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 의원실에 채용…‘아빠 찬스’ ‘정치 중립’ 논란

인요한 수행실장 지낸 뒤 여당 지역구 후보 캠프로

현직 구청장 아들이 출마 유력 정치인들 잇단 수행

총선 앞 특혜 채용 의혹에 의원실은 “적임자” 반박

왼쪽 세번째부터 서대문갑 국민의힘 이용호 후보, 이성헌 서대문구청장, 서대문을 국민의힘 박진 후보. 2024.3.25. 박진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왼쪽 세번째부터 서대문갑 국민의힘 이용호 후보, 이성헌 서대문구청장, 서대문을 국민의힘 박진 후보. 2024.3.25. 박진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국민의힘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의 수행실장으로 기용돼 논란이 됐던 이성헌 서대문구청장 아들 이모 씨가 서울 서대문갑 국민의힘 이용호 의원 캠프에서 근무 중인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아빠 찬스’ ‘정치중립 위반’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언론 민들레> 취재를 종합하면, 이 구청장 아들 이모 씨는 인 전 위원장의 수행실장을 하다가 지난해 12월 11일 당 혁신위가 조기 종료된 뒤, 올해 2월 이용호 의원실에 8급 비서관으로 채용됐다. 이 씨가 채용된 시기는 공교롭게 이 의원의 서대문갑 단수공천이 검토되던 시기다.

당초 서울 마포갑 출마를 준비했던 이 의원은 지난달 2일 입장문을 내고 “중앙당 지도부로부터 당을 위한 헌신을 요청받았다”면서 서대문갑 출마를 선언했다. 이어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지난달 14일 서대문갑 지역구에 이 의원을 단수공천했다.

“이성헌 구청장은 서대문구 맹주”

지역 정가에선 4월 총선을 코앞에 두고 이 의원 선거 캠프에 현직 구청장의 아들이 채용된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이 구청장의 아들 이모 씨는 이미 지난해 인요한 전 위원장 수행실장으로 기용돼 한 차례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정치권에선 서대문갑 출마를 준비하는 인 전 위원장이 사전 정지 작업을 위해 서대문구청장 아들을 기용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야권에선 ‘특혜 채용’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후 인 전 위원장이 지역구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이 씨 관련 문제는 수면 아래로 가라 앉았었다. 그러나 총선을 앞두고 또다시 자리를 옮겨 서대문갑에 출마한 이 의원 캠프에 채용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논란이 재점화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10월 23일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으로 임명된 인요한 후보가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 로비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23일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으로 임명된 인요한 후보가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 로비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이 구청장은 지난 2000년부터 2020년까지 서대문갑 지역 총선에 6번 출마해 16대 한나라당, 18대 새누리당 국회의원을 지냈고, 2022년 6·1 지방선거에선 서대문구청장으로 또다시 당선되는 등 지역 기반이 매우 탄탄하다.

지역구 사정을 아는 한 관계자는 “이 구청장은 오랫동안 서대문갑에서 당협위원장을 했다”며 “서대문 ‘맹주’로 통하는 정치인”이라고 전했다.

전북 남원·임실·순창을 지역구로 뒀던 이 의원 입장에선 서대문구에 기반이 있는 이 구청장 도움이 필요하고, 이 구청장 입장에선 통상 현역 국회의원이 당협위원장을 맡아 공천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미리 기반을 닦을 필요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직 구청장 아들이 서대문갑 출마가 거론된 유력 정치인의 수행실장에 이어 서대문구 지역의 후보 캠프에서 근무하는 것은 우연이라고 하더라도 매우 부적절해 보인다. 이른바 ‘아빠 찬스’ ‘특혜 채용’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아울러 이 구청장이 아들을 통해 국민의힘 후보를 간접 지원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아들 이씨는 현재 이 의원의 선거 캠프에서 각종 선거 업무를 지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구청장도 이미 서대문갑에 출마한 이 의원뿐 아니라, 서대문을 지역구에 전략공천을 받은 박진 의원과 함께 윳놀이 대회, 여성 축구단 시무식 등 지역 행사에 참여하며 사실상 선거운동 ‘러닝 메이트’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이용호 의원과 박진 의원이 이성헌 서대문구청장과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정책건의서를 전달했다. 왼쪽부터 이 구청장, 이 의원, 오 시장, 박 의원. 2024.3.25. 박진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이용호 의원과 박진 의원이 이성헌 서대문구청장과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정책건의서를 전달했다. 왼쪽부터 이 구청장, 이 의원, 오 시장, 박 의원. 2024.3.25. 박진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이 의원과 박 의원은 지난달 23일 이 구청장과 오세훈 서울시장과 만난 자리에서 서대문구 숙원 사업을 정리한 ‘새로운 서대문구로 거듭나기 위한 정책건의서’를 전달하는 등 ‘관권선거’를 연상하게 하는 행사를 가졌다.

박 의원은 지난 5일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중앙 정부, 오세훈 서울시장, 이성헌 서대문구청장과 ‘드림팀’을 이루어 서대문을 지역 여러분들의 교통, 개발, 상권 등 해묵은 숙원을 해결하는 힘 있는 ‘해결사’가 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자리엔 이 의원도 있었다.

이용호 의원실 “적임자 뽑았을 뿐”

이용호 의원실은 적임자를 채용했다는 입장이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시민언론 민들레>와 통화에서 이 씨 채용과 관련, “11월과 12월에 공고를 냈지만 적임자가 오지 않아서 8급 비서관 자리가 두 달 이상 비어 있었다”며 결원을 채우기 위해 채용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 씨가 학생회장 출신이고 본인도 정치를 하려고 한다”면서 “정치인의 비서로 가장 적임자 아니냐”고 반문했다. 또 지역구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점도 고려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른바 ‘아빠 찬스’ 지적엔 “공직이 높은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본인이 자격을 갖췄다면 누구라도 뽑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극단적인 예지만 민주당 (출신) 아들이 와서 그런다면 뽑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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