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셰퍼 평양주재 전 독일대사 인터뷰

북 통제불능 젊은층과 빈부격차 확대에 초조감

미사일 발사 등 긴장 고조, 미 대선 이후 겨냥

"김주애 4대 세습 어려울 것"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4일 조선인민군 근위 서울류경수제105땅크(탱크)사단과 산하 제1땅크장갑보병연대를 시찰했다고 조선중앙TV가 25일 보도했다. 2024.3.25.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4일 조선인민군 근위 서울류경수제105땅크(탱크)사단과 산하 제1땅크장갑보병연대를 시찰했다고 조선중앙TV가 25일 보도했다. 2024.3.25. 연합뉴스

북한이 한국을 적대시하고 경제 통제를 강화하는 한편 외부로부터의 정보 유입을 차단하는데 기를 쓰고 있는 배경에는 통제에 따르지 않는 젊은층과 확대일로인 빈부 격차에 대한 북한 당국의 초조감이 깔려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딸 김주애를 후계자로 앉히는 4대 세습은 어려울 것이다.

또 미사일 발사 등 군사도발을 계속하면서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는 것은 오는 11월의 미국 대통령선거를 의식한 것으로, 평양은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을 바라고 있다.

토마스 셰퍼 전 평양 주재 독일대사 인터뷰

2007~10년, 2013~18년 두 차례에 걸쳐 평양에 장기 체류한 토마스 셰퍼 평양 주재 전 독일대사가 26일 일본 <아사히신문>에 실린 인터뷰 기사에서 쏟아놓은 말이다.

셰퍼 전 대사는 김정은 위원장의 최근 정책이 보여 주고 있는 특징들 가운데 하나는 젊은이들에 대해 강경과 온건을 오가는 혼합책을 구사하는 것이라며, 북한은 2020년에 ‘반동사상문화 배격법’을 제정하는 등 한국 드라마 등의 시청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젊은 층에 대한 북한 당국의 정책이 한국 문화의 북한 내 유입, 이른바 ‘한류’의 침투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얘기로 들린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4일 조선인민군 근위 서울류경수제105땅크(탱크)사단과 산하 제1땅크장갑보병연대를 시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5일 보도했다. 2024.3.25.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4일 조선인민군 근위 서울류경수제105땅크(탱크)사단과 산하 제1땅크장갑보병연대를 시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5일 보도했다. 2024.3.25.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외부 정보에 목마른 북한 젊은이들

셰퍼 전 대사는 “많은 젊은이들이 외국을 알고 싶어하며, 외국과 관련이 있는 일을 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그것은 “새로운 경험이나 더 많은 자유, 더 나은 임금을 받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자신의 평양 주재 대사 재임 시절 북중 접경지역에 있는 중국 단둥에서 중국어를 공부하는 북한 학생들도 있었다며, “거의 모두가 (중국 랴오닝 성 다롄 시에 있는) 다롄대학에서 대외무역에 관한 공부를 계속하고 싶어했다”고 말했다.

변화하는 북 젊은이들 생각

그는 북한사회는 봉건적인 분위기가 아직 짙게 남아 있다면서, 예컨대 평양의 젊은이들로부터 “아버지가 내 직업을 결정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했다. 어떤 남성은 “어머니가 내 처를 간택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셰퍼는 그러나 외부로부터의 문화와 정보 유입이 그런 분위기를 바꾸고 있다고 봤다. “외국영화 등의 유입으로 점점 더 많은 젊은이들이 (그런 부모들의 결정에) 반발하고,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결정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을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평양시민 “몇 년간 고기 먹은 적 없다”

김정은 위원장이 최근 전국의 아동과 학생들에게 우유제품과 학용품을 공급하라고 여러차례 지시한 것도 젊은이들의 외부세계에 대한 동경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셰퍼는 해석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월 양계장을 시찰하고, 시민들에게 달걀을 공급하라고 지시했다. 북은 최근 채소 생산에도 힘을 쏟고 있다.

셰퍼는 대사 재임 중에 지방보다 더 혜택받고 있는 평양의 조선노동당 당원들과도 얘기를 했는데, 그때 어느 당원이 “고기와 생선, 달걀은 1주일에 한 번 먹는다”고 했다면서, (그의 말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고 했다.

그가 평양 주재 독일 대사관의 리셉션에 초대한 어느 평양 시민은 “최근 몇 년간 고기를 먹어 본 적이 없었다”고 했다. 그 시민은 (그날) 제공된 고기를 다 먹지 못했다. 그 시민은 침울한 표정으로 셰퍼에게 “내 위는 더 이상 영양만점의 음식을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말했다.

전자화폐 도입 추진, 경제 통제에 변수

미국 등의 제재로 경제사정이 어려운 가운데 북한이 최근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는 품목을 제한하는 등 경제통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에 대해, 셰퍼는 시장경제가 발전할 경우 자본가 등 부유층이 등장하게 되고 그럴 경우 체제를 위협할 수 있다는 걸 북한이 우려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월 최고인민회의(국회) 연설에서 경제에 대한 국가통제 강화를 역설했다. 셰퍼는 “2015년부터 2016에 걸쳐 북한 내의 강경파가 정치를 지배하게 된 이후 경제가 다시 중앙집권화와 국민통제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최근 현금거래가 아니라 정부가 공인하는 전자화폐 사용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이것이 “경제를 지배하는 새로운 요소의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사일 발사 등 긴장 고조, 미 대선 겨냥

셰퍼는 또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군사도발을 계속하면서 “긴장을 높이고 있는 것은 (올 가을의) 미국 대통령선거와 관련이 있다”며 “평양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기기를 바라고 있다. (트럼프 정권이 탄생할 경우) 북한은 다시 주한 미군의 부분적 또는 전면적인 철수와 특정한 핵무기 보유를 인정해 달라고 트럼프를 설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긴장을 높이면 높일수록 교섭에서 (트럼프가) 양보할 카드가 많아진다는 것이 북한의 생각이다. 트럼프도 (양보할 경우 그것을 두고) ‘평화를 살렸다’고 주장할 수 있다”는 말도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5일 딸 주애와 강동종합온실 준공 및 조업식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6일 보도했다. 2024.3.16.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5일 딸 주애와 강동종합온실 준공 및 조업식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6일 보도했다. 2024.3.16.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대일 협상 제스처도 북미협상용?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1월 기시다 후미오 일본총리에게 노토반도 지진 위로 메시지를 보낸 것과 관련해 셰퍼는 거기에는 북미 협의가 재개될 경우 일본이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할 수 없다”며 저항하는 것을 막기 위한 노림수가 있다고 말했다.

김주애 4대 세습 여려울 것

김 위원장이 2022년 11월부터 딸 ‘김주애’를 공식 행사에 동행시키면서 후계자로 보는 시각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 세퍼 전 대사는 북한에는 “젊은층과 노년층 간의 의식 차”나 “빈부 격차”가 해마다 확대되고 있다며, “북한 사람들 대부분이 빈부 격차를 크게 의식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김정은 패밀리와 11세 정도의 소녀에게 신성한 힘이 있다고 그들은 믿지 않을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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