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를 겨냥한 '검찰발 역병'…그 터무니없는 실체

검찰이 흘리고 족벌언론이 퍼트리는 '역병' 창궐

'윤석열-조우형 커피' 뉴스타파가 날조? 거짓말

'김만배-신학림 대화'를 짜깁기? 왜곡·조작 없어

특정 정파 대변? 이재명 유리한 부분 보도 안 해

뉴스타파에 복수의 칼 갈아온 세력과 정치검찰

뉴스타파의 '반역'은 정당하고 계속돼야 한다

2023-09-11     전지윤 편집위원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며칠 전 한상진 <뉴스타파> 기자는 MBC <시선집중>에 출연해 “검찰에서 티타임이 있었고 그 자리에서 차장검사 입에서 나온 얘기들을 지금 기자들이 전파하고 있는데 이것을 저는 (검찰발) 역병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전적으로 공감하며 지금 나오는 검찰이 흘리고 족벌언론과 주요 언론들이 퍼트리는 ‘역병’을 하나씩 살펴보자.

첫째, ‘조우형에게 커피를 타 준 것은 윤석열 검사가 아니라 박길배 검사였는데 뉴스타파가 날조했다’고? 1년 반 전의 <뉴스타파> 보도를 다시 찾아보면 ‘윤석열 검사가 커피를 타 줬다’는 말은 나오지도 않는다. ‘윤석열 검사가 조우형에게 커피를 타 줬다’는 것은 당시에 남욱의 발언 등 때문에 시작돼서 일부 언론들이 보도하면서 생긴 인식이었다.

이 인식을 기반으로 <뉴스타파>의 보도를 본 사람들은 당연히 그 연장선으로 혼동할 수 있다. 하지만 막상 뉴스타파의 보도를 보면 ‘박길배 검사가 커피를 줬다’고 돼 있다. 결국 ‘윤석열 검사가 조우형에게 커피를 타 줬다고 뉴스타파가 보도하며 가짜뉴스가 퍼졌다’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허수아비다. 이것으로 <뉴스타파>를 공격하는 것은 전형적인 ‘허수아비 때리기’다. 

 

출처 - 뉴스타파가 공개한 김만배-신학림 대화에서 갈무리

둘째, 김만배-신학림 대화에서 조우형을 “봐줬지”라는 문장의 주어는 박길배 검사인데, <뉴스타파>가 박영수와 윤석열이 서로 “통했지”만 공개하면서 윤석열 검사가 조우형을 봐준 것으로 오해하게 조작했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부산저축은행 의혹의 핵심은 검찰 특수통 ‘대부’인 박영수가 조우형의 변호사가 되면서 대검 중수부가 조우형을 ‘봐줬다’는 것이다.

당시 대검 중수부는 김홍일 중수부장, 윤석열 중수2과장, 그 부하인 박길배 검사 등으로 구성돼 있었다. 따라서 대검 중수부가 조우형을 ‘봐줬다’면 김홍일, 윤석열, 박길배 모두가 책임이 있고, 특히 상급자일수록 더 큰 책임이 있다. 봐준 것은 박길배이고 윤석열은 아니라고? 그러면 박길배 검사는 ‘프리랜서’였나? 언제부터 이 나라 검찰이 상명하복의 검사동일체가 아니라 ‘자율주의 조직’이나 ‘자유로운 인간들의 공동체’가 된 것인가?

셋째, ‘뉴스타파가 김만배-신학림 대화를 이어 붙이고 짜깁기해서 보도한 것은 부적절하고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고? 이런 주장을 하는 언론사와 기자는 ‘저널리즘과 편집의 ABC’도 모르는 것이다. 100을 취재한 다음 그것을 정리해서 10을 보도하는 게 바로 ‘편집’이다. 1시간을 인터뷰하고 그 중의 핵심을 뽑아서 5분을 내보내는 게 ‘편집’이다. ‘편집’은 바로 ‘잘라내고 이어 붙이고 짜깁기’하는 일이다.

이것을 조작이라고 한다면 지금 모든 언론사와 기자들은 매일 ‘조작’을 하고 있다는 말이다. 핵심은 <뉴스타파>가 그 대화를 편집하면서 없는 사실이나 하지 않은 말을 집어넣거나, 본질적 메시지를 왜곡하거나 삭제했느냐에 있다. 1년 반 전의 보도와 72분 대화 전체를 비교해 보면 답은 명백하다. 그런 ‘조작’은 존재하지 않았다. 예컨대 김경율 회계사에 대한 김만배의 평가(“회계자 자격도 없는 XX”) 같은 쓸데없는 부분들을 덜어냈을 뿐이다.

거꾸로 두 사람이 대화하면서 당시 이재명 후보에 대해 "민간업자들이 대장동 사업에 더 많은 돈을 내고 더 많은 리스크를 가져가도록 했다"고 욕한 부분을 <뉴스타파>는 보도하지 않았다. 이 부분은 이재명 후보에게 유리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러면 이것은 거꾸로 뉴스타파가 국민의힘과 공모해서 민주당에게 유리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도록 ‘정치공작’을 한 것인가? 특별수사팀까지 만든 검찰은 이 부분도 철저히 수사할 계획일까?

넷째, ‘뉴스타파가 대선 3일 전에 이런 보도를 하니까 MBC, KBS와 한겨레, 경향, 오마이뉴스 등이 곧바로 연달아 받아쓴 것이 바로 기획된 대선 공작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먼저 당시 <뉴스타파> 보도를 받아 쓴 것은 단지 이 언론사들만이 아니다. SBS와 일부 보수 언론들도 받아썼다. <뉴스타파>의 보도를 대다수 언론이 외면하던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이기는 했다.

그만큼 당시에 대장동과 김만배는 가장 뜨거운 이슈이고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소위 ‘잘 팔리’고 클릭 수를 높일 수 있는 이슈였다. 하지만 이마저도 별로 그렇게 많이 받아썼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언제나 대부분 언론이 보여주는 ‘검찰 받아쓰기’나 ‘재벌 광고주 받아쓰기’에 비교하면 그야말로 새 발의 피라고 할 수 있다. 

 

이재용 삼성 회장의 베트남 출장 때 언론 보도 제목. 출처 - 민주언론시민연합

예컨대 지난해 연말에 이재용 삼성 회장이 베트남에 출장 갔을 때 순식간에 수십 개의 언론에서 ‘이재용 공항 패션’ ‘이재용 베트남 출장길 패딩룩’ ‘검소한 회장님’ ‘어떤 브랜드?’ ‘하루 만에 다 팔렸다’ ‘품절 대란’ ‘완판남’ 등의 기사를 폭포수처럼 쏟아냈다. 이동관 방통위원장이 등장한 후에 펼쳐지는 보도 양상도 흥미롭다. 지난 8월 말에 윤석열 대통령의 노량진 시장 방문에 대해 진영을 떠나 수많은 언론이 비슷한 제목의 기사들을 용산발로 받아썼다.

“윤, 우럭탕 싹 비우고 국물 추가”(조선일보) “윤, 우럭탕 한 그릇 비우고 국물 추가”(중앙일보) “윤, 우럭탕 한 그릇 비우고 국물 추가”(동아일보) “윤 대통령…우럭탕 비우고 국물 추가”(서울신문) “우럭탕 한 그릇 비운 윤 대통령”(한겨레) “윤 대통령, 우럭탕 한 그릇 비우고 ’국물 추가‘까지 해”(프레시안)

물론, 2019년 ’조국 몰이‘와 2020년 ’윤미향 마녀사냥‘ 때 대부분 언론이 보여 준 하루에도 수백 개에 달하던 쓰나미급의 받아쓰기에 비교하면 이 정도도 애교처럼 보인다. 이런 받아쓰기와 베껴쓰기를 사람들이 다 잊었을 리가 없는데, <뉴스타파> 보도를 오랜만에 일부 언론들이 약간 받아썼다고 ’공작의 증거‘라고 하고 있으니, 그저 헛웃음만 나올 뿐이다.

다섯째, <뉴스타파>가 “특정 진영의 정파적 이해를 대변하는 기관지”(이동관)라고? 이동관 방통위원장이 ‘언론이 아니라 공산당 기관지’라고 한 것은 뉴스타파를 겨냥했던 셈이다. 그리고 이것은 기득권 우파들이 <뉴스타파>를 제대로 보지도 않으면서 증오하고 있다는 점을 입증한다. <뉴스타파>를 꾸준히 본 사람들은 왜 “비당파 언론”을 자부하는지 모를 수 없다.

문재인 정부 초기에 모두가 ‘정의로운 윤석열 검사’를 칭송하고 있을 때 윤석열의 아킬레스건인 ‘윤우진 게이트’를 폭로한 것이 바로 <뉴스타파>였다.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최강욱 의원실이 정책 워크숍을 가면서 술과 고기를 사 간 것까지 “야유회”라고 문제 삼은 것이 <뉴스타파>였다. 얼마 전에는 ‘김건희 팬클럽’과 ‘개딸’을 동일선에 올려놓고 싸잡아 비판하는 특집 다큐를 방송해서 민주당 지지자들의 맹비난을 받기도 했다.

즉, <뉴스타파>는 정파적 이해를 대변하기는커녕 때로 '너무 양비론적이다'라고 비판받으면서 결벽증 적일 정도로 '비당파'적 입장을 강조하던 언론이다. <뉴스타파>의 모든 방송 마지막에 항상 리영희 교수의 '내가 목숨 걸고 지키려는 것은 국가, 애국 이런 게 아니라 오로지 진실이야'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니, 정파적 이해를 대변하는 기관지인 족벌언론들이 <뉴스타파>를 '정파적'이라고 비난하는 기괴한 장면에 웃프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러한 ’검찰발 역병‘과도 같은 허위와 억지를 근거로 <뉴스타파>에 대한 기득권 카르텔의 총공세가 펼쳐지고 있다. 검찰은 특별수사팀을 구성했고, 국민의힘은 관련 기자들을 고발했고, 서울시는 발행정지와 등록 취소를 검토한다고 하고, 포털 퇴출도 추진되고 있다. 이제 곧 검찰의 압수수색과 기자들에 대한 소환조사가 대대적으로 전개될 것 같다. 총선 때까지 <뉴스타파>의 입을 막고 손발을 묶어 놓겠다는 뜻이다.

동시에 이동관 방통위원장은 ‘가짜뉴스 근절 TF’ 가동하고 ‘흑색선전 근절법’을 만들어서 한 번이라도 가짜뉴스를 보도하는 언론은 폐간시키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을 도입하겠다고 한다. 그러면 이제 ‘양회동 열사의 동료가 분신을 사주했고 유서를 대필했다’는 가짜뉴스를 보도하고 사과도 없는 조선일보부터 폐간되는 것일까? ‘윤미향 의원이 조총련 행사에 참가했다’는 가짜뉴스를 보도해 놓고, 사실이 다르다는 게 밝혀져도 모른 척하는 족벌언론과 종편들은 다 폐간되는 것일까? 너무 악의적이고 어떤 반성과 사과도 없으니까?

 

지난 5월 조선일보 홈페이지 대문 기사 화면 갈무리

그럴 리는 없다. 이런 엄격한 잣대는 오로지 김만배-신학림 돈 거래 사실을 전혀 몰랐고, 그럼에도 거듭 사과하고 있는 <뉴스타파>에게만 적용될 뿐이다. 김학의 성착취 사건과 장자연의 억울한 죽음에 책임 있는 권력자와 기관들은 책임지지 않아도 되지만, 반성하는 임옥상의 성추행을 이유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의 역사가 담긴 ‘기억의 터’는 철거돼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신학림이 잘못했으니 <뉴스타파>는 무조건 폐간돼야 한다는 식이다.

그러면서 기득권 카르텔은 ”민주공화국을 파괴하는 쿠데타로 사형에 처해야 할 만큼의 국가반역죄”(김기현)라는 등의 살기등등한 폭언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것은 <뉴스타파>가 그동안 이들의 치부를 고발할 때마다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뻔뻔한 것처럼 보였지만 속으로는 얼마나 ‘너희만 깨끗하고 정의롭냐. 두고 보자’고 다짐하며 복수의 칼을 갈아왔는지 짐작하게 한다.

여기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것이 바로 정치검사들이다. <뉴스타파> 보도만 잘 찾아봐도 악명 높은 정치검사들 개개인의 부끄러운 과거들이 파악될 정도였다. <뉴스타파>의 역작인 “죄수와 검사” 시리즈부터 이번 ‘검찰 특활비’ 특종까지 돌아보면, 정치검사들이 <뉴스타파> 이름만 들어도 이를 간다는 소문을 이해할 수 있다. 검찰이 지금 법조기자들을 통해서 허위 정보와 억지 논리들을 필사적으로 흘리는 이유도 여기 있다. 

 

출처 - 뉴스타파 방송 화면 갈무리

따라서 김만배가 조우형에게 했다는 아래 말은 지금 <뉴스타파>를 공격하는 정치검찰이 그 뒤를 따르는 족벌언론에게 하는 말처럼 들리는 측면이 있다. “형이 저 멀리 광야로 엉뚱한 방향으로 갈 거야. 사람들이 따라와도 형은 묵묵히 갈 거야.” “나중에 사건이 다 정리된 뒤에야 아니라고 얘기할 거야. 그땐 모든 일이 다 끝나 있을 거야.”

하지만 우리는 결코 저 멀리 엉뚱한 방향으로 사람들을 이끌고 가려는 정치검찰과 족벌언론의 뜻대로 흘러가도록 두고 봐서는 안 된다. 엊그제 공개된 김만배-신학림 대화 72분에는 박영수 특검, 윤석열 검사, 최재경 청와대 민정수석뿐 아니라 SK 최태원, 차병원 가족, 심지어 정윤회와 최순실까지 등장하는 놀라운 뒷이야기들이 나온다. 이것은 우리가 몰랐고 기득권 카르텔이 숨기고자 했던 더 큰 진실의 퍼즐 조각일 수 있다.

우리는 정치검찰이 흘리고 족벌언론이 퍼트리는 ‘역병’을 막아서면서 이 모든 퍼즐 조각들을 찾아내서 함께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 한상진 <뉴스타파> 기자는 MBC <시선집중>에서 “그동안 비정파 비당파 탐사보도를 목표로 저희가 달려왔다” “저희가 그동안 해왔던 보도가 반역이라면 그냥 앞으로도 계속 반역을 하겠다”고 말했다. <뉴스타파>의 ‘반역’을 응원하고 함께 동참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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