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가 카르텔' 의혹에 입 꾹 닫은 윤석열…또 '유체이탈'

대통령 부부 의혹인데도 진상 규명 책임감 전무

연일 "이권 카르텔 척결" 외치더니…'불통' 본색

대통령실도 오불관언…원희룡 혼자 백지화 결정?

'관리비서관' 출신 김오진 1차관 역할에 의문도

민주당 "만기친람 하더니…윤석열 직접 답해야"

2023-07-11     김호경 에디터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리투아니아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0일(현지시간) 빌뉴스 구시가지를 산책하던 중 식당 야외 자리에서 식사 중인 피트 리케츠 미국 상원의원과 인사하고 있다. 2023.7.11 [공동취재] 연합뉴스

'고속도로 게이트' 의혹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한데도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씨는 시종 모르쇠로 일관한 채 침묵만 지키고 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종점부가 된 병산리 일대 땅은 바로 윤석열 대통령의 재산 공개 내역에 기재돼 있고, 배우자 김건희 씨는 이 모든 의혹의 당사자다. 정부 내 다른 고위직도 아닌 대통령 부부가 관련된 사건이니만큼 본인들이 직접 책임감과 진정성을 갖고 진상 규명에 임해 국민들의 의구심을 풀어주려 최대한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마땅한 자세다. 그러나 두 사람은 온갖 행사에 참석해 다방면의 발언을 쏟아내면서도 이 문제에 관해서만큼은 입을 꼭 다물고 있다.

특히 윤 대통령은 회의 1시간 중 59분을 혼자 얘기할 정도로 수다스럽다는 일명 '59분 대통령'으로 통한다. 게다가 그는 최근 "우리 정부는 반(反) 카르텔 정부다. 이권 카르텔과 가차 없이 싸워달라"(3일) "이권 카르텔은 손쉽고 편리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국민을 약탈하는 것이다. 모든 공직자는 이와 맞서기를 두려워하고 외면해서는 안 된다"(4일) "구조화된 기득권의 카르텔을 정부가 앞장서 싸워나가고 제거함으로써 청년들의 희망을 억누르는 것을 제거해나갈 것"(6일)이라고 역설해왔다.

그토록 다변가이자 하루가 멀다 하고 '이권 카르텔 척결'을 떠들어왔음에도 김건희 씨 일가를 둘러싼 이권 카르텔의 작용이 강하게 의심되는 권력형 비리 의혹 사건에는 철저히 나 몰라라 외면하는 것이다. '처가 카르텔' 문제가 물론 처음 제기된 건 아니다. 같은 양평 지역에서 벌어진 공흥지구 개발 특혜 사건을 비롯해 이른바 '본부장'(본인·부인·장모) 비리 의혹 때마다 윤 대통령의 유체이탈적 태도는 한결같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서울 서초구 플로팅아일랜드 컨벤션홀에서 열린 청년정책 점검회의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2023.7.6 [대통령실 제공] 연합뉴스

이는 사실 출근길 문답을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중단하고 신년 기자회견도, 취임 1년 기자회견도 안 하는 '불통 대통령'의 이면이기도 하다. 본인이 하고 싶은 말만 일방적으로 국민과 언론에게 주입할 뿐, 정작 꼭 해야 할 의무적 '소통'은 방기한 채 곤란하다 싶은 자리는 어떻게든 회피하는 것이다. 윤 대통령 부부는 이번에도 그렇게 딴청만 피우다 나토 정상회의를 참관한다는 이유로 10일 오후 4박 6일 일정의 리투아니아·폴란드 순방을 위해 출국했다.

대통령실도 비상식적으로 대처하기는 마찬가지다. 윤석열 대통령 공약 사항인 1조 7000억 원대의 대형 국책사업을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혼자 '백지화' 결정했다고 믿는 사람은 여당인 국민의힘 내에서조차 거의 없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기본적으로 국토교통부가 알아서 해야 할 문제"라는 '관계자'발 전언을 낸 게 전부다.

대통령실은 원 장관이 지난 6일 느닷없는 폭탄선언을 한 이래 지금까지 한 번도 공식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 원 장관이 백지화 발표 전에 대통령에게 보고는 했는지, 지침을 받았는지, 어떤 형태로든 대통령실과 조율이 있었는지에 관해 출입 기자들이 물어도 제대로 답변을 못(안) 하는 실정이다. 윤 대통령 부부에게 불똥이 튀지 않도록 오불관언의 태도를 고수하겠다는 의도로 보이는데, 국정 운영이 이렇게 콩가루가 돼도 되는지 시민들의 불안감과 탄식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경기 고양시 어울림누리 별무리경기장에서 열린 '서해선 대곡-소사 복선전철' 개통 기념식을 마친 뒤 이동하며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2023.6.30. 연합뉴스

이에 야당은 윤 대통령이 앞에 나와 직접 입을 열고, 백지화한 양평 고속도로 사업을 원안대로 시행해 결자해지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아울러 김오진 신임 국토교통부 1차관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실과 국토부 사이에서 모종의 역할을 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서서히 띄우는 중이다. 김오진 1차관은 대통령실 용산 이전, 한남동 관저 관리 등의 업무를 해오던 대통령실 관리비서관 출신으로 국토부 업무에 관한 전문성은 희박해 지난달 29일 개각 때부터 인사 배경에 의문이 제기돼 왔다.

민주당 김민석 정책위의장은 11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윤석열 정부는 처가 땅 종점을 원한다. 이것이 심플한 본질"이라며 "대선 직후에 바뀐 종점도 처가 땅 방향, 엊그제 임명된 용산 출신 국토부 차관이 세일즈에 나선 종점도 처가 땅 방향, 일관된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이를 '답정처가'라고 표현하면서 "솔직히 윤석열 정부가 처가 땅 노선 아닌 길을 추진할 마음이나 가능성이 1%라도 있는가? 대통령이 직접 답하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김성주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용산이 조용한다. 대입 출제 난이도까지 간섭하던 대통령이 국토부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하는 것은 대단히 이상하다"면서 "분명 뭔가 있다. 왜 용산은 침묵하는가?"라고 따졌다.

이재명 대표도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사건은 대통령 친인척이 연루된 권력형 비리 의혹의 전형이다. 이건 국토부의 일이 아니라 대통령이 관장한 국가의 일"이라며 "국토부의 일인 것처럼 나 몰라라 하지 말고 용산 대통령실이 즉시 나서서 이 사태를 정리하기 바란다"고 주문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의원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서울~양평 고속도로 원안 및 신양평IC 설치 추진위원회 발족식 및 1차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7.11. 연합뉴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공정 수능 지시를 반영하지 않았다며 교육부를 들쑤셔 놓았던 윤 대통령이 자신을 대놓고 허수아비로 만든 원희룡 장관의 처사에는 왜 침묵하느냐"면서 "처가 관련 의혹에 책임 있게 답해야 할 상황인데 대통령은 묵묵부답이다. 대통령의 이해할 수 없는 처신이 논란과 의혹을 계속 증폭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선우 대변인도 서면브리핑에서 "만기친람 윤석열 대통령은 왜 아무 말이 없는가? 처가 땅 문제는 침묵으로 버텨 보기로 했나? 아니면, '대통령실 관리비서관' 출신 김오진 국토부 제1차관이 아무 말도 않는 게 좋겠다고 조언이라도 하던가"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입을 여시라. 원희룡 장관의 총알받이에도 한계가 있다"고 비꼬았다.

박성준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김기현 대표가 짠 듯이 해외로 나가버렸다. 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을 피하려는 심산이었다면 오산"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말끝마다 카르텔 척결을 외쳐왔다. 그런데 부인과 처가의 의혹 앞에서는 말 한마디 못 하고 자리를 피해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해외에서라도 '김건희 고속도로 특혜 의혹'에 대한 진상 조사를 지시해 국민적 의혹에 답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날 '서울-양평 고속도로 원안 및 신양평IC 설치 추진위원회'를 발족했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발족식에서 "의혹 하나하나가 다 허투루 넘길 수 없는 중차대한 사안인데도 대통령은 침묵하고 있다"며 "추진위가 그간 제기된 문제들을 팩트체크하면 당이 책임 있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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