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향엽이 김혜경 비서?…"한동훈‧언론 협잡" 이재명 폭발

"악의적 언론, 정론직필 못할망정 여당 기관지 노릇"

이재명, 공천 과정 온갖 왜곡에 참았던 분노 터뜨려

"측근 공천? 오히려 가깝다고 불이익 받고 컷오프"

"속지 말고 실체 제대로 봐달라" 국민에 간곡 호소

권향엽 "김혜경에 대선 뒤 연락 한번 한 적도 없어"

국힘, 대선 때 선대위 보직만 부각시켜 정치 공세

다른 충분한 경력, 여성 30% 공천 규정 등은 무시

민주, 경선하기로…한동훈과 일부 매체는 고발

2024-03-06     김호경 에디터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오후 충남 천안 중앙시장을 방문해 호떡을 먹고 있다. 2024.3.4 [공동취재]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을 지역구를 '여성전략특구'로 지정해 현역 서동용 의원을 탈락시키고 권향엽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을 전략공천하자 국민의힘과 보수 언론들이 이재명 대표의 사천(私薦)이라고 주장하며 또 다시 박약한 근거로 여론몰이에 나섰다.

권 전 비서관은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서 부인 김혜경 씨를 보좌하는 배우자실의 부실장을 지낸 이력이 있다. 그러니 이재명 대표가 영향력을 발휘해 권 전 비서관에게 특혜를 줬을 거라는 막연한 짐작이 여당과 일부 어용 매체가 제기하는 사천 근거의 전부다. 권 전 비서관이 민주당 중앙당에서 20년 이상 요직을 두루 거친 핵심 당료 출신이고 문재인 청와대 비서관과 국회부의장 비서실장 등을 지낸 충분한 경력의 인재라는 사실은 의도적으로 가린 채 대선 때 특정 보직만 부각시켜 김혜경 씨와 특수관계인 것처럼 엮은 것이다.

특히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4일 충남 천안 백석대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 대표의 공천을 보면 매번 정말 입이 쫙 벌어지는 공천이 나오고 있지 않냐"며 "김혜경 여사의 비서를 호남에 단수공천했다. 어차피 다 들켰으니까 '사천의 끝판왕'을 보여주겠다고 작정한 것 같다"고 '비서 사천'을 주장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 안팎에서는 재판을 앞둔 김혜경 여사의 '사법 리스크'에 대비한 공천이 아니냐는 말이 들려오고 있다"고 밑도 끝도 없는 의혹을 제기했다. 윤희석 선임대변인도 논평에서 "당 대표 부인 보좌의 대가로 단수공천 직행하는 게 민주당이 말하는 시스템 공천이냐"며 "이 대표 사법리스크 방탄도 모자라 이제는 당 대표 부인의 사법리스크까지 대비하려나 보다"라고 비약에 비약을 거듭했다.

 

2020년 4월 5일 국회에서 열린 텔레그램 n번방 사건 대책 당정협의에 김오수 법무부 차관과 권향엽 민주당 디지털성범죄근절대책단 간사(오른쪽)가 참석하고 있다. 2020.4.5. 연합뉴스

이에 당사자인 권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은 5일 자신을 둘러싼 정치 공세를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당에 전략공천 철회 및 경선을 요구했다. 권 전 비서관은 이날 오후 전남 광양시 선거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앙당에 전략공천을 철회해달라고 요구한다"며 "당당히 경선에 임해 민주당 승리를 끌어내겠다"고 말했다.

사천 의혹에 대해서는 "명백한 허위 사실로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악의적 주장"이라며 "국민의힘과 일부 보수 언론의 음해 행위에 대해 응당한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했다. 이어 "저는 더불어민주당 당직자로서 오랫동안 일하며 원내기획실장, 의사국장, 여성국장, 평가감사국장, 여성리더십센터 소장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역할을 하고 역량을 키워왔다"면서 "지난 대선에서는 선대위 배우자실 부실장을 역임했다. 배우자실 이해식 실장은 현직 국회의원이었고 부실장은 저를 포함해 4명이 임명됐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당시 김혜경 여사를 수행하거나 현장에서 보좌하지 않았고, 대선 이후에도 한 번도 연락하거나 만나본 적이 없다"고 단언했다.

권 전 비서관은 "전남 지역은 8대~10대 나주·화순 지역 김윤덕 의원을 제외하고는 여성 국회의원을 46년 동안 배출하지 못했다"며 "특히 이곳 순천·광양·곡성·구례을 지역은 민주당 69년의 역사상 여성 국회의원을 한 번도 배출해내지 못한 불모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치열하게 경선 준비를 해왔다. 중앙당 공천심사 과정에서 후보들의 적합도 조사, 지역 실사, 현직 교체지수 등을 토대로 본선 경쟁력을 심사한 결과 단수공천을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을 심판하고 민생 회복과 지역 발전을 위해 혼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별도의 입장문을 내고 "이재명 대표 배우자의 비서를 사천했다는 보도는 명백한 허위 사실로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악의적 주장이며 심각한 명예훼손"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해당 후보는 이 대표 배우자와 아무런 사적 인연이 없으며 단지 대선 선대위 배우자실의 부실장으로 임명됐을 뿐 비서도 아니다"라면서 "20년 이상 당직자로 활동했고 문재인 정부 대통령비서실 균형인사비서관과 국회부의장 비서실장 등을 역임했다. 이런 경력을 무시하고 사천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악의적 왜곡에 지나지 않는다"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민주당은 전략공천 배경에 대해 ▲전남 지역은 여성 국회의원이 없었던 점 ▲이번 총선에서도 여성 후보의 경선 참여 등 공천이 전무하다는 점 ▲당헌당규상 여성 30% 공천 조항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해 공천관리위가 해당 지역에 여성 후보 전략공천을 요청했고, 전략공천관리위는 이를 심사에 반영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5일 서울 영등포역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3.5 [공동취재] 연합뉴스

이재명 대표도 직접 나섰다. 그간 언론이 '이재명발 공천 파동'이라며 무수한 보도를 통해 사실을 왜곡하거나 침소봉대한 데 이어 자신의 배우자와 관련한 사천 의혹까지 들고 나오자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지원 유세를 벌이던 영등포구의 한 광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총선에서는 대통령부터 집권 여당, 중립을 지켜야 할 일부 언론들까지 협잡을 해서 가짜뉴스를 유포하고 국가권력을 이용해 불법선거운동을 자행하고 있다"며 "이렇게 해가지고 공정한 선거가 되겠느냐. 3.15 부정선거와 다를 것이 무엇인가"라고 이례적일 정도로 강한 표현으로 분노를 표시했다.

이어 "여당 비대위원장부터 당직자, 그리고 부화뇌동하는 일부 악의적 언론들이 협잡을 해서 대놓고 가짜뉴스를 뿌리지 않느냐"라면서 "권향엽 전 당직자를 단수 추천했다고, 그 사람이 제 아내의 비서라는 둥 사천을 했다는 둥 가짜뉴스를 보도하는가 하면, 그것을 집권 여당이 증폭시키면서 민주당의 공천 시스템을 폄하하고 정당한 공천 행위를 사천으로 조작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국정을 책임지는 집권여당, 이래서야 되겠는가? 그리고 정론직필을 하지는 못할망정 이렇게 가짜 왜곡 조작뉴스를 뿌리면서 선거에 개입하는 정도를 넘어서서 아예 집권 여당의 기관지 노릇을 해야 되겠는가? 참으로 기가 막힐 일"이라고 개탄했다.

한동훈 위원장과 어용 언론들을 작심하고 직격한 이 대표는 "권향엽 후보는 민주당에서 근 30년 근무한 당직자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 대통령실에서 근무했던 비서관이기도 하다. 그런데 어떻게 대선에서 후보로 선정된 저 이재명의 아내와 아무런 사적 인연도 없는데, 비서라고 아예 따옴표까지 쳐서 보도하고, 이것을 근거로 사천이라고 공격할 수가 있느냐"며 "제 아내는 그 사람과 아무런 개인적 인연이 없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아내였을 뿐이고, 권향엽 후보는 민주당의 당직자 출신으로서 대통령 후보 배우자실 여러 명의 부실장 중 한 명이었을 뿐이다. 그것이 어떻게 개인의 비서로 전락할 수가 있느냐. 그것을 근거로 어떻게 사천을 했다고 주장할 수가 있느냐"고 거듭 따져 물었다.

이 대표는 "지금까지는 인내해왔지만, 이 사안을 포함해 앞으로는 가짜뉴스를 퍼트리거나 가짜뉴스에 의존해서 선거 질서를 어지럽히는 여당, 정부, 그리고 대통령까지도 모두 법적 조치해서 언젠가는 반드시 책임을 지게 하겠다"며 "저희가 참고 또 참았다. 온갖 가짜뉴스로 도배를 하고, 침소봉대하고, 조작 왜곡해도, 국민들께서 다 가려주실 것이라고 믿어 왔다. 지금도 그렇게 믿는다. 다만, 시간이 없다. 그래서 여러분께 설명 드리고 호소 드리는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5일 서울 영등포역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3.5 [공동취재] 연합뉴스

이 대표는 참았던 분노가 폭발한 듯 자신을 향해 쏟아졌던 온갖 공천을 둘러싼 비난에 대해 하나하나 반박했다. 현역 의원 하위 평가 20%를 통보받자 '이재명의 사당화'라고 반발하며 국민의힘에 입당한 김영주 의원에 대해서는 "선출직에 대한 평가는 이미 만들어진 세세한 평가 기준에 의해서 작년 10월, 11월, 12월에 이미 다 평가가 돼 금고에 보관돼 있다. 지금 와서 만든 것이 아니다"라며 "그 평가 기준에 의하면 성비위, 음주운전, 채용 비리 같은 5대 비리 행위에 대해서는 공직자 윤리 50점을 감점하게 돼 있다. 누가 일부러 0점 준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그런데 여당과 일부 언론이 야합해서, 이게 마치 주관적인 평가를 하고 특정인을 겨냥해서 마치 부당한 평가를 한 것처럼 만들고 있지 않느냐"며 "김영주 의원께서 저하고 무슨 억하심정이 있겠는가"라고 항변했다.

또 "그리고 지금 사천을 했느니 무슨 측근을 공천했느니 하는데, 여러분이 직접 한번 지적해보라. 제 측근 중에 공천받은 사람이 누가 있나? 누가 단수 추천 받았나?"라며 기자들에게 묻고 "경쟁자가 없어서 단수가 되었거나, 워낙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점수) 차이가 많아서 어쩔 수 없이 단수한 경우가 있기는 해도, 오히려 이재명의 측근이라는 이유로, 가깝다는 이유로 불이익 받고 컷오프 당한 사람들이 훨씬 많다. 제 머리에 지금 번뜩 떠오르는 사람만 해도 목포에서, 완도에서, 광주에서, 전북에서, 경기도에서, 서울에서 수없이 저에 대해 도움 주었던 분들이 잘려 나갔다. 오히려 더 엄정하게 심사해서, 혹시 가까운 사람이라고 해서 혜택 주는 것 아니냐 해서 읍참마속하는 심정으로 전부 용인했다"고 토로했다.

이 대표는 "공관위, 전략공관위에서 결정하는 것에 제가 관여하지 않았고 제지하지 않았다. 증거를 하나라도 대보라. 부당하게 측근을 공천한 것이 있는지, 부당하게 측근에게 이익을 준 것이 있는지 말이다"라며 "구체적인 예가 없다 보니까 결국 권향엽 후보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 아닌가? 그 사람이 어떻게 제 아내의 비서인가? 대통령 후보 선대위원회 비서실의 한 역할, 부실장을 맡은 것뿐인데 그걸 비서로 만들어서 사익을 위해 공천한 것처럼 어떻게 그러한 조작을 하느냐"고 노기를 감추지 못했다.

아울러 "제가 이번 공천 과정에서 저의 가까운 세력을 구축하려고 했고, 구축했다는 헛소문도 퍼트리고 있다. 이번 공천 과정에서 저는 너무나 많은 것을 잃었다"며 "시스템에 따라서 원칙적으로 경선하고, 원칙적으로 양자 대결하게 하고, 원칙적으로 결선을 하게 한 결과, 거의 대부분의 현역 의원들이 저를 원망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참으로 많은 의원들이 탈락해 큰 고통을 겪고 있지만, 당원들이나 국민들이 볼 때는 새살이, 새순이 돋는 것 아니겠는가.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갈등, 아픔의 신음 소리, 이러한 것들을 가지고 마치 부당하게 탄압을 가해서 그런 것처럼 조작해서야 쓰겠는가? 그래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국민들에게 직접 호소했다. 그는 "국민 여러분, 여당과 대통령을 포함한 공직자들이 담합을 해서 불법선거운동을 자행하고, 우리 민주당의 합법적이고, 투명하고, 정당하고, 공정한 공천에 대해서 폄훼하고, 왜곡하고, 조작할지라도 속지 마시고 그 실체를 제대로 들여다 봐주시길 부탁드린다"며 "국민 여러분, 이번 선거는 다른 선거와는 또 다르다. 이번 선거는 이 나라의 명운을 결정한다. 단 2년도 안 된 짧은 시간에 국회가 입법권으로 저지를 하고 있음에도, 그 알량한 행정 권력만 가지고도 이렇게 나라를 망가트렸다"고 역설했다.

정권과 언론이 결탁한 관권선거의 작태에 넘어가지 말고 정확한 실상을 직시하면서 공동체의 명운이 걸린 4월 총선 때 제대로 투표해달라는 절규였다. ☞ 이재명 대표 긴급 기자회견 전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5일 서울 영등포역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3.5 [공동취재] 연합뉴스

결국 민주당은 당사자인 권 전 비서관의 요구를 받아들여 전략공천을 철회하고 경선을 치르기로 했다. 한민수 대변인은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뒤 기자들에게 "권 후보 본인이 당에 대한 애정으로 경선에 당당히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더 이상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대승적 결단으로 경선을 요청해왔다"며 "이를 최고위는 받아들여 전략경선 선거구로 지정하고 2인 경선을 실시할 것을 의결했다"고 전했다.

한 대변인은 "가짜뉴스에 의해 왜곡된 사실, 허위 사실이 유포되고 영향을 미친 상황에서 전략선거구를 변경하는 것은 공천관리위와 전략공천관리위의 판단, 원칙에 어긋난다는 의견이 강하게 제기됐다. 원칙대로 현재 전략공천을 하는 게 맞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최고위원회의 분위기를 소개하고 "가짜뉴스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선거 범죄로 규정하며 이에 대해 엄정하게 법적 책임을 묻기로 했다.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민주당의 공천을 폄훼한 행위를 한 일부 언론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등 관계자들을 내일 고발키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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