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대만 초청 '반발'

이재명 "윤석열 정부, 중국에 쓸데없이 시비"

중국 "민주주의 정상회의 개최, 미국 졸개 역할

윤석열 정부가 또다시 대만 문제를 건드렸다.

윤 정부는 서울에서 18일 개막한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대만의 장관급 인사를 초청해 중국을 자극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날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인공지능(AI)과 신기술: 인권을 존중하는 민주 사회의 기술 혁신'을 주제로 진행된 전문가 세션에 오드리 탕 대만 행정원 디지털 담당 정무위원(장관급)의 영상 메시지가 발표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 장관급 회의 개회식에 참석해 주제 영상 시청 뒤 손뼉을 치고 있다. 2024. 03.18 [대통령실 제공]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 장관급 회의 개회식에 참석해 주제 영상 시청 뒤 손뼉을 치고 있다. 2024. 03.18 [대통령실 제공] 연합뉴스

중국,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대만 초청 '반발'

사회자는 "개인 전문가 자격"이라고 헀지만, 탕 정무위원은 "다시 대만을 대표해 참석하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단독 주최로 열린 1차(2021년 12월)와 한·미 등 4개국 공동 주최였던 2차(2022년 3월) 정상회의에도 대만 대표로 참석했던 인물이다. 또한 량광중 주한 타이베이대표부 대표도 신라호텔 회의에 직접 참석했다고 한다. 탕 정무위원은 영상 메시지에서 지난 1월 대만 총선과 관련해 "권위주의자의 사주를 받은 악의적 행위자들이 우리 정보 환경을 오염시키고 선거 결과를 간섭하려 했지만, 정부와 정치 성향을 불문한 모든 국민이 분열과 불화의 씨앗을 뿌리려는 음흉한 시도에 맞서 단결했다"고 말했다.

중국은 당연히 반발했다. 린젠 외교부 신임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한국이 대만 당국을 이른바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초청하는 데 단호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한국에 '하나의 중국' 정책을 준수하고 '대만 독립' 세력 지지 또는 무대 제공을 중단할 것을 강하게 촉구했다"고 말했다. 린 대변인은 다시 한번 △ 세계에는 단 하나의 중국만이 있다 △ 대만은 중국 영토의 떼어낼 수 없는 일부다 △ 중화인민공화국이 중국 전체를 대표하는 유일한 합법 정부다 △ 외부 세력의 중국 내정 간섭과 대만 독립 방조 및 지지는 실패할 것이다 등의 기본 입장을 재확인했다.

 

18일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전문가 라운드테이블 중 오드리 탕 대만 행정원 디지털 담당 정무위원(장관급) 녹화 메시지가 나오고 있다. 2024. 03. 18 연합뉴스
18일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전문가 라운드테이블 중 오드리 탕 대만 행정원 디지털 담당 정무위원(장관급) 녹화 메시지가 나오고 있다. 2024. 03. 18 연합뉴스

중국과 잘해보자면서 '대만 문제'로 또 자극

한국과 중국 모두 1992년 수교 이후 최악인 양국 관계를 복원하자고 하고는 있지만, 지금의 윤석열 정부하에서는 절대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뭣보다 중국이 대외 관계의 '레드 라인'으로 여기는 대만 문제에 대한 '개입'을 윤 정부가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윤 정부를 대하는 중국의 태도에는 냉기류가 흐르고 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취임 후 27일 만인 지난달 6일에야 가까스로 중국의 왕이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과 전화 통화를 했을 정도다. 앞서 왕 부장이 1월 말 외교사절 신년 리셉션에서 미국, 일본 등 세계 각국과의 2023년 외교 성과를 회고하며 유독 한국을 뻬 '없는 나라' 취급한 일도 있었다.

왕 부장이 조 장관과의 통화에서 "양국 관계를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 궤도로 되돌리길 희망한다"면서 사실상의 관계 회복 '조건'으로 반중국 정책 포기와 대만 문제 불(不)개입 등을 거론했다. 조 장관도 "한‧중 양국이 갈등 요소를 최소화하고 협력 성과를 쌓아나가며 신뢰를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질적 성장을 도모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 데서 보듯이 윤 정부도 한·중 관계 복원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윤 정부가 자초한 대중 관계 악화로 인해 경제적 피해가 막심한데다가, 가속화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북한-러시아 군사협력에 제동을 거는데 중국의 역할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이번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대만 대표를 초청한 것은 별다른 실익도 없으면서 괜히 평지풍파를 만드는 모양이 됐다.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2년 11월 1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 한 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2022.11.15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2년 11월 1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 한 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2022.11.15 연합뉴스

중국 "민주주의 정상회의 개최, 미국 졸개 역할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윤 정부의 한국이 단독으로 주최한 점도 중국은 곱지 않게 보고 있다. 이 회의 자체가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권위주의 정권을 '민주주의 위협 세력'으로 규정하고 이들을 견제 또는 봉쇄하겠다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구상에 따른 것이어서다. 다들 특히 중국과의 관계를 살펴서 민주주의 정상회의 주최를 꺼린 것과는 달리, 윤 정부는 작년의 2차 회의를 다른 3개국과 공동 주최하고, 이번엔 미국 바깥에선 최초로 단독 개최했다. 반중, 반러 전선의 선봉대임을 자처했다고 하겠다.

이를 두고 미 백악관은 "민주주의는 전 지구적으로 투사들을 필요로 한다. 우리는 한국이 이번 회의 개최를 통해 이 같은 투사의 하나로 올라선 것에 전율을 느낀다"(켈리 라주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선임국장)라고 비행기를 태웠다. 미국 대표단을 이끌고 방한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이날 개막식에서 중국과 러시아 등을 겨냥해 "권위주의적이고 억압적인 정권들이 기술들을 활용해 민주주의와 인권을 해치는 만큼, 우리는 기술이 민주주의적 가치와 규범을 유지하고 지탱하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은 윤 정부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표출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관영 신화통신은 '민주와 무관한 민주주의 정상회의'란 17일 게재한 논평을 통해 한국이 이번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개최한 것은 미국의 '졸개' 역할을 한 것이라며, 한국이 이번 정상회의 개최로 미국의 신냉전 가치관을 앞장서서 홍보하고 있다는 한국 매체와 연구자 언급을 소개했다. 이어 신화통신은 "국제사회는 미국이 소위 '미국식 민주'를 정치화·도구화·무기화한 본질과 가짜 민주의 이름으로 분열·대결을 불러일으키고 자기 패권을 지키려는 의도를 이미 똑똑히 봤다"고 썼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강원 원주 중앙시장을 방문해 원창묵, 송기헌 후보와 함께 단상에 올라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2024. 03.19 [공동취재]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강원 원주 중앙시장을 방문해 원창묵, 송기헌 후보와 함께 단상에 올라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2024. 03.19 [공동취재] 연합뉴스

이재명 "윤석열 정부, 중국에 쓸데없이 시비"

민주주의 정상회의와 관련해 린 대변인도 "대체로 중국은 이념의 땅에 선을 긋고, 민주주의 관련 이슈들을 도구 또는 무기로 사용하는 데 늘 반대하고 있다"며 "이런 행태들 자체가 민주주의 정신에 배치된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날 세계에 필요한 것은 민주주의를 구실로 분열을 조장하는 게 아니라, 유엔 헌장의 취지와 원칙을 바탕으로 삼아 국제 관계에서 더 큰 민주주의를 위해 연대와 협력을 증진하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린 대변인은 "세계의 나라들은 국제사회의 연대를 해치는 대신, 조화로운 공존과 호혜적인 협력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권 심판'을 외치며 전국을 돌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가는 곳마다 윤석열 정부의 무분별한 대만 개입과 그로 인한 한중 관계 악화 자초 행위를 비판했다. 이 대표는 19일 오후 경기 이천시 이천중앙로 문화의거리에서 진행한 현장 기자회견에서 "공연히 잘 있는 중국, 쓸데없이 과도하게 시비 걸어서 중국과의 관계를 악화시킬 필요가 없다. 대만해협 가지고 그들이 싸우든지 말든지 우리는 '기존의 질서를 존중한다'고 우아하게 한마디하고 넘어가면 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공연히 거기에 끼어들어서 누가 옳으니, 누가 잘했느니 못했느니, 무슨 군사개입을 하느니 마느니 논쟁에 끼어들면 우리한테 무슨 이익이 있느냐. 외교도, 정치도, 안보도, 다 경제에 우리들의 삶에 직결돼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나라 살림도 잘 되기 위해서는 정치가 제 기능을 해야 합다"며 "국민들께서 지난 2년간의 윤석열 정권의 실정에 대해서, 그리고 국민 무시에 대해서, 패륜적 정권 운영에 대해서 확실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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