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 동의 없는 전문(傳聞) 증거는 효력 없어

남욱 폭로는 모두 "김만배로부터 들었다"는 것

김만배는 부인…입장 바꿀 가능성 크지 않아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왼쪽부터),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남욱 변호사가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22.11.25. 연합뉴스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왼쪽부터),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남욱 변호사가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22.11.25. 연합뉴스

조선일보의 교묘한 허위 보도 

조선일보는 11월 25일 [김만배도 "428억 이재명 측근에게 나눠주기로 했다" 첫 인정]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노골적이면서도 교묘한 허위보도입니다.

우선 이 기사는 "김만배'도'"라며 "~도"라는 조사를 사용해 유동규와 남욱에 의해 펼쳐지고 있는 폭로전에 김만배도 참전한 것처럼 오인하게 하고 있습니다. 또한 "첫 인정"이라는 말로 김만배가 지금까지 함구하고 있거나 부인하고 있던 사실을 최근에 와서 처음으로 인정한 것 같은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그보다 더 악의적인 허위는 "428억을 이재명 측근에게 나눠주기로 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처럼 제목을 단 것입니다.

기사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남욱 변호사(이하 존칭 및 호칭 생략)가 "천화동인 1호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현 민주당 대표) 측 지분이라고 김만배씨에게 들었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는데, 김만배가 검찰 조사 과정에서 이를 인정했다는 것입니다.

 

11월 25일자 조선일보 보도
11월 25일자 조선일보 보도

김만배가 인정한 것은 “그런 말을 했다”는 것 뿐

그런데 기사에 김만배가 '인정했다'고 인용한 내용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그런 말은 한 적이 있지만 '빈 말'이었다"고 한 진술입니다. 즉, 김만배가 인정한 것은 "그런 말을 하기는 했다"는 것이지 "천화동인 1호가 이 시장 측 지분"이라거나 이 기사의 제목처럼 "428억을 이재명 측근에게 나눠주기로 했다"는 '사실'이 아닙니다.

그것을 남욱이 지난 21일 법정에서 증언했고, 조선일보는 시차와 맥락을 무시한 채 마치 최근에 와서 김만배 씨가 새로운 사실을 말한 것처럼 보도한 것입니다. 그러나 기사에서도 나와 있듯이 김만배는 검찰 조사와 재판 과정에서 “그런 말은 한 적이 있지만 ‘빈말’이었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지키고 있습니다.

이것은 조선일보 특유의 '제목 장사'입니다. 흔히 기사의 제목이 사실과 조금 달라도 기사 본문만 정확하면 허위가 아닌 것처럼 생각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허위 보도와 관련된 판례에서 제목은 별도의 기사로 취급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기사는 만약에 법원에서 다루어진다면 '허위 기사'로 판결될 가능성이 있는 기사입니다.

조선일보의 이런 보도는 최근 유동규와 남욱에 의해 펼쳐지고 있는 폭로전에 김만배도 그 뒤를 이어주기를 기대했지만, 김만배 씨가 출소 직전 "언론과 인터뷰 않겠다. 아무 얘기도 하지 않겠다"고 미리 밝히고 조선일보의 취재에도 응하지 않자, 남욱의 법정 증언과 정진상 실장에 대한 영장에 나와있는 과거 사실들을 엮어서 보도한 것으로 보입니다.

 

남욱 변호사가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22.11.25. 연합뉴스
남욱 변호사가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22.11.25. 연합뉴스

엇갈리는 폭로들, 법정에서의 증거능력은?

이처럼 대장동 사건과 관련되어 여러 폭로가 난무하고 있습니다. 다수의 언론들은 대장동 개발의 대가로 이재명 대표 측에게 어떤 돈이 흘러들어갔거나 그렇게 약속된 것처럼 보도하고 있지만, 이러한 '폭로'는 모두 과거의 녹취록과 "누군가로부터 들었다", 즉 '전언(傳言)'을 근거로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녹취록이나 전언은 형사소송법에서 '전문(傳聞) 증거'로 분류됩니다.

전문 증거는 "누구에게 이런 얘기를 들었다"는 내용의 진술입니다. 전문 증거는 그 말을 했다는 사람이 법정에서 그 사실을 인정하거나, 증거보전 절차 등 법정에서 증언하는 것과 동일한 효력을 갖추지 않는다면 증거로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채널A 검언유착 사건에서 이동재 전 기자가 무죄 판결을 받은 이유는 한동훈과의 연관성이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증거가 없었던 것이 아닙니다. 이동재가 한동훈에 대해 언급했던 숱한 사실들이 채널A의 자체 진상보고서에 기록되어 있었지만 채널A와 진상조사위가 법정 증언을 거부해 진상보고서가 증거로 채택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당사자 동의 없는 전문 증거'로서 증거 효력을 인정받지 못한 것입니다. 

남욱의 진술은 더 나아가 '전언의 전언'이라는 문제가 있습니다. 위 조선일보 기사에서 언급한 21일 재판에서 남욱은 누군가로부터 직접 들은 것도 아니고 검찰 조사 과정에서 검찰로부터 들었다는 얘기를 다수 진술해서 재판장으로부터 "검찰에서 들은 얘기 말고 직접 경험한 얘기를 하라"고 주의를 받기도 했습니다.

즉 재판 증언도 아니고 남욱이 언론을 대상으로 터뜨리고 있는 소위 '폭로'는 직접 들은 것도 아니고 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알려준 사실을 마치 자기가 직접 들은 것처럼 얘기하는 것이 마구 섞여 있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22.11.25. 연합뉴스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22.11.25. 연합뉴스

김만배 동의 없으면 남욱 발언 효력 없어

검찰은 어떻게든 대장동 사건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엮어넣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되어 가장 중요한 것이 소위 '천화동인 1호 지분' 혹은 '428억'이 누구 것이냐'에 대한 진술들입니다. 이에 대해 김만배는 녹취록에서 "유동규와 그 형들 것"이라고 한 바 있고, 남욱은 "그 지분이 이재명 시장실 지분이라는 것을 김만배로부터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말을 한 사람”은 김만배입니다.

그러나 김만배는 "유동규에게 700억을 주기로 했다거나 시장실 지분이 있다는 얘기는 '빈말'로 그 지분은 모두 내 것"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발언들은 남욱 등과 이익 배분을 둘러싸고 다툼을 벌이는 과정에서 "이런저런 비용이 많이 들어갔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한 말이라는 것입니다.

언론들은 단순히 김만배와 남욱의 말이 엇갈려 대립하고 있다는 차원에서 보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수의 변호사들은 재판부가 김만배의 진술을 사실로 받아들일지와는 별도로, ‘전문 증거’에 관한 형사소송법 규정에 따른다면 김만배가 남욱의 말에 대해 법정에서 동의하지 않는 한 남욱의 발언은 증거로서 받아들여질 가치가 전혀 없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김만배가 남욱의 말에 대해 동의한다는 것은 지금까지의 일관된 진술과 입장을 뒤집는 것으로서 그럴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아 보입니다. 따라서 이들의 폭로전은 법이야 어떻게 되든 말든 어떻게든 대장동과 이재명 대표를 엮으려는 '여론전'에 불과합니다. 이런 '법정 밖의 여론전'은 우리나라 검찰의 가장 큰 악습이면서 특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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