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한상혁 방통위원장 면직처분…한 "효력정지 신청"

대통령실 "방통위 3명 기소…지휘·감독 의무 위배"

한 "공소근거로 유죄확정 뒤 공무원법 적용 부적절"

7월 말까지 직대체제…후임 임명절차 들어갈 듯

2023-05-30     이승호 에디터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30일 오전 과천 방송통신위원회로 출근하고 있다. 2023.5.30.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의 면직 처분을 재가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방송통신위원장으로서 지휘·감독 책임과 의무를 위배해 3명이 구속 기소되는 초유의 사태를 발생시켰다”며 “방통위원장으로서 정상적인 직무 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러 면직했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즉각 법적 대응에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 그는 이날 윤 대통령이 면직안을 재가하기 직전 정부 과천청사에서 기자들을 만나 “(면직) 통보가 곧 올 것으로 예상한다”며 “(검찰에) 기소된 부분에 대해 전체적으로 인정할 수 없는 내용이라 지속해 다투겠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또 “영장실질심사 단계에서도 (다툼이 있을 수 있다는) 입장이 받아들여졌다”며 “그 부분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는 부분이라서 다퉈 나갈 것이고 면직 부분도 공소사실에 근거해 유죄로 확정하고 그걸 근거로 국가공무원법상 일반 규정을 적용한 것인데 법률가 입장으로 봐도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 위원장은 “신속하게 면직 처분 취소 청구 그리고 효력정지 신청까지 병행해서 들어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한 위원장이 면직 처분에 불복, 법적 대응을 예고한만큼 법적 시비를 다투는 공방은 임기 만료 시점인 7월 말 이후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위원장은 지난 2020년 ‘종합편성채널 TV조선 재승인 심사 점수 변경에 관여한 혐의’로 검찰에 이달초 기소됐다. 면직 결정에 따라 방통위는 7월까지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곧 후임 방통위원장 임명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윤석열 정부의 ‘한상혁 쫓아내기’를 줄기차게 비판해온 언론계는 다시 들고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여러 언론단체 등 언론계는 “윤석열 정부의 한상혁 위원장 축출 시도는 방송 장악이며 언론 장악”이라고 규탄해왔다.

 

지난 3월 29일 언론비상시국회의와 동아투위, 조선투위, 80해직언론인협의회, 언론광장, 새언론포럼 등 언론단체들이 서울 도봉구 북부지방법원 앞에서 한상혁 방통위원장 구속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혐의’만 있고 ‘증거’ 없어점수 변경 등 검찰 수사 단계에서 나온 주장일 뿐

한상혁 위원장 면직은 법과 절차를 무시한 정권의 횡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무엇보다도 검찰이 주장한 ‘심사위원 간 점수 공유와 점수 변경’과 관련한 증거가 없다. ‘혐의’만 있고 ‘증거’가 없다. 점수 변경 등은 검찰 수사 단계에서 나온 주장일 뿐이다. ‘공소 사실’이 ‘객관적 사실’이 될 수는 없다. 검찰 보도자료를 보면 법원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한 내용까지 범죄사실로 보고 기소했다. 검찰은 ‘범죄 사실’에 대해 입증해야 한다.

한 위원장 면직은 법에도 위배된다. 우선 국가공무원법의 취지에 어긋난다. 방통위원장은 정무직 공무원이다. 국가공무원법에 따르면 정무직 공무원은 애시당초 직위해제 대상자가 될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도 검찰총장 시절 직무정지를 당했다가 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으로 복귀한 바 있다. 방통위설치법의 취지에도 어긋난다. 방통위설치법에 따르면 한 위원장에 대한 재판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기소만으로 직무상 의무를 위반했다고 단정할 근거가 아무 것도 없다.

윤 대통령 취임 3일만에 시작된 ‘사퇴 압박’ 프로그램?

한상혁 위원장 방출 프로그램은 언제 시작된 것일까. 타임라인으로 정리해보면 정교하게 짜여진 기획이라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지난해 5월 13일 국무조정실은 난데없이 ‘방통위원장은 국무회의 참석 대상이 아님’을 통보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5월 10일)한지 불과 사흘만이었다. 이에 따라 한상혁 위원장은 같은달 17일 국무회의에 참석하지 못 했다. 얼마 뒤부터 한상혁 방통위원장에 대한 정부와 여당의 사퇴 압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지난해 6월 22일, 감사원은 방통위에 대한 자료수집에 들어갔다. 본 감사는 7월 25일 시작했다. 감사원 행정안전감사4과가 주도했다. 먼지털이식 감사였다. 감사원의 현장감사(실지감사)는 8월 26일에 끝났다. 건진 게 별로 없었는지, 감사원은 추가조사를 이어간다.

지난해 9월 7일, 감사원은 ‘TV조선 재승인 심사’와 관련한 정보를 검찰에 전달하고 ‘사건’을 이첩했다. 감사원은 정보 전달 등에 대해 부인했다. 같은날인 7일 TV조선은 ‘2020년 TV조선 재승인 점수 조작 의혹’ 관련 기사를 내보냈다. 다음날에는 조선일보가 같은 내용의 기사를 또 내보냈다.

이에 방통위는 TV조선과 조선일보의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문을 냈다. 이 입장문에 대해 국민의힘 추천 안형환 전 부위원장과 김효재 위원은 동의하지 않는다는 반박 입장문을 발표했다.

 

지난 23일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영상기자협회 등 언론 현업단체들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한상혁 방통위원장 면직 시도는 윤석열 정부의 방송 장악 음모’라며 규탄하고 있다. 언론노조

검찰, 지난 2일 한 위원장 기소윤 정부 기다렸다는 듯 면직 절차 밟아

지난해 9월 23일, 검찰의 방통위와 심사위원에 대한 1차 압수수색이 있었다. 서울북부지검에서 검사 등 28명이 투입됐다. 압수수색은 이후로도 이어진다. 11월 17일 2차 압수수색, 12월 28일 3차 압수수색이 있었다.

수차례의 압수수색을 끝낸 검찰은 해가 바뀌자 방통위 직원과 상임위원 등에 대한 구속과 소환조사 등을 이어나갔다. 검찰은 금년 1월 19일 허욱 전 상임위원을 소환조사했다. 이튿날에는 김창룡 전 상임위원을 불러 조사했다. 그런가하면 1월 11일에는 차 아무개 과장을 소환조사, 31일 구속 기소했다. 2월 1일에는 양 아무개 국장이 구속됐다.

2월 16일, 검찰은 한상혁 위원장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다음날인 17일에는 심사위원장이었던 윤 아무개 광주대 교수를 구속했다.

3월 14일, 국민의힘 추천 안형환 부위원장과 김효재 위원은 기자 간담회를 통해 “한상혁 위원장이 기소될 시 직위해제가 가능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이들의 주장은 사실이 됐다. 검찰은 지난 2일 한 위원장을 기소했다. 한 위원장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윤석열 정부는 기다렸다는듯이 한 위원장의 면직 절차에 착수했다. 그리고, 기어이 30일 면직했다. 윤 대통령 취임 1년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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