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9 참사 희생 故송채림 씨 아버지 '뉴스공장' 인터뷰

"명단 공개 당연히 해야 되는 것…저희한테 큰 도움 돼"

"우리 아이들 무슨 잘못 있어서 이름도 하나 못 밝히나"

"유가족 단톡방만이 위로…종일 그 안에서 울며 보낸다"

"우리가 원하는 건 온전히 기억되고 추모될 수 있는 공간"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28일 소개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故) 송채림 씨 생전 모습. 유튜브 화면 캡처.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28일 소개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故) 송채림 씨 생전 모습. 유튜브 화면 캡처.

"저는 <민들레>가 이름을 그렇게 공개해 주지 않았다면 우리 애들의 이름은 세상에 못 나올 수도 있었겠다고 생각합니다."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故) 송채림 씨의 아버지 송진영 씨가 28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했다. 송 씨는 전화 인터뷰에서 <시민언론 민들레>가 희생자들 이름을 공개했던 보도에 대해 찬성한다는 뜻을 거듭 밝히며 유족들에게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송 씨는 우선 인터뷰 요청에 응하게 된 이유와 관련해 "저도 민변의 도움으로 지난 15일 유족들을 만나기 전까지 혼자 버티고 있었던 그 시간이 너무 힘들었다"며 "아직도 나오지 못하고 있는 다른 유족들, 혼자 계신 유족분들이 방송이라도 듣고 좀 같이 나와서 위로받고 이런 기회가 됐으면 해서 결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유족들만 참여하는 단톡방이 개설돼 있는데 27일까지 총 63명이 들어와 있다고 한다.

진행자 김어준 씨가 "참사 직후에 명단 공개를 두고 '명단 공개는 패륜이다'라고 하는 정부 입장이 있었고, <민들레>라는 인터넷 매체에서는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는데 그러자 또 비판이 있었다"며 입장을 묻자 송 씨는 "명단 공개는 당연히 해야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잘라 말했다.

송 씨는 "그전에 세월호나 씨랜드, 서해대교 이런 대형 참사들 있을 때 보면 기자들이 가장 먼저 취재해서 올리던 게 피해자 신상이 아니었느냐. 이름, 나이, 성별. 항상 먼저 그거 내보내려고 취재하고 그러고 다니지 않았나?"라면서 "그런데 우리 아이들이 무슨 잘못이 있어서, 무슨 죄를 지어서 이름도 하나도 밝히지 못하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저는 우리 아이가 이름이 밝혀지고 사람들한테 오래오래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며 "그래서 명단 공개를, 단톡방에다 제가 먼저 우리 아이 사진을 올리고 '내 딸 송채림입니다' 하고 먼저 올렸다. '왜 공개 못 합니까?'"라고 말했다.

또 "그랬더니 동조해주시는 많은 분들이 또 사진 올리고 해서 같이 공유했다"면서 "물론 공개 원하지 않는 분들은 당연히 존중받아야 한다. 대신에 공개를 원하는 분들의 뜻도 있다. 공개를 원하는 분들의 뜻도 존중받아야 되는 게 당연한 거 아니냐"고 했다.

송 씨는 특히 "<민들레> 그거(명단) 나왔을 때 일부 법적으로 고소를 하니 어쩌니 이렇게까지도 이야기가 있었는데, 저는 민들레가 이름을 그렇게 공개해 주지 않았다면 우리 애들의 이름은 세상에 못 나올 수도 있었겠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민들레가 분명히 유족의 동의 없이 공개한 것은 사과해야 한다. 절차가 잘못됐다"면서도 "하지만 저희한테는 일부 큰 도움이 됐다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어준 씨가 "영정과 위패가 없는 분향소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송 씨는 "그거는 말할 필요도 없다. 아무것도 없는데 거기 가서 누구를 위해서 절을 하고 누구를 위해서 추모를 하느냐"며 "너무 어이없는 일을 정부가 하고 있는 것"이라고 어이없어했다.

송 씨는 정부 도움 없이 유가족들이 서로 접촉하기 매우 어려웠던 사정을 설명한 뒤 유가족 모임이 얼마나 중요하고 위안이 되는지를 강조했다.

송 씨는 "장례 치르고 그 이후로도 주변에서 많은 이야기, 좋은 이야기들을 해 주시는데 사실 남들이 하는 이야기는 전혀 위로가 안 된다"며 "오로지 지금 그 공간(유가족 단톡방) 안에서, 저보다도 더 애달픈 사연들이 너무 많은데 그 사연들을 보고 서로 위로해 주고 이렇게 하는 것밖에는 위로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저도 그래서 하루 종일 그 톡 안에서 울고 위로하고 그러면서 지금 보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28일 소개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故) 송채림 씨 생전 모습. 유튜브 화면 캡처.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28일 소개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故) 송채림 씨 생전 모습. 유튜브 화면 캡처.

딸 송채림 씨는 2002년 '월드컵둥이'로 우리 나이로는 21살이었다. 패션 디자이너가 꿈이어서 고등학교 3학년 때 서울의 패션스쿨에서 공부를 하고 지난해 웨딩숍에서 일하다 올해 대전에 내려와서 직접 쇼핑몰을 만들어 운영 중이었다고 한다. 도예 공방에 다니고 한복도 직접 디자인해 제작했으며 수상 경력도 있다고 아버지 송 씨는 자랑스럽게 소개했다.

10‧29 이태원 참사 당일 딸 생사조차 몰라 애를 태우다 12시간이 지난 뒤에야 사망 소식과 함께 경기도 송탄의 한 장례식장에 시신이 안치돼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송 씨는 "이것도 이해가 안 되는 게, 저희가 엄청나게 (딸 휴대폰으로) 전화를 하고 문자를 하고 친구들도 계속하고 경찰서에서도 위치 추적 부탁했으니까 하고 했는데, 12시간 동안 전화 한 통 받아 주는 사람이, 문자 한 번 확인해 주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 12시간 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당국 누구로부터도 설명을 못 들었다고 한다. 발인 이후에도 정부 측으로부터 어떤 연락도 못 받았으며 다른 유족들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일각에서 나오는 보상 문제와 관련해 송 씨는 "해도 해도 너무한다고 생각하는 게, 장례비 1500만 원 달라고 했던 유족들 단 한 명도 없다"며 "저희 유가족 단체에서 기자회견하고 나니까 그다음에 나온 답변이 보상이다. 저희가 언제 나라에 돈 달라고 그랬느냐. 우리 애들 지금 심지어 마약 먹고 죽었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울분을 표시했다. 이어 "이런 오명들 좀 벗겨주고 우리 애들 온전히 기억되고 추모될 수 있는 공간 하나 마련해 달라. 지금 저희가 원하는 건 그거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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