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선거제개편논의의 최대 미스테리는 현행 연동형비례대표제에 대한 언급이나 평가가 전혀 없이 진행된다는 데 있다. 2020년 개정선거법의 연동형비례대표제를 거론하는 것은 민주당 국회의원들에게는 일종의 금기가 아닌가 싶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2023년 선거제개편논의는 2020년 개정선거법의 연동형비례대표제를 안락사 시키자는 암묵적인 여야합의 위에서 진행된다. 온갖 어려움을 뚫고 본인 주도로 천신만고 끝에 만들어낸 2020년 개정선거법을 한 번도 시행하지 않고 쓰레기통에 처넣기로 국힘당과 암묵적 합의를 하고 지금의 선거제개편논의를
도농복합형 선거제도가 과반수(59%)의 지지를 받은 공론화 시민참여단 설문조사결과로 국회정개특위가 득의만만할 것 같다. 반대로 나는 이 설문조사결과가 눈에 가시처럼 아프다. 공론화과정 내내 우려했던 결과가 눈앞의 현실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전면 공개된 설문조사결과에 따르면 도농복합안은 숙의과정이 끝난 후 찬성 59%, 반대 36%로 안정적 과반수 지지를 확보했다. 그것도 숙의 전 48% 찬성이 숙의 후에 59%로 높아졌다.도농복합안은 국힘당이 제안하고 김진표 국회의장이 미는 안으로 알려졌다. 농촌지역은 지금처럼 소선거구
(본 칼럼은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지난 5월 17일 국회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는 선거제개편 공론화 500인 회의가 학습숙의과정 전후에 두 차례 실시한 선거제 관련 설문조사의 총 20개 문항과 조사결과를 전면 공개했다. 지난 13일 공론화회의 종료시점에 5개 핵심문항과 조사결과를 공개한 데 이어 숙의전후 조사결과 전부를 20장의 비교표에 담아 보도자료 형식으로 공표한 것이다. 숙의 전 설문조사는 막 구성이 완료된 500인 시민참여단을 대상으로 5월 1일과 2일 양일에, 숙의 후 설문조사는 5월 13일 모든 숙의토론이 종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학습 · 숙의로 통념과 선입관 이겨낸 시민들 시민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렇다. 지난번 글에서 분석했듯이 공론화 설계와 중립성, 진행방식에 몇 가지 중대한 문제점이 있었다. 그럼에도 시민들은 숙의자료집과 전문가발표의 복잡다단한 내용을 예리한 질문들을 제기하며 상당한 수준으로 소화했다. 학습숙의과정 이전과 이후의 설문조사결과가 확연히 달라진 게 그 증거다. 다행스럽게도 숙의 후 설문조사결과는 시민참여단 500인이 학습숙의과정을 거치면서 지배적인 통념과 선입관에서 놀랄 만큼 벗어났다는 사실을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선거제개편 공론화를 위한 500인 시민참여형조사가 지난 6일(토) 첫날 회의를 끝냈다. 오는 13일 회의를 남겨놓고 있지만 동일한 패턴으로 진행될 예정이라 하루를 지켜보고도 평가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무엇이든 첫술에 배부를 수 없지만 아쉽고 실망스럽다. 정치적 의도가 작동했건 전문역량이 부족했건 공론화설계가 부실해서 외화내빈이라는 평가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이 글은 이런 판단에 이르게 된 이유와 배경을 설명한다.500인 시민대표의 숙의공론조사의 진행방식시민대표 500인은 최초 대규모 여론조사에 응한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나쁜 합의냐, 현행법이냐?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져 있다. 지금의 정치지형에선 거대양당을 효과적으로 압박할 제3정치세력이 없는 것과 다르지 않아서 민주당이 내키는 대로 할 수 있다. 6석 원내정당, 정의당은 무기력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민주당으로 당선된 1석 원내정당, 시대전환당과 기본소득당도 당 대표인 국회의원은 지명도가 생겼지만 정당으로서는 존재감을 갖지 못한다. 진보당이 2022년 지방의회 진출에 이어 전주 보궐선거를 통한 국회입성으로 기세를 올리고 있지만 대중적 확장력은 미지수다
국회의장의 감상평과 달리 국회 전원위원회는 구체적인 선거제 개편 공감대를 만들어내지 못한 채 말잔치로 끝났다. 만약 앞으로도 여야 합의가 무산되면 현행법의 준준 연동형비례대표제가 그대로 시행될 수밖에 없다. 위성정당 금지조항을 신설하고 현행 연동형비례대표제를 살리는 건 대표성과 비례성, 다양성의 관점에서 좋은 선택지다. 나아가서 50% 연동률을 100%로 바꾸고 정당 득표율 요건을 1%로 낮추며 초과의석 발생 시 의원정수를 늘려서 해소하면 다당제 전환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다.위성정당 금지조항을 신설해서 현행 준준 연동형비례대표제를
윗글 ②에서 알아보았듯이 국회전원위에서 민주당과 국힘당 간에는 선거제개편과 관련해서 아무런 공감대도 형성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민주당과 국힘당은 정개특위에서 몇 가지 개편방안을 심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우선 국회의장이 도농복합안(도시지역 중선거구제 + 농촌지역 소선거구제 + 병립형 권역별비례대표제)을 정개특위에 넘길 것으로 점쳐진다. 민주당과 국힘당은 상당기간 당론을 정하지 않은 채 도농복합안 등 몇 가지 개편방안을 놓고 정개특위에서 입씨름을 벌이며 시간을 끌 게 틀림없다. 과거의 전례를 보더라도 선거법개정 작업이 일찍 끝난
김진표 국회의장은 도시지역은 중선거구로 바꾸되 농촌지역은 소선거구를 유지하자는 이른바 도농복합안의 뒷배라고 알려졌다. 그는 국회전원위가 끝나고 나서 “여야를 초월해서 비례성과 대표성을 높이고, 지역소멸에 대응하며, 지역주의를 완화하는 선거제개편을 해내야 한다는 공감대를 확인했다”는 소감을 내놨다. 이 한마디 한마디는 모두 도농복합안을 미는 고도로 계산된 발언이다. ‘대표성과 비례성’ 제고를 위해 도시지역에선 소선거구제를 중선거구제로 바꾸되, ‘지역소멸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농촌지역에서는 소선거구제를 그대로 유지하고, ‘영호남지역주의
지난 4월 13일 국회 전원위원회가 아무런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한 채 나흘간 말잔치의 막을 내렸다. 4월 10일부터 나흘간 오후 4시간씩 국회의원 총100명이 국회방송의 생중계 아래 7분 발언을 이어갔다. 크게 볼 때 선거제 개편목표, 지역구의원 선출방식, 비례의원 선출방식, 의원정수 확대 여부 등 4가지 주제를 다뤘다. 처음부터 상호토론이 배제됐기 때문에 공허한 말의 향연으로 끝날 가능성이 예약됐었다. 스타 탄생이 기대됐는데 누구나가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던 이탄희 의원이 그 주인공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탄희 의원 외에도 내용적으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일방적인 피해자가 없도록 정해야 위성정당 금지조항을 신설하고 2020년 개정선거법에 따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내년 총선을 실시하자고 주장하면 국힘당은 말도 안 되는 소리 집어치우라며 펄펄 뛸 게 틀림없다. 이유인즉 게임의 룰은 여야합의로 정해야 하는데 2020년 개정선거법은 일방적으로 정했기 때문에 무효라는 것. 선거제개편과 선거법개정에 관한 한 국힘당은 자신이 합의해주지 않는 이상 민주당이 어떤 개정안도 일방적으로 통과시켜선 안 된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국힘당은 마치 법적인 비토권이라도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이탄희 의원의 감동폭탄 제안‘의원세비부터 절반으로 줄이자.’ 선거제개편을 주제로 소집된 국회전원위회의 첫날, 이탄희 의원은 동료의원들에게 이렇게 호소했다. 그래야만 선거제 개편을 논의할 자격이 생긴다는 것이었다. 참으로 감동적인 고해이자 진정성 있는 제안이었다. 국회의원이 국민의 신뢰를 획득하는 데 그만큼 효과적인 조치는 없을 것이다. 국회의원의 특권포기의지와 민생개혁의지를 절반 세비만큼 극적으로 드러내는 상징행위는 더 없을 것이다. 국민의 박수와 환호가 터질 것이고 국회의원에 대한 신뢰가
가장 모범적으로 설계 운영된 시민의회지금 국회에서는 김진표 국회의장과 개혁파 의원들의 주도로 선거법 개정 논의가 진행 중이다. 거대양당 지도부는 아직까지 시큰둥하게 신중 모드를 유지하지만 국회의장이 워낙 적극적이라 국회사상 두 번째로 전원위원회를 소집할 분위기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에게 선거제 개편 논의를 맡기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선거제개편의 직접 이해당사자라서 끊임없이 본인과 소속 정당의 유불리를 저울질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비유컨대 선거제 개편을 국회의원에게 맡기는 것은 생선가게 설계를 고양이에게 맡기는 것과 다르지 않다.
여론조사 한계 뛰어넘는 안 21세기 혁신민주주의국가에서도 시민의회가 대의민주주의의 병폐와 한계를 모두 치유할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다. 선거의회를 대체하거나 더 큰 역할을 수행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다만 첫째, 정치권에서 논란만 무성할 뿐 교착상태에 빠진 중대한 정책사안; 둘째, 격렬한 윤리적 논쟁을 수반하는 민감한 정책사안; 셋째, 정치권이 침묵의 카르텔을 형성해서 외면해온 중대한 정책사안; 넷째, 정치권이 당사자성을 갖는 정치관계법 등 이해충돌사안은 일차적으로 추첨으로 ‘미니 국민’을 구성한 후 숙의적 방식으로 '시민 눈높이
모든 정당은 민심과 여론, 즉, 국민의사를 신주단지처럼 받들어 모시겠다고 말한다. 모든 사안에서 국민을 위한 최상의 해법이나 국민의사에 따른 최상의 해법이란 것을 내놓고 서로 경쟁한다. 국민의사에 따라 문제해결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먼저 국민의사를 확인할 수 있어야한다. 국민의사란 것이 사안이 발생할 때 하늘에서 뚝 떨어지거나 자동으로 생기는 게 아니다. 복잡다단하고 민감미묘한 사안일수록 일반시민들은 언론매체의 뉴스보도, 정치권의 설전, 전문가 방송토론, 지인과의 대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알게 모르게 학습하며 서서히 또한 역동적으로
지금의 제1야당 민주당은 169석이나 되는 확실한 과반수 의석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만한 존재감을 갖지 못한다. 민주당이 상대하는 윤 대통령이 취임 이래 30%대 지지율에 묶여 있는 최약체 대통령인데도 그렇다. 민주당 지지율도 좀처럼 40%를 확실히 돌파하지 못한다. 심지어 사고뭉치 윤 대통령을 옹위하는 국힘당에 밀리다가 요즘에야 대일굴욕외교와 주69시간 탄력근로허용정책으로 역전됐다. 도대체 왜 이러며 무엇이 문제인가?민주당은 2020년 총선에서 대승을 거둬서 무려 180석, 재적의석의 60%를 얻었다. 제1당이 기록한 사상
윤석열 정권에 대해서는 이미 평가가 나 있는 상태다. 국내 여론조사기관들이 거의 매주 대통령지지율과 주요 정책 찬반조사 결과를 내보내고 있고 22개 국 지도자들의 지지율 조사결과도 매주 나온다. 국내 조사기관에 따르면 윤 대통령 지지율은 지난 8개월 넘게 30% 박스권에서 맴돌았다. 반면 국제 비교조사결과에 따르면 윤대통령 지지율은 20%대 초반부에서 맴돌았다. 국내 조사결과가 맞더라도 부정평가가 긍정평가의 1.5배~2배에 달한다. 만약 우리헌법에 대통령 국민소환제도가 마련돼 있다면 벌써 불신임당해 자리에서 쫓겨났을 수준인 것이다.
며칠 전 홍준표 대구시장이 본인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국회의장 정치개혁자문위가 비례대표 50인 증원을 전제하는 권고안을 냈다는 보도가 난 직후였다. 그는 쌍심지를 돋우며 결사반대의 뜻을 밝혔다. 그럴 리는 없지만 만약 국힘당이 수용한다면 지도부 퇴진운동을 불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홍 시장의 페북 글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다음날 김기현 당대표와 주호영 원내대표는 입이라도 맞춘 듯이 의원정수 증원에 대한 타협 없는 절대반대 의지를 표명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심지어 헌법상 국회의원 정수를 200인 이상으로 정한 취지는 299명을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구성된 지 무려 8개월이 지났는데도 민주당이 선거구제 개혁에 대해 당론을 정하지 못한 채 관망 중이다. 국힘당도 다르지 않지만 국힘당은 선거구제 개편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그러려니 할 수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그렇지 않다. 이재명 대표는 대선후보 시절 여러 차례 다당제 정치개혁을 공개 표명했었다. 다당제 정치개혁 제안은 대선을 간신히 일주일 앞두고 안철수 후보와 심상정 후보에게 던진 그의 마지막 승부수였다. 당시 민주당은 이재명 후보의 정치개혁 제안을 임시전당대회까지 열어서 뒷받침했었다. 그런
정치권은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처리 과정과 국민의힘 대표 경선 과정에 몰입하느라 국회의장이 원내정당의 정치개혁안 제출기한으로 설정한 2월 말을 정신없이 흘려보냈다. 김진표 의장이 전원위원회를 소집해서 각 당의 정치개혁안을 집중토론할 기간으로 설정한 3월 한 달도 과거사를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겠다는 윤 대통령의 3·1절 담화와 강제동원 피해 제3자변제 방침을 둘러싼 여야 격돌로 이미 3분의 2가 지났다. 이번에도 총선 1년 전인 금년 4월 초까지 선거제도 관련 입법을 끝내라는 선거법의 명령을 입법자가 지키지 않는 파렴치한 전통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