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재무부 부장관 ‘전쟁 회피’ 노력 관련 부분 언급 없어

제재 조치 준비에만 집중했다?…적절한 해명 필요할 듯

"러시아에 엄청난 타격" 기고 배경은 중국에 경고 의도?

 

아데예모 미국 재무부 부장관.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아데예모 미국 재무부 부장관.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월러스 아데예모 미국 재무부 부장관의 기고문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아데예모 부장관은 16일(현지 시간) 미 국제관계 전문지인 포린 어페어즈에 실린 ‘미국의 새로운 제재 전략’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미국이 우크라이나 침공 3개월 전쯤 러시아의 침공 계획을 포착했고, 침공을 상정한 일련의 치밀한 제재 대책을 마련했다고 공개한 것이다.

 ‘워싱턴은 러시아의 전쟁 기계를 어떻게 멈추고 국제경제질서를 강화할 수 있었는가’라는 부제가 붙은 이 기고문에서, 그는 미 재무부가 작년 10월 발간한 ‘2021 재무부 제재 리뷰’의 완성 과정과 그로부터 한 달도 안 된 시점에 정보당국이 “다행스럽게” 러시아의 침공 준비 정보를 입수한 사실과, 그 후 대러 국제연합체의 구축과 제재 내용, 그 실행 과정을 소개했다.

 아데예모 부장관에 따르면, 미 정보당국이 “러시아가 장차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때를 상정해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는 정보를 입수한 시점은 작년 11월이다. 미 정보당국은 곧바로 “유럽의 동맹국·파트너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대응을 위한 기초작업에 들어갔다. 그 시점에 한국 정부도 미국에서 관련 정보를 공유했는지는 언급되어 있지 않았다.

  

G7 화상 정상회의. (UPI=연합뉴스 자료사진. 2022.10.12
G7 화상 정상회의. (UPI=연합뉴스 자료사진. 2022.10.12

 ‘가까운 장래에 현실화할’ 러시아 침공에 대한 미국의 대응은 두 갈래로 진행됐다. 하나는 동맹국과 파트너들을 단합시켜 국제연합체를 만드는 작업이고, 다른 하나는 이들과 함께 침공에 대비한 제재 전략과 전술, 세부적 실행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국제연합체를 구축하는 작업은 비교적 쉬웠다고 한다. ‘재무부 제재 리뷰’를 만드는 과정에서 이미 동맹국·파트너들과 긴밀하게 소통해온 덕택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러시아의 침공이 현실화할 경우, 초기 제재로 어떤 조치를 취할지도 사전에 철저하게 준비해 놓았다.

 아데예모는 ”바이든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우리는 제재 리뷰를 하는 동안 협의했던 동맹국·파트너들과 접촉하는 등 전쟁 훨씬 전에 연합체를 구축하기 시작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전쟁이 터진) 2022년 2월까지 모든 결정이 최종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미국과 동맹국, 파트너들은 이미 일련의 빈틈없는 초기 조치들을 마련했다”고 말해 만일의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었음을 분명히 했다.

 

푸틴 사진 배경으로 고유가 대책 발표하는 바이든[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푸틴 사진 배경으로 고유가 대책 발표하는 바이든[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여기서 궁금한 부분이 있다. 미국이 3개월 전쯤 러시아의 침공 계획을 알고서 제재를 위한 철저한 사전 작업을 했지만, 자타가 공인하는 ‘글로벌 리더 국가’로서 적극적인 전쟁 회피 노력을 했는가 하는 점이다.

 기고문에는 관련 내용은 전혀 없어 혹시 미국이 전략적으로 상황을 ‘방치’했나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 등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중시한다는 미국의 신뢰와 관련된 만큼, 적절한 설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불법적 침공과 우크라이나의 항전이 10개월 가까이 이어지면서 두 나라 국민들의 인명 및 재산 피해는 헤아릴 수 없고, 유가 급등 등으로 개발도상국과 저개발국을 비롯해 전세계 국민이 극심한 고통을 겪어온 점을 생각하면 미국을 향해 의혹의 눈길이 가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지금까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1700만 명 이상이 피란민이 됐고, 민간인 6000~8000명이 숨졌으며, 러시아군 병사는 10만 명 넘게 전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쟁이 언제 끝날지 몰라 그 피해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심각한 에너지난을 겪는 유럽에 에너지를 미 국내 가격의 4배로 팔고, 무기 판매로 한몫 챙긴 것을 두고 유럽 내에서 원성이 높다는 미 정치전문지 폴리티코의 보도(11월 24일자)도 아데예모의 기고문 내용과 맞물리면서 새삼 눈길을 끈다.

 

러시아 공습으로 발생한 화재 진압중인 우크라 소방관들(오데사 로이터=연합뉴스) 2022.12.06
러시아 공습으로 발생한 화재 진압중인 우크라 소방관들(오데사 로이터=연합뉴스) 2022.12.06

 

 아데예모 부장관이 왜 하필 이 시점에 기밀에 해당될 만한 내용들을 직접 공개했을까 하는 점도 의문을 자아낸다. 기고문에서 그는 국제연합체의 단합된 노력으로 러시아의 전쟁 수행 능력이 급속히 고갈되고, 승패는 이미 가닥을 잡았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정교한 ‘맞춤형, 외과수술식 제재’를 통해 러시아에 엄청난 타격을 주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 러시아 국부펀드 및 중앙은행 자산 동결 △ 글로벌 스위프트(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 시스템에서 주요 러시아 은행들 배제 △ 반도체, 방산용 부품 수출 통제 등 공급망 교란으로 러시아 군산복합체 무력화 △ 러시아의 수입 감소를 초래할 석유가 상한제 등을 성과를 거둔 대표적 조치로 꼽았다.

 그는 대러 제재의 성공은 동맹국·파트너들로 구성된 국제연합체의 단합된 행동과, 빈틈 없을 정도로 정교한 국제경제시스템, 탁월한 경제학자들의 경제 분석을 통해 만든 각종 제재 방안이 함께 어우러진 덕분으로 보고 있다.

 아데예모는 “의심할 여지 없이 미국과 동맹국들의 성취는 역사적이고 가슴 벅찬 일”이라며 “그 연합체는 부도덕한 전쟁의 책임을 러시아에 지울 뿐 아니라, 다자적 방식을 통해 그렇게 함으로써 지속적인 힘과 국제경제시스템에 대한 투자의 중요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그가 파장을 예상하면서도 글을 기고한 까닭은 심증뿐이기는 하지만, '세계에서 미국에 도전할 의사와 역량을 지닌 유일한 국가'(2022 미 국가안보전략)인 중국도 선을 넘으면 러시아와 같은 처지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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