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엔 다리가 필요해"…'원안'이 예타 통과한 이유

'교량 2개'라서 단점?…"양평에는 꼭 필요한 것"

밀집 거주지 피해 정교하게 설계된 '원안'

"강상면 변경안은 되레 더 큰 교통 적체 만들어"

IC 핑계 대지만 실상은 강하면 마을 두 쪽 내

2023-07-14     고일석 에디터
북한강(왼쪽)과 남한강(위쪽) 수계가 만나는 양평군 양수리 '두물머리' 전경. 두 개의 교량 중 왼쪽이 (구)양수대교, 오른쪽이 신양수대교. 이 두 대교는 모두 북한강 수계에만 설치돼있고, 남한강 수계에는 서울 방향으로 건너갈 수 있는 교량이 없다. 이것이 6번 국도 정체의 가장 큰 요인이 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국토부는 양평고속도로 원안이 교량을 2개나 만들어야 돼서 안 된다고 하는데, 사실은그래서 양평에는 강상면 안보다 양서면 안이 더 중요한 겁니다. 양평에는 ‘다리'가 필요합니다."

<민들레>의 취재에 응한 양평군민 A씨(53·건축업)는 첫 마디에 "‘다리' 때문에 원안이 양평에 더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양평군의 도시계획에도 깊이 관여한 바 있는 A씨는 "원안이 예타를 통과할 수 있었던 것도 다리를 하나 더 놓아 양평의 문제를 다각적으로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가 말하는 ‘교량 2개'란 ‘국가하천을 건너는 교량'을 의미한다. 즉 양서면으로 이어지는 ‘원안'은 광주시 퇴촌면에 있는 경안천과 양평의 남한강에 교량을 설치해야 하지만, ‘강상면 변경안'은 경안천에만 교량을 설치하고 남한강에는 교량이 설치되지 않는다. 강상면이 양평군의 남한강 남쪽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평에 필요한 것은 ‘고속도로'보다 ‘교량'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두물머리'로 인한 교통적체 해소를 위한 양평군민의 숙원사업이었다. 그러나 정확하게 얘기하면 양평군민들이 원하던 것은 서울까지 가는 고속도로가 아니라 "남한강에 다리 하나를 더 만드는 것"이었다. 두물머리 교통체증의 가장 큰 원인이 "교통량이 많은 양수리에 남한강 수계의 교량이 없기 때문"이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양수리에는 북한강 수계를 건너 서울 광진구로 이어지는 양수대교와 신양수대교가 있지만 남한강 수계에는 크건 작건 다리 자체가 없다. 옥천면까지 내려가야 중부내륙고속도로의 교량인 양평대교가 있고, 그 아래 양평읍에서 남양평IC로 연결되는 양근대교가 있다. 양평 두물머리 관광지에서 서울로 가는 길이 북한강 수계 밖에 없어서 6번 국도가 그렇게 막히는 것이다. 

그래서 양평군은 ‘고속도로'가 아닌 '두물머리에서 퇴촌 쪽으로 건너갈 수 있는 남한강 수계의 교량'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그것이 안 된 이유는 비용 때문이 아니라 양수리 일대가 ‘상수원 보호구역'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교량 하나를 설치하는 것은 ‘절대 불가'였지만,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여러 복합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어서 남한강 수계에 교량을 추가하는 것이 허용된 것이다. 

그래서 양평군민에게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서울과의 접근성이 높아졌다는 것보다 교량 하나가 추가됐다는 것이 더 큰 의미를 가진다. 그런데 분기점이 강상면으로 옮겨가면서 양평군민은 기대했던 교량 하나를 잃어버린 셈이 됐다. 국토부는 ‘상수원 보호구역'을 원안의 단점 중 하나로 들었다. 지금까지 교량 설치를 허가해주지 않은 이유를 노선 변경의 이유로 다시 들이댄 것이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예타를 통과한 원안 노선의 종점인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일대. 원안에 따르면 서울-양평고속도로 는 이곳에서 교각 위로 지나는 화도~양평 간 중부내륙고속도로와 연결될 계획이었다. 교각 위 도로가 중부내륙고속도로이며 왼쪽은 화도 방면, 오른쪽은 양평 방면. 2023.7.14. 연합뉴스

"강상면 대안, 더 큰 교통적체 만들어"

서울-양평 고속도로가 두물머리 정체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고속도로가 생기면 두물머리IC와 양평IC를 통해 중부내륙고속도로를 거쳐 서울-양평 고속도로로 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평IC 정도는 몰라도 두물머리IC에서 서울-양평 고속도를 이용하려면 한참을 돌아가는 것이 되어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다른 한편으로는 더 큰 문제가 생긴다. 양평군의 교통정체는 두물머리 지역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강원도 홍천에서 양평읍을 거쳐 두물머리를 지나 서울로 향하는 수요가 있다. 분기점이 강상면에 설치되면 이 수요로 인해 양평읍 교통정체는 더욱 심해지게 된다. 강원도에서 양평읍을 지나 서울로 향하는 모든 차량이 분기점과 가까운 남양평IC를 통해 서울-양평 고속도로로 진입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길에는 이미 포화상태에 시달리고 있는 양근대교 외에 다른 교량이 없다. 

따라서 원안 대로 양서면에 분기점이 생긴다면 교량이 하나가 더 추가되어 두물머리 쪽 교통량을 흡수하는 것은 물론이고, 양평읍을 지나 서울로 향하는 교통수요도 남양평IC와 양평IC로 분산시킬 수 있다. 남한강 수계에 다리 하나가 더 생기는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강상면 분기점으로는 이런 효과를 전혀 기대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양평읍의 정체를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원안은 밀집 주거지역을 피해 노선이 설정됐지만 변경안은 광주시 퇴촌면과 양평군 강하면의 밀집 주거지역을 관통하게 된다. 그래픽 민들레

IC 핑계로 강하면 마을 두 쪽 내는 변경안

예타를 통과한 원안은 양평에 교량 하나를 더 선물하는 것 외에 또 다른 정교한 ‘배려'가 담겨 있다. 밀집 주거지역을 최대한 피해서 설계된 것이다. 원래 고속도로나 공항과 같은 대형 교통인프라는 밀집 주거지역에서 떨어져야 한다. 그래서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원안은 퇴촌면 위의 남종면을 지나 곧바로 남한강을 건너 양서면으로 연결되도록 설계됐었다. 이 노선에는 밀집 주거지역이 없다. 

예타가 추진되는 동안 강하면으로 이어지는 진출입로를 만들어달라는 민원이 있었던 이유도 노선이 밀집 주거지역을 피해 강하면 북쪽 너머로 설정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강상면으로 분기점이 결정되면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노선은 퇴촌면과 강하면의 중심부를 관통하게 된다. 국토부는 노선 변경의 이유 중 하나로 강하면 주민의 IC 설치 요구를 들고 있지만, 강하면 북쪽에 IC를 만들어 강하면으로 연결하면 되는데도 IC를 핑계로 고속도로가 강하면 밀집 주거지역을 관통하도록 변경한 것이다. 

A씨는 "강하면 가운데로 대형 지상 구조물이 지나가는 모양새가 될 것"이라며 "지금은 국민의힘의 선전전에 밀려 묻혀 있지만 변경 노선이 자신들의 주거지를 관통한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되면 강하면 주민들은 큰 충격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변경된 노선의 출발점인 광주시 퇴촌면은 이미 반발이 일어나고 있다. 경인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퇴촌면 주민들은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서울에서 두물머리와 강원도 가는 차량들로 정체가 심해 계획된 것인데, 강상면 종점안은 광주 퇴촌면을 관통하는 거대한 구조물로 경관을 해치고, 분진과 소음 공해 피해만 유발해 주민들에게는 아무런 혜택이 없는 노선안"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10일 오전 경기도 양평군청 앞에서 열린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재추진 범군민대책위원회 발대식'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7.10

"원안·변경안 관계없이 무조건 추진해야"

원안과 변경안에 대한 양평군민의 여론은 매우 분분하다. "강하면에 IC가 놓여야 한다"는 이유로 변경안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 취지는 두물머리 근처 6번 국도의 교통정체 해소, 경기 동부권과 수도권을 잇는 교통편의 개선이었던 만큼 사업이 재개되면 이런 초심을 잃지 않고 노선을 정해야 한다"며 원안의 필요성 주장도 적지 않다. 

그러나 양평군민의 여론은 "원안이든 변경안이든 좌우지간 계획을 계속 추진해야 한다"는 쪽으로 모이고 있다. 양평군민 B씨(55·농업)는 "생각이 있는 사람은 다 원안이 양평군에 더 좋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양평군민의 교통에 대한 숙원은 워낙 오래되고 깊은 것이라서 고속도로 건설계획이 백지화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B씨는 "국민의힘이 주도하는 집회에 참여하는 주민들도 강상면 안을 지지해서가 아니라, 이러다 자칫 계획이 무산되면 양평군 교통 적체를 위한 새로운 계획이 만들어질 때까지 얼마나 기다려야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그것이 두려워서 목청을 높이고 있는 것"이라며 "정치 싸움은 그만하고 어느 쪽이든 빨리 정해서 공사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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