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석의 한글철학 ④] ㄹ, 땅하늘이 너울나울 춤춘다

ㄴ을 올라타고 하늘을 흔들어 굴리는 소리

고려가요 후렴구 'ㄹ 구음'에는 주술적 기운

ㄹ끝음말에는 신화, 목숨, 삶 등 원초가 담겨

2025-06-16     김종길 다석연구자

“땅도 덜것이요, 하늘도 덜것이요, 덜것은 다 덜고 보아야 깨끗할 것이니 그것은 빈탕(虛空) 밖에 무엇이라? 빈탕은 맘이다!”
“그의 맘이 맑기가 빈탕 같고나! 헐고, 헌대로 기리고 기린대도 도모지 끔쩍 않기란이! 바로 수미산(須彌山) 그대로 로구나.” 

『새벽』, 「제소리」에서(1955.7. 다석이 쓴 글 그대로다)

덜고 덜고 다 덜어야 깨끗으로 빈탕이다. 깨(覺)야 끝(終)이다. ‘깨끝’의 끄트머리에 비롯하는 것이 ‘긋’이니 다석은 ‘깨끗’이라 했다. 다 덜어내면 깨끗이다. 시원한 빈탕이다. 그 빈탕이 참나의 마음인 ‘ᄆᆞᆷ’이다. 다석 류영모는 참나의 ‘ᄆᆞᆷ’을 율려(律呂)로 보았다. ‘ᄆᆞᆷ’과 율려의 ‘려’(呂)가 똑같이 생겼으니 참나는 속알을 울리는 거문고(琴)라고도 했다. 금(琴)은 ‘옥구슬(玉) 두 개를 이제(今) 울린다’는 뜻이 아닌가. 본디 금(琴)에 쓰인 금(今)은 인(人)이었다. 사람(人)은 늘 이제(今)로 살면서 옥구슬(玉)을 울려야 한다. 그것이 금(琴)이다. 참나의 속알을 울리는 마음(ᄆᆞᆷ)이다.

덜, 속알, 울림, 구슬은 모두 리을 끝소리 말이다. ‘리을끝음절’이라는 이야기. 이렇듯 리을은 아름다운 멋글이요 숨글이요 산글이다. 한말글연구회를 이끌었던 정재도(1925~2015) 선생은 이 리을에 우리말의 신비가 있다면서 『우리말의 신비 ‘ㄹ’(고침판)』(지식산업사, 2008)을 펴냈고, 조현용 경희대 교수는 고려가요의 후렴구를 살핀 뒤 리을소리에서 우리 무가(巫歌)의 강력한 주술적 힘을 엿보았다. 예컨대 「나례가(儺禮歌)」는 무당이 역귀를 쫓는 노래인데 후렴구가 “리라리러 나리라 리라리”이고, 「대국(大國)」의 후렴구도 “얄리얄리얄라 얄랑셩 얄라”이다.

 

그림1) 기산 김준근의 이다. ‘탈’에 리을이 춤춘다. 리을(ㄹ)은 우리말 가운데 가장 오래되었다. 그럼에도 가장 싱싱하게 살아있는 말의 신화다.

리을은 우리말의 ‘캄캄’(神祕)이다

정음사에서 펴낸 유재원의 『우리말 역순사전』(1985)에 실린 올림말은 모두 37,491개다. 이 가운데 낱말의 모든 음절에 쓰인 홀․닿소리를 살피면 홀소리는 ‘ㅏ’가 28,580개(10.2%), 닿소리는 ‘ㄹ’이 26,053개(9.3%)다. ‘ㅏ’와 ‘ㄹ’이 가장 많다는 이야기. 또 『우리말 역순사전』에 실린 올림말에서 끝음절에 쓰인 48개의 끝소리에서 가장 많이 쓰인 것은 홀소리 ‘ㅣ’가 9,998개(26.7%), 닿소리 ‘ㄹ’이 3,779개(10.7%)다. 정재도 선생이 『우리말의 신비 ‘ㄹ’』에 정리한 내용이다. 모든 음절이든 끝음절이든 닿소리는 ‘ㄹ’을 가장 많이 쓰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정재도 선생은 우리말이 온통 리을(ㄹ) 범벅이라고 했다.

『우리말의 신비 ‘ㄹ’』 첫 펴냄본 머리말에 “우리말은 다른 어느 나라 말에서 볼 수 없는 우리말만의 보람이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ㄹ’의 쓰임”이라고 하면서 우리나라가 열리는 데에 ‘ㄹ’이 큰 구실한 옛이야기를 톺아냈다. 아래는 정재도 선생이 말한 것을 그대로 가져왔다. 선생의 목소리로 리을(ㄹ) 옛이야기를 들어보자[글 묶음(文段)을 바꿨다].

어느 나라나 나라 세우기 신화는 ‘ㄹ’(하늘)에서 비롯한다. ‘ㄹ’(하늘)과 관계가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ㄹ’로 나라를 열었다. ‘ㄹ’(하늘: 한인)님의 ‘ㄹ’(아들: 한웅)이 한밝메(태백산) ‘ㄹ’(밝달)나무 아래로 내려왔다. ‘하늘, 아들, 밝달’은 우리나라 세우기에서 ‘3ㄹ’의 우는살(효시嚆矢)이다. ‘밝달’은 ‘배달’의 원말이기도 하다. ‘ㄹ’(당골: 원시 시대 제사장·예언자)이 ‘ㄹ’(아사달)에 ‘ㄹ’(서울)을 정해 나라 터전을 다졌다. ‘당골, 아사달, 서울’도 ‘3ㄹ’이다. (당골을, 밝달나무 아래에서 난 임금이라고 뒷날 ‘단군’이라고 한자로 적었다.) 고구려 고주몽은 ‘ㄹ’(하늘: 천제)님의 아들 해모수의 정을 받은 ‘ㄹ’(버들: 해밝의 딸 유화부인)이 낳은 ‘ㄹ’(알)에서 태어났고, 백제 온조는 그의 셋째 아들이다. ‘하늘, 버들, 알’이 ‘3ㄹ’이다. 신라 밝혁거세는 ‘ㄹ’(하늘)에서 내려온 ‘ㄹ’(흰말)이 품고 있던 ‘ㄹ’(알)에서 태어났다. ‘하늘, 흰말, 알’도 ‘3ㄹ’이다. 제주도 탐라 신화도 흥미롭다. 삼성혈에서 나온 3 ‘을나’의 ‘을’이 신라 김알지의 ‘알’과 같다지만, 어쨌거나 ‘을’이 셋이니, ‘3ㄹ’인 것만은 확실하다. ‘ㄹ’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특히 우리나라에서 나라가 열리는 길라잡이가 되었다. 풍수지리에서 가장 좋은 집터로 “뒤 산 앞 물 골(마을)”을 꼽는다. 서울의 한남동, 이태원 일대가 그런 곳이어서 큰 기업 회장들 집이 많다. 풍수에서 산은 ‘불’이다. 그러므로 ‘불, 물, 골(마을)’은 ‘3ㄹ’이다. ‘ㄹ’(리을) 소리를 ‘굴림소리’, ‘떨림소리’, ‘떨음소리’라고들 한다. 이탈리아말에서의 ‘r’소리처럼 잘 구르고 떨 수 있는, 듣기 좋은 소리다. ‘ㄹ’은 우리말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닿소리다. 그러면서도 우리말의 소리 가운데 가장 변화가 많은 소리다. 처음에는 ‘ㄹ’ 소리를 아주 줄여 버린다. 젖먹이가 ‘할아버지’를 ‘하버지’나 ‘하부지’로 소리 내는 것이다. 다음에는 ‘ㄹ’을 ‘ㅣ’ 소리로 낸다. ‘물’이 먹고 싶으면 ‘무이’를 달라고 한다. ‘술’도 ‘슈이’라고 한다. 이것을 거꾸로 더듬어 올라가면 ‘술’의 옛말이 ‘슐’이었음을 알 수 있다. ‘가라’의 ‘ㄹ’이 ‘ㅣ’로 바뀌어 ‘가야’가 되고, ‘서라벌’의 ‘라’에서 ‘ㄹ’이 ‘ㅣ’로 바뀌었기 때문에 ‘서야벌’이 ‘서라발’과 같은 말이 된다. ‘밝잔’(밝은 잣)이 ‘백제’가 된 것도 ‘밝’의 ‘ㄹ’이 ‘ㅣ’로 바뀐 것이고, ‘밝달’(밝은 땅)이 ‘배달’이 된 것도 ‘밝’의 ‘ㄹ’이 ‘ㅣ’로 되고, ‘ㄱ’이 줄었기 때문이다. ‘ㄹ’이 ‘ㄷ’과 넘나드는 현상은 다 잘 안다. ‘바느질고리’가 줄어들면 ‘반짇고리’가 된다. ‘겯다’가 “때에 겯고 기름에 결어”라고 할 경우, ‘겯고’와 ‘결어’의 줄기가 같은 뿌리다. ‘ㄹ’에는 두 가지 소리가 있다. ‘랄’이라는 음절의 첫소리 ‘ㄹ’과 끝소리 ‘ㄹ’이 그것인데, 소리가 다르다. 이 ‘ㄹ’은 변화가 화려하여, 한자의 침략 같은 바깥 세에 눌리지 않고 마음껏 피어났다. 우리나라 ‘서울’이라는 뜻의 말에는 처음부터 ‘서벌’(경주), ‘사벌·사불’(상주) 나라, ‘소부리’(부여), ‘솔부리’(개성), ‘쇠벌·새벌’(철원) 들처럼 거의 ‘ㄹ’이 따라다녔다. 그것들이 마침내 ‘서울’이라는 지금의 말로 자리 잡은 것이다.

선생의 책에서 리을(ㄹ)의 가온꼭지를 갈무리하면 다음과 같다.

가. ‘ㄹ’이 우리나라를 열었다.

․ ‘하늘’의 ‘아들’이 ‘박달’ 나무 아래로 내려왔다.
․ ‘당골’(제사장)이 ‘아사달’에 ‘서울’을 정했다.
․ ‘하늘’의 정을 받은 ‘버들’(유화)이 낳은 ‘알’에서 태어난 고주몽의 아들이 온조다.
․ ‘하늘’에서 내려온 ‘흰말’이 품은 ‘알’에서 박혁거세가 태어났다.
․ ‘하늘’에서 드리운 자줏빛 ‘줄’로 내려온 6개의 둥근 ‘알’에서 김수로왕을 비롯한, 여섯 귀인이 태어났다.
․ 탐라 세성굴(三姓穴)에서 ‘고을나 ․ 양을나 ․ 부을나’의 세 ‘을’이 나왔다.
(붙임: 일본 왕권의 상징인 3가지 보물도 우리말로는 ‘거울․칼․구슬’이다)

나. ‘ㄹ’로 목숨을 이어 간다.

․ 사냥 수단이 ‘돌․칼․창날․활․화살․작살․그물․낚싯바늘․어살․통발․총알’이다.
․ 음식 ‘쌀(주식)․나물(부식)․물’이 ‘입술’을 통해 ‘밥줄․밥길(식도)’을 거쳐 ‘배알’(창자)을 돌아, 몸의 ‘살․핏물’이 되고 남은 ‘큰말’(대변)이 ‘미주알’(항문)로 나오고, ‘작은말’(소변)이 ‘오줌길’(요도)로 나온다.

다. 살고 가는 곳이 ‘ㄹ’이다.

․ 우주를 ‘하늘․날(해)․달․별’로 보았다.
․ 지구를 ‘달(산)․들․물(강․호수)․바랄(바다)’이 덮었다.
․ ‘굴․산골․시골․마을․고을․서울’에서 산다.
․ 죽어서는 ‘널․물(수장)․불(화장)․절․달(산)․들․수풀․하늘(나라)’로 간다.

 

그림2) 안칸천정 일월신(日月神), 고구려 무덤벽화(길림성 집안현 다섯 무덤의 4호), 6세기. 왼쪽이 달(두꺼비), 오른쪽이 해(세발까마귀). 몸은 용이다. 복희여와(伏羲女媧)를 떠올린다. 우주는 한늘이요, 일월(日月)은 날(해)․달이다. 용(龍)의 우리말은 미르다. 이 그림 속 님들은 리을(ㄹ) 투성이다. 출처: 『북한의 문화재와 문화유적』, 서울대학교출판부, 2000, 161쪽.

리을은 랄라리 흔들고 떨어서 추는 춤이다

『훈민정음해례본』에 “ㄹ은 우리말인 ‘:실(絲)’의 끝소리가 되는 따위와 같다”고 했다. 또 “ㄹ은 우리말엔 마땅하나 한자(漢字)에는 안 맞으니 ㄷ소리 가볍게 내어 ㄹ이 됨은 시속(時俗)의 익힘일세.”라고 적었다.

리을(ㄹ)은 반혓소리(半舌音)이다. 혓소리(ㄴㄷㅌㄸ)와 소리 나는 자리가 비슷하다. 혀뿌리는 바닥에 있으나 혀끝은 윗잇몸(上顎) ·입천장(­天障)에 닿았다. 하늘 끄트머리에 닿았다. 니은(ㄴ)은 그 자리를 받들고 리을(ㄹ)은 땅이 하늘을 하나로 꿰뚫어 흐른다.

‘니은’은 받듦이다. 해숨(易)에 이르기를 “지극하다 곤원(坤元)이여, 만물이 다 그 사랑을 힘입어 타여나니 이에 순하게 하늘을 받든다.”고 하였다. 학산 이정호는 “곤원(坤元)인 동시에 건괘(乾卦)의 사덕(四德)으로는 ‘형(亨)’에 해당한다고 보겠다. 왜냐하면 ‘원(元)’에서 내려준 인(仁)을 형(亨)에서 정성을 다하여 받들어 올리기 때문이다. 받들어 올리는 길은 다름이 아니니 바로 내 이웃 내 겨레를 그 받은 바 원(元)과 인(仁)의 원리로 내 몸과 같이 사랑함에 있는 것”이라고 풀었다.

반혓소리 리을은 다섯 숨길(五行)에 속하지 않는다. 스스로를 말미암는다. 바탕소리 다섯(ㄱㄴㅁㅅㅇ)은 낭불흙쇠물(木火土金水)과 이어져 따른다. 그런데 리을은 니은이 가진 “항상(恒常) 뜻대로 움직이기를 잘하는 것이 마치 불이 ‘너울너울하여 드날리는’ 것과 같은” 성질을 보듬어 넓힌다. 리을은 혀끝을 앞뒤로 굴리는 소리다. 니은을 타고 올라서 하늘을 굴린다. 혀끝을 흔들고 떨어서 하늘을 굴린다. 랄라리 흔들고 떨어서 춤을 춘다. 리을에 춤짓이 동튼다.

춤추는 리을은 굴림소리다.
춤추는 리을은 떨림소리다.
춤추는 리을은 울림소리다.

조현용 경희대 교수는 「[우리말로 깨닫다] 리을 이야기」(재외동포신문, 2020.7.3.)에서 “연구자 중에는 리을을 기역에서 시작하여 니은으로 끝나는 음이라고 소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글자가 기역과 니은을 합쳐놓은 느낌”이라면서 “우리말에서 리을은 첫소리보다는 끝소리에서 매력적입니다. 리을은 울림소리면서 유음(流音)입니다. 흘러가는 음이죠. 리을은 글자 모양도 그렇게 생겼지만 굴러다니거나 흘러가는 느낌을 줍니다. 강물이 흘러가고, 바람이 불어옵니다. 굴러가고, 돌아가고, 올라가고, 끝없이 움직이는 느낌입니다. 살아있는 거죠. 솔솔 바람이 불고, 이야기가 술술 나오고, 눈물이 줄줄 흐릅니다. 살아서 움직이는 느낌이 아닌가요?”라고 덧붙인다.

그러면서 그는 고려가요의 후렴구를 가져온다. 흥미로운 리을이 고려가요 후렴구에 무언가 알 수 없는 소리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가 사례로 제시한 후렴구는 아래와 같다.

“얄리얄리 얄랑셩 얄라리 얄라”
-「청산별곡」의 후렴구

“다리러 다로리 로마하 디렁디리 대리러 로마하 도람다리러 다로링 디러리 다리렁 디러리”
-「성황반(城隍飯)」의 후렴구.

조현용 교수는 “무가에서 리을 음이 보여주는 강력한 주술적 힘이” 아니겠냐며 「군마대왕(軍馬大王)」은 아예 가사가 없이 전부 주술적인 소리로만 이루어진다고 했다. “리러루 러리러루 런러리루, 러루 러리러루, 리러루리 러리로, 로리 로라리, 러리러 리러루 런러리루, 러루 러리러루, 리러루리 러리로”가 「군마대왕(軍馬大王)」의 가사다. 그 밖에도 「구천(九天)」이라는 무가도 “리로 리런나 로리라 리로런나 로라리 리로리런나 오리런나 나리런나 로런나 로라리로 리런나”로 이루어져 있다. 덧붙여서 그는 “무가라는 특성에 비추어 볼 때 신이 들렸을 때 마치 방언(方言)을 하듯이 내는 주술적인 소리를 담은 것이 아닌가 합니다. 이렇게 리을 음은 흘러가는 음이기는 하지만 강렬한 힘을 담고 있는 특별한 음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림3) 왼쪽부터 ①〈창부광대신〉, ②〈백마대신장〉, ③〈복희여와도〉이다. 그림 ①은 〈창부광대신〉이다. 예능과 풍류를 담당하는 신이다. 랄라리 흔들고 떨어서 춤을 추는 광대신이다. ‘창부광대’ 씨는 무속의 예능신으로 예능에 뛰어난 무당이 죽어 신격화된 것이다. 무당의 예능적 능력을 돕고 일 년 열두 달 횡수(橫數:橫災)를 막아주는 기능을 한다. 그림 ②는 〈백마대신장〉이다. 고려의 ‘군마대왕(軍馬大王)’을 떠올린다. 무속의 신격인 은 백마 장군을 상징한다. 백마 장군은 백마를 타고 하늘땅을 왕래하며 인간을 수호하는 신격이다. 흰말은 상징일 뿐 벼락 치는 날의 용오름일 수 있다. 번쩍하는 흰빛의 용(龍). 20세기 중반에 만들었다. 길이는 각각 195cm, 159cm이다. (양종승 소장, 출처: 『2011국제샤머니즘_특별전 하늘과 땅을 잇는 사람들, 샤먼』, 국립민속박물관, 2011) 그림 ③은 〈복희여와도〉이다. 투루판 지역의 대표적 고분 유적 아스타나 무덤에서 발견된 동아시아 천지 창조신이다. 어우렁더우렁 휘모리 춤을 추며 한늘(宇宙)에 하늘땅을 창조하고 있다. 크기는 188.5x93.2cm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본이다.

가온에 한알․땅알․씨알(⋅ ㅡ ㅣ)이다

다석은 리을 글꼴을 어떤 새김으로 보았을까? 「제소리」에 “첨은 참이요, 참이야 첨일 것이라, 합니다. ‘맨첨’이라면 참말씀의 첫끝이겠습니다. 또 ‘말’이라 하면, 하늘(․)이 사람(ㅣ)의 뒤를 밀어(ㅏ) 입(ㅁ)이 달려가지고 살게 된 사기(史記)가 곧 ‘마’요, 게다가 활동형(活動形) ‘ㄹ’을 붙인 것이 ‘말’이니, 말을 쓰면서 사는 사람 되고서 맨첨에 말씀이 계시었다, 하는데 깊은 생각을 아니할까 봅니까?”라고 썼다. 다석은 리을(ㄹ)을 활동형으로 본 것이다. 그래서 학산 이정호는 혓소리를 말하면서 ‘너울너울’이라고 한 것이다.

 

그림4) 왼쪽부터 가온찍기, 가온맞섯, 가온고디. 하늘에서 온 얼(기윽), 땅이 받드는 하늘(니은) 그 사이에 ⋅ ㅡ ㅣ(天地人) 홀소리가 있다. 파란색 홀소리가 천지인이다.

가. 가온찍기: 가온에 한알(天) ‘ ․ ’를 찍는다. ‘가온찍기’에 참 깨우침이 있다.
나. 가온맞섯: 가온을 땅알(地) ‘ㅡ’가 잇는다. ‘가온맞섯’에 쉬지 않는 ‘늘길’(常道)이 있다.
다. 가온고디: 가온에 씨알(人) ‘ㅣ’로 고디 섬이다. ‘가온고디’에 올바른 참나가 있다.

다석은 『천부경(天符經)』의 “천이삼天二三 지이삼地二三 인이삼人二三”의 ‘이삼二三’을 ‘맞섯’으로 풀었다. 한알에 땅알씨알이 맞섯이요, 땅알에 한알씨알이 맞섯이요, 씨알에 한알땅알이 ‘맞섯’이다. 맞섯은 맞대어 일어섬이다. 셋(三)은 ‘세웃’(立)이다. 여기서 ‘일어섬’은 저절로이다. 누가 세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일어섬이다.

기윽은 ‘하늘’이 아니라, 하늘이 땅 그리워 줄곧 내리는 꼴이다. 니은은 ‘땅’이 아니라, 땅이 하늘 그리워 줄곧 오르는 꼴이다. 가고가고 오고오는, 늘 가오는 가온의 뜻은 한꼴로 쉬지 않고 ‘내리오름․오르내림’이다. 그 가오는 내리오름․오르내림의 한복판에 하늘 숨을 탁 찍는 것이 ‘가온찍기’요, 그 가오는 내리오름․오르내림의 한복판에 끝없는 세상이 맞대어 고루 두루 펼쳐진 것이 ‘가온맞섯’이다. 세상은 고루 두루 펼쳐짐으로 올바르다. ‘가온고디’는 가오는 내리오름․오르내림의 한복판에 오롯한 고디(貞)로 바로 섬이다.

가온 한복판에 한알 숨(天氣)을 탁 찍으니 가온찍기
가온 한복판에 땅알 숨(地氣)을 탁 그으니 가온맞섯
가온 한복판에 씨알 숨(人氣)을 탁 세우니 가온고디

리을은 “가온 한복판에 땅알(地球) 숨을 탁 그으니 가온맞섯”이 된 글꼴이다. 리을을 ‘실’(絲)의 끝소리라 했다. 이때 리을은 끊이지 않고 줄곧 잇고 잇고 또 이어서 이어지는 ‘흐름’의 뜻이다. 그런데 리을은 혓소리 바깥에 있는 반혓소리이니, 땅이 먼저고 하늘은 그다음이다. 오르내림․내리오름이라는 이야기다. 땅이 올라야 하늘이 내리는 꼴이랄까. 그렇다고 오르고 올라서 하늘에 붙고 내리고 내려서 땅에 붙는 ‘땅하늘’ 꼴이 아니다. 사이 없이 딱 붙은 꼴은 미음(ㅁ)이다. 리을은 하늘이 땅에 벌리고 땅이 하늘에 벌리는 그 사이의 ‘맞섯’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땅에 하늘’이요, ‘하늘에 땅’이다. 땅 그 자리에 하늘이 벌리고, 하늘 그 자리에 땅이 벌린다. 그 사이를 잇는 것이 ‘세상’이다.

‘가온맞섯’의 세상은 그래서 ‘늘’이라고 해도 된다. 돌고 돌면서 ‘오늘살이’하는 늘.

이제 여기, 오늘살이, 오(於) 늘(恒), 오! 늘~

1955년 4월 26일, 다석 류영모는 일기를 쓰기 시작한다. 일기장 표지에 ‘1955․4․26’이라 쓰고, 그 위에는 ‘하루때믄’ 그 아래는 기윽니은을 적었다. 기윽니은은 ‘가온’을 뜻한다. 글꼴은 아래와 같다. 이로부터 1년 뒤인 1956년 4월 26일은 그가 스스로 ‘죽는다’고 선언한 사망선고일이다.

 

그림5) 이 글꼴은 ‘가온’이다. 그런데 가온 한복판에 하늘 숨(․)이 없다.

다석은 왜 하늘 숨이 없는 기윽니은의 ‘가온’을 썼을까? 생각건대 그이는 나날이 나날살이, 오늘살이, 이제살이, 여기살이, 하루살이하면서 ‘늘살이’로 하늘 숨을 쉬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이었으리라. 그래서 그 자리를 비워 두었다. 아니 비워 둔 게 아니라, 그 자리에 ‘늘길’(常道)을 세웠으리라. 늘살이는 가온찌기로 사는 삶이다. 늘 그 자리를 지키는 ‘지기’의 삶. 늘살이 글꼴의 가온꼭지(核心)는 ‘늘살’에서 보이듯이 끝소리 리을(ㄹ)이다. 리을끝낱말에 큰 뜻이 있다. 그러니 그이는 기윽니은의 한복판을 ‘늘(ㅡ)’로 이어서 잇는 리을(ㄹ), 곧 ‘늘있’(常存)이라는 이야기요, 나날이 덜고 덜어서 저절로 ‘덜업은 삶’의 ‘빈탕’(虛空)에 깨나겠다는 마음 먹음(決心)이다. 더하는 ‘더’의 삶은 내려놓고, 덜어내는 ‘덜’의 삶을 올려야 한다.

일기를 쓴 첫날 ‘이제살이’를 생각하며 지은 읊이(詩)가 있다.

이제 내가 삽니다

겨를(餘暇), 거러(歷過), 겨룬(造成)
모도(諸多), 몯아(總集), 모딘(合同)
이 몸이
봄(春 ․ 見)으로
여름(夏 ․ 實) 열어(展開)
갈(秋 ․ 將行 ․ 代謝)
겨를(餘暇 ․ 冬)
나날(日日)이 해(日) 달(月) 나(出) 지(入)고
다달(月月)이 다다르니(皆相不同 ․ 至於至處)
가다면(到着則)
옛날(己往日 ․ 昔)
바람(望)으로
보름(陰曆15日 ․ 즉 盛年期)지나
보람(보려므나 ․ 效果 ․ 어떨지)
해 달라지도록(太陽에 異狀이 있도록)
오(於) 늘(恒) ― (今日) ― 하루(1日)
한울(天)이 ― (一同) ― 봄(觀)
아담아 어듸 있는냐? (창세기3․9)
이 제(제 여긔 있으)ㅂ니다.
같은 하루 지나
이를 보리라.

그이는 일기를 시작하면서 바로 ‘제소리’를 말이마로 글 하나를 지었다. 글쓰기를 마친 날은 1955년 5월 15일이다. 이 글은 『새벽』 7월호에 실렸다. 이 글의 짜임 얼개는 이렇다.

1. 나는 여기서 삽니다.
2. 이제 내가 삽니다.
3. 살림은?
4. 살줄 잡고. (― 내 主의 이름 ―)


5. 숨결 ― 밤낮 쉰 ―
덜업은 이야기
빛나는 말씀
⋅ ㅣ ㅡ ― 셋에 대하여

예순다섯에 쓴 글이다. 글은 그이가 오래 꿍꿍한 ‘삶․잚․찲’의 정수리를 여지없이 보여준다. 아마도 손 글씨로 또박또박 써 내려갔을 그이의 숨결이 오롯하게 느껴진다. 『새벽』을 펴낸 이는 다석의 글꼴을 더덜없이 그대로 실었다. 그래서 더더욱 다석의 샘솟는 ‘참말’(眞言:正音)을 귀담을 수 있다. 마음에 단단히 새길 수 있는 옳은 소리요, 바른 소리다.

두 번째 작은 말이마는 ‘이제 내가 삽니다’이다. 앞에서 가져다 쓴 읊이(詩) 뒤로 이런 글이 따라붙는다. “아인슈타인(Einstein, 1879.3.14.~1955.4.18.)도 가신 지 1주일이라는 오늘에 우주역학적 시축(宇宙力學的 時軸)의 증명을 못하는 나로서 인생직감적 시축(人生直感的 時軸)이나 제멋대로 돌려 봅니다. 장(長), 광(廣), 고삼차원계(高三次元界)만이라면 동계(東界)도 생계(生界)도 사계(思界)도 아니겠지요. 시축(時軸)이 서가지고야 올(理)이고 이(是․ ‘―’)고가 날 것입니다. 시(詩)는 일어나는 짓거립니다. [공자(孔子) 말씀 ‘흥어시(興於詩)’] 시경(詩經)에 시(時), 시(是)로 통합니다. 하늘의 때는 늘 그때지만, 사는 때는 사는 ‘이’의 때, 이때, 제때, ―이제―ㅂ니다. 이것이 목숨의 올(命理)이요, 살라는 말씀(生命)입니다. 이 말씀을 듣고 짓이 안날 놈이 어디 있겠으며, 제로라고 일어나지 않을 이가 어찌 있으리까? 때에 이가 시명(是命)이며, 명시(命時)가 시시(是詩)일 것입니다. 이러므로 인생은 시(詩), 시(時), 시(是), ―이제―ㅂ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띄어쓰기를 고쳤다)

말의 줄기를 고르면 이렇다.

• 시축(時軸)이 서야 올(理)이다.
- 시(詩)는 일어나는 짓거리다.
-『시경(詩經)』에 이르기를 시(時)는 시(是)로 뚫린다.
- 하늘의 때는 ‘늘 그때’요, 사는 때는 ‘이때’, ‘제때’, ‘이제’다.
- 이때는 시명(是命)이요, 명시(命時)는 시시(是詩)다.
- 인생은 시(詩), 시(時), 시(是) 곧 이제다.

일기가 처음 비롯된 날은 4월 26일이다. 이날은 아인슈타인이 하늘로 돌아간 지 1주일이 된 날이고, 다석을 따르던 김교신도 1945년 4월 25일에 하늘로 돌아갔으니, 정확히 10주기를 지내고 첫 하루가 된 날이다. 이날 잡지 『새벽』에 보낼 ‘제소리’를 쓰기 시작했다. 제소리는 때의 굴대(時軸), 그러니까 제 삶의 축(軸)을 돌리는 일이다. 칼 야스퍼스(Karl Jaspers, 1883~1969)는 기원전 8세기부터 기원전 3세기까지를 ‘축의 시대’(Achsenzeit)라고 불렀다. 이 시기에 그리스, 인도, 중국, 페르시아에서 성인들이 출현했다. 다석은 스스로의 축을 돌렸다. 시축(時軸)이 바로 서야 제 ‘올’(理)이지 않겠는가. 스스로 올바로다! 바른 올을 위해서 ‘늘 그때’(하늘의 때)를 이때, 제대, 이제로 이었다. 그래야 하늘이 내린 목숨의 올(命理)이요, 살라는 말씀(生命)이 솟구칠 테니까. 올의 끝소리도 리을이다.

나날, 오늘, 늘살이, 덜, 겨를, 갈, 날, 나날, 달, 다달, 한울, 말, 글, 살줄, 숨결

이 글씨들 모두 리을끝낱말이다.

 

그림6) 『다석일지』에서 찾아볼 수 있는 리을 한글 놀이다. ① 『다석일지(3권)』(동연, 2024), 15쪽. 1971년 1월 22일. 참맘(ᄆᆞᆷ)에 잇댄 왼올(左右) 리을은 줄곧 참맘 늘살이로 오른다. ② 『다석일지(3권)』(동연, 2024), 540쪽. 1973년 9월 7일. ‘씨ᄋᆞᆯᄃᆞᆯ’ 글씨를 한 꼴로 맞댔다. 움쑥불쑥 음양(陰陽)이 한 꼴로 흐른다. ③ 『다석일지(3권)』(동연, 2024), 418쪽. 1972년 11월 22일. ‘딜닐길’로 소리 내면서 가온데 ‘ㅣ’로 솟나 ‘ㄹ’로 움직여 흐르라는 뜻이다.

길(道)을 몸에 닦아야 리을(ㄹ) 산다

다석 류영모는 얼굴을 ‘얼골’이라며 ‘얼의 골자구니(골짜기)’라고 풀었다. 얼 드러내는 골짜기가 얼굴이라는 것. ‘얼굴 보니 그 골짜기가 한없이 깊다’라고 말하면서 ‘얼굴 뒤의 골이라는 골짜기가 여간 깊은 골짜기가 아니며. 소뇌와 대뇌를 넘어서 우주의 무한한 신비가 얼굴 뒤로 연결되어 있다’고 덧붙인다. 또 그이는 ‘별 하늘 뒤에 천천만만(千千萬萬)의 별 하늘이 있고, 그 뒤에 생각의 바다가 있고, 신의 보좌가 있고, 그 깊고 그윽한 곳에 얼굴의 주인이자 참나인 얼이 계시다’라고도 읊는다. 그 얼이 입을 열고 말씀을 일으킨다. 온갖 생명의 산알이 ‘밝돌’로 들고난다. 하늘 씨알의 ‘밝(神)’이 들고나는 ‘돌(門)’. 씨알 튼 밝돌이요, 산알 튼 밝돌이다! (‘돌’은 ‘문’을 뜻하는 가야어다. ‘울돌목’에 남아있다)

얼굴, 얼골, 얼, 골, 굴, 별, 하늘, 돌, 씨알, 산알의 끝소리가 리을이다.

길(道)의 씨말은 ‘골’과 ‘굴’이요, 맨 처음 글꼴은 하늘아를 쓴 ‘ᄀᆞᆯ’이다. 옛사람들은 산골짜기에 굴을 파고 살았다. 골에 굴을 파고 살면서 굴의 안팎을 길로 이었다. 골, 굴, 길이 따로따로 쪼개지기 전의 원형이 ‘ᄀᆞᆯ’인 까닭이다. 골(谷), 굴(穴居), 길(道)은 ‘ᄀᆞᆯ’로 하나였던 것! ‘ᄀᆞᆯ’은 가온찍기 글꼴이다. 소우주인 ‘나(·)’가 하늘 그리며(ㄱ) 늘(ㄹ) 사는 것이다. 늘 사는 이가 기온찌기다. 그 뜻이 ‘길’로 이어진다. 하늘 그리며(ㄱ) 이어이 이에 예 참올(眞理)의 목숨줄로 고디(ㅣ) 서서 늘(ㄹ) 사는 바로 그 길!

길, 골, 굴, 글, 산골, 글꼴, 늘, 참올, 올, 줄의 끝소리가 리을이다.

 

그림7) 쌍용문경(雙龍文鏡). 청동거울은 ‘땅하늘’(地天)을 뚫어 보는 용오름 우주 우물이다. 지름은 23.2센티미터, 고려시대의 것이다. 두 마리 용(龍)도 리을이다.

길을 첫소리(ㄱ), 가운뎃소리(ㅣ), 끝소리(ㄹ)로 보면, 하늘 머리(ㄱ), 꼿꼿이 서 있는 몸(ㅣ), 그리고 흐르듯 나아가는 두 발(ㄹ)이다. 하늘 머리로 꼿꼿하게 세우고 참사람이 흐르듯 걸어간다. 한자 ‘도’(道)가 사슴뿔을 쓴 샤먼의 머리(首)와 쉬엄쉬엄 걸어가는 두 다리(辶)로 이뤄진 것과 똑같다.

흔히 “도를 닦는다”고 말한다. 수도승처럼 닦아가는(修行) 걸 뜻한다. 그 말은 이제 “길을 몸에 닦는다.”고 말해야 옳다. 몸에 길을 닦는 게 아니라, 길을 몸에 닦아야 한다. 길을 몸에 닦아 마음 속알(德)이 크게 터 열려야 한다. 터 열려서 얼의 얼빛으로 몸이 뒤집혀야 한다. 몸 마음 얼이 하나로 뚫려 하늘에 마주 닿아야 한다. 그래야 참나다. 앞에서 살폈듯이 이제 우리가 닦아야 하는 길은 하늘머리로 꼿꼿하게 서서 늘 흐르듯 걸어가는 길이다. 하늘머리는 텅 비어 없는 빈탕이니, 그 속은 파란 하늘에 흰 구름 하나 둥 뚜렷이 맑고 밝아서 시원시원할 것이다.

말, 길, 속알, 열다, 얼빛, 하늘, 구름의 소리에 리을(ㄹ)이 있다.

정재도 선생은 『우리말의 신비 ‘ㄹ’(고침판)』에 리을끝낱말, 리을속낱말, 리을끝음절, 리끝낱말를 모아 두었다. 우리말에 리을이 이렇게 많았나 싶다. 참으로 우리말은 리을 범벅이다. 선생이 정리한 말 중에서 리을끝음절(74개)을 보자.

갈, 걀, 걸, 결, 골, 괄, 굴, 글, 길
깔, 꼴, 꿀, 끌
날, 널, 놀, 늘
달, 덜, 돌, 둘, 들, 딸, 뜰

말, 멀, 멸, 물, 밀
발, 밸, 벌, 별, 볼, 불, 뻘, 뿔
살, 설, 솔, 술, 슬, 실, 쌀, 쏠
알, 얄, 얼, 열, 올, 울, 을, 일
잘, 절, 줄, 질
찰, 철, 출, 칠
칼, 콜
탈, 털, 톨, 틀
팔, 펄, 풀
활, 흘

- 우리말 풀이 -

빈탕 : 허공(虛空)를 뜻하는 우리말이다.
ᄆᆞᆷ : 다석은 ‘맘’과 ‘ᄆᆞᆷ’을 가려서 썼다. ‘맘’은 제나의 마음, ‘ᄆᆞᆷ’은 참나의 마음이다.
속알 : 덕(德)을 뜻하는 우리말이다. 다석이 그리 썼다.
캄캄 : 신비(神祕)를 뜻하는 우리말이다. 옛말 ‘검․감’은 신을 뜻했다. ‘감’의 센말이 ‘캄’이다.범벅 : 혼돈(混沌)를 뜻하는 우리말이다. ‘잔뜩’(가득․한껏)의 뜻도 있다.
한알․땅알․씨알 : 천지인(天地人)의 우리말로 썼다. 하늘은 둥글어 ‘한알’이요, 땅도 둥글어 지구(地球)라 하니 ‘땅알’이요, 사람도 참(眞)의 씨를 가졌으니 ‘씨알’이다. 다석은 민(民)을 씨알이라 했다.
오늘 : 다석은 ‘오늘’을 ‘오(於) 늘(恒)’로 풀었다. ‘오! 늘~’이란 이야기다.
맨첨 : 태초(太初)를 뜻하는 우리말이다.
가온찍기, 가온맞섯, 가온고디 : ‘가온찍기’는 다석의 말이고, ‘가온맞섯’과 ‘가온고디’는 글쓴이가 다석의 글꼴로 나타낸 것이다.
덜업 : 더함과 덜함을 가감(加減)이라 한다. ‘덜’은 덜어내고 빼는 것이다. 다석은 ‘덜’을 업고 덜어내야 빔에 이른다고 하였다.
읊이 : 시(詩)를 뜻하는 우리말이다. 다석이 그리 썼다.
올 : 리(理)를 뜻하는 우리말이다. 다석이 그리 썼다. 올바로, 올발라의 ‘올’이다. 시축(時軸)을 세워야 ‘올’이 바로 선다.

- 참고문헌 -

류영모 글, 다석학회 엮음, 『다석일지』, 동연, 2024
박영호 지음, 『다석전기-류영모와 그의 시대』, 교양인, 2012
류영모 말씀, 박영호 엮음, 『씨의 메아리 다석어록』, 홍익재, 1993
박영호 엮음, 『다석 류영모 어록: 다석이 남긴 참과 지혜의 말씀』, 두레, 2002
박영호 엮음, 류영모 글, 『다석 류영모 어록: 제나에서 얼나로』, 올리브나무, 2019
이정호 지음, 『훈민정음의 구조원리-그 역학적 연구』, 아세아문화사, 1975
주요한 편저, 『새벽』, 새벽사(발행인 주요한), 1955년 7월호
정재도, 『우리말의 신비 ㄹ』, 지식산업사, 2005
정재도, 『우리말의 신비 ㄹ(고침판)』, 지식산업사, 2008
유재원, 『우리말역순사전』, 정음사, 1985
국립민속박물관, 『2011국제샤머니즘_특별전 하늘과 땅을 잇는 사람들, 샤먼』(전시도록), 2011
경향신문, 「김종길의 다석 늙은이(老子) 읽기(9): 이어이 있」(2021.10.12.)
경향신문, 「김종길의 다석 늙은이(老子) 읽기(60): 씨알 스스로 등걸」(2022.10.6.)
재외동포신문, 조현용 「[우리말로 깨닫다] 리을 이야기」(2020.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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