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렬 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조성렬 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지난 12월 16일 일본 정부는 임시국무회의를 열고 일본 외교·안보정책 기본지침인 ‘국가안전보장전략’을 10년 만에 개정하고, 자위대 역할과 방위력 건설의 방향을 담은 '국가방위전략'과 구체적인 방위 장비의 조달 방침 등을 담은 '방위력정비계획(2023~27)'을 승인했다. 신안보전략은 패전 이후 77년간 유지해 온 전수방위 정책의 근간을 뒤흔드는 공격적인 내용이다.

전환된 안보전략의 핵심은 이른바 적기지 반격능력 보유론이다. 이는 일본을 겨냥한 미사일 공격의 조짐이 감지되면 통합미사일방어(IAMD) 체계로 요격하고 그것이 실패하면 적기지에 반격할 수 있는 군사능력을 보유하겠다는 것이다. 일본이 적기지 반격능력 보유를 주장하게 된 발단은 북한 미사일의 일본열도 상공 통과이지만, 정작 이번에 발표된 3개 안보문서는 중국위협론으로 가득 차 있다.

2013년 12월의 ‘국가안전보장전략’은 위협의 대상과 순위를 북한, 중국으로 설정했었다. 하지만 2022년 12월의 ‘국가안전보장전략’에는 러시아를 추가하면서 중국에 대해 “지금까지 없던 최대의 전략적 도전”, 북한엔 “종전보다도 한층 중대하고 긴박한 위협”, 러시아엔 “중국과의 전략적 연계와 맞물려 방위상의 강한 우려”라며 위협의 내용과 순서를 명확히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일본열도 위로 미사일이 날아가는데 그냥 방치할 순 없지 않느냐"며 이해를 표시했다. 이는 이번 신안보전략의 본질을 잘못 읽은 것이다.

일본정부는 중국의 군사적 굴기를 최대 도전요인으로 보면서, 중국인민해방군 창군 100주년에 시진핑 주석의 4연임이 결정되는 해이자 ‘중기방위력정비계획’이 마무리되는 2027년까지 현 GDP 1% 수준인 방위비를 금년도 GDP기준 2배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을 내놨다. 일본의 반격능력이 완성되면 북한의 선제적인 핵미사일 사용위협이나 중국의 대만 침공과 같은 무력적 현상변경 시도에 큰 억제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신안보전략은 2015년 9월 의회에서 강행 처리된 3대 안보법제에서 예고됐던 것들이다. ‘중요영향사태법’은 미군·유엔군이 군사작전할 때 자위대의 후방지원을 합법화한 것이고, ‘존립위기사태법’은 주일 미군기지나 미국령 괌이 공격받았을 때 자위대가 ‘제한적으로’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무력공격사태법’은 적국이 일본을 공격할 조짐만 보여도 선제공격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적기지 반격능력 보유론의 근거가 되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일본 정부는 각의(국무회의)를 통해 반격 능력 보유를 포함해 방위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결정했다. 2022.12.16(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일본 정부는 각의(국무회의)를 통해 반격 능력 보유를 포함해 방위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결정했다. 2022.12.16(연합뉴스)

일본의 안보전략 전환에 따라 주목되는 것이 한·일 안보협력의 향배다. 광복 후 한국과 일본의 안보 관계는 일찌감치 시작됐다. 한국전쟁 당시 일본인 8000명이 참전해 57명이 사망했다는 연구가 있으며 최근 일본인의 참전에 관한 언론보도도 있다. 공식적으로는 1954년 6월 일본 정부가 유엔 주둔군지위협정(SOFA)을 맺어 7개 유엔사 후방기지를 제공하면서 한국과 간접적인 안보관계를 맺어왔다.

한·일 양국의 직접적인 군사관계는 2015년 처음 시작되었다. 아베 정권은 북한 탄도미사일이 일본열도 상공을 통과하자 우리 정부에 2종류의 군사협정을 제안했다. 하나는 2, 3급 군사정보를 공유하는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으로 2015년 체결됐다. 양국 갈등으로 종료 선언됐다가 유보되었다. 다른 하나는 상호군수지원협정(ACSA)으로 북한 해역에 대한 한국의 영토고권(領土高權)을 일본이 인정하지 않아 채택되지 않았다.

한·미·일 3국 간에는 2014년 2월 한·미·일 정보보호약정(TISA)을 체결했다. 북한 미사일 비밀정보를 교환하는 데 따른 각국의 군사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TISA를 바탕으로 3국 미사일 경보훈련이 퍼시픽 드래곤 훈련 중에 실시됐다. 3국 연합훈련은 2016년 6월 첫 실시된 뒤 2017년 10월과 12월에도 실시했으며, 남북 및 북미 대화가 시작된 2018년부터 비공개로 전환했다.

윤석열 정부에 들어서면서 미사일 경보정보 공유훈련이 공개로 전환되었다. 금년 8월 미사일 경보훈련과 미사일 탐지·추적 훈련이 하와이에서 실시되었는데, 이때만 해도 미국을 통해 한·일이 간접적으로 경보정보를 공유했다. 그러다가 금년 11월 13일 한·미·일 정상의 ‘프놈펜 성명’에서 3국이 동시에 정보를 공유하는 “미사일 경보정보 실시간 공유”에 합의하면서 앞으로 한·일이 직접 경보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했다. 

그 밖에도 주변국들의 잠수함 활동을 감시하기 위해 한·미·일 연합 대잠 훈련이 문재인 정부 출범 직전인 2017년 4월에 첫 실시된 데 이어, 금년 9월에 두 번째로 실시됐다. 첫 대잠훈련이 제주도 남방 공해상에서 실시된 데 비해, 금년도 대잠 훈련이 독도 인근 동해상에서 실시되는 바람에 일본 해상자위대의 독도 근해 활동을 정당화시켜 준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2019년 9월 24일 필리핀 잠발레스주 수빅 만 자유항의 알라바 부두에 정박한 일본 해상자위대(JMSDF) 선박 JS Asagiri(DD-151) 승무원이 욱일기를 펼치고 있다.(EPA=연합뉴스)
2019년 9월 24일 필리핀 잠발레스주 수빅 만 자유항의 알라바 부두에 정박한 일본 해상자위대(JMSDF) 선박 JS Asagiri(DD-151) 승무원이 욱일기를 펼치고 있다.(EPA=연합뉴스)

한·일 안보협력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중국의 군사적 굴기에 대비해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추진 과정에 몇 가지 넘어야 할 장애요인이 존재한다.

첫째, 한·일 간 미해결 쟁점으로 갈등이 잠복해 있다. 일본의 국가안전보장전략은 독도영유권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우리 헌법상 한국영토로 규정된 북한에서 일본에 미사일 공격했을 때, 일본 정부가 “북한에 대한 반격 여부를 자체 판단하겠다”고 해 한국 정부와 협의 없이 북한에 군사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놨다. 우리 군함에 대한 해상자위대 대잠초계기의 위협 비행을 야기했던 배타적경제수역(EEZ) 문제도 미합의 상태로 남아있다.

둘째, 집단적 자위권, 공격무기의 금지를 규정한 일본 헌법의 위반을 우리 정부가 용인하는 우(愚)를 범할 수 있다. 미국은 오래전부터 일본의 재무장을 요구해 왔지만, 일본 정부는 국내 평화세력과 주변국의 반발을 의식해 속도를 조절해 왔다. 지금도 일본 야당을 비롯해 평화세력이 적기지 반격능력 보유론을 강하게 비판하며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식민지 지배조차 인정하지 않는 전범국에게 우리 정부가 면죄부를 줘선 안 된다.

셋째, 주변국들의 반발을 불러오고 군비경쟁을 초래해 동아시아의 안정과 평화를 흔들 수 있다. 중국 외교부는 “중국의 위협을 과장해 자신들의 군비확장 핑계를 찾는 시도”라며 비난하고 북한 외무성도 “다른 나라의 영역을 타격하기 위한 선제공격 능력”이라고 반발했다. 미국 정부의 지지 입장과 달리 미국 전문가들도 이 지역에서 군비경쟁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하며 우려하고 있다.

오늘날 한국의 신장된 국력으로 볼 때 대등한 한·일 안보협력이라면 너무 부정적으로만 볼 게 아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중국의 군사적 굴기에 대응하기 위해 어느 정도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일본의 급속한 군사력 팽창이 동아시아 군비경쟁을 촉발할 수 있고 우리 안보에 새로운 도전이 될 수 있다. 또한 극심한 군비경쟁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고 한국경제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장기적인 안보리스크에 대비하면서도 우리 주권과 국익을 훼손시키지 않는 한·일 안보협력의 레드라인(red line)이 필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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