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때 맹활약했던 국힘당 주변 댓글부대원들

상대편 왜곡 비방물 양산 배포했던 '실력' 썩힐까

김건희 팬카페 등 통해 흡사한 이미지 대량 유통중

최선영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객원교수
최선영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객원교수

대통령 선거를 50여 일 앞둔 작년 1월 중순,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라는 곳에서 ‘댓글 작업’을 주도한 의혹이 불거졌다. 세계일보는 ‘네트워크본부’ 뉴미디어팀을 주목했다(2022년 1월 17일 기사). “카카오톡 단톡방에 ‘네이버 뉴스 댓글 부대를 모집한다’는 게시물이 오르는 등 ‘댓글 작업’을 벌인 정황이 포착됐다”고 알렸다. 구체적으로 “윤후보 비판 발언 기사에는 상위 댓글 ‘좋아요’와 ‘공격 댓글을 써달라’는 지시가 떨어졌다”는 것.

윤석열 대통령 후보의 SNS 댓글 작업팀, ‘네트워크본부’

세계일보 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네트워크본부’는 네이버와 다음 포털 정치 뉴스에 댓글 쓰기와 ‘좋아요’를 누르는 일뿐 아니라 카드뉴스 올리기, 지인에게 카카오톡 보내기, 핸드폰 문자 500통 보내기 등 전방위적으로 SNS를 운영해 온 것으로 추정된다.

 

출처 : 2022년 1월 17일 세계일보 기사(https://www.segye.com/newsView/20220116508450). 윤석열 대통령 후보 선거대책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 뉴미디어팀 단체 대화방에서 오간 국민의힘 선거 홍보 활동 독려 포스터
출처 : 2022년 1월 17일 세계일보 기사(https://www.segye.com/newsView/20220116508450). 윤석열 대통령 후보 선거대책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 뉴미디어팀 단체 대화방에서 오간 국민의힘 선거 홍보 활동 독려 포스터

당시 가짜뉴스와 가짜 정보, 상대 후보 비방 작업물 등 불법 선거운동으로 의심되는 게시물이 소셜미디어에 유포되던 걸 목격하며 의아해하던 차였다. 그러나 언론이 윤석열 후보 부부의 지인으로 알려진 무속인 전모 씨 ‘비선 실세’ 논란에 집중하는 바람에 이 ‘댓글 작업’ 이슈는 흐지부지되었다. 국민의힘 선대본부는 ‘무속인’ 전모 씨 논란 직후 ‘네트워크본부’ 해산을 선언해 버렸기 때문이다. 당시 윤석열 후보 일정과 메시지 관리, 인사권 결정 과정에서 이 무속인이 전횡을 휘두르는 탓에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선거운동에 차질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어게인SNS소통위원회’ 카카오톡 N번방과 SNS 특전사들

‘네트워크본부’는 아름답게 해산하고 ‘댓글 작업’을 멈추었을까. 아니다. 해괴한 선거운동 메시지 작업은 중단된 게 아니었다. 외형상 ‘네트워크본부’라는 명칭을 쓰지 않았을 뿐 온라인에서의 선거운동 방법은 더 기상천외해졌다.

2022년 3월 2일 오마이뉴스는 국민의힘 선대본부 조직통합총괄단이 운영하는 카카오톡 단톡방 실태를 폭로했다. ‘어게인SNS소통위원회’라는 이름이 붙여진 카카오톡 단톡방이 무려 120여 개나 운영되고 있었던 것. 120여 개 카카오톡 채팅방은 흡사 ‘N번방’을 연상시켰다. 이 뉴스에 따르면 N번방들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후보가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조직통합본부 ‘네트워크어게인 총괄위원장’으로 공식 임명한 사람들이 활동하고 있다면서, N개의 단톡방 인원은 대략 5000여 명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이 N번방 참가자들은 주로 어떤 활동을 했을까. 오마이뉴스가 “윤석열 후보도 포함된” ‘20번방(020-어게인SNS소통위원회)’과 ‘어게인SNS총괄본부’ 단톡방에서 벌어지는 일을 분석한 결과, 2022년 1월 3일에 생성된 ‘20번방’엔 스스로 특전사임을 자처하는 115명과 윤석열 후보, 권영세, 조경태 등 국민의힘 현역의원과 지자체장으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까지 참여한 것으로 밝혀졌다.

 

출처 : 2022년 3월 2일 오마이뉴스 기사. 국민의힘 선대본부 조직통합단이 운영했던 것으로 알려진 '어게인SNS소통위원회' 카카오톡 단톡방. 단톡방 이름 앞에 ‘003’, ‘004’, ‘113’ 등에 붙은 숫자가 붙어 N번방과 유사하며, 2022년 2월 말 기준 120여 단톡방이 운영되었다고 한다.
출처 : 2022년 3월 2일 오마이뉴스 기사. 국민의힘 선대본부 조직통합단이 운영했던 것으로 알려진 '어게인SNS소통위원회' 카카오톡 단톡방. 단톡방 이름 앞에 ‘003’, ‘004’, ‘113’ 등에 붙은 숫자가 붙어 N번방과 유사하며, 2022년 2월 말 기준 120여 단톡방이 운영되었다고 한다.

문제는 이 20번방에서 오간 메시지와 콘텐츠였다. 오마이뉴스 기사에 따르면 이 20번방에서는 “윤석열 후보를 지지·홍보하는 것을 넘어, 상대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원색적으로 비방하거나 허위사실 색깔론 음모론을 제기하는 그림이나 글들이 공유됐고, 이는 다른 채팅방으로 퍼졌다”. 거의 매일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지는 수많은 가짜뉴스와 혐오 밈(meme)들이 120여 개나 되는 단톡방을 거쳐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커뮤니티에 실시간으로 공유되었다고 볼 수 있다. 법적인 책임도 물을 수 있는 중대 사안이다.

 

2022년 3월 2일 오마이뉴스 기사. 이 기사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 후보가 포함된 국민의힘 선대본부 '어게인SNS소통위원회' 카카오톡 20번방에서는 이재명 후보와 배우자의 원본 이미지를 합성하고 왜곡하는 혐오·비방 작업물이 상당수 공유된 것을 밝혀졌다.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이미지 형식인 카드뉴스를 활용하고 있다. 고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이재명 후보와 합성하는 악의적 콘텐츠도 있었다.
2022년 3월 2일 오마이뉴스 기사. 이 기사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 후보가 포함된 국민의힘 선대본부 '어게인SNS소통위원회' 카카오톡 20번방에서는 이재명 후보와 배우자의 원본 이미지를 합성하고 왜곡하는 혐오·비방 작업물이 상당수 공유된 것을 밝혀졌다.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이미지 형식인 카드뉴스를 활용하고 있다. 고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이재명 후보와 합성하는 악의적 콘텐츠도 있었다.

선거는 끝났고 윤석열 후보는 선거에서 이겨 대통령이 되었다. 국민의힘 ‘네트워크어게인 소통위원회’에서 활동하던 특전사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조선일보와 한동훈 장관의 ‘좌표 찍기’ 동시 언급, 편향된 협업 예고장이 아니길

엊그제 흥미로운 조선일보 기사를 보았다. “이재명 기사 좌표 찍고 ‘여론나쁨, 화력지원’... 댓글작업 사이트 있다”는 기사는 악성 댓글 정화를 목적으로 하는 ‘DDDLIST’라는 사이트를 집중 분석하고 있었다. 기사는 이 사이트가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당대표에 호의적인 댓글이 달리도록 ‘좌표 찍기’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이 ‘좌표 찍기’란 말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매우 즐겨 쓰는 표현이다. 한동훈 장관이 1월 2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법무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법질서 확립 방안으로 정치적 선동, 사익 추구를 노린 조직적·악의적 허위사실 유포, 온라인 마녀사냥과 좌표 찍기를 통한 집단 괴롭힘 등 타인의 인격을 파괴하는 범죄에 적극 대처하겠다”고 밝힌 다음에 나온 기사라 더욱 눈길이 갔다.

 

2023년 1월 31일 조선일보 기사. 기자가 분석한 대로 기사 링크 조회 수는 미미하다.
2023년 1월 31일 조선일보 기사. 기자가 분석한 대로 기사 링크 조회 수는 미미하다.

문득 조선일보와 검찰의 협업 예고장일 수도 있다는 기시감이 들어 기사를 정독했다. 왜냐하면 작년 9월 7일 TV조선의 “감사원, 방통위 감사에서 ‘종편 재승인 점수 조작’ 정황 확인” 뉴스 방송 직후 실제로 종편 승인 평가위원들과 방통위 직원을 검찰이 압수수색하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기사 정독 결과, 결론이 시시했다. 조선일보 기자도 인정했다시피 ‘DDDLIST’ 활동 회원 자체가 거의 없을뿐더러 하루 평균 겨우 10개 기사 공유에, 기사 링크를 클릭한 횟수도 10여 회 미만으로 미미하다.

더군다나 악성 댓글을 정화한다는 목적으로 운영되는 사이트다. 네이버나 다음의 뉴스 사이트에서 댓글 달기가 허용되는데 무엇이 문제란 것일까. 친 민주당 성향 사이트 회원임을 인증하는 게 문제가 된다는 것일까. 설령 특정 정치인 기사에 대한 댓글 달기 독려 그 자체가 ‘좌표 찍기’라 문제가 된다면 댓글 달기 기능을 뉴스 서비스에 제공하는 포털사이트에 문제 제기하는 게 우선이다. 포털사이트마다 이용 정책과 가이드라인이 있는데도 악플이 사라지기는커녕 혐오와 욕설, 근거 없는 가짜 정보를 담은 댓글이 베플(베스트 댓글)이 되는 현상이 비일비재하지 않나.

 

네이버 카페 ‘건승코리아’. 이 카페 ‘뉴스공유&댓글지원’ 탭과 ‘건승코리아 단톡방’을 통해 기사를 공유하고 댓글 달기 지원을 요청한다. 게시글에 달린 댓글에 네이버 이용 정책에 위배 되는 표현이 공공연하게 올라오고 있으나, 네이버에서 이용 제한 또는 제재를 하지 않고 있다. 네이버 악성 댓글 신고 처리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투명하게 알려진 바 없다. ​​​​​​​
네이버 카페 ‘건승코리아’. 이 카페 ‘뉴스공유&댓글지원’ 탭과 ‘건승코리아 단톡방’을 통해 기사를 공유하고 댓글 달기 지원을 요청한다. 게시글에 달린 댓글에 네이버 이용 정책에 위배 되는 표현이 공공연하게 올라오고 있으나, 네이버에서 이용 제한 또는 제재를 하지 않고 있다. 네이버 악성 댓글 신고 처리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투명하게 알려진 바 없다. 

조선일보 기자님께서 취재 번지수를 제대로 못 찾은 듯하여 제보한다. 약 8만 7800여 명 회원이 활동하는 네이버카페 ‘건승코리아’(https://cafe.naver.com/gunsarang : 구 건사랑)  ‘뉴스공유 & 댓글지원’ 탭을 클릭해 보시라. 가입은 네이버 계정을 갖고 있어야만 가능하다. 네이버는 친언론 성향의 포털사이트이다. 이 카페에서는 2월 1일 하루만 해도 360여 개의 기사 좌표 찍기 게시글이 공유되었다. 조회 수도 DDDLIST에 비할 바가 아니다.

게다가 영부인 팬카페에 국민의 힘 선대본부 N번방 단톡방에서 소위 '특전사'들이 공유했던 '짤'과 흡사한 메시지가 공공연하게 올라온다. 이 카페에 공유되는 네이버 뉴스 기사를 클릭해 댓글을 읽어 보시라. 그야말로 목불인견이다.

아마도 기자님께서 이 네이버 카페를 취재했더라면 이런 제목의 기사가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댓글 지원 좌표 찍기, 김건희 팬카페에서 하루 350건 넘게 공유되기도” 혹은 “김건희 팬카페, 이재명 기사 좌표 찍고 공유, 지원요청 댓글 작업하고 있다”. 이 정도면 순한 맛 기사 제목일 것이다. 왜냐하면 일부 카페 게시글에 달리는 악성 댓글은 법무부 장관께서 말씀하신 ‘좌표 찍기’에 의한 집단 괴롭힘 목적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버젓이 게시되고 있으니까.

등잔 밑이 어두운 법이다. 어찌하여 한 나라의 법무부 장관께서 품격을 유지해야 할 영부인의 고귀한 명예를 이렇게 더럽혀지도록 방치하고 있는가. 좌표 찍기 에이스인 ‘악플러’들이 버젓이 온라인과 소셜미디어에서 활개치고 있는데, ‘선플’ 독려자의 표현의 자유와 의견 게시 활동을 애꿎게 겁박해서는 안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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