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탄핵 바람 부를까…'10·16 재보선' 후보 등록 시작
총선 뒤 민심 확인할 방향계…전국 대진표 윤곽
서울시교육감 선거 진보-보수 단일 후보 2파전
영광군수 초박빙 대결 속 민주 vs 혁신 호남대전
부산금정 국힘 1강 속 민주+혁신 단일화에 촉각
안상수 출마한 강화, 보수표 분열 속 민주 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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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0월 16일 재보궐 선거가 서울시, 전남 영광군, 전남 곡성군, 부산 금정구, 인천 강화군 등 모두 5곳에서 치러지는 가운데, 각 선거구의 대진표 윤곽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6일부터 이틀간 후보자 등록 신청을 받는다고 밝혔다. 이번 재보선은 4·10총선 이후 처음 치러지는 선거로, 총선 이후 윤석열 정권에 대한 민심을 확인할 수 있는 방향계 성격을 띠고 있다. 재보궐 선거 결과가 '가을 탄핵 바람'을 불러올지 관심이 쏠린다.
서울시교육감 선거, 진보-보수 단일 후보 2파전
전국적으로 가장 주목받는 선거는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다. 조희연 전 교육감이 대법원 선고로 교육감직을 상실하면서 열리게 된 이번 보궐선거는 진보 단일화 후보인 정근식 서울대 명예교수와 보수 단일화 후보인 조전혁 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의 '2파전' 양상이다. 진보 교육감 단일화기구인 '2024 서울 민주진보교육감 추진위원회(추진위)'는 전날인 25일 정 교수를 단일 후보로, 보수 단일화 기구인 '서울시교육감 중도우파 후보 단일화 통합대책위원회(통대위)'는 조 전 의원을 단일 후보로 확정했다.
보수·진보 진영 모두 단일화 기구에 참가하지 않고 독자 출마를 선언한 후보들이 난입하면서 이번 서울시교육감 선거는 역대 최다 규모로 치러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지만, 군소후보들의 잇딴 불출마 선언으로 정리되어 가는 모습이다. 보수 진영은 김영배 성결대 교수와 윤호상 전 서울미술고 교장 등이 단독 출마 의사를 밝혔으나, 김 교수가 조 전 의원 측과 정책협약식을 갖기로 하면서 사실상 1인 후보로 정리된 모습이다. 윤 전 교장이 출마해도 군소후보인 만큼 판세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진보 진영의 경우, 단일화에 참여하지 않은 후보가 보수 진영보다 더 많다. 소설 '범도'의 작가 방현석 중앙대 교수를 비롯해 김재홍 전 서울디지털대 총장,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 최보선 전 서울시교육위원 등 후보 4명이 독자 출마를 준비하면서 진보 진영 내에서 우려가 높았다. 그러나 단일화 기구 밖에서 가장 강력한 후보로 평가된 방 교수가 26일 오후 불출마 의사를 밝히고 김재홍 전 총장이 정 교수와 단일화를 선언하면서, 사실상 정 교수 1인으로 정리되는 모습이다. 정 교수는 다른 후보들도 차차 만나 진영 내 단결을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보수 진영은 2014년과 2018년, 2022년 선거에서 모두 단일화에 실패하며 조 전 교육감에게 패배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10년 만에 단일화에 성공하면서 팽팽한 선거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다만 이번 선거는 교육감 선거임에도 사실상 '정권심판 대 정권안정' 구도의 정치 선거가 될 전망인 만큼 보수 진영이 출발선상에서 다소 불리하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날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에서도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평가는 25%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윤 대통령 지지율은 한국갤럽, 리얼미터, 여론조사꽃 등 각 기관 앞선 조사에서도 최저치였다.
물론 투표율 등 변수가 있어 막판까지 예상은 어렵다. 지난해 10·11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의 경우, '정권심판' 바람이 불면서 보궐선거임에도 48.7%라는 높은 투표율이 나왔고, 이에 힘입어 민주당 진교훈 후보가 승리했다. 이번 선거 역시 투표율이 당락을 가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보수 단일 후보인 조 전 의원의 경우 조직력에서 진보 진영보다 우세하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 2022년 교육감 선거에서 패배한 뒤 캠프를 해산하지 않고 조직을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투표율이 높을수록 조직 선거의 영향이 적고 범진보진영에 유리하다고 알려져 있어, 진영 내 유권자들을 얼마나 투표소에 끌고 오느냐가 승리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영광군수 초박빙 대결…민주 vs 혁신 호남대전
기초단체장 선거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 조국혁신당' 진영 내 싸움이 된 전남 영광·곡성군수 재선거는 과열을 우려할 정도로 달아올랐다. 무소속인 강종만 전 군수가 선거법 위반으로 당선 무효형을 받으면서 치러지는 영광군수 재선거는 전남도의원 출신인 민주당 장세일 후보, 호남대 교수 출신인 혁신당 장현 후보, 진보당 이석하 후보, 무소속 오기원·김기열 후보 등 5명이 후보로 나섰다. 국민의힘은 후보 지원자가 없어 후보를 내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영광군수 재선거는 민주당 장세일 후보와 혁신당 장현 후보의 '초박빙' 대결 양상이다. 지난 10~11일 남도일보와 뉴스1 광주전남취재본부, 아시아경제 호남취재본부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영광군에 거주하는 만 18살 이상 남녀 506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한 결과 민주당 장세일 후보 29.8%, 혁신당 장현 후보 30.3%로 두 후보 격차는 0.5%포인트(p)로 오차범위 내 접전이었다.(오차범위는 신뢰수준 95%에 ±4.4%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고)
민주당 이상철 군수가 당선 무효형을 받아 치러지는 곡성군수 재선거는 전남도의원 출신인 민주당 조상래 후보, 농민운동가 출신인 혁신당 박웅두 후보, 국민의힘 최봉의 후보, 무소속 이성로 후보 등 4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남도일보 등 언론 3사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10~11일 곡성군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남녀 6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민주당 조상래 후보 59.6%, 혁신당 박웅두 후보가 18.5%였다(오차범위는 신뢰수준 95%에 ±4.0%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고). 곡성의 경우,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이 앞서고 있지만, 혁신당 조국 대표가 직접 '월세살이 선거운동'까지 펼치고 있어 추격세가 매섭다.
양당은 이번 전남 영광·곡성군수 재선거가 2026년 전국동시지방선거의 판도를 뒤바꿀 수 있는 만큼 사활을 걸고 중앙당 차원에서 총출동하는 모습이다. 시동은 혁신당이 한 템포 먼저 걸었다. <시민언론 민들레> 취재에 따르면 혁신당 조국 대표는 광주비엔날레 개막식이 열렸던 지난 6일 광주를 방문해 호남 지역 출신 전직 청와대 인사들과 오찬을 갖고 지역 민심을 청취하는 한편, 선거 전략 등에 대해 논의했다. 오찬 자리에서는 '월세살이' '명예군수론'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그 직후 조 대표는 호남에서 혁신당 '제1호 기초단체장' 선출을 목표로 추석 연휴 전부터 영광과 곡성에서 '월세살이 선거운동'에 들어갔다. 군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에 조직력으로 밀리는 만큼 밑바닥 민심부터 다지겠다는 것이다. 조 대표의 농가 일손돕기, 어르신 배식 봉사 등에 나서며 직접 유권자들의 손을 잡는 것은 이러한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조국 대표가 "국회의원 12명 모두가 명예군수"라고 말하는 것 역시 지역 의회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중앙당 차원의 지원 전략으로 풀이된다.
혁신당 대표부터 당 소속 국회의원까지 전원이 기초단체장 재선거에 사활을 거는 것은 지난 총선 비례대표 득표율을 감안할 때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혁신당은 지난 총선 전남에서 43.9%를 득표, 민주당 비례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39.8%)을 앞섰다. 특히 상대적으로 당선 가능성이 높은 영광군의 경우, 1995년 단체장 직선제 이후 8번의 지선에서 3차례나 무소속 후보에게 민주당 후보가 고배를 마셨다. 직전 선거에서도 여론조사에서 밀렸던 무소속 강종만 전 군수가 민주당 후보를 꺾으면서 이변을 일으켰다.
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시민언론 민들레>와 통화에서 "호남은 전통적으로 민주당의 텃밭임은 자명하지만, 조국 대표가 직접 내려와서 표심을 흔들고 돌풍을 만들어가고 있는 양상"이라면서 "조직력에서 민주당이 우세하지만, 투표율이 높아질 경우 조직 투표도 힘을 쓰기 어렵다. 밑바닥 민심을 누가 많이 훑고, 얼마나 투표장에 나오느냐가 선거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적극 투표층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혁신당은 당선 가능성이 더 높은 영광군수 선거에 집중하면서도, 상대적으로 밀리고 있는 곡성군수 선거에서도 민주당의 재선거 귀책 사유를 강조하기 위해 자당 후보의 도덕성을 내세워 '공중전'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곡성군수 선거가 곧 영광군수 선거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이재명 대표가 직접 호남에 내려온다면 조 대표 효과도 상당 부분 상쇄될 수밖에 없다"며 "혁신당에서도 이 대표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23~24일 1박 2일 일정으로 군수 재선거가 치러지는 영광과 곡성을 투어하며 장세일 영광군수 후보와 조상래 곡성군수 후보의 지원 유세에 나선 것도 혁신당이 흔들어 놓은 호남 텃밭을 다잡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가 전남까지 내려와 현장 최고위원회를 개최하고 지역 현안을 다루는 쌀값 안정화 정책 간담회를 직접 주재한 것 역시 제1야당 대표로서 존재감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원내 제3당인 혁신당과의 차별점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지도부까지 나서서 총력전을 펼치며 혁신당의 바람을 잠재우려는 모습이다. 재보선 선대위원장을 맡은 박지원 의원 외에도 국회 법사위원장으로서 호남에서도 인기가 많은 정청래 의원, 한준호 최고위원 등이 영광과 곡성에서 '한달살이' 선거전을 펼치며 혁신당의 '월세살이'를 견제하고 있다. 당 지도부인 김민석, 전현희, 이언주 최고위원 등 인지도 높은 의원들도 지원 유세를 하고 있어 영광군수 재선거를 둘러싼 '호남 대전'의 향방은 마지막까지 초박빙 양상일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도 본선이 다가올수록 전남 지역에 더욱 화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이 대표에게도 재보궐선거의 무게가 가볍지 않다는 의미다. 이 대표는 지난 23일 영광에서 현장최고위원회에 출석하는 길에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소규모 보궐선거이긴 하지만 의미가 적지 않다"며 "만약 결과가 조금 이상하게 나오면 민주당 지도체제 전체가 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선거는 군수가 누가 되느냐의 문제가 아닌, 정권에 다시 회초리를 들어 책임을 묻는 선거"라며 민주당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부산금정 국힘 1강 속 민주+혁신 단일화에 촉각
안상수 출마한 강화군, 보수표 분열 속 민주 약진
국민의힘 소속이었던 김재윤 전 구청장의 별세로 치러지는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는 국민의힘 윤일현 후보, 민주당 김경지 후보, 혁신당 류제성 후보 3파전 양상이다. 금정구는 2018년 민주당에서 단 한 차례 승리한 외에 모두 보수 정당이 당선된 만큼 보수세가 강하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반드시 수성해야 곳이고, 민주당과 혁신당 입장에선 단일화를 통해 반드시 빼앗아야 하는 지역으로 꼽힌다. 그런만큼 야권에서는 민주당 김경지 후보와 혁신당 류제성 후보가 중요하게 여겨진다.
특히 지난 4월 총선 당시 금정구는 국민의힘 백종헌 의원이 56.62% 득표율로 당선됐지만 민주당 박인영 후보가 43.47%로 상당히 선전한 곳인 만큼 양당이 단일화만 한다면 승산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단일화 절차가 시작부터 삐걱대면서 시만사회에서 우려가 나온다. 양당은 전날 단일화를 위한 첫 회동을 가지려고 했으나, 약속시간 3시간을 앞두고 결렬됐다. 양당은 단일화 방식과 시기를 두고 여전히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야당은 여전히 단일화엔 공감대를 표하지만, 선거 전까지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이 때문에 양당의 신경전도 상당히 날카롭다. 민주당 부산시당은 "혁신당 지도부가 민주당을 겨냥해서 한 잇단 비방 발언에 대해 사과하지 않은 상황에서 예비후보간 만남은 의미가 없다"고 했다. 민주당 이재성 부산시당 위원장은 전날인 25일 부산 김경지 예비후보 캠프에서 열린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단일화 문제는 중앙당에 위임한다는 기존 합의를 재확인한다"면서 "조국 대표가 김경지 예비후보를 깎아내리는 발언을 했고, 황현선 사무총장이 민주당을 겨냥해 '기득권과 토호정당'이자 '호남의 국민의힘'이라고 심각하게 비방한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조국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호남에서는 군민들께 누가 더 효도를 잘할지 야당끼리 경쟁하자, 효도할 자식이 한 명만 있는 것 보다 두 명이 있는 것이 부모님께 낫지 않겠느냐"며 "부산 금정에서는 누가 국민의힘을 이길 수 있는지 겨루자. 그렇게 진짜 강자를 뽑아 야당 단일 후보로 승리를 쟁취하자"고 제안했다. 조 대표는 "혁신당 간부의 글 중 민주당에 불편한 점이 있었다고 한다. 당사자가 이미 사과했다. 또 요구하신다면 또 사과하겠다"면서 "그러니 윤석열 정권 심판을 앞당기는, 더욱 큰 일에 함께 손잡고 매진하자"고 했다.
국민의힘 소속 유천호 전 군수의 별세로 치러지는 인천 강화군수 보궐선거는 부산 금정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이 반드시 수성해야 할 지역으로 꼽힌다. 강화군은 보수 성향이 짙은 지역으로, 1995년, 1998년 민주당 김선흥 후보가 당선된 이후 나머지 선거에서 모두 보수나 무소속 후보가 당선됐다. 강화군수 보궐선거에는 국민의힘 박용철 후보, 민주당 한연희 후보, 무소속 안상수 후보 등이 출사표를 던졌다. 혁신당은 후보를 내지 않았다.
강화군 의원, 인천시 의원 등을 지낸 박용철 후보가 여당 후보로 1강 구도인 가운데, 무소속으로 출마한 안상수 전 인천시장이 선거 구도에 변화를 가져올 지 관심이다. 안 전 시장은 강화를 기반으로 정치를 해온 만큼 보수표를 양분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보수표가 분산된다면 민주당도 당선을 목표 거리에 둘 수 있다. 평택시 부시장을 지낸 민주당 한연희 후보는 2018년, 2022년 지방선거에서 고 유천호 전 군수에게 모두 졌지만, 마지막 선거에서 35.35%를 얻어 크게 선전한 바 있다.
이번 10·16 재보궐 선거는 오는 27일까지 후보자 등록을 마감하고 다음 달 3일부터 공식선거운동에 돌입한다. 사전투표는 다음 달 11~12일, 본투표는 다음 달 16일 치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