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압색‧재수사 '무한반복'…이번엔 백현동‧코나아이

검찰, '백현동 개발 의혹' 관련 40여 곳 압수수색

영장에 이재명 '피의자' 적시…무한정 투망식 수사

"박근혜 정부, 국토부 공식 요청에 따른 것" 해명

"김인섭과 전혀 연락 안 해…관계 끊은 지 10년"

'코나아이 특혜 의혹' 경찰 불송치 결정 또 뒤집어

이 대표, 위례·대장동 관련 10일 검찰에 2차 출석

2023-02-08     김호경 에디터
검찰이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7일 오전 경기 성남시청과 성남도시개발공사, 부동산 개발회사인 아시아디벨로퍼 등 40여 곳을 압수수색 했다. 사진은 압수수색을 위해 성남시청 도시개발과로 들어가는 검찰 관계자들. 2023.2.7. 연합뉴스

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이번엔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해서도 본격 수사에 돌입했다. 성남시청을 비롯해 40여 곳을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하면서 영장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피의자'로 적시했다.

검찰은 또 이 대표를 향한 고발사건 중 이미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내렸던 지역화폐 관련 '코나아이 특혜 의혹'에 대해 경찰에 재수사 요청을 했다. 말이 '요청'이지 사실상 '지시'로 해석된다. 경찰이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결론을 냈으나 검찰 요구로 재수사에 나서 결국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던 성남FC 후원금(광고비) 의혹을 연상시킨다. 검찰권 행사에 일말의 절제도 없이 이 대표와 그 주변을 향해 무한정으로 투망식 기획 수사를 확장해가는 정치검찰 행태에 대해 야당은 "이재명 대표의 삶 전체를 수사할 생각이냐"며 강력 반발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는 7일 오전 성남시청과 성남도시개발공사, 부동산 개발회사인 아시아디벨로퍼 등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2006년 성남시장 선거 당시 이재명 캠프 선대본부장이었던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와 정모 아시아디벨로퍼 대표의 주거지, 특수목적법인(SPC)과 성남알앤디피에프브이 등까지 포함해 압수수색 대상만 총 40여 곳이며 전체 투입 인원은 180여 명에 달했다.

백현동 개발은 지방으로 이전한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11만 1265㎡에 아파트를 지은 사업이다. 15개동 1233가구로 2021년 6월 입주를 시작했다.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2015년 이 부지가 아시아디벨로퍼 등에 매각된 뒤 자연녹지에서 준주거지역으로 한꺼번에 4단계를 뛰는 용도 변경이 이뤄졌다.

당시 아시아디벨로퍼는 이 대표 측근으로 알려진 김인섭 전 대표를 영입했는데, 그가 성남시 측에 로비해 파격적인 용도 변경이 이뤄진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김인섭 전 대표가 백현동 개발사업이 추진되던 2014년 4월∼2015년 3월까지 1년간 총 115차례 통화한 사실이 파악되기도 했다. 이날 압수수색 대상에는 구속돼 수감 중인 정 전 실장의 구치소 방도 포함됐다.

민간업체가 사업을 맡았는데 당초 100% 임대주택을 짓기로 한 계획도 바뀌어 2015년 11월 임대주택이 전체 가구 수의 10%인 123가구로 줄었고, 반면 분양주택은 1110가구로 대폭 늘어 거액의 분양 수익과 관련한 특혜 논란으로 이어졌다. 현재 이 사건과 관련한 입건자는 이 대표와 정 전 실장,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사업에 관여한 성남시 공무원 3명 등 총 10명이다.

 

검찰이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7일 오전 경기 성남시청과 성남도시개발공사, 부동산 개발회사인 아시아디벨로퍼 등 40여 곳을 압수수색 했다. 사진은 성남시청 도시개발과를 압수수색 중인 검찰 관계자들. 2023.2.7. 연합뉴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백현동 아파트의 임대주택 비율을 100%에서 10%로 줄이는 변경안에 결재한 건 "일반적 관행"이었다고 반박해왔다.

해당 부지 지구단위계획은 '공동주택 세대수의 10% 이상은 임대주택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시행사가 그 범위에서 임대주택을 건축하면 된다는 것이다. 시행사가 처음 계획한 임대주택 비율 100%는 법률상 의무가 아닌 만큼, 시행사가 자율적으로 판단해 성남시에 변경신청을 할 경우 지구단위계획에 어긋나지만 않으면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또 시청 내 각 부서와 전문가들이 의견을 취합해 결재를 올리면, 시장은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기보다는 전체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담당 부서장에게 물어 결재하는 게 일반적인 관행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대표가 당시 임대주택 비율을 줄이는 방안을 주도적으로 추진한 게 아니라 법률상 문제가 없다는 등의 보고를 받고 관행대로 결재했다는 얘기다.

이 대표 본인도 "공공기관 이전 특별법에 따라서 국토교통부와 한국식품연구원이 공식 요청한 데 따른 것"이라고 해명해왔다.

이 대표는 지난해 7월 당 대표 경선에 출마했을 당시 감사원의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감사 결과를 두고 기자들이 입장을 묻자 "그냥 해주기에는 국토부 요청이 너무 과다한 요구여서 R&D부지 8000평 가량을 성남시에 주는 조건으로 국토부와 식품연구원의 공공기관 이전 특별법에 따른 요구를 들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 측은 별도 입장문을 통해서도 "백현동 용도변경은 박근혜 정부가 법에 따라 요구한 사항을 성남시가 들어준 것"이라며 "당시 박근혜 정부, 국토부 및 식품연구원은 1년에 24차례나 공문을 보내 식품연구원이 이전하는 백현동 해당 부지를 준주거용지로 용도변경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미 수차례 밝혔듯 박근혜 정부의 이 같은 요구는 과도한 이익귀속이 우려되는 것이어서 불허하다가, 박근혜 정부가 성남시에 R&D 부지 2만 4943㎡(약 1000억 원 규모)를 기부채납한다고 해서 공익환수 조건으로 법에 따른 요구를 들어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 요청을 이행한 성남시가 특혜라면, 백현동 용도변경 요구 및 관철한 박근혜 정부는 특혜강요죄"라며 "때려놓고 비난하는 방식의 감사가 윤석열 정부식 감사라면 공정성이 사라졌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고 항변했다.

이 대표는 김인섭 전 대표에 대해서도 지난 2021년 10월 경기도청에서 열린 경기도지사 퇴임 기자회견 때 "전혀 연락을 안 한다"며 "인연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호가호위하면 다 잘라버린다"고 단호하게 말한 바 있다. 김 전 대표와 관계를 끊은 지 10년이 됐다는 것이다. 김 전 대표는 이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2014년 성남시와 군포시를 상대로 로비를 하고 억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았다.

그럼에도 검찰은 대대적인 강제 수사를 진행하고 있고, 이날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자료들을 분석한 뒤 참고인과 주요 피의자를 차례로 소환할 계획이다. 검찰에 줄소환을 당하고 있는 이 대표는 이 건으로 또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미 지난 대선 과정에서 백현동 특혜 의혹과 관련해 허위 발언을 했다며 이 대표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상태다. 이 대표는 지난 2021년 10월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국토부가 용도변경을 요청했고, 공공기관 이전 특별법에 따라 저희가 응할 수밖에 없었다"며 "용도변경을 해 수천억 원의 수익을 취득하는 것은 성남시에서 수용할 수 없으므로 성남시가 일정 수익을 확보하고 업무시설을 유치하겠다고 했는데도 국토부가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했다"고 답한 바 있다.

이후 국민의힘은 '국토부 협박' 발언이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며 이 대표를 고발했고, 경찰과 검찰은 국토부와 성남시 등이 주고받은 공문 등을 확보해 분석한 결과, '협박으로 볼 만한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 대표가 '국토부 협박' 발언과 관련한 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서 만약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확정받게 되면 의원직을 잃게 되고 5년간 피선거권도 제한돼 차기 대선에 출마할 길이 막히게 된다. 아울러 민주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보전받은 대통령 선거 비용 약 434억 원도 반환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가 7일 오후 열린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대화하고 있다. 2023.2.7. 연합뉴스

이와 별개로 수원지검 형사6부(김영남 부장검사)는 지난 6일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에 '코나아이 특혜 의혹'에 대해 재수사 요청을 한 것으로 7일 확인됐다. 이 대표가 경기지사 시절 지역화폐 운용사인 코나아이 측에 낙전수입 등 추가 수익을 배분할 수 있도록 특혜를 줬다는 내용이다.

낙전수입은 유효기간과 채권소멸 시효가 지났지만, 이용자가 사용·환불하지 않은 금액을 말한다. 해당 의혹은 대통령 선거를 앞둔 2021년 12월 국민의힘 측으로부터 제기됐고 이후 한 시민단체가 이 대표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업무상배임 등 혐의로 고발했다.

이에 경기도는 해명자료를 내고 "기존 협약에 따라 지자체 예산으로 발행되는 지역화폐는 사용기간 종료 후 해당 지자체로 사용 잔액과 이자를 전액 정산 반납하고 있어 지역화폐 미사용 잔액을 코나아이가 가져간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당시 경기도에 따르면 사용기간이 경과한 이용자 충전금 사용잔액은 협약조건에 따라 구매일 또는 마지막 충전일로부터 5년이 경과된 경우에 운영대행사에 귀속된다. 경기 지역화폐 사업은 2019년 1월부터 시작돼 1원의 낙전수입도 발생하지 않았고, 코나아이의 운영대행 계약기간은 2022년 1월까지로 낙전수익이 발생할 가능성은 없다고 것이다.

코나아이의 공동운영대행사 선정과 관련해선 "제안서 평가위원회 정성평가 결과와 정량평가 결과를 합산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했다"며 "관련 규정에 따라 전문가 공개모집, 제안서 접수 당일 예비명부상 고유번호가 부여된 예비위원 중 참가업체의 추첨으로 선정한 것으로 구성에 특혜가 있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수사 끝에 이 대표에게 혐의가 없다고 보고 지난해 9월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낙전수입은 상사채권 소멸시효(5년)에 따라 선불금 충전일로부터 5년 이후 발생하는데 코나아이의 운용 대행 기간은 3년으로, 협약일을 기준으로 볼 때 낙전수입을 취할 수가 없는 구조다. 협약 연장을 가정했다고 해도 이후 관련법 제정 및 개정 등에 따라 이런 우려가 해소됐다고 경찰도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불송치 결정 5개월 만에 검찰의 재수사 요청이 들어옴에 따라 경찰 수사는 또 뒤집어지게 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7일 오전 서울 강서구 전세피해지원센터에서 열린 전세사기피해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위한 현장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2.7. 연합뉴스

이 같은 계속되는 압수수색과 재수사에 대해 민주당은 윤석열 검찰의 전형적인 인디언 기우제식 수사라며 기가 막히다는 반응을 보였다.

박성준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무한 반복되는 압수수색, 검찰은 기네스북에 기록을 올리려는 것이냐"며 "아무리 정적 제거가 목적이라고는 하지만 성남시청을 도대체 몇 차례 압수 수색하는지 모르겠다"고 개탄했다.

이어 "백현동 개발은 이미 감사원이 대대적으로 감사를 하고 경찰도 압수수색을 벌인 바 있다. 그런데 또다시 검찰이 압수수색을 한다니 도대체 얼마나 우려먹으려는 것이냐"면서 "자그마한 티끌이라도 나올 때까지 압수수색을 하고 또 하려는 것 같다. 이쯤 되면 먼지 털기 수사를 넘어서서 진공청소기 수사"라고 비꼬았다.

박 대변인은 코나아이 의혹 관련 재수사 지시에 대해서는 "경찰의 불송치 결론을 바꿔야 할 근거가 있다면 제시해 보기 바란다"며 "어떻게든 혐의를 만들어서 이재명 대표를 얽어매려는 의도가 노골적이다. 혐의가 되건 안 되건 일단 수사를 재개해 이 대표를 망신 주려는 의도로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장동과 백현동, 변호사비 대납과 불법 송금, 성남FC 등 열거하기도 힘들 만큼 많은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거기에 또 수사를 더하겠다니 황당하다. 차라리 이재명 대표의 삶 전체를 수사하겠다고 밝히라"고 했다. 그는 "검찰의 끝없는 수사에도 증거 하나 나오지 않는 것이야말로 이재명 대표의 무고함을 증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대표는 위례·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사건과 관련해 오는 10일 검찰의 추가 소환조사에 응하기로 했다. 민주당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7일 언론 공지를 통해 "이 대표는 오는 10일 최고위원회를 마친 후 오전 11시경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앞서 토요일인 지난달 28일 중앙지검에 출석해 약 12시간 30분간 조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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