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공화국 행복할까?
홍순구 시민기자의 '동그라미 생각'
한국 교육은 지금 전환점에 서 있다. 경쟁력, 글로벌, 엘리트라는 단어가 여전히 정책의 중심에 놓여 있지만, 우리가 진정으로 회복해야 할 것은 학생 개개인의 삶의 질과 공동체적 감수성이다. 교육은 우등생을 양산하는 공장이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고 함께 살아갈 줄 아는 시민을 기르는 터전이어야 한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간판 확장이 아닌 공교육의 질적 회복, 입시 경쟁 완화, 교사 전문성 강화, 그리고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다. 아이들이 질문하고 토론하며 스스로 삶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환경,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도 공존할 수 있다는 신뢰를 배울 수 있는 교실이 절실하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구상과, 논란이 된 ‘리박스쿨’ 사례는 한국 교육의 본질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에 대한 깊은 우려를 자아낸다. 겉보기에 전자는 대학 경쟁력 강화를, 후자는 대안 교육 실험을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교육의 방향을 경쟁과 세력화로 몰아가는 공통된 문제를 안고 있다.
‘서울대 10개’ 발상은 이름만 늘린다고 교육의 질이 높아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허구적이다. 연구와 학문의 수준은 오랜 시간에 걸친 투자와 자율성 보장, 다양성 존중에서 비롯된다. 대학 서열을 재편하겠다는 기획은 오히려 또 다른 형태의 입시 경쟁을 불러일으킬 뿐 아니라, 공교육 정상화가 아닌, 학벌 구조를 재포장하는 데 그칠 가능성이 크다. 서울대 간판을 전국에 복제하는 것으로 청년들의 삶이 바뀌지는 않는다.
‘리박스쿨’ 사례는 교육의 이념화, 정치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특정 역사관과 정치 성향을 아이들에게 강요하고, 사고보다는 판단, 협력보다는 편가르기를 유도하는 방식은 교육이 아닌 선동이다. 학생들에게 생각할 자유를 주기보다, 이른 시기부터 좌우로 나누어 진영에 편입시키는 접근은 파시즘적 교육 모델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 아이들의 성장과 자율성을 해치는 교육은 그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다. 단기 성과를 좇는 정치의 논리에서 벗어나, 긴 호흡으로 미래를 설계할 때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경쟁자가 아니라 친구를 만나고, 판단이 아니라 사유를 배우며, 편이 아니라 공동체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대한민국 교육의 해답은 서울대가 아니라, 학교 안팎에서 웃고 있는 아이들의 얼굴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