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태섭과 제3지대 중도신당, 새로운가 해로운가
윤석열 대선 운동 돕던 금태섭의 '새로운선택'
보수우파에 더 가깝고 실제 민주당 공격에 주력
'여가부 폐지가 뭐가 중요하냐'며 드러내는 본색
'중도' 호명은 정치혐오 부추기며 우파 기반 확장
우려되는 총선 이후 보수파의 합종연횡과 재구성
개혁 진보의 희망 제시만이 해로운 선택 막는 길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금태섭 전 의원과 류호정 의원 등이 주도하는 제3지대 신당 ‘새로운선택’이 총선을 앞두고 최근 창당 대회를 하고 주요 정책을 발표하며 본격적 활동을 시작했다. ‘새로운선택’의 성격은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첫째, 세력으로 보자면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캠프에서 선거운동을 돕던 금태섭이 공동대표이고, 뉴라이트 출신의 곽대중(봉달호)이 대변인인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중도이면서 보수우파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정의당에서 이탈한 류호정 의원과 정호희 민주노총 전 대변인 등이 함께하고 있지만 이것은 이들의 오른쪽 이동을 보여줄 뿐이다. 창당 대회에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양향자 의원, 김경율 회계사, 진중권 교수 등이 참석했는데 전반적으로 보수우파 정치세력과 연관을 맺어 왔거나 검언 카르텔과 가깝고 우호적 태도를 보이던 사람들이다.
둘째, 정책적으로 보면 ‘젠더 갈등이 문제이고 국방력 약화가 걱정’이라며 여성 징병제에 대한 검토를 주장한 젠더 정책, ‘양대 노총이 상위 10%만을 대변한다’고 공격하며 주휴수당 폐지와 직무급제 도입, 노동유연성 수용과 자회사 모델을 주장한 노동 정책이 보여주듯이 보수적이고 친기업적이다.
내용과 방향에서는 윤석열 정부와 정치적으로 유사하거나 가깝다고 평가될 수 있다. 여성 징병제는 주로 반페미니즘 진영에서 ‘여자도 군대 가야 한다’는 맥락에서 주장한 대표적인 정책이고, 주휴수당 폐지와 직무급제 도입은 윤석열 정부 노동 정책의 주춧돌을 놓았다고 평가되는 ‘미래노동시장 연구회’가 제안한 대표적 정책들이기 때문이다.
셋째, 정치적 실천의 측면에서 보자면 ‘양당이 서로 편 가르고 싸우기만 한다’면서 “절제와 공존”을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민주당 공격에 주력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예컨대 이 당의 금태섭 공동대표는 최근 MBC <시선집중>에 출연해서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사기꾼”이라고, 민주당의 정치적 행태는 “가증스럽다”고 비난했다.
또 새로운선택이 창당 대회 직후에 처음 발표했던 논평은 민주당을 “부패 공동체”라고 비난하는 것이었다. 이 당의 주요 정치인들이 툭하면 조국 전 장관에게 반성을 요구할 뿐 아니라 비아냥거리는 것도 특징이었다. ‘중도 신당’이라기보다는 ‘반조국 신당’이라는 규정이 더 어울릴 정도인데, 창당 대회 때 ‘조국 몰이’에 앞장서 온 진중권 교수, 김경율 회계사 등이 참석했던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물론, 윤석열 정부나 국민의힘에 대한 비판도 하지만 여기서는 그야말로 “절제와 공존”의 조심스러운 모습을 볼 수 있다. 금태섭 공동대표는 윤석열 캠프에 있다가 나온 지 1년 반이 지나서야 “김건희 여사 문제는 금기”였고 “지적하니 화를 내고 그냥 넘어”갔다고 실토했다. 민주당에 있을 때 그토록 “소신”을 강조하면서 거침없이 민주당을 비판하던 모습을 돌아보면 엄청난 “절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지극히 선택적인 “절제와 공존”은 새로운선택 한지원 정책위원장이 말했듯이 신당이 “민주당을 대체하는 정당”이 되고자 하면서 이준석, 윤희숙, 함운경 등 국민의힘 안팎에 있거나 이탈해 나온 사람들과 손을 잡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 금태섭 공동대표는 여성 차별 문제 등에 관심 있는 척하던 가면도 벗어던지고 “여가부 폐지에 대한 입장 이런 게 뭐가 중요하냐, 집중해야 할 본질적인 것이 아니다”라는 이야기도 서슴지 않고 있다.
이 모든 것은 새로운선택 등 근래 ‘제3지대 신당’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와 움직임들이 주로 한국 사회 보수우파 세력의 분열과 재구성이라는 흐름 속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알다시피, 2016년의 거대한 촛불항쟁은 정치적 지진을 일으켰고, 재벌-족벌언론-박근혜 정권이라는 기득권 우파 카르텔의 심각한 분열과 위기를 낳았다.
보수우파는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이 분열과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우파 정치의 재구성과 재결집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했다. 여기에는 새로운 의제와 새로운 세력이 필요했다. 그래서 반페미니즘, 반중국 혐오 선동 등을 이용해 청년층을 파고든 신우파가 등장했는데 이들을 대변한 것이 이준석, 하태경 등이었다.
2019년 조국 몰이 과정에서 ‘공정과 상식’을 내걸고 검찰을 응원하며 중도층을 파고든 ‘민주진보 이탈파’도 있었는데 이들을 대표하는 게 금태섭, 진중권, 김경율 등이다. 이런 세력들이 종북몰이에 의존했던 전통적 우파와 결합하면서 전통적 지지층을 넘어서며 일부 기반 확대까지 이룬 것이 지난 대선이었다. 그래서 지난 대선에서 재결집한 보수우파의 전략은 크게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정권 연장이냐 정권 교체냐’라는 프레임으로 2016년 촛불의 기억을 지워버리는 것이었다. 둘째, 반 586 정서를 부추겨 문재인 정부를 ‘운동권 출신의 이권 집단’이라고 낙인찍는 것이었다. 셋째, 온갖 가짜뉴스로 이재명 후보를 차마 지지할 수 없는 ‘괴물’로 악마화하는 것이었다. 넷째, 60대 이상 세대와 영남 지지층, 청년 남성들의 협공으로 야당 지지자들을 둘러싸는 소위 ‘세대 포위론’이었다.
결국 보수우파는 왼쪽으로는 민주진보 진영 출신의 지식인들과 오른쪽으로는 전광훈의 태극기 부대, 나아가 안철수와 국민의당까지 흡수하면서 최대 연합을 성공시켜 0.73%의 아슬아슬한 차이로 권력을 되찾을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에 있을 때 차별금지법을 주장하고 퀴어퍼레이드에 참가했던 금태섭이 “퀴어퍼레이드를 거부할 권리”를 주장한 안철수나 차별금지법을 결사반대하던 세력과 함께 윤석열 선거운동을 하는 일이 벌어졌다.
하지만 대선 때의 ‘보수우파 최대 연합’은 윤석열 집권 2년이 지나면서 계속 흔들리고 무너져 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이준석 당 대표를 망신 주면서 쫓아내더니 새로운 당 대표로 ‘바지사장’ 김기현을 내리꽂는 과정에서 경쟁 후보로 나선 나경원과 안철수에 대해서도 팔을 비틀며 입을 막아버렸다. 홍준표와 유승민도 정권과 거리가 멀어져 있고 금태섭, 김경율 등은 새 정권에서 별로 적절한 자리를 찾지 못했다.
이제 총선을 앞두고 금태섭 전 의원은 신당을 창당했고, 이준석 전 대표도 탈당과 신당 창당을 예고하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을 둘러싼 갈등과 다툼이 커지면 공천 탈락자들의 상당수가 국민의힘을 뛰쳐나와서 신당들로 옮겨갈 가능성도 크다. 이런 상황은 다 같이 힘을 모아서 권력을 되찾은 우파와 그 동맹자들이 누가 더 많은 권력과 좋은 자리를 차지할 것인지를 두고 분열과 다툼에 들어갔다는 것을 보여준다.
동시에 전통적 종북몰이에 주력하던 우파, 검찰 정치와 캐비닛 정치에 특화된 집단, 반페미니즘 선동에 적극적인 우파, ‘공정과 상식’을 강조하던 세력 등이 폭넓게 힘을 모으며 보수우파가 재결집하긴 했지만 화학적 결합은 충분하지 않았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서로 다른 강조점을 놓고 재구성과 분화가 진행 중이라는 것도 보여준다.
이러한 분화 속에 나타난 것이 새로운선택이다. 이 당을 주도하는 금태섭 공동대표는 금수저 법조 집안의 후손에 서울대 법대 출신의 엘리트 코스만 밟다가 병역은 면제받고, 검사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했으며, 80억이 넘는 재산을 가지고 자식에게도 막대한 부를 물려줬지만, 노골적으로 자신이 속해 있는 보수적 특권지배층을 대변하겠다고 주장하지는 않는 특징이 있다.
그보다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모두 비판하면서 “중도”를 말하고 있는데, 사실 한국 정치에서 “중도”는 신기루이면서 사기적인 성격이 강하다. 왜냐하면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에서 조지 레이코프가 지적했듯이 ‘중도’는 보수가 진보를 고립시키고 자신의 기반을 확장하기 위한 상징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국의 오랜 양당 구조에서 국민의힘 같은 보수우파 정당은 이미 중도우파까지 포함해 온 ‘포괄정당’으로 기능해 왔다.
따라서 ‘중도’는 대개 정치인들이 선거 시기에 유권자들의 ‘정치 혐오’를 부추겨서 득표하려는 전략으로 활용돼 왔다. 지금 새로운선택의 포지션도 그러하다. 이 당으로 모인 세력은 2016년 촛불항쟁이 물꼬를 연 한국 사회의 진보적 개혁을 위한 물결이 정치검찰과 족벌언론에 의해 가로막히고 흩어지는 과정에서 분명히 기득권 우파에게 도움이 되는 선택을 해 왔다.
이제 윤석열 정권과 기득권 카르텔이 정치적 위기와 분열에 직면한 상황에서, 새로운선택은 국민의힘에 반대하거나 실망해서 민주당이나 진보적 야당에게 올 수 있는 표들을 중간에서 낚아채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공천 탈락자만이 아니라 민주당에서 오른쪽으로 이탈한 정치인들도 ‘줍줍’할 수 있다는 기대를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이런 구상이 얼마나 뜻대로 진행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새로운선택이 끌어들이려는 양향자 의원이나 이상민 의원 등은 현재 ‘제3지대 신당’으로 갈지 국민의힘이 만들겠다는 ‘빅텐트’로 갈 것인지 여전히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더구나 새로운선택이 가장 눈독을 들이고 있는 이준석 전 대표가 국민의힘을 탈당할 것인지, 탈당 이후에 과연 새로운선택과 손을 잡을 것인지는 아직 더 지켜봐야 한다. 이 모든 것이 새로운선택에게 가장 유리하게 풀린다고 해도, 그것은 보수우파에게 아주 낭패인 것만은 아닐 수 있다. 총선 이후에 보수우파의 합종연횡과 재구성 과정에서 많은 가능성이 열려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극우 논객인 조갑제 씨는 최근 <조선일보>와 가진 의미심장한 인터뷰에서 “신당이 민주당으로 갈 젊은 층, 중도층 표 가운데 일정 부분을 잡아줄 가능성도 있다. 국민의힘 의석과 이준석 신당 의석을 합쳐 과반이 된다면 그것도 침몰하는 보수의 구명정 역할이 되지 않나 생각한다”면서 기대 섞인 희망을 제시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용혜인 의원이 경고한 "정치 검사와 반공주의, 그리고 능력주의와 소수자 혐오가 결합된, 더 나쁜 극우 정치”의 위험성은 더 가까이 다가올 수 있다. 따라서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을 심판하고 싶은 사람들이 그 길의 ‘중도’에서 늪에 빠지지 않도록 강력한 개혁과 진보의 희망을 제시하는 것은 더욱더 중요해지고 있다. 그것이 ‘해로운 선택’을 막을 수 있는 가장 분명한 방법이다.