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코앞에 문재인 정부 인사 11명 서둘러 기소

"전 정권 비난과 여론몰이 목적…윤 정부 강력 규탄"

"왜곡 보정 등 정책적 노력을 모두 통계 조작 간주"

"여당과 이종섭에 대한 국민 비판 들끓자 이슈 전환"

김수현 "정치 보복일 뿐…'대왕고래' 잡겠다 여론전"

검찰 영장 재청구도 법원서 기각…수사 동력 상실

문재인 정부가 집값을 비롯한 주요 국가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세종시 어진동 대통령기록관을 이틀째 압수수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3.10.20.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집값을 비롯한 주요 국가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세종시 어진동 대통령기록관을 이틀째 압수수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3.10.20. 연합뉴스

검찰이 14일 문재인 정부 시절 집값과 고용·소득 등 국가 주요 통계가 조작됐다며 김수현‧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홍장표 전 경제수석,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 관계자 11명을 직권남용 및 통계법 위반 등 혐의로 무더기 기소했다. 이에 문재인 전 대통령 측은 총선을 앞두고 여당에 불리한 판세를 바꾸기 위해 검찰이 조작극을 벌인다고 거세게 반발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참모와 장관 등을 지낸 인사들로 구성된 정책포럼 '사의재(四宜齋)'는 이날 '국가통계 조작 사건 관련 검찰 기소에 대한 입장'을 내고 "정치 탄압을 위해 통계 조작 사건을 만들어낸 윤석열 정부를 강력하게 규탄한다"면서 "우리는 이번 검찰의 기소는 정치적 의도로 시작돼 정치적 이익을 위해 기소까지 이르게 된 정치 조작극으로 규정한다. 이 같은 정치 조작을 일삼고 공모한 윤석열 정부의 감사원, 검찰, 대통령실, 여당을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의 감사원과 검찰이 애초부터 결론을 정해놓고 감사와 수사를 진행했으며, 자신들이 정해놓은 결론에 부합하지 않거나 반대되는 증거와 진술은 깡그리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불안정한 시장 상황을 신속하게 파악하기 위해 통계 보고 횟수를 늘리도록 한 것 ▲시장 상황과 어긋나는 통계 수치에 대해 그 원인을 파악하도록 한 것 ▲이상 사례로 통계가 왜곡되는 경우를 바로잡기 위해 통계적으로 보정하는 등의 정책적 노력들을 모두 '통계 조작'으로 간주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과중한 업무에 대한 일선 담당자의 하소연과 푸념도 통계 조작의 증거인 양 둔갑했다. 조작된 통계 횟수가 125회에 달한다는 검찰의 주장은 이런 일체의 정책적 노력을 모두 통계 조작으로 카운팅해서 나온 숫자"라며 "감사원 조사부터 검찰 수사에 이르기까지 감사원과 검찰 내부에서 알려주지 않으면 누구도 알 수 없는 내용들이 대통령실과 부처, 그리고 여당 관계자의 발언으로 끊임없이 알려졌고 언론의 단독보도 형태로 기사화됐다.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와 수사가 진실을 가리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전 정권에 대한 비난과 여론몰이 목적으로 진행된 것이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또 "검찰의 기소 시점도 공교롭다"면서 "총선을 앞두고 여당 후보자들의 망언이 잇따라 알려지고, 피의자인 이종섭 전 장관을 호주로 빼돌린 몰염치한 조치에 대한 국민 비판이 비등한 상황에서 이슈 전환을 위해 기소 시점을 정한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이 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는 결코 통계 조작을 하지 않았다. 그런 의도를 가져본 적도 없고, 통계 조작이 가능하지도 않다"며 "진실은 반드시 가려질 것이다. 감사원과 검찰을 앞세운 윤석열 정부의 조작정치의 실체가 낱낱이 밝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9년 6월 21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김수현 정책실장 후임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윤종원 경제수석 후임에 이호승 기획재정부 1차관을 임명했다. 이날 오후 청와대 브리핑실에서 김상조 신임 정책실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9.6.21. 연합뉴스
2019년 6월 21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김수현 정책실장 후임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윤종원 경제수석 후임에 이호승 기획재정부 1차관을 임명했다. 이날 오후 청와대 브리핑실에서 김상조 신임 정책실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9.6.21. 연합뉴스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별도의 입장문을 냈다. 그는 "이런 일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려 안타깝고 죄송하다. 그러나 저를 포함해 문재인 정부의 어떤 권력자도 부동산 통계를 조작하거나 국민을 속이려 하지 않았다"며 "이번 기소는 윤석열 정부가 감사원과 검찰을 앞에서 집권 3년차까지 계속하고 있는 전 정부에 대한 정치 보복과 망신 주기일 뿐"이라고 단언했다.

김 전 실장은 "검찰이 밝힌 저에 대한 각종 혐의 내용은 모두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시장 상황을 점검하던 중에 나온 얘기들이다. 오르는 집값을 걱정하면서 '정확한 상황이 어떤지 알아보라'는 등의 말을 한 것을 조작 지시로 둔갑시킨 것"이라며 "정책 담당자가 부동산 시장 상황을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례적인 가격상승률 수치를 접했을 때 이를 확인하지 않는다면 직무유기다. 실제 2018년에는 약 40년의 관련 통계 작성 기간 동안 전무후무하게 높은 수치가 나와서 과연 맞는지 확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어 "감사원과 검찰은 2022년 여름부터 이 사건을 권력층의 지시에 따른 통계 조작 사건으로 몰아가려고 했다. 언론에도 조작 지시가 있었던 것처럼 미리 흘리고, 이른바 '대왕고래'를 잡겠다고 여론전을 펼쳤다"면서 "그러나 조작 지시라는 구체적인 진술이나 증거가 나오지 않자 실무진을 더욱 압박하고 고통스럽게 했다. 압수수색은 기본이었다. 저 역시 이 정부 들어 집을 포함해 네 번의 압수수색을 당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직자가 정책 결정과 집행을 수행했던 것만으로 직권남용의 죄를 무리하게 적용하는 것은 결국 공직사회 전반을 위축시키고 복지부동에 빠트릴 뿐"이라며 "문재인 정부는 전 세계적인 과잉유동성과 저금리 속에서도 국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기대하는 만큼 집값을 안정시키지 못한 데 대해서는 안타까움을 넘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 하지만 서른 가지가 넘는 부동산 가격 통계 중에서 한 가지만, 그것도 정책 수립에 필요한 신호등과 같은 수치를 바꿔서 국민을 속일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김 전 실장은 "앞으로 재판 과정에서 명명백백히 밝히도록 하겠다. 한 점 부끄럽지 않다"고 덧붙였다.

 

8일 오후 문재인 정부의 국가 통계 조작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이문기 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대전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법원은 이 전 청장의 영장을 기각했다. 2024.1.8. 연합뉴스
8일 오후 문재인 정부의 국가 통계 조작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이문기 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대전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법원은 이 전 청장의 영장을 기각했다. 2024.1.8. 연합뉴스

앞서 대전지검(검사장 박재억)은 김수현·김상조 전 실장과 김현미 전 장관 등 문재인 정부의 대통령 비서실과 국토부, 통계청 관계자들이 정부의 부동산 대책 효과로 집값이 안정된 것처럼 보이기 위해 주택 통계인 한국부동산원 산정 '주간 주택가격 변동률'을 125차례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2017년 6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4년 6개월 동안 한국부동산원으로 하여금 국토부가 집값 변동률 '확정치'(7일간 조사 후 다음 날 공표)를 공표하기 전 '주중치'(3일간 조사 후 보고)와 '속보치'(7일간 조사 즉시 보고)를 매주 3차례 대통령 비서실에 미리 보고하게 했다는 것이다.

수치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한국부동산원을 압박하는 방식으로 사전 검열해 2021년 8월까지 상시적으로 서울·인천·경기 지역 주택 매매·전셋값 변동률을 조작했다는 게 검찰 주장이다. 집값뿐 아니라 소득·고용 관련 통계도 정권에 유리한 쪽으로 왜곡·조작하기 위해 개입한 정황이 있다고 했지만, 검찰이 기소한 해당 인사들은 수사 초기부터 혐의를 전면 부인해왔다.

법원도 윤성원 전 국토교통부 차관과 이문기 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에 대해 검찰이 통계 조작 혐의로 청구했던 구속영장을 잇따라 기각한 바 있다. 영장을 재청구했음에도 또 기각되자 검찰은 동력을 급속히 상실하고 한꺼번에 11명을 불구속 기소하는 것으로 수사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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