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검사 고발, 한동훈 탄핵 검토…민주, '검찰과의 전쟁'

이재명 영장 기각, 강서 압승 이후 수세 국면 탈피

위장전입 등 혐의 이정섭 수원지검 차장검사 고발

"의혹 사실이라면 파면은 물론 형사처벌 못 피해"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 규탄도…"검찰 난동 심판"

'검사범죄대응 TF' 가동, 국정조사‧탄핵소추 검토

"한동훈 탄핵 못 할 이유 없어…별도로 논의할 것"

2023-10-19     김호경 에디터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중앙지검 등 11개 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의겸 위원이 이정섭 수원지검 2차장검사의 각종 의혹 등에 관해 신봉수 수원지검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2023.10.17. 연합뉴스

이정섭 수원지검 2차장검사 고발,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 맹폭, '검사 범죄 대응 TF' 가동, 각종 비위 검사들 탄핵 추진, 한동훈 법무부 장관 탄핵 검토….

더불어민주당이 작심하고 '검찰과의 전쟁'에 돌입했다.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 기각, 홍익표 원내대표 선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압승 등의 여러 요인이 맞물리면서 그간 정치검찰의 '야당 죽이기'에 수세적이던 국면을 완연히 벗어나 적극적인 공세 모드로 전환한 모습이다.

민주당은 18일 이재명 대표의 쌍방울 그룹 대북 송금 의혹 사건 수사를 맡은 이정섭 수원지검 2차장검사에 대해 위장전입 등 각종 비리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고발했다. 민주당은 당초 이 차장검사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하려 했으나 당 소속 법사위원들의 법률 검토를 거쳐 소속 검사에 대한 감찰 기능을 가진 대검찰청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민주당은 고발장에서 "수사 지휘를 하는 자의 모습이 아닌 전형적인 법질서를 파괴하는 소인배의 모습에 불과하다"며 "엄정한 수사와 처벌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민주당은 이 차장검사에 대해 주민등록법 위반,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범죄기록 조회 및 공무상 비밀누설,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박성준 대변인은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이정섭 검사에 대한 범죄 의혹이 제기됐다"며 "국민은 이것이 감춰진 검사들의 삶인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혹이 정말 다채롭고 추악하기 이를 데 없다. 공정하고 엄정한 법의 집행자인 현직 검사를 둘러싼 의혹이 맞느냐"면서 "의혹이 사실이라면 검사는 제멋대로 살아도 된다는 특권의식의 발로로 볼 수밖에 없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지난 4월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 이정섭 부장검사가 '특판가구 입찰담합'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3.4.20. 연합뉴스.

이 검사와 관련한 의혹으로는 ▲자녀의 교육을 위한 위장전입 ▲세금 체납 ▲골프장을 운영하는 처남에게 법률적 지원 ▲처남 골프장을 이용해 검사들의 골프장 예약 편의 봐주기 ▲골프장 직원과 가사 노동자의 범죄기록 조회 ▲처가의 각종 민형사 분쟁에서 해결사 역할 등을 열거했다.

박 대변인은 "이정섭 검사는 위장전입 의혹만 인정하고 나머지 의혹은 모두 부정했고, 신봉수 수원지검장은 감찰에 문제가 없었다며 제 식구 감싸기에 나섰다"며 "반면, 이성윤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덕담을 한 게 검사 윤리강령 위반이라고 법무부가 감찰을 하고 있다"고 두 사례를 비교했다. 검찰과 법무부 측의 이중잣대를 지적한 것이다. 박 대변인은 "이정섭 검사에 대한 의혹이 사실이라면 파면은 물론 형사처벌을 피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검찰이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회피하기에 급급하다면 자정능력을 완전히 상실한 집단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김의겸 의원은 17일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이 차장검사는 이재명 대표를 수사할 사람이 아니라 본인이 수사를 받아야 할 것 같다"면서 위장전입 등 여러 비위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이 차장검사는 위장전입 문제에 대해선 송구하게 생각하며 나머지 의혹은 모두 사실이 아니라는 취지의 입장을 냈다.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중앙지검 등 11개 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위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3.10.17. 연합뉴스

민주당은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이 서울중앙지검 국감에서 이재명 대표 수사와 관련해 "백현동 사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대북송금 사건 한 건 한 건 모두 중대 사안이고 구속 사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발언한 것도 묵과하지 않았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18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건, 한 건 모두 구속 사안이라면 왜 영장이 기각됐느냐"며 "법원이 검찰의 입맛대로 처리해주지 않아서 법원에 불만이 많다는 얘기인가? 아니면 판사에 대한 겁박인가? 영장 기각 판사에 대해 압수수색이라도 할 생각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그는 "헌법 체계상 검찰은 행정부의 일개 부처에 불과하다"면서 "검찰이 헌법 위에 군림하는 왕도 아니고 신성불가침의 권위를 부여받은 적도 없다"고 쏘아붙였다.

서은숙 최고위원도 송 지검장 발언을 지목해 "1년 반 동안 검사 수십 명과 수사관 수백 명을 동원해 400여 차례 압수수색을 하고 피의사실 유포로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고도 부족해서 굳이 국회 회기 중에 제1야당 대표의 구속영장을 청구해 국민의 삶을 돌봐야 하는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들고도, 그 구속영장을 법원에서 기각했는데도 잘했다고 주장하는 것"이라며 "참 염치없는 검찰"이라고 일갈했다.

이정섭 수원지검 2차장에 대해서는 "유검무죄, 무검유죄가 한국 사회의 진리인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런 짓을 한 검사를 앞장세워서 제1야당 대표를 처벌하겠다는 거냐"면서 "검찰의 이런 염치없는 행태가 제대로 보도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려 '검사독재정권'은 방송, 언론을 장악하려고 그토록 노력하는 것이다. 대통령의 검찰 간부 시절 특활비 의혹, 대통령 부인의 주가 조작 의혹과 경력 조작, 구속된 대통령 장모와 처가를 둘러싼 각종 의혹 등이 언론과 방송에 제대로 보도되고 있지 않다"고 개탄했다.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별도로 '사법부 결정 정면 부정하는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의 국감 발언 규탄한다'는 제목의 입장문을 냈다. 대책위는 "검찰이 영장 기각 이후의 대응 기조를 '적반하장'으로 결정한 모양"이라며 "억지·허위 주장이 기각당했음에도 법원 결정에 불복한 채 사법권을 유린하는 행태를 서슴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이어 "법원을 검찰의 '영장 발부 기계' 정도로 취급하는 '검찰 만능주의'식 행태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며 "법치주의를 짓밟는 검찰의 난동은 반드시 국민과 역사의 심판을 받게 될 것임을 경고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박찬대 공동위원장과 김용민·민형배 의원 등이 18일 국회에서 '검사범죄대응 태스크포스' 회의를 하고 있다. 2023.10.18. 연합뉴스

아울러 민주당은 이날 국회에서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내 '검사범죄대응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열어 현직 검사 탄핵소추를 추가로 진행할지 등을 논의했다. TF는 ▲피의사실 공표 및 수사기밀 유출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권한남용 및 직무유기 ▲특정인 봐주기 및 유죄화를 위한 적극적 행위 등을 검사 특유의 범죄유형으로 규정하고 이에 해당하는 경우 고발, 국정조사, 감사청구 등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탄핵 사유가 되는 범죄 내용 확인을 위해 국정조사 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차원의 조사권을 활용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민주당은 지난달 21일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과 관련해 유우성 씨에 대한 보복 기소 혐의가 있는 안동완 전 수원지검 안양지청 차장검사의 탄핵소추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바 있다. 현직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가 이뤄진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었다. 안 전 차장검사 탄핵소추안 발의자이자 TF 팀장인 김용민 의원은 "검사 탄핵은 제2의 윤석열을 막을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라며 "잘못하면 처벌받는다는 너무나 당연한 상식을 검사들에게도 확인시켜주겠다"고 했다.

김 의원은 "검사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위법 사실이 확인된 검사들에 대해 탄핵을 추진하고 고발, 국정조사, 감사 청구, 특검 추진까지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기로 했다"면서 "탄핵의 경우 구체적 혐의가 탄핵할 정도로 확인돼야 하는데, 거기에 이르지 못했지만 큰 의혹이 제기되는 경우엔 별도 조사를 거치는 방식을 다각도록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부패 검사들, 접대나 뇌물을 받는 검사들도 확인된다면 당연히 탄핵 대상에 포함된다"며 "음주운전, 폭행, 성폭력 등 일반 범죄에 해당하는데 파면 사유에 해당할 정도의 비위 행위, 범죄가 있을 경우엔 이 역시 탄핵 사유에 포함시킬 수 있다"고 했다.

 

11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한동훈 법무장관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3.10.11. 연합뉴스

특히 한동훈 법무부 장관 탄핵 추진 가능성에 대해선 "위법 행위가 확인되면 탄핵을 못 할 이유는 없다"며 "한 장관의 경우 축소된 수사권을 자의적으로 늘려 수사를 자행하는 것 자체가 탄핵 사유로, 당에서 별도로 논의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TF는 조만간 위원을 추가 위촉하고 수시로 회의를 열어 검사 탄핵안 추가 발의를 비롯해 검사 범죄 대응책 논의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앞서 홍익표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민심은 윤석열 정부에 국정 기조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총리 해임, 법무부 장관 파면, 부적격 인사에 대한 철회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한 장관 파면을 거론한 바 있다. 최혜영 원내대변인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인사 검증 실패에 대해 한 장관이 책임을 져야 함에도 검증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면서 "인사정보관리단의 인사 검증 실패는 한 장관이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형배 의원은 지난 6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동훈 장관 탄핵을 공개 제안하기도 했다. 민 의원은 이날 5분 자유 발언을 신청해 "검찰을 역사적 심판대에 세워야 한다. 그 첫 단계가 한동훈 장관 탄핵"이라며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제안 설명 때 두 번 모두 피의사실을 공표해 형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또 "검찰 독재 맨 앞줄에 선 한동훈 장관을 탄핵해 정치 공작, 국회 유린의 책임을 묻자"면서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사과하고 파면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그럴 일이 없을 테니 이제 국회가 행동하자. 한동훈을 탄핵해야 비로소 입법부가 산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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