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분신방조' CCTV 캡처, 출처는 검찰이었다

건설노조, 조선일보 기사 사진 분석 결과 발표

인물, 차량, 나뭇가지, 피사체 그림자까지 동일

"공무상 비밀누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

"집시법도 압수수색한 경찰, 조속히 수사하라"

2023-07-25     김성진 기자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디지털과학수사연구소으로부터 받은 감정 내용. 사진 위가 원본 영상이고 아래가 조선일보에 인용된 사진이다. 인물들의 위치가 옷차림 등이 동일함을 확인할 수 있다. 2023.7.25. 건설노조 제공

지난 5월 <조선일보>가 고 양회동 열사 '분신 방조' 의혹을 제기하며 기사에 실었던 폐쇄회로(CC)TV 영상 갈무리 사진이 검찰의 CCTV 녹화 영상임이 확인됐다. 수사상 공개할 수 없는 내부 비밀 자료를 유출한 인물에 대한 조속한 수사가 요구된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24일 디지털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한 결과, 춘천지방검찰청 강릉지청 민원실 CCTV 영상과 조선일보 보도에 사용된 영상 갈무리 사진이 동일 자료라는 결론이 나왔다고 밝혔다.

건설노조는 지난 5월26일 법원으로부터 CCTV 영상의 증거 보존 신청을 받아 지난달 20일 영상 원본을 확보한 바 있다. 이번 감정분석 의뢰는 확보한 원본 영상과 조선일보 기사에 실린 여러 피사체를 관찰 및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감정 보고서에 따르면 원본 영상과 조선일보 기사 사진에 나온 사람들의 위치와 옷차림,  차종, 차량 색상, 주차 위치, 나무 줄기와 가지, 피사체 그림자의 형태 및 형상 등(사진 참고)이 동일한 것이 확인된다.

이정수 감정사는 감정서에서 "감정 동영상(원본)과 이 사건 기사 사진들(조선일보 사진)에 촬영된 인물, 차량, 나무, 그림자, 빛 반사에서 동일성이 관찰된다"며 "감정 동영상의 일부 장면이 이 사건 기사 사진들과 동일하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이어 "감정 동영상은 이 사건 기사 사진의 원본일 것으로 판단된다"며 "기사 사진은 원본인 감정 동영상에서 캡처한 이미지에 인물 구분 표시, 모자이크 효과, 부분적인 색감 변경 등을 적용시킨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건설노조는 "조선일보 측이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의 CCTV를 '누군가'에게 전달받은 것이 확실해졌다"면서 "해당 CCTV 자료는 당시 양회동 열사와 관련된 수사자료로 수사기관 내부의 비밀이며 당사자의 동의 없이 공개돼서는 안 되는 자료임에도 누군가가 조선일보에 자료를 제공한 것은 공무상비밀누설이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고 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디지털과학수사연구소으로부터 받은 감정 내용. 사진 위가 원본 영상이고 아래가 조선일보에 인용된 사진이다. 나무들의 줄기 및 가지의 형태와 형상이 동일하다. 2023.7.25. 건설노조 제공

앞서 조선일보는 지난 5월 16일자 인터넷판 기사와 5월 17일자 지면 기사에서 건설노조 강원지부 홍성헌 부지부장이 양회동 열사 분신 당시 "가만히 선 채로 양 씨를 지켜봤다"면서 극단적 선택을 방치한 것처럼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시민언론 민들레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홍 부지부장은 양 열사에게 다른 노조원과 통화를 권하는 등 분신을 적극 만류했고, 현장에 있던 YTN 강릉지국 기자들도 홍 부지부장이 분신을 말렸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홍 부지부장과 YTN 기자들이 만류한 정황이나 진술 등이 있었음에도, 소리도 없는 CCTV 장면 일부만 취사 선택해 분신을 묵인, 방조한 것처럼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양 열사 유족과 건설노조는 5월 22일 기사를 작성 조선NS 최훈민 기자와 조선일보 최아무개 사회부장, 이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인용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CCTV를 유출한 성명불상의 수사기관 관계자 등을 경찰에 고소·고발했다.

하지만 경찰의 수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듯한 모습이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지난달 19일 간담회에서 "CCTV 유출 경로를 명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다"며 "고소인 보충 조사를 진행했고 관련 수사를 면밀하게 진행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건설노조는 "건설노조 집회와 관련해서는 집시법 위반을 이유로 압수수색도 감행하던 경찰이 해당 사건에 대해서는 그 어떤 수사의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며 "빠른 수사를 진행해 영상의 유출 경로와 이를 의도적으로 보도에 이용한 조선일보를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디지털과학수사연구소으로부터 받은 감정 내용. 2023.7.25. 건설노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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