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건설업 '고용 절벽' 안보이나…정부 "고용지표 양호"
8월 취업자 증가 12만명 그쳐…증가세도 꺾여
60대 이상 증가 제외하면 10만 명 이상 감소
건설업 8.4만 명 줄어 4개월 연속 감소세 지속
취업 절실한 청년층 –22만명, 40대도 –7만명
취업시간 줄고, 일시휴직 늘어 고용의 질 저하
기재부 1차관 "역대 최고 고용률 등 지표 양호"
8월 취업자 수 증가세가 두 달 만에 꺾였다. 증가폭도 12만 명에 그쳐 2개월 연속 10만 명대를 기록했다. 제조업과 건설업의 취업자 증감 추이는 하향세를 보였다. 특히 건설업의 5월 이후 4개월 연속 취업자 수가 감소해 건설 경기 부진이 고용 악화로 전이되는 양상을 보였다.
올해 초 월 30만 명대를 기록했던 취업자 수 증가 폭이 이처럼 둔화하고 있는데도 정부는 뜬금없는 자랑을 늘어놓고 있다. 통계 수치로 보면 고용률과 경제활동참가율이 역대 최고이며, 계정조정 취업자 수도 양호다는 주장이다. 윤석열 정부는 자랑거리를 찾느라 청년 등 고용 취약계층과 자영업 취업자 등의 일자리 감소는 눈에 보이지 않는 듯하다.
11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는 2880만 1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2만 3000명 증가했다. 취업자 수 증가는 지난 7월 17만 2000명에서 5만 명 가까이 감소해 두 달 연속 10만 명대 초반에 그쳤다. 비록 10만 명을 밑돌던 지난 5월(8만 명)·6월(9만 6000명)보다는 많지만, 30만 명을 웃돌던 연초 흐름과 비교하면 일자리 증가세가 현저히 둔화한 모습이다.
산업별로 보면 제조업과 건설업 고용 상황이 크게 악화됐다. 8월 제조업은 전년 동월 대비 3만 5000명이 줄어 전달(-1만 1000명)에 이어 두 달 연속 감소했다. 건설업 일자리 상황은 더욱 부진을 면치 못했다. 건설업 취업자는 전년 동월보다 8만 4000명 줄면서 4개월째 감소했다. 2013년 10차 산업분류 변경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정보통신업(10만 1000명),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9만 4000명), 운수창고업(9만 4000명)은 취업자가 증가했다.
건설업 일자리가 지속적으로 하향 추세를 보이는 것은 건설 경기 부진이 계속되고 있는 데다, 지난 달에는 폭염 등 기상 요건 악화가 겹쳤기 때문으로 보인다. 건설업 취업자는 올해 1월 7만 3000명 증가로 정점을 찍은 이후 7개월 연속 증가 폭이 줄거나 아예 감소하는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다. 서운주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폭염에 따른 날씨 요인이 건설 같은 야외활동 부분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령대별로는 60대 이상 고령층 취업자는 큰 폭 증가세를 유지하면서 고용시장을 견인했지만, 상대적으로 더 취업이 절실한 청년층과 40대는 오랜 감소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8월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14만 2000명이 줄어 지난 2022년 11월(-5000명) 이후 22개월째 연속 감소했다. 40대 취업자도 6만 8000명이 줄어, 2022년 2분기(1만 8000명) 증가 이후 2년 넘게 감소세가 이어졌다. 반면 60대 이상 취업자가 23만 1000명 증가했다.
8월중 주당 평균 취업시간은 34.1시간으로 전년 동월보다 1.5시간 줄었다. 일시휴직이 74만 2000명으로 18만 5000명 늘었다. 고용부는 폭염에 따른 실외 활동 중단이나 탄력근무 등으로 보건복지나 공공행정에서 일시휴직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유가 어떻든 고용의 질이 악화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구직 활동을 단념한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특정한 이유가 없는 '쉬었음' 인구는 256만 7000명으로 1년 전보다 24만 5000명 증가했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3년 이후로 8월 기준 역대 최대치다. 20대 청년층에서는 취업준비 요인이, 60대 이상에서는 폭염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고용부는 분석했다.
15세 이상 고용률은 63.2%로 1년 전보다 0.1%p 상승했다. 1982년 7월 월간 통계 작성 이래 8월 기준으로 가장 높은 수치다. 실업자는 56만 4000명으로 작년 동월보다 9000명 줄었다. 실업률도 1.9%로 0.1%p 낮아졌다.
고령층 고용 증가의 영향으로 전체 고용률이 소폭 상승하고, 실업률 계산에서 제외되는 취업 포기자 증가로 실업률이 소폭 내린 것을 두고 정부 당국은 이를 고용지표가 개선된 것처럼 강변한다.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관계부처 합동 일자리전담반(TF)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8월 고용률·경제활동참가율이 역대 최고, 실업률은 역대 최저를 기록하는 등 주요 고용지표가 양호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라며 "계절조정 취업자 수도 3개월 연속 증가했다"고 말했다. 김 차관은 이어 "양호한 고용 지표가 국민들이 체감하는 고용 여건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고용 절벽을 체감하고 있는 청년층과 건설업, 자영업 취업자들에게는 전혀 공감되지 않는 ‘딴 세상’ 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