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주말 비공개 조사는 검찰 하극상·국정농단
대통령경호처 시설로 '검찰 소환'…일종의 수사외압
검찰총장 패싱…듣도 보도 못한 하극상, 국기문란
총장 지휘권 없다면서 보고는 왜?…급조된 변명
"소환조사? 김건희 면죄부인 것 국민들도 다 알아"
김건희 특검밖에 답 없어…특혜 수사도 규명해야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가 주말 비공개로 검찰 대면 조사를 받았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뉴스판을 달궜다. 서울중앙지검(반부패수사2부, 형사1부)은 전날인 21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청탁금지법 위반(명품백 수수 사건) 등 피고발 사건과 관련해 김건희 씨에 대해 출석을 요구했다"며 "협의 결과 경호와 안전상의 이유로 7월20일 토요일 관할 내 정부 보안청사로 소환해 대면조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국기문란, 국정농단이 아닌가 의심이 드는 수준이다.
수사의 형식이나 절차부터 매우 이례적인 특혜였다. 김건희 씨에 대한 수사는 "경호와 안전상의 이유"로 제3의 장소인 서울 종로구 창성동의 대통령 경호처 부속 청사에서 이뤄졌다고 전해졌다. 그러나 전직 대통령의 가족뿐만 아니라 대통령 본인도 서울중앙지검 포토라인에 섰다. 정치 테러를 당해 누구보다 경호가 필요한 제1야당대표와 그의 부인도 검찰과 법원의 포토라인에 서고 있다. 전례를 봐도 김건희 씨만 경호를 이유로 수사 대상자에게 우호적인 제3의 장소에서 수사하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 오히려 대통령실의 무장 시설인 경호처로 불러들여 수사를 받는 것은 특혜일 뿐 아니라 또다른 형태의 '수사 외압'이라고 볼 수도 있다. '대통령 부인이 검찰을 소환해서 수사한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은, 대통령실이 사실상 수사를 컨트롤하고 있다는 시중의 인식을 보여준다.
게다가 대통령 부인에 대한 중대 범죄 수사를 검찰 총장에게 보고도 하지 않고 추진한 점은 '국기문란 사건'이라고 명명해도 무방해보인다.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최재훈 부장검사)와 형사1부(김승호 부장검사)는 20일 오후 1시 30분쯤부터 21일 새벽 1시 20분쯤까지 11시간 50분에 걸쳐 조사했다. 조사는 최 부장검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관한 사실관계부터 7시간가량 확인한 뒤 김 부장검사가 추가로 명품 가방 의혹에 대한 신문을 하는 방식으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수사가 10시간 정도 진행된 오후 11시 20분 무렵에야 이원석 검찰총장에게 관련 사실이 보고됐다. 이는 검찰 역사에서 듣도 보도 못한 하극상이다.
이 총장이 22일 오전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김건희 씨가 비공개 조사를 받은 데 대해 "대통령 부인 조사 과정에서 '우리 법 앞에 예외도, 성역도 없다'는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면서, 김건희 씨 소환 조사 과정에 대한 진상을 파악하고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점은 검찰 조직의 기강이 어디까지 무너졌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또 이 총장은 기자들과 만나 "검찰총장에 취임하면서 법불아귀(法不阿貴·법은 권력자에 아부하지 않는다)라는 말씀을 드렸다"고 언급했다. 이는 이번 수사가 권력자에 대한 아부라는, 즉 검찰이 정권의 하수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검찰총장의 현실 인식과 우려를 우회적으로 보여준다.
이에 서울중앙지검은 문재인 정부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수사에서 배제했기 때문에 검찰총장은 사건 수사지휘권이 없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검찰총장에게 수사지휘권이 없기 때문에 도이치모터스 사건을 보고하면 규정 위반이라는 의미다. 그러나 당시 윤석열 총장의 배제 이유는 그가 수사 대상인 김건희 씨의 남편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를 지금에 와서 검찰총장 배제 논리로 드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아울러 이 총장은 "오늘 서울중앙지검장으로부터 직접 보고 받게 돼 있다"고 말했다. 검찰총장을 수사의 중립성을 위해 규정상 배제한 것이라면 수사 당일 보고도, 이날 예정된 대면 보고도 해선 안 된다.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이 이 총장에게 보고한 것은 서울중앙지검의 입장이 '검찰총장 패싱'을 의삭한 급조된 변명이라는 것을 증명할 뿐이다. 국민 기만이다.
결국 중앙지검 입장은 국기문란급 하극상에 대한 둘러대기일 뿐이고 실상은 '친윤' 이창수 지검장이 총대를 메고 김건희 씨 봐주기에 나섰다고 보는 편이 타당하다. 이같은 하극상은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 총선기간 내내 잠행을 했던 김건희 씨가 외부활동을 재개하기 직전인 지난 5월 대통령실은 사정기관을 컨트롤할 민정수석(김주현)을 부활시키고, 법무부 장관은 이에 맞춰 검찰총장을 '패싱'하고 '김건희 방탄'으로 평가받는 고위직 인사를 단행했다. 이창수 지검장을 기용한 것도 이때다. 검찰 안팎에선 대통령이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인사를 기용했다는 평이 주류였다. 국민권익위원회가 김건희 씨의 명품백 수수에 대해 '위반 사항 없음'이라고 결론을 내린 점을 고려하면, 검찰도 이미 사건을 종결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렸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동안 수사를 회피해왔던 김건희 씨가 수사를 자청하며 검찰을 소환한 것도 이러한 검찰 내 분위기를 계산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최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김건희 씨의 문자로 당무개입,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지고 김건희 씨가 수사받아야 한다는 여론도 커지면서, 미리 사건을 털어야 한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비공개 수사로 비난 여론을 최소화하면서 사법·정치적 부담도 피하겠다는 계산이다. 이와 함께 오는 26일 국회에서 열리는 '윤석열 탄핵 청문회'를 회피하기 위한 명분도 계산된 것으로 보인다. 수사 중인 사안이므로 증인으로 출석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식으로 청문회를 빠져나가기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는 관측이다.
그러나 그렇게 간단하게 빠져나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검찰은 김건희 씨와 최은순(김건희의 모) 씨가 주식거래로 23억 원을 벌었다는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했고, 김건희 씨 명품백 수수 장면은 온 국민이 영상으로 지켜봤다. 그럼에도 이런 식으로 피한다면 국민들의 분노는 커지고, 청문회와 종합 특검, 탄핵의 필요성만 강조될 뿐이다. 오히려 이번 수사 과정에서의 특혜 문제도 특검으로 규명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박찬대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허울뿐인 소환조사는 결국 김건희 여사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시도라는 것을 온 국민이 알고 있다"며 "더 이상 기다릴 이유도 없어졌다. 국회가 가진 권한으로 예외, 특혜, 성역 없이 김건희 여사에 대한 의혹을 엄중하게, 엄정하게 규명할 수 있도록 특검 처리를 서두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