났다. 민주적 공청회라기보다 기획된 작품처럼 보였다. 변화된 환경에 부응하는 안전평가와 보강 없이 수명을 연장한 결과로 돌아오는 것은 위험성 말고 무엇이 있을까?

세계 흐름 무시한 사양산업 원전 집착

세계 최고 원전이라는 한국 원전은 35억 원/MW로, 83억 원/MW(러시아), 76억 원/MW(미국)에 비해 건설비가 가장 싸다. 싸면 그만큼 안전수준이 약하다는 의미다. 가동 원전 운영비 또한 마찬가지이다. 수출해도 안전문제로 후일 부담이 만만치 않을 수 있다. 대부분 자국 원전 건설 시기에는 활황이지만 내수가 충족되면 해외 수출에 나섰다가 망했다. 시장이 없는 데다 그나마 수주에 성공해도 늘어지는 건설 공기와 고비용이 화근이다. 사용후핵연료 등 폐기물 처분도 쉽지 않은 과제이다. 세계 원전 역사상 최악의 원전사고를 겪은 일본은 전국이 ‘불의 고리’에 해당하는 지진대임에도 호기당 2조 원을 투입하며 원전 재가동에 적극적이다. 후쿠시마 원전 인근 지역은 강제 회귀 정책으로 일부 돌아온 주민들이 오염된 땅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오염지역이라도 넓은 부지에 태양광 패널을 깔면 충분히 경제 회생을 노려볼 만함에도 굳이 ‘멀쩡한 것처럼’ 농업에 종사하도록 하여 주민건강을 악화시키고 오염된 농수산물을 확산시키고 있다. 원전사고 영향을 애써 작게 보이려는 어처구니없는 모습일 뿐이다.

원전은 사고가 발생하면 피해와 오염이 계속 확대될 뿐 아니라 영구적인 피해를 피할 수 없다. 약자를 희생시키는 핵의 폭력성과 거짓된 모습은 후쿠시마 원전 피해지역에서 유감없이 볼 수 있다. 이러한 원전의 위험성을 고려할 때 세계에서 가장 싸구려 원전을 40년 전의 오래된 안전기준으로 계속 가동하며 운영해야 할 이유는 없다. 정치논리에 몰두하다 세계시장 흐름을 놓치는 경우 오히려 국가경제를 망하게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사양산업인 원전을 무작정 지원할 것이 아니고 원전산업의 조속한 구조개편으로 핵심기술은 유지하되 우수한 원자력 기술을 이용하여 세계적으로 투자가 활발한 재생에너지 시장 등 보다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조속히 전환하는 것이 미래를 위한 합리적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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