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대통령기록관 압색…‘울산사건’ 재수사 명목

총선 불과 한 달 앞둔 시점에 대놓고 정치 개입

증거도 정황도 없다면서 ‘강한 의심’ 운운 반복

울산사건 '판정패' 했는데도 도리어 기세 올려

판결문에 ‘단순 등장인물’로 거명돼도 재수사?

조국, ‘하루 빨리 서울중앙지검 앞으로 불러달라’

검찰이 지난 7일 대통령기록관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는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소위 ‘울산사건’에 대한 재수사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이 수사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겨냥한 수사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와 관련 지난 1월 18일 서울고검은 서울중앙지검에 재기수사 명령을 내리며 “기존 수사기록, 공판기록 및 최근 서울중앙지법 판결 등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던 바 있다.

그런데 서울고검의 명령은 실제로는 지난해 11월 29일의 울산사건 1심 판결을 명분으로 한 것인데, 그로부터 두 달만에 재기수사 명령, 다시 두 달 가까이 지나 총선을 불과 한 달을 앞둔 시점에 압수수색에 나선 것이다. 먼저 이 시기들의 문제를 한번 따져보자.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4일 오후 국립서울현충원 현충탑을 참배 후 나서고 있다. 2024.3.4. 연합뉴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4일 오후 국립서울현충원 현충탑을 참배 후 나서고 있다. 2024.3.4. 연합뉴스

검찰의 명백하고 노골적인 정치 개입, 선거 개입

서울고검이 재기수사 명령을 내린 1월 18일은 이성윤 전 고검장이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디케의 눈물’ 북콘서트에 참석했던 일로 대검찰청이 중징계를 청구했다고 공개한 날의 바로 다음날이었다.

문제의 북콘서트 행사는 지난해 9월 7일에 열렸던 행사였다. 이 건에 대해 당시 법무부가 즉각 감찰 검토를 내세웠는데, 그것을 4개월이나 지난 올해 1월에야 대검이 ‘검사윤리강령 위반’을 명분으로 중징계 청구를 한 것이다.

그런데 당초 이 ‘이성윤 중징계 청구’는 이 사실을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한 1월 17일에 있었던 일도 아니었다. 대검이 실제 징계 청구를 한 날짜는 1월 4일이었고, 그것을 거의 2주나 지나서 언론들에 일제히 뿌린 것이다.

그리고 검찰이 이성윤 중징계 청구를 언론에 대대적으로 알린 바로 다음날인 1월 18일, 검찰이 조국, 임종석에 대한 재기수사를 공식화 한 것이다.

여기까지 드러난 세 이름, 조국, 이성윤, 임종석은 모두 재수사를 공식화한 이 1월 중순 시점에는 총선에 후보로 나설 것임이 구체화되고 있었고 여당과 보수언론들에서도 연일 견제구를 날리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리고 다시 49일만인 3월 7일에 검찰이 대통령기록관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조국, 임종석에 대한 목표로 한 수사임을 내세운 것이다.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을 재수사하는 검찰이 7일 대통령기록관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사진은 7일 오전 세종특별자치시 대통령기록관 입구 모습. 2024.3.7. 연합뉴스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을 재수사하는 검찰이 7일 대통령기록관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사진은 7일 오전 세종특별자치시 대통령기록관 입구 모습. 2024.3.7. 연합뉴스

이 3월 7일은 더욱 공교롭다. 검찰이 ‘울산사건’에 엮어넣었던 황운하 의원이 2월 26일 민주당에서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조국혁신당 입당을 고민한다는 발언을 한 후, 바로 다음날인 입당한다는 소문이 급속도로 퍼졌던 날이었고, 실제로 그는 8일에 입당했다.

즉 검찰의 ‘울산사건’ 관련 조국 재수사의 의사결정과 언론 공개가 조국 대표의 정치 일정과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간 것이다.

증거·정황 없다면서 ‘강한 의심’ 운운만 반복

한편 검찰의 이번 '울산사건' 재수사는 사실상 3차 수사에 해당한다. 검찰은 애초 2020년 1월에 이 사건으로 13명을 기소함으로써 수사를 마쳤는데, 그렇게 재판에 넘긴 후 막상 재판이 시작되자 ‘추가 수사’를 하고 있다며 재판이 진행되지 못하도록 공전시켰다. 그 재판 지연과 추가 수사가 무려 1년 3개월이나 이어졌다.

검찰은 본수사보다 훨씬 길었던 이 1년 3개월간의 추가 수사로 총 34명을 수사한 끝에 이진석 전 국정상황실장 등 3명을 추가 기소했는데, 이때 불기소 처분된 사람들만 무려 31명에 이른다. 13명을 기소했던 1차 기소보다도 수사 범위를 훨씬 크게 늘려놓고 재판까지 멈춰놓고서도 막상 추가 기소는 3명에 그친 것이다.

검찰이 이 추가 수사에서 주 목표로 삼았던 것이 바로 조국과 임종석이었다. 조국 등이 울산사건에 관여한 흔적을 찾겠다며 30명 이상을 수사 대상으로 올려놓고 탈탈 털었던 것이다. 그런데 검찰은 1년 3개월이나 추가로 탈탈 털어 수사를 했음에도 결국 주목표였던 조국과 임종석의 관여 흔적을 전혀 찾지 못했다.

이 2021년의 추가 수사 결과 발표 당시에 머쓱해진 검찰이 내놓은 변명이 '조국, 임종석에게 강한 의심이 들었지만 증거를 찾아내지 못했다'라는 것이었다. 심지어 검찰은 2021년 당시 불기소처분서에 “확인 가능한 증거나 정황으로는 혐의를 입증하기 부족하다”면서도 “(조국, 임종석이) 범행에 가담했다는 강한 의심이 든다”라는 기록까지 남겼다. ☞ “조국·임종석·이광철 범행가담 강한 의심"…‘靑 선거개입’ 불기소 처분서 보니

즉 지금 검찰과 보수언론들이 다시 되풀이 하고 있는 “강한 의심” 운운은, 원래는 1년 훌쩍 넘게 수사하고도 조국과 임종석을 기소하지 못한 데 대한 검찰의 변명이었던 것이지 재수사를 꺼내들 명분이 전혀 아니다.

검찰 수사팀은 증거도 정황도 없었면서도 ‘근거는 없는데 어쨌든 강한 의심이 든다’라고 기록한 것이다. 이는 무리하게 조국과 임종석을 겨냥해 강하게 추가 수사를 주문한 검찰 윗선에 대한 변명이나 해명의 성격이라고 해석되는 대목이다.

그런데 주류 언론들은 이런 어이없는 검찰의 변명을 재포장해 어쨌든 조국이 울산사건에 관여한 정황이 있다는 뉘앙스로 보도들을 내놓았다. 스스로 증거도 정황도 없다고 밝힌 검찰 수사팀이 당황스러워 할 정도의 막가파식 조작질이다. ☞ '강한 의심'으로 남았던 조국·임종석 선거개입…4년 만에 밝혀지나

그리고 3년 가까이 지난 지금, 검찰은 기막히게도 그 ‘증거도 정황도 없지만 강한 의심’이라는 모순적이고 기만적이었던 당시 수사 결과를 3차 수사의 명분으로 삼고 또다시 조국 대표를 털고 있는 것이다.

이는 윤석열검찰, 특수부검찰이 무엇을 위해 수사를 벌이는지를 잘 보여주는 검찰의 대표적 전횡 사례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수사의 단초가 되어야 할 ‘증거와 정황’이 없다고 스스로 밝히고도 단지 검사의 ‘강한 의심’만 있으면 수사를 하고 하고 또 할 수 있는 것이 특수부 검찰, 그리고 윤석열 검찰인 것이다.

울산사건 '판정패' 검찰, 도리어 기세 올려

게다가 울산사건의 1심 결과는 검찰의 판정패였다. 검찰이 기소한 울산사건은 크게 세 줄기의 별개 사건들이었는데, 지난해 11월 1심 판결에서 '하명수사' 하나를 제외한 나머지 두 건('불법 선거지원' 관련)은 전면 무죄가 나왔다. 즉 검찰이 3건 중 겨우 1건만 이긴 것으로, 유죄가 나온 부분의 재판부 판단의 아쉬움과 별개로 판결 그 자체로도 검찰의 패배였던 것이다.

이쯤 되면 상식적으로 검찰은 재판 결과에 일단 사과부터 했어야 할 일이다. 더욱이 조국과 임종석 잡겠다며 이미 시작된 재판까지 중지시켜놓고 1년 3개월이나 추가 수사를 벌였는데, 조국과 임종석은 못 잡고 이진석 국정상황실장 정도만 추가 기소하는 데 그쳤는데, 심지어 그 이진석마저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검찰의 행태는 언제나 초지일관이다. 피고인이 패한 부분에 대해서만 사과, 속죄하라고 우길 뿐, 자신들이 패한 부분들에 대해서는 언제나 절대 모르쇠다. 추궁하면 검찰의 잘못이 아닌 아닌 법원의 잘못이라고 뒤집어씌운다.

이런 행태는 정경심 교수에 대한 재판에서 1심에서부터 확정판결에 이르기까지 소위 ‘사모펀드’ 관련 혐의들이 전면 무죄가 나오고, 또 검찰이 조국 인사청문회 당일에 최성해의 구두 주장 하나만을 근거로 기소했던 표창장 위조 1차 기소 건에 대한 무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유죄가 나온 부분만을 강조할 뿐 끝내 전면 무죄로 패소해 사모펀드 혐의 자체가 전혀 없었던 일이라는 것이 최종 확인된 일은 거론조차 하지 않았고, ‘입시비리는 유죄로 나오지 않았냐’라는 동문서답으로만 일관하는 것이다. 검찰이 이긴 부분이 있으면 애초 수사의 본류에서 참패한 부분은 없던 일이 되고 면죄되는 것인가?

이 대목에서 또 한가지 반드시 짚어 둘 부분이 있다. 검찰이 추가 수사를 한다며 재판을 질질 끌어 공전시킨 잘못을 실제 재판을 열어보지도 못하고 교체 당한 전임 재판장의 잘못이라며 뒤집어씌웠던 조선일보 등 언론들의 파렴치한 왜곡 보도의 문제다.

☞ 김미리 판사, ‘靑선거개입' 뭉개기… 1년 넘게 본재판 한번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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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재판 지연 수법으로 불의 도운 ‘울산 공작’ 재판, 정의는 어디에

 

조선일보는 검찰이 추가수사로 지연시킨 울산사건 재판을 김미리 판사가 지연시켰다고 왜곡 보도했다. 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조선일보는 검찰이 추가수사로 지연시킨 울산사건 재판을 김미리 판사가 지연시켰다고 왜곡 보도했다. 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보수언론들이 이렇게 집요하게 재판부를 공격해대는 마당에, 법원의 재판 결과가 공정하기를 바라는 자체가 허황될 정도다. 

이런 집중 공격을 받던 김미리 부장판사는 조국 재판과 울산사건 재판 등을 맡고 있었으나 결국 석연찮은 이유로 교체되었고, 이후 교체된 재판부는 양 재판에 일부 유죄 판결을 내렸다.

판결문에 거명되기만 하면 재수사 대상?

검찰이 3차 재수사의 명분이랍시고 내세운 것은 스스로의 ‘강한 의심’ 운운 외에도 하나 더 있다. 울산사건 1심 판결문에 조국과 임종석의 이름이 언급됐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만 들어서는 1심 재판부가 판결에서 조국 등을 공범이라고 적시하기라도 했다는 것으로 오인하기 십상이다. 따라서 언론들이 이런 주장을 받아 기사화 하려면 그 실체를 확인해 부연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들은 그러지 않았다.

법조기자들이 확인하지 않고 받아쓰기만 했던 검찰 주장의 실체는 매우 황당한 것이었다. 판결문에서 조국 등의 이름을 거론한 대목은 검찰의 공소장 내용 일부를 그대로 인용한 것에 불과했던 것이다. 더욱이 검찰조차도 공소장에 조국과 임종석이 범죄에 관여됐다는 취지조차 아니었다. 배경 설명에서 언급된 ‘단순 등장인물’에 불과했다.

이런 식이면, 검찰은 유죄 판결이 나오기만 하면 그 판결문에 거론되는 모든 인물들을 기소 목적으로 수사해야 한다는 식이 된다. 검사 측 증인들과 참고인들도 모두 수사해야 할 판이다. 그러면 그 누가 검사 측 증인으로 나설 것인가?

하지만 검찰은 자신들이 치켜든 재수사의 명분이 겨우 판결문에 단순히 조국의 이름이 등장했다는 황당한 이유라는 사실을 기자들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더욱이 법조전문 기자들도 이 주장의 실체를 스스로 확인해 기사화하지도 않았다. 법조기자들 스스로 자신들이 ‘검찰 받아쓰기 기자’일 뿐이라는 점을 증명한 셈이다.

수사기관이 한번 무혐의 처분했던 것을 다시 수사하려면 공식적으로 새로운 증거나 중요 단서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검찰의 이번 재수사의 명분은 스스로 불기소처분서에 써놓았던 ‘증거도 정황도 없지만 의심’과 단순 등장인물로만 거론한 공소장 내용을 판결문이 인용했다는 것 뿐이다. 그조차도 도리어 자신들이 조국 등을 기소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재강조하는 의미가 된다. 둘 다 ‘검찰의 자가발전’이라고 부를 일이다.

한편 검찰은 2020년 수사 당시 청와대 압수수색을 못했다는 것을 또 한가지 명분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그런데 대통령기록관에 이관된 당시 청와대의 막대한 기록들 중에 조국이 울산사건에 관여했다는 증거가 있다고 추정이나 짐작이라도 할 아무런 단서도 없다.

즉 검찰의 ‘청와대 압수수색 못했다’라는 명분 뒤에 숨긴 속셈은, ‘당시 조국의 모든 행적을 다 뒤져볼 수가 없었다, 청와대 기록까지 다 털어보면 혹시 조국이 울산사건에 관여했다고 우길 수 있는 티끌이 나올지도 모른다’라는 것이다.

조국, ‘하루 빨리 중앙지검 앞으로 불러달라’

한편, 3월 8일 황운하 의원의 조국혁신당 입당식 행사에서는 기자들로부터 이 대통령기록관 압수수색과 관련한 질문이 나왔다. 검찰이 울산사건으로 엮어 넣었던 황 의원과 재수사의 직접 목표인 조국 대표가 처음으로 함께한 자리였던 만큼 나올 수 있는 질문이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조국혁신당 당사에서 열린 황운하 의원 입당 기자회견에서 손을 잡고 있다. 2024.3.8. 연합뉴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조국혁신당 당사에서 열린 황운하 의원 입당 기자회견에서 손을 잡고 있다. 2024.3.8. 연합뉴스

이에 조 대표는 전일 인재로 영입한 박은정 전 부장검사가 내놓은 일성인 “한국의 검찰은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을 인용하고 공감을 표한 후, “현재 검찰은 윤석열대통령 그리고 국민의힘을 위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이어서 조 대표는 검찰이 하루 빨리 자신을 서울중앙지검 앞으로 불러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검찰은 과거 두 차례의 울산사건 수사 과정에서도 조국 대표를 소환조차 하지 못했던 바 있다. 검찰로서도 억지로라도 엮어볼 아무런 단서조차 없었던 것이다.

더욱이 조 대표가 굳이 ‘서울중앙지검’이 아닌 ‘서울중앙지검 앞’이라고 거론한 부분에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검찰이 수사 명목으로 조 대표를 소환한다면 그것은 곧 “서울중앙지검 앞”으로 소환하는 결과가 된다는 점을 짚은 것이다. 검찰의 수사가 윤석열정권과 검찰에 대한 대대적 성토의 기회가 될 거라는 속내를 비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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