봐주기 수사와 '방탄 판결'의 합작, 정치권도 성토

민주 "조국 딸 장학금 600만 원엔 철퇴, 어처구니"

윤건영 "법원 사망선고" 조응천 "검찰 선택적 무능"

정의당 "견고한 특권 카르텔"…특검 추진 뜻 밝혀

국민의힘, 공식 입장 안 내…비주류 인사들은 비판

이언주 "이게 나라? 법원‧검찰 정말 이래선 안 돼"

'대장동 일당'에게서 아들 퇴직금 등의 명목으로 거액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곽상도 전 국회의원이 8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대장동 일당'에게서 아들 퇴직금 등의 명목으로 거액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곽상도 전 국회의원이 8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곽상도 전 의원의 50억 원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1심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내린 것을 두고 각계의 지탄이 쏟아지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도 성토가 빗발치고 있다. 야권은 물론 여권 일각에서도 "판결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 등의 비판이 이어지는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의 봐주기 수사와 법원의 '방탄 판결'에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며 들끓었다. 특히 조국 전 장관이 지난 3일 1심 선고에서 딸 조민 씨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장학금 600만 원과 관련해 유죄 판결을 받은 사실과 비교하며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서 박홍근 원내대표는 "어느 국민이 이렇게 불공정한 면죄부성 판결을 인정하겠느냐"며 "법원의 비상식적인 판결에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앞서 곽 전 의원은 대장동 일당에 조력한 대가로 아들을 통해 약 50억 원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는 이 같은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박 원내대표는 "재판부는 화천대유가 민정수석비서관, 국회의원까지 지낸 유력인사 곽상도 전 의원의 아들을 어떤 전문성도 없이 채용하고, 6년 근무한 대가로 퇴직금 명목의 50억 원을 지급한 것을 적법하다고 선고했다. '그들만의 리그'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 방탄 판결"이라며 "검찰은 50억 클럽의 구체적 진술을 확보해 놓고 수사를 전혀 하지 않았다. 애초부터 봐주기였다"고 규정했다.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조국 전 장관의 딸 장학금 600만 원은 뇌물이 되고, 곽상도 아들 퇴직금 50억 원은 솜방망이로도 때리지 않는 이 기막힌 판결에 대해서 우리 국민들은 좌절하고 허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난 3일 춘천시 6급 공무원은 총 6만 원의 화장품 세트를 받은 것 때문에 뇌물수수로 해고 처분을 받았다. 검사가 아닌 일반 공무원이었기 때문인가 보다"라며 "검찰은 수백만 원 뇌물을 받고도 기막히게 99만 원 불기소 세트로 나눠서 불기소 처분을 받은 바도 있다. 이것이 윤석열 검사독재 정부의 일상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국민들은 곽상도 전 의원 판결을 보면서 대장동 50억 클럽에 속한 박영수 씨 등 다른 특권층에 대한 수사와 판결이 제대로 될 수 있을지 걱정이 매우 크다"면서 "야당 대표에 대해서는 먼지도 몰래 집어넣고 탈탈 털어 대면서도, 제 식구들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는 검찰에 대해 국민들의 불신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강민정 원내부대표도 "딸이 공직 이전부터 받던 장학금을 계속 받았다고 유죄 판결받은 아버지 조국, 돈 한 푼 안 받고 해직 교사 복직시켰다고 유죄 판결받은 교육감 조희연, 아들 통해 50억 달라는 아버지 때문에 골치 아프다는 녹취록이 나와도 무죄 판결받은 곽상도"라고 열거한 뒤 "대한민국 국민은 집 나간 법치주의를 애타게 찾고 있다"고 개탄했다.

 

자녀 입시비리와 감찰 무마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3.2.3 연합뉴스
자녀 입시비리와 감찰 무마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3.2.3 연합뉴스

김의겸 대변인은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며칠 전 조국 전 장관 딸의 '장학금 600만 원'엔 철퇴를 가한 사법부가 '퇴직금 50억 원'에 대해서는 솜방망이로도 때리지 않은 꼴"이라며 "사법부의 이런 판단에는 검찰의 부실하기 그지없는 수사가 좋은 핑곗거리를 제공해 줬다"고 분석했다.

▲검찰은 이른바 '50억 클럽'의 박영수 전 특검 등에 대해 구체적인 진술을 확보해 놓고도 수사를 전혀 하지 않았고, ▲이 클럽의 전체적인 그림을 보여주지 못했으며, ▲곽 전 의원이 하나은행에 힘을 써준 혐의에 대해서도 수박 겉핥기였다는 점 등을 들어 "애초부터 봐주기로 작정한 것이나 매한가지"라고 단언했다.

안호영 수석대변인도 브리핑에서 "곽상도 전 의원의 아들이 받은 50억은 우리나라 최고의 대기업 임원이 19년간 일해야 받을 수 있는 액수다. 50억이면 30대 그룹 전문경영인 퇴직금 순위 4위라는 말도 나온다"며 "이런 엄청난 액수의 돈을 30대 초반의 청년, 연봉 6500만 원인 대리가 퇴직금으로 받는 것이 법원에서는 상식적인 일이냐"고 따졌다.

당 지도부나 대변인단의 공식 발언 외에 개별 의원들도 친명·비명계를 막론하고 잇따라 목소리를 냈다.

윤건영 의원은 이날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대한민국 법원에 사망선고가 내려진 날"이라며 "독립생계를 근거로 해서 무죄 유죄를 다툰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우리나라 법원이 눈치 보고 찌질한 판단을 내렸는지 잘 모르겠다"고 격하게 표현했다.

이어 "법원이 내린 판단대로라면 앞으로 뇌물 주는 방법은 다 열렸다. 대한민국이 어떻게 이렇게 가느냐. 이게 나라냐"고 연신 분노를 감추지 못하면서 "판사가 그렇게 판단할 수밖에 없도록 아주 교묘하게 검찰에서 머리를 썼거나, 아니면 판사가 여러 가지 정치적 고려를 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김건희 여사가 3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주한 외교단을 위한 신년인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3.1.31 [대통령실 제공] 연합뉴스
김건희 여사가 3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주한 외교단을 위한 신년인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3.1.31 [대통령실 제공] 연합뉴스

조응천 의원은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인터뷰에서 "저는 웬만해서는 법원의 판결에 대해 가타부타 얘기를 하는 것은 법치주의 국가에서 옳지 않다고 생각을 하는데, 사실 어제 판결 나온 것 보고 처음에는 멍했고, 그러고서는 얼굴이, 낯이 좀 붉어졌다"고 토로했다.

검사 출신인 조 의원은 "검찰의 선택적 무능, 의도된 선택적 무능의 결과"라고 정의한 뒤, 진행자가 '김건희 특검'에 관한 의견을 묻자 "김건희 여사 쪽은 검찰이 아예 대놓고 무능함을 과시하고, 쳐다보는 것조차도 굉장히 두려워하고 있다. 이거야말로 특검을 해야 마땅하다"고 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국민들이 '윤석열 정권 왜 이래? 왜 이렇게 선택적 적용을 해? 조민, 조국 장관의 딸은 600만 원 가지고 유죄 판결 내면서 50억 먹은 곽상도 아들은 무죄? 역시 큰 도둑놈은 사는 거야' 그러니 국민들이 납득을 하겠느냐"며 "진짜 그 검사에 그 판사"라고 쏘아붙였다.

정의당도 가세했다. 특검 필요성까지 주장하고 나섰다.

이정미 대표는 국회 본관 앞 농성장에서 열린 상무집행위원회에서 "판결도 문제지만 검찰의 고의적인 부실 수사, 부실한 공소유지에 대한 의혹을 지울 수 없다"며 "이번 판결에 대한 국민적 분노, 검찰과 법원이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는 사법부의 위상, 그냥 두고 보고 있지만은 않겠다"고 밝혔다.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국회 소통관 브리핑을 통해 "대가성 입증에 실패한 검사의 무능과 봐주기 수사 의혹은 이제 국회가 나서서 바로 잡아야 할 상황에 이르고 있다"며 "국민적 의혹에도 불구하고 견고한 특권 카르텔로 인해 부실한 판결과 법망 빠져나가기가 이뤄지는 이런 일이야말로 특검이 필요한 사안 아니냐. 정의당은 특검을 포함해 곽상도 50억 뇌물 혐의와 대장동 50억 클럽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한 모든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남욱씨가 8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왼쪽은 곽상도 전 의원. 2023.2.8 [공동취재] 연합뉴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남욱씨가 8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왼쪽은 곽상도 전 의원. 2023.2.8 [공동취재] 연합뉴스

반면 국민의힘에서는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상대당 및 정적들에 대한 각종 인신공격과 '묻지마 폭로극'으로 맹활약하던 곽 전 의원이 무죄 판결을 받았으면 환영이든 성찰이든 입장을 낼 만할 텐데 주요 당직자들은 모두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래도 비주류에 속하는 일부 인사는 비판적 목소리를 냈다.

이언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판결 보고 할 말을 잃었다. '이게 나라냐?'는 말이 절로 나온다"며 "추상 같아야 할 사법정의가 검찰 수사나 판결이나 어째 이 모양인가? 검찰이 수사나 공소유지를 열심히 안 한 건가? 야당 수사하듯 똑같이 공정하게 해야 하지 않나?"라고 강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변호사인 이 전 의원은 "상식적으로 어느 누가 근무한 지 얼마 되지도 않는 직원한테 퇴직금을 50억이나 주는가"라면서 재판부를 향해 "장래의 상속인 아들한테 미리 준 건데 뭐가 연결이 안 되며, 따지고 보면 상속세까지 면탈한 거 아니냐"고 했다.

그는 특히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도 아닌 그 딸인 정유라에게 준 말을 박 대통령이 받은 뇌물로 보는 논리가 박 대통령과 최순실이 '경제공동체'란 개념이었다"면서 "그 둘도 생계를 같이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들은 피도 안 섞였는데 경제공동체로 엮으면서 왜 곽상도 부자 간은 경제공동체가 안 되나?"라고 거듭 따져 물었다.

이 전 의원은 "검찰이 아예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며 "이 판결은 처음부터 끝까지 상식적이지 않다. 정유라 건하고 비교해도, 조민 건하고 비교해도 현저히 형평을 잃었다. 말 3마리나 장학금이나 학력 위조도 문제지만 50억하고 비교하겠나? 나도 변호사지만 우리나라 사법부와 검찰 정말 이래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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