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나선 청년들 "모욕적인 미래청년기금 거부해"

용산역 강제동원 노동자상~대통령 집무실 행진도

시민모임 "일본 수출 규제, 이미 약발 떨어진 상태"

"피해자 고혈 팔아 구걸…구상권 포기 망언 중 망언"

촛불행동 "민주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 발의해야"

김성환 정책위의장 "삼권분립 위반은 탄핵 사유"

16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2015 한일합의 파기를 위한 대학생 공동행동' 관계자들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배상 문제와 관련해 양국 재계가 조성하기로 한 '미래청년기금' 거부 청년학생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마친 뒤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3.3.16. 연합뉴스
16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2015 한일합의 파기를 위한 대학생 공동행동' 관계자들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배상 문제와 관련해 양국 재계가 조성하기로 한 '미래청년기금' 거부 청년학생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마친 뒤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3.3.16.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한일정상회담을 두고 각계의 비판과 규탄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청년들은 양국 재계가 조성하기로 한 '미래청년기금'이 모욕적 기만술이라며 앞장서 거리로 나섰고, 촛불행동과 야당에서는 윤 대통령 '탄핵 사유'라는 말까지 나왔다.

'2015 한일합의 파기를 위한 대학생 공동행동'은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피해자의 피눈물 담긴 돈을 준다고 하면 기뻐하며 받을 줄 알았는가. 미래를 포기한 매국적 결단이자 청년 모욕"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게이단렌(일본경제단체연합회)은 이날 일본 도쿄 게이단렌 회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한일·일한 미래 파트너십 선언'을 통해 '한일·일한 미래 파트너십 기금'을 창설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학생 공동행동은 "청년들은 독립운동과 강제동원 피해자를 짓밟고 만들어진 미래를 원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일본의 사죄와 배상이 이행되는 정의로운 역사 위에 당당한 미래세대로 서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입장문에는 89개 대학생·청년단체가 이름을 올렸다.

김수정 대학생겨레하나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강제동원 해법안은 윤석열 정부가 국민들과 본격적으로 싸우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 강제동원 해법안을 밀어붙이겠다는 건 이제 사법주권, 외교주권, 군사주권도 내놓았다는 것"이라며 "강제동원 해법안 폐기만이 윤석열 정부가 존립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밝혔다.

이해지 청년하다 대표는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여성과 남성, 수도권과 지역을 갈라치기 하더니 이제는 강제동원 피해자들와 청년들을 갈라치기하고 있다"면서 "(윤 대통령이) 진정 청년을 위한다면 허울 좋은 말로 포장할 것이 아니라 강제징용 해법을 즉각 철회하고 정상회담에서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를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남녀 대학생들은 '우리는 더러운 돈 필요 없다' '전범기업은 배상하라!' '윤석열은 퇴장하라!'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고 "청년 모욕하는 미래청년기금 필요 없다" "폐기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어 한국 원화 5만 원권과 일본 화폐 5000엔권 그림이 잔뜩 붙은 '미래청년기금' 상자를 발로 밟아 부수는 퍼포먼스도 진행했다.

 

16일 서울 용산역 광장 강제징용노동자 상 앞에서 평화나비 네트워크 회원들이 '반성없는 한일정상회담 규탄, 굴욕적 강제동원 해법안 거부 대학생 공동행진'에 앞서 강제징용노동자 상에 묵념하고 있다. 2023.3.16. 연합뉴스
16일 서울 용산역 광장 강제징용노동자 상 앞에서 평화나비 네트워크 회원들이 '반성없는 한일정상회담 규탄, 굴욕적 강제동원 해법안 거부 대학생 공동행진'에 앞서 강제징용노동자 상에 묵념하고 있다. 2023.3.16. 연합뉴스

앞서 이날 오전 대학생 연합단체 평화나비네트워크와 30개 대학생 단체는 '2023 한일정상회담 규탄 대학생 행동'을 발족하고 오전 11시부터 서울 용산역 강제동원 노동자상 앞에서 대통령 집무실 맞은편 전쟁기념관까지 행진했다. 이들은 전날 전국 18개 대학에서 '국민 무시, 역사 부정 한일정상회담 규탄' 동시다발 시국선언을 진행한 바 있다.

이 단체의 백휘선 대표는 "우리의 역사, 안보, 영토까지 내어주는 게 국익이냐"면서 "과거사 문제해결에 책임을 지지 못할망정 피해자가 원치 않는 합의를 강행하며 한일정상회담을 재개하는 행동은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시민단체 전국민중행동은 전쟁기념관 앞에서 윤 대통령 가면을 쓴 사람이 욱일기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가면을 쓴 이에게 한미일 군사동맹, 강제동원 배상, 후쿠시마 수산물 등이 적힌 팻말을 전달하고 오므라이스 팻말을 받는 퍼포먼스를 했다.

시민단체 겨레하나는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친일매국외교로 얻은 한일정상회담 반대, 강제동원 굴욕 해법 폐기 촉구, 일본 전범기업 대신 배상하는 경제단체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회견문에서 "사상 최악의 굴욕외교, 친일매국, 한일정상회담 구걸, 그 어떤 단어를 붙여도 부족할 만큼 모욕감과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며 "대한민국 대통령이 아니라 일본 전범기업의 법률대리인 같은, 기시다 정부가 대리로 세운 총독 같은 행보로 질주하고 있다"고 했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규탄 성명을 내고 "정부는 일본이 반도체 핵심 소재 3개 품목의 수출 규제를 해제하기로 한 것을 성과로 내세우고 있지만 수출 규제 조치는 이미 국내 기술 자립으로 약발이 다 떨어진 상태였다"며 "일본이 녹슨 칼을 거둬들일 명분을 제공함으로써 겸연쩍은 일본의 체면만 한껏 치켜세워줬다"고 꼬집었다.

또 "셔틀외교 재개나 지소미아 복원 등을 성과로 자화자찬하고 있지만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의 고혈을 팔아 일본에 구걸한 것에 불과하다"면서 "일본의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며 줄기찬 투쟁을 전개해 온 피해자들의 근본적 요구와는 무관한 것이자, 문제의 본질을 덮고 피해자들을 우롱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분노했다.

구상권 행사를 상정하지 않고 있다는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도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한국이 대신 뒤집어쓴 것도 모자라 구상권조차 포기하기로 약속한 것은 망언 중의 망언"이라며 "사법주권을 스스로 포기하겠다는 것이면서 주권 국가로서의 모든 권리를 포기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규정했다.

시민모임은 "강제동원 피해자를 한일 관계 회복의 제물로 바치는 오늘의 현실에 말문이 막힌다"면서 "피해자의 존엄도, 국익도, 명분도, 실리도 잃은 윤석열 정권은 역사의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11일 오후 서울 지하철 시청역~숭례문 앞 구간 대로에서 열린 '30차 촛불 대행진'에서 시민들이 '제2의 이완용 윤석열'이라고 적힌 대형 일장기를 찢고 있다. 2023.3.11 사진 이호 작가
11일 오후 서울 지하철 시청역~숭례문 앞 구간 대로에서 열린 '30차 촛불 대행진'에서 시민들이 '제2의 이완용 윤석열'이라고 적힌 대형 일장기를 찢고 있다. 2023.3.11 사진 이호 작가

촛불행동(상임대표 김민웅)은 '사법주권 포기한 윤석열, 우리가 해법 제시하자'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윤석열의 매국 행각은 국민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사법부 최종심인 대법원 판결도 완전히 무시, 헌법과 법률 위반에 따른 탄핵 사유도 스스로 충족시켰다"면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1. 대법원 판결에 따른 배상을 즉각 집행해야 한다. 이는 일본기업의 압류자산 매각과 이를 통한 현금화로 관철된다. 배상 지불기업인 일본제철은 포스코에 3퍼센트 정도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대법원이 '정부의 노력이 피해자들을 설득하지 못했으므로 실패'했다고 판단하고 이미 압류와 감정을 마친 자산을 매각해야 할 것이다.

2. 민주당은 전쟁범죄를 저지른 기업의 재산을 몰수, 처분할 수 있는 특별법을 제정하자. 이는 이미 우리의 형사법상 '범죄수익', '불법재산'에 대한 몰수제도를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하등 어려울 것이 없다. 재산 전체를 몰수하는 것은 법리상으로도 실제적으로도 불가능하다고 해도 적어도 피해자 배상에 상응하는 수준은 가능할 수 있다.

3. 민주당은 대통령 윤석열이 이번 강제징용 제3자 변제를 강행할 시 직무집행상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다는 점을 들어 탄핵소추를 발의해야 한다. 윤석열이 대법원 판결을 무시, 3권분립에 대한 헌법위반 행위를 했다는 점과 승소한 피해자의 사법적 권리를 박탈하는 방식의 제3자 변제를 추진하는 것 또한 법률 위반이라는 점으로 해서 헌법 제65조의 탄핵 사유에 명확히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에 앞서 외교부 장관에 대한 탄핵은 조건상 발의, 통과가 가능해 바로 추진할 수 있다."

촛불행동은 "우리는 민족적 존엄과 국가적 자존, 그리고 국익을 지켜내지 못하는 행정 수반인 대통령은 인정할 수 없으며, 그가 망가뜨린 사법적 권리를 조속히 복원하는 것은 사법부와 입법부의 절대적 임무임을 강조한다"고 선언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의원들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태극기를 들고 '대일 굴욕외교 중단하라'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3.16.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의원들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태극기를 들고 '대일 굴욕외교 중단하라'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3.16. 연합뉴스

민주당에서도 정부의 강제동원 배상 해법은 향후 처벌받아야 할 '직무유기'이자 '국정농단'이고, 결국 "대통령 탄핵 사유"라는 주장이 터져 나왔다.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정책조정회의에서 "어제 공개된 요미우리 신문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제3자 변제안'이 본인의 아이디어라고 밝히며 추후에도 구상권 청구는 없을 테니 걱정 말라고 했다"면서 "또한 한일 관계가 어려워진 계기가 '2018년 대법원 판결'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행정부의 수반이자 국가의 원수인 대통령이 삼권분립까지 위반하면서 일본에 납작 엎드린 것"이라며 "일본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스스로가 그렇게 강조하던 법치주의마저 능멸했다. 탄핵의 사유이기도 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 정책위의장은 "오죽하면 국민들이 윤석열 대통령, 박진 외교부 장관,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 서민정 외교부 아태국장을 을사오적에 이은 '계묘오적'이라고 부르겠는가"라면서 "이 정도면 이완용의 부활을 넘어 '명예 일본인'이 아니냐며 반문할 정도다. 대체 국민주권, 주권외교, 자주국방과 맞바꾸면서 대통령이 대일외교를 통해서 얻으려는 것이 무엇인지 알 길이 없다"고 개탄했다.

 

정의기억연대, 민족문제연구소, 민주노총 등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관계자들이 6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을 규탄하는 촛불집회를 하며 퍼포먼스하고 있다. 2023.3.6. 연합뉴스
정의기억연대, 민족문제연구소, 민주노총 등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관계자들이 6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을 규탄하는 촛불집회를 하며 퍼포먼스하고 있다. 2023.3.6. 연합뉴스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굴종외교로 점철된 한일정상회담은 국민께 수치심만 안겼다. 또 한 번의 외교참사"라며 "받은 것은 하나도 없고 내주기만 한 회담"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정부가 그렇게 강조하던 미래 파트너십 기금 역시 단 한 곳의 일본 기업도 참여하지 않았다. 무역 보복에 대한 사과나 유감 표명도, 화이트리스트 복원에 대한 명확한 확답도 없었다"며 "심지어 윤 대통령은 일본 무역 보복에 대응하기 위해 내려진 지소미아(GSOMIA·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효력 중단 결정까지 완전 정상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정도면 선물을 넘어 조공"이라고 표현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 방일이 시작된 이날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항의 시위를 진행했다. 시위는 17일에도 진행된다. 당 대일굴욕외교대책위원회는 시위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의 요미우리신문 인터뷰를 겨냥해 "윤 대통령은 굴욕적인 강제동원 제3자 변제를 반대하는 국민 목소리를 '한일관계를 국내 정치에 이용하는 세력'으로 비하했다"며 "일본의 속국 군주나 할 법한 발언으로 국격을 심각히 훼손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민주당은 오는 18일에는 지난 주말에 이어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리는 '강제동원 해법 강행규탄 및 일본의 사죄 배상 촉구 범국민대회'에 다시 참석할 계획이다.

 

더불어민주당 대일굴욕외교대책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대일 굴욕외교 저지를 위한 광화문 집중시위를 하고 있다. 2023.3.16.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일굴욕외교대책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대일 굴욕외교 저지를 위한 광화문 집중시위를 하고 있다. 2023.3.16.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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