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학 칼럼] 말로만 "중기 사랑" 유권자가 바꿔야

홍종학 전 국회의원 · 중소벤처부 장관
홍종학 전 국회의원 · 중소벤처부 장관

중기부 장관 시절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홈쇼핑을 둘러보다 의문이 생겼다. 중소기업 지원 목적으로 만들었는데 수입품이 많았다. 수입업체도 중소기업이라는 설명이었는데, 정부 예산을 투입해서 수입업체를 지원하는 정책을 납득하기는 어려웠다.

한참을 고민한 끝에 홈쇼핑에서 국산품만 팔도록 지침을 바꾸도록 지시했다. 적응기간을 충분히 부여하는 조건이었지만 의외로 저항이 거셌다. 그동안 영업했던 수입업체는 물론 홈쇼핑 업체 자체도 반대했고, 공무원들도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왜 국가가 홈쇼핑을 해야 하죠?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중기부가 만든 공영 홈쇼핑이라면 달라야 하지 않나요? 심지어는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위반이 될 수 있다는 반론까지 나왔다. 납득하기 어려웠다. 자유무역을 주장하는 WTO에서도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정책에는 관대하다.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는 그것을 근거로 중소기업 지원 정책을 펴고 있다.

 

중소기업 지원을 명분으로 만든 공영홈쇼핑이 수입상품 판매에 적극 나서면서 설립 목적에서 벗어나고 있다. 2024.3.24. 중소기업벤처부 누맂ㅂ
중소기업 지원을 명분으로 만든 공영홈쇼핑이 수입상품 판매에 적극 나서면서 설립 목적에서 벗어나고 있다. 2024.3.24. 중소기업벤처부 누리집

중기 지원 목적으로 만든 공영홈쇼핑, 수입품 장사 

만약 국내산만 팔아서 협정 위반이 된다면, 정부가 운영하는 홈쇼핑 문을 닫아야 하지 않을까요? 중기부가 하는 홈쇼핑은 우리 중소기업 홍보관이고 전시장입니다. 다른 홈쇼핑에 들어가지 못하는 우수 제품을 발굴해서, 소비자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하기 위해 홈쇼핑을 운영하는 것 아닌가요? 허가받기 어려운 홈쇼핑 영업을 승인받고, 국회에서 예산 받을 때 우리 중소기업 지원한다고 취지를 이야기한 것 아닌가요? 그런데 수입품 팔아서 홈쇼핑 이익 내기만 신경 쓴다면, 다른 민간 홈쇼핑의 영업을 방해하는 것 아닌가요? 우여곡절 끝에 사전 계약분 때문에 손실이 나지 않도록 시간을 두고 점차 국내산으로 대체해 나가기로 했다.

그런데 난데없이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가 제기되었다. 수입업체의 민원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했다. 당시 야당이었던 국민의힘 의원들이 집중적으로 비난했다. 나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웠다. 아니 우리 중소기업 제품 팔라고 한 것이 그렇게 비난받을 일인가? 저분들은 누구를 위한 국회의원이지? 나는 국회의원들의 건설적 제안은 가급적 수용하려고 노력했다. 내가 국회의원 시절에 야당 국회의원의 제안을 무조건 무시하는 장관들을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문제에서만큼은 타협하기 어려웠다.

공무원·언론의 무관심, 이를 조장하는 정치인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국정감사에서 그런 터무니없는 논란이 있었는데도 보도하는 언론이 없었고, 그것에 대해 항의하는 중소기업도 없었고, 문제를 제기하는 소비자도 없었다. 나 혼자 버티기 쉽지 않았는데, 결국 내가 장관을 그만둔 뒤 흐지부지되었다고 한다. 공영이라 다른 홈쇼핑보다는 국산품이 많지만, 여전히 수입산이 눈에 띈다.

그렇게 우리 중소기업들은 무너져 간다. 정치인들이 말로는 중소기업 지원을 외치지만 막상 국산품 애용에 관심이 없다. 오히려 장관의 국산품 사용 지침을 번복시키려 비난을 쏟아붓기까지 한다. 홈쇼핑업계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서 적자를 걱정할 지경으로 전락했다는데, 이제라도 공영은 공영다운 모습을 되찾았으면 좋겠다.

 

삼일절 연휴를 하루 앞둔 2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점 구역이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우리 면세점에서조차 중소기업 제품의 판매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2024.2.29. 연합뉴스 
삼일절 연휴를 하루 앞둔 2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점 구역이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우리 면세점에서조차 중소기업 제품의 판매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2024.2.29. 연합뉴스 

국회의원 시절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인천공항에서 출입국 신고하고 문을 통과하면 해외 명품 판매 면세점 점포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공항 면세점 중앙에는 우리 기업들 전시관이 있어야 하고, 우리 중소기업 우수 제품 판매 면세점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역시 또 국민의힘 전신인 정당 소속 의원들이 반대했다. 그들이 대변하는 것은 대기업 면세점일 뿐 국산품 판매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 외에는 달리 해석할 수 없었다.

공항 면세점서도 국산품 홀대하는 이상한 나라 

홀로 외로운 싸움을 통해 간신히 내 의견이 일부 반영된 면세점 법이 통과되었는데, 그때부터 언론은 거짓말 기사로 나를 비방하기 시작했다. 나는 동네북이 되어 비난의 대상이 되었고, 그 당시에도 나를 옹호하는 언론이나 중소기업은 보이지 않았다.

나의 경험에 따르면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정책은 우군을 찾기 어려웠다. 중소기업을 지원해야 한다는 정치인들, 언론들의 이야기는 장식품에 불과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결국 중소기업이 무너지면 한국경제의 근간이 무너지는 것이다. 값싼 중국산 제품이 넘쳐나는 시기에 중소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해도 시원찮을 판에, 실제로 현장에서는 오히려 이를 방해하는 게 현실이다. 그렇게 한국경제는 무너져 가고 있다.

중소기업이 깨어나지 않고 유권자가 깨어나지 않으면 중소기업이 살아나기는 어렵다. 지금이라도 진정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원하는 정치인이 누구인지, 정당이 어디인지 곰곰이 따져볼 때이다. 이번 선거는 중소기업에 투표하는 선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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